초코파이 하나
사랑하는 후배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해외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보내는 성탄 선물이 저희가 머물고 있는 독일에도 날아왔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커다란 상자 안에 라면이며 참기름, 된장, 고추장, 쌈장에다 미역과 또 볼펜이며 껌까지 한 가득 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맛있는 초코파이도 몇 박스나 되었습니다.
어제오늘 노엘이 학교로 오면서 가방에다 초코파이를 가득 넣어 와서 학생들과 노엘이 class에 선물로 주고 교수님들과 직원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모두들 한국에서 온 것이라고 더 좋아하고 맛있어합니다.
그리고 조금 전 학교 카페테리아(Cafeteria)에서 근무하는 분(이태리 사람입니다)에게 한국에서 온 것이라며 초코파이 하나를 드리니 너무 고마워합니다. 작은 초코파이 하나가 여러 사람들 행복하게 하니 나누는 저희도 기쁘고 보내주신 대구 그이름교회 가족 여러분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희가 앉아있는 탁자 위에 노랗게 잘 익은 귤과 빨간 사과가 놓여지며 고맙다는 인사가 들려옵니다.
카페테리아에서 일하시는 이태리 분이 초코파이가 너무 맛있고 고맙다고 들고 오신 것입니다. 깜짝 놀랐고 너무 감사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라찌에!’(Grazie)라고 인사드리니 아주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로
‘쁘레고!’(Prego) 그러시네요.
이곳에 와서 만난 어여쁜 이태리 학생 그레타(Greta)는 저를 코리안 파파(Korean Papa)라고 부릅니다. 지난달 학교를 방문한 그레타의 아빠에게도 제가 그레타의 한국 아빠라고 말해주었고 그도 알았다고, 좋다고 했습니다. 어제는 그레타의 엄마도 휴가를 내어 로마에서 이곳까지 달려와서 한국 아빠인 저를 반갑게 만났습니다.
차가운 중유럽 사람과는 달리 이태리 사람들은 가슴이 따뜻합니다. 아마 남쪽이어서 오렌지도, 올리브도 잘 자라는 따뜻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태리에 머물면서는 단 한 번도 인종을 차별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후도 사람의 성격에 많은 영향을 주는가 봅니다.
따뜻한 이태리나 그리스, 스페인 사람들과 날씨가 차갑고 우울한 중유럽 사람들은 차이가 납니다.
또 부유한 나라들과 그렇지 못한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알바니아, 리투아니아, 조지아, 라트비아 같은 곳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많이 다릅니다. 비록 부유하지는 않아도 그들의 가슴은 대단히 부유하고 따뜻합니다.
1989년 벨기에에 도착해 그곳에서, 그리고 1994년부터 영국에서의 공부와 일을 하며 지금까지 36년 동안 유럽을 70바퀴 둘러보았고 거의 모든 나라들을 수십 차례 다녀 보았지만 돈이 많은 나라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곳에 머물거나 지낼 때가 더욱 행복했습니다.
이번에 독일에서 지내는 몇 달이 지난 36년간의 유럽 생활 가운데 가장 힘이 들고 몸과 마음이 지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