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북산과 산왕과의 경기에서 송태섭과 강백호는 믿을 수 없는 앨리웁 플레이를 성공시킵니다. 그 두 선수들 본인도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플레이에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지는 산왕의 공격에서 이명헌은 평범한 점프슛을 성공시킨 후 <슬램덩크> 최고의 명대사 중 하나를 남깁니다.
"같은 2점이다용."
그렇습니다. 하나는 환상적인 앨리웁 덩크, 다른 하나는 평범한 점퍼였지만 그 시점에서 두 팀의 점수는 2:2 동점입니다. 기록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겠죠. '강백호 2득점, 송태섭 1어시스트, 이명헌 2득점' 하지만, 이 두 번의 플레이가 과연 같은 것일까요. 기록, 즉 스탯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흔히 야구를 기록 스포츠라고 얘기하지만 농구도 그 못지 않게 기록을 중요시하는 스포츠입니다. 농구의 5-tool이라고 할 수 있는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락은 물론이려니와 필드골 성공률, 자유투 성공률, 3점슛 성공 개수 등등등. 거기다가 일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복잡한 공식에 대입해 나오는 수치들까지 포함하면 그 내용과 범위는 대단합니다.
스탯은 주관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당신에게 고졸 출신의 두 빅맨, 저메인 오닐과 콰미 브라운 중 누가 더 낫냐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오닐이 낫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별 고민이 필요없을 겁니다. 그냥 두 선수의 스탯을 보여주면 질문했던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겁니다. 좀 극단적인 예시였지만 스탯이 그만큼 객관적일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스탯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것은 농구가 수치만으로 읽을 수 있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많이 나오는 얘기지만 가넷과 던컨을 비교해봅시다. 두 선수 다 20-10을 기록하고 있지만 스탯 자체는 가넷이 조금 앞섭니다. 미세한 차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선뜻 가넷이 던컨보다 나은 선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던컨이 가넷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지요. 이것은 스탯만으로는 읽을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던컨과 가넷은 플레이 스타일이 다릅니다. 던컨이 착실한 개인기와 파워로 보다 센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라면 가넷은 7피트라고는 믿기지 않는 운동능력과 다재다능함을 바탕으로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오가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어시스트 빼고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두 선수의 스탯입니다만 이렇게 다릅니다.
실제로 던컨처럼 뛰어난 능력을 지닌 '묵직한' 빅맨들은 스탯으로는 볼 수 없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흔히들 공격파생효과라고 표현하죠. 샤크나 던컨 같은 빅맨들을 보유한 팀은 항상 상대의 더블팀을 유발할 수 있고 이것은 슈터들의 오픈 찬스를 가져옵니다. 샤크와 던컨이 빅맨치고 높은 어시스트 수치를 기록하는 것은 이런 효과죠. 최근의 예를 찾아본다면 지난 시즌 히트에서 뛰었던 데이먼 존스가 있습니다. 그의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3점과 관련된 스탯을 비교해보신다면 샤크가 만들어낸 공격파생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킥아웃 외에도 이들이 골밑에 있다는 사실은 슬래셔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샤크, 던컨과 함께 뛰는 웨이드, 파커, 마누 등 뛰어난 돌파력을 가진 선수들이 맹활약하는 데 이 두 빅맨의 존재감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러한 '존재감'은 스탯 '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또 한가지, 수비도 어느 정도 스탯의 범위를 벗어나 있습니다. 농구에서 개개인의 수비와 관련된 스탯은 블락이나 스틸, 리바운드 등이 있지만 농구에서 수비가 이 세 가지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드러납니다. 초라한 스탯을 기록하는 브루스 보웬이 매년 디펜시브 팀 멤버로 뽑히는 것이나 지난 시즌 스틸 1위를 기록한 래리 휴즈가 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된 것을 가지고 논란이 많았던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범위를 좁혀서 다시 수비에서의 빅맨 얘기도 빼놓을 수 없죠(그러고보면 빅맨은 정말 스탯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빅맨을 가진 팀이 대체로 수비가 뛰어난 것은 그 빅맨이 블락샷을 많이 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골밑에 서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좋은 빅맨은 팀 수비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죠. 골밑에 올라주원이, 혹은 무톰보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돌파해서 인유어 페이스를 시도할 강심장들은 많지 않습니다. 2개가 안되는 블락을 기록하고 있는 야오밍도 마찬가집니다.
그럼, 스탯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냐고 하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스탯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리그 평균 득점 선두를 다투는 아이버슨이나 코비는 훌륭한 공격수이고 리바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가넷이나 빅벤은 훌륭한 리바운더입니다. 키릴렌코나 모닝, 캠비는 신출귀몰한 샷블락커이구요.
결국 스탯은 경기를 즐기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자체가 틀리냐, 맞냐를 떠나서 말이죠. 하지만, 경기를 보지도 않고 스탯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서두에 썼던 것처럼 스탯은 황제의 라스트 샷이나 경기 시작 1분만에 터진 점퍼나 똑같은 2점으로 기록하니까요.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맞는말이죠~스탯은 구리지만, 팀에서 완전소중한 선수..누가 있을까요...흠..전 보웬과 나헤라 정도가 아닐까...합니다...
좋은글이네요.. 보웬 정말 다른팀의 입장에서는 얄밉지만 스퍼스팬들에게는 정말 완전소중이죠... 스텟은 별로이지만 다른 모든팀에서 탐낼만한 선수죠..
멤피스의 완전소중베티에도 있죠. 잘 읽었습니다 ^^ 자유칼럼란으로 고고!!
정말 좋은 글이네요..^^
충분한 칼럼급 글인데요^^
ㅎㅎ 잘읽었습니다..
피닉스의 벨도 좋은 수비수에요 ^^
댕댕~종을 울려라~ Bell~ ㅈㅅ;;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 이네요 .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