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세월에, 갑갑증에 좀이 쑤시기도 했고,
북적이는 명동이 아닌 요즘의 텅 비어있을 명동거리를 가보고 싶었고,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명동교자'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만두도 맛보고 싶었다.
"우리 명동 한번 가보자!"고 아내에게 여러 번 얘기했었지만 번번이 결재가 나지 않았는데.
열 시나 되었을 때쯤 아내가 뜬금없이 "우리 인사동이나 명동에 한번 가보자! 방학이고 연휴고 그날이 그날에 오늘도 너무 지겨울 것 같은 예감이라서..." 하며 오늘은 거꾸로 명동을 가자고 내게 결재(?)를 올린다. ㅎ
아내는 외출 준비를 하면서 빨래까지 한번 돌려 늘어놓는 여유까지 부리다, 11시 반이 지나서야 자전거로 송내역에 왔고, 용산행 급행열차로, 다시 서울역 - 명동역 7번 출구에서 명동거리 - 명동길 - 명동성당으로 - 인제 백병원 거리까지 두리번 아이쇼핑도 하며 걸었다.
거리는 거의 텅텅 비었고 좌판이나 가게를 열고 있는 상인들은 하나 같이 어두운 얼굴들이고 생기가 없다.
'아~~~! 옛날이여!' 이 유행가 가사가를 이곳의 현실과 코로나 以前 세월에 빗대면 맞을 것 같다.
호객행위도 없고 상품을, 먹거리를 자랑하는 상인들의 흥에 찬 외침도 없다.
웃음氣와 활기를 잃은 상처받은 이들이 언제까지 버틸 것인지...? 하는 의문과 텅 비었거나, 닫힌 문에 '임대 문의'가 붙어있어 안타까움만 있다.
'명동교자'를 오른쪽 골목에 두고 바로질러서 갔다.
백병원에서 을지로, 종로 쪽을 향하는 데에는 웬, 비까번쩍하는 고층 빌딩이 이렇게 즐비할까...? 저 속에서 무슨 일들을 할까?
세계 교역국 8위에 걸맞는 기업군들의 회사리라...!
외국 어느 유명한 도시에 서있는 듯 하다.
ㅡ 이제는 그도 추억으로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살 수 있음에 지난날을 더듬으며 감사한다.
35년 전 빈털털이로 올라와 촌닭 같이 이리저리 부족한 삶을 살며, 상인들의 바가지밥이기도 했던 - 서울살이를 배우는 월사금을 냈던 - 그 시절을 아내가 추억한다.
낙원상가가 오른편에 보이면서 인사동길에 닿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언제나 이곳은 인산인해로 사람들이 감플 정도였는데, 오늘은 우리 두 사람을 편안하게 다니도록 준비한 듯 한산하다. 정오를 지나니 사람들이 조금 더 늘어난다.
길가 6각의 흰 돌의자에 잠시 쉬는 나에게 아내는 사탕이나 먹으라(혈당저하를 자주 겪기에) 쉴 시간을 주면서 자기는 인사동길 끝까지 다녀온단다.
bag에서 사탕 하나를 내서 입에 넣고 한참을 쉬었다. 지금까지 한 시간 정도 걸었는데 피곤기가 엄습해서...
아내가 선택한 지하 1층의 '인사동 명동칼국수 집'.에는 꽤 많은 손님이 조용히들 식사 중이다.
모든 식당이 파리날리는데...
세상은 공평할 수는 없다는 진리가 여기서 증명되고 있다.
언제나의 냉면 집에서처럼 아내는 비빔국수고 나는 물이다. 만두 네 개를 더해 세트로 22,000원.
'우리 오늘은 맛있는 것 먹자!'던 아내가 겨우 이 것....을 선택했다. 언제나처럼 알뜰한 아내다.
출발 전 아내의 바램에 따라 인터넷을 뒤져서 road-map을 했기에 우리는 조선조 말기 떵떵이며 나라를 움켜잡고
'운현궁의 봄'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는 아내에게 간단한 설명도 해줘가면서 한 바퀴 돌아봤다.
좌지우지했던 쇄도 실권자 흥선대원군의 삶이 있었던 ㅡ 그러나 그도 아들이고 며느리인 왕과 왕비에게 밀리고, 며느리와의 전쟁에 지고, 마지막 인생을 보낸 ㅡ 운현궁(雲峴宮)을 쉽게 찾아갔다.
일상에서 작은 것 하나도 꼬투리 잡아 토닥인 내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의 손을 끌어잡았다. 생기가 돌고 손끝에서도 감미를 느껴지던 그 세월들은 이제 어디로 가고 없다.
자책하는 중에 생기 잃은 우울함이 전해져 가슴이 아렸다.
운현궁 뜰에 홍매화(紅梅花)가 눈망울을 트며 오늘 이 찬란한 봄날의 따스한 햇볕을 받고 있다.
영상 13도 C의 따스한 날씨가 추위를 유난히 타는 아내와 같이한 봄나들이를 도와준다!
감사함을 가득 안겨준 오늘에 감사한다.
원섭이 친구가 얘기한 '완장 찬 놈'이다.
C발 놈! 텅 빈 곳에 사회적 거리두기도 한참을 더 넘게 띄었는데...
한 장 찍으면 곧 썰텐데...
그래도 꾹 다물고 아내는 바로 마스크를 다시 썼다.
'뭔가 좀...'이 아니고, 너무 過하다는 생각이기도 하고, 수긍도 된다.
ㅡ 엿같은 세월이다! 얼릉 지나가삐라!
사진이 맘에 안 든다기에 다시 찍자니
ㅡ ㅡ "김샜어...! 그냥 가!" 아내의 辯이다.
첫댓글 황혼의 여유를 만끽하는 부부 좋아요 용감해요
이 코로나 시기에 겁도없이. ㅎㅎㅎ
참으로 희한한 엇갈림었네 그려.
우리도 어제 오후 4시쯤에 인사동 골목을 어슬렁거렸고,
곧 낙원동 상가를 돌아서 아구찜 먹으러 갔었는데..
잘 하면 만날 번 했구만...
아슬아슬한 시간대 같은데...?
우리가 먼저 빠져나온 듯!
- 좋은 추억ㆍ인연 하나 될뻔....! 했는데...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