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를 하며 전기를 생각합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작은 인테리어 회사에 다닌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인테리어도 건설업인지라, 건설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다보니 전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이 눈에 뜨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입니다.
인 테리어 공사에서는 신축건물의 내장도 하고,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도 합니다. 인테리어라고 해서 모양만 예쁘게 바꾸는 건 아니고, 냉난방이나 전기 같은 설비공사도 병행하게 됩니다. 요즘 냉난방 설비를 새것으로 바꿀라치면 대부분은 100%전기로만 돌리는 천정형 냉난방기로 교체를 합니다. 가스나 석유를 연료로 하는 구형 스탠드형 냉온풍기는 완전히 사양되고 있는 추세지요. 화장실이나 싱크대에 온수를 쓰려면 대부분은 100%전기로 가동되는 전기온수기를 권합니다. 건물에 설치된 보일러에서 온수관을 끌어오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동파방지용 라디에이터도 모양은 옛날 것 그대로인데 자세히보면 전기로 작동이 됩니다. 가스 설비 인입이 까다로운 곳은 여지 없이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가 들어갑니다. 예전엔 고급콘도에서나 볼수 있었던 전기인덕션레인지, 요샌 어지간한 펜션에도 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신축아파트 단지의 외관을 장식하는 인테리어 요소의 정점에도 전기가 필수입니다.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경관 조명은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란게 생기기 전에는 아예 없었던 전기설비입니다. 언제부턴가 아파트 단지에도 전기로 가동되는 분수가 생기고 있고, 분수대 주변을 장식하는 시설물에도 빠짐없이 LED조명이 들어갑니다.
냄 새도 없고 부산물도 발생하지 않으며 사용하기 편리해 '청정에너지'라 칭송받는 전기에너지. 그런데 좋다고 해서 이렇게 마구마구 써도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전기나 다른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이미 상식이 된 시대입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안짝에 나타난 현상 -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난방까지 전기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는 꼭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전기를 열에너지로 쓸 때 제일 큰 문제는 열효율이 아주 낮다는 점입니다. 석유를 그냥 태워서 100만큼의 열을 얻는다면, 그만큼의 석유로 전기를 만들어 열을 얻으려면 고작 30밖에 얻지 못한다고 합니다. 열효율이 30%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죠. 다른 선택지가 분명히 있음에도,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전기가 난방의 대세가 되어버린 변화는 정상이 아닙니다. 전기가 아주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격효율'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우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름값은 최근 몇 년 사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데 비해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대도시에서는 돈만 낼 수 있다면 전기는 아주 쿨한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그건 대도시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대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는 모두 시골에 있습니다. 시골에서 대도시까지 전기를 보내려면 20층 건물 높이의 고압송전탑을 모든 길목에 세워야 합니다. 발전소 주변에서 삶을 계속 영위해야 하는 사람들, 송전탑 주변에 살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도시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십 수년 전,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당시의 일이 생각납니다. 발전소에 고향 땅과 바다를 내 준 대신 지어준 다리로 인천까지 거리가 가까와졌지만, 영흥도는 그때만해도 연안부두에서 배타고 한시간 넘게 가야하는 꽤 먼 섬이었습니다. 그 먼거리를 오가며 할아버지 할머니 수백명이 인천 답동 성당 농성장에 와서 근 1년을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며 싸웠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해 영흥 화력발전소에서 인천으로 전기를 보내는 길목인 남동구 도림동 작은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려하자, 역시 육칠십대 노인 수십명이 천막을 치고 몇 달 동안 반대운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두 싸움모두 주민들이 패배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겠지요. 영흥도에서는 마을 몇개가 없어졌을테고 도림동은 땅값 하락을 감내해야했을 겁니다. 그 분들이 보상을 얼마나 받았는지, 그래서 더 부자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점은 그 당시, 그리고 그 후로도 그 분들은 큰 고통을 당했고 당해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대도시에는 결코 발전소가 생기지 않고 고압송전탑이 들어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 리나라에서 전기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도시사람들이 달콤한 과실은 모두 취하고, 생산하는 지방민들이 모든 부담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건 불평등합니다. 결벽증이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양심은 이렇게 말합니다. 적정한 수준의 소비를 넘어 과도한 사치를 누리고 있는 도시의 전기소비는, 지속하는 것이 바로 죄짓는 일이라고.
첫댓글 국토의 방방곳곳 구석구석이
개발의 칼날에 속절없이 유린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 이상 뚫을데도 없이 넘쳐나는 도로 공사들도 문제지만
한전이 민영화가 되면서 오직 기업의 이익만을 위하여
원자력 발전과 연계하여
무분별하게 세워지는 고압송전탑의 폐해는
민중의 생존권 따위는 전혀 염두에도 두지 않는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들 모두 스스로 문명의 편리를 버리지 못하는
지나친 탐욕이 문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