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눈물의 세월 이겨낸 그라운드의 승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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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가출·부상·이별·대표 탈락 등 갖가지 사연 안고 꿈의 무대로… “16강 주역 되겠다” 야망 품고 승리의 그날 학수고대
태극전사 23명의 엔트리가 확정되었다. 비록 ‘주전 경쟁’이란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러야 하지만,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전 국민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궁금증도 대단하다. 안정환이 골을 넣고 커플링에 키스하는 이유는 뭘까. 또 이들은 어디서 머리를 할까. 이천수는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할까 등등. 월드컵대표팀의 감추어진 극비 사생활을 공개한다.
카리스마 홍명보가 여의도에 가지 않는 까닭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불리는 홍명보(34·포항 스틸러스)는 얄미울 정도로 자기관리를 잘한다. 매사에 빈틈없이 정확하며 허튼소리 안 하고 목표를 향해선 무서울 정도의 집념을 나타내는 그야말로 진짜 프로다운 선수다.
그런 그가 일본에서 생활할 때 1년에 한 번씩은 사정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바로 구단 납회식 후 갖는 연말 송년회 때였다. 그는 평소 일본 선수들 앞에서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통역을 이용했다. 그런 그가 송년회 자리에선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 유머까지 곁들이며 이런저런 농담을 풀어대는 모습에 일본 선수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원샷 문화’도 책임지고(?) 가르쳤다. 술을 마시려면 잔이 돌아야 제 맛이 난다는 설명을 곁들이며 원샷을 주도했는데 선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후 일본 선수들과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운동 선수들의 방송 출연이 지금같이 활발하지 않을 때, 그는 평소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TV에 출연해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 적이 있었다. 94년 미국 월드컵이 끝난 뒤 그는 정신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 했다. 그중 하나가 방송 출연. 히트는 개그맨 이영자가 버스 안내양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와 이영자와 함께 춤추는 모습을 선보였던 일. 밤을 새우며 한국팀의 선전을 응원한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서비스였지만 돌아온 반응이 의외로 냉담했다. 대표선수의 행동치고는 너무나 가벼워 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그 후 여의도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월드컵 4회 연속 출전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누구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는 동생을 이기지 못하는 장남 성민이(5)와 형을 ‘밥’으로 보는 차남 정민이(3), 그리고 남편 이름 앞세우고 나서길 끔찍이 싫어하는 아내 조수미씨(29)를 책임지는 가장이기도 하다.
거미손 김병지 부부의 축구팀 만들기 작전?
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이 서울 남산의 타워호텔에서 합숙하던 시기에 힘든 훈련을 마치고 저녁식사 후 가벼운 산책길에 나섰던 김병지(32·포항 스틸러스)는 뜻하지 않는 봉변을 겪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꽁지머리를 모자로 감추고 장충단공원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나타나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가는 게 아닌가. 너무나 놀란 그는 거듭 경위를 물었지만 경찰들은 묵묵부답. 차안으로 들어가서야 사정을 듣게 된 김병지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공원에서 그를 본 한 시민이 경찰에 몽타주와 비슷해 보이는 신창원이 장충단공원에 있다고 신고했고, 즉시 출동한 경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체포부터 했던 것이다.
톡톡 튀는 개성과 헤어스타일로 인해 패션쇼 모델과 광고에 출연하며 그라운드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끼’를 충분히 발휘한 그가 가장 욕심내는 CF가 있다고 한다. 바로 ‘세콤’ 등 보안시스템과 관련된 광고 모델. 철통보안, 철벽수비 등의 골키퍼 이미지와 보완시스템의 회사 이미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CF를 찍을 경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 때문.
아내 김수연씨와의 사이에 태백이(5)를 둔 그는 6월 중순경 둘째 아기를 볼 예정이다. 둘째는 성별에 관계없이 ‘산’이라고 이미 이름을 지어놓았다. 아이 욕심이 유난히 많은 이들 부부는 둘째 출산 후 셋째를 위해 또 노력(?)할 거라고. 아마도 자식들을 베스트11으로 구성, 축구팀을 만들려는 것 같다.
황선홍이 아내에게 보낸 눈물의 메시지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홍명보가 ‘실크로드’를 달려왔다면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은 ‘비포장 도로’의 전형을 보여준다. 스트라이커로서 최고의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견뎌내기 힘든 슬럼프를 겪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절절히 느껴왔다. 성장기도 축구인생만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잊을 수 없는 일생일대의 사건은 어머니의 가출. 여덟 살 때 집을 나간 후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 우연히 만날 수 있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접은 지 이미 오래인지라 미움도 안타까움도 없이 다시 보내드릴 수 있었다고 한다.
택시운전을 했던 아버지는 혼자서 축구선수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다가 6년 전 병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대신해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장인이었는데, 장인마저 사위의 변화무쌍한 인생살이에 마음 졸이고 가슴 아파하다가 지난 4월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 5월 초엔 유일한 핏줄로 남아 있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는 등 시련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독일 2부리그 부퍼팔에서 활약할 당시 만났던 독일 유학생 정지원씨와 94년 결혼, 슬하에 1남1녀를 둔 그는 축구와 가족이라는 명제 앞에선 유독 강한 남자로 변신한다. 특히 빙부상과 조부상을 당한 뒤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커졌다.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중 그는 생애 최초로 아내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너를 끝까지 지켜줄게. 정말 사랑한다.’
튀는 이천수 “나도 예쁜 마누라 얻고파”
‘밀레니엄 스타’ 이천수(21·울산 현대)에 대한 이미지는 그를 취재한 기자마다 똑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 같다. 바로 ‘맹랑하다’는 것. 징그러울 정도로 말을 잘하고 어떤 자리에서도 기죽지 않으며 때론 가당치 않아 보이는 희망사항 등을 거침없이 쏟아낼 때는 그의 실제 나이와 경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가 히딩크 사단에 합류하기까지엔 7개월여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넘나들며 ‘대박’을 노렸다가 ‘쪽박’을 차게 되자 기댈 곳은 대표팀밖에 없었다. 당시 몇몇 축구 전문가들이 국제무대 경험이 없는 선수가 어떻게 월드컵같이 큰 무대에서 제대로 공을 차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칠 때 ‘안 뽑고는 못 견딜 것’이라며 큰소리쳤다.
올림픽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99년 9월, 타워호텔에서 합숙중인 대표선수들과 상견례를 할 때였다. “부평의 명물, 이천수라고 합니다. 저는 중앙에서 골 넣는 것을 좋아하고요, 중앙 돌파도 아주 뛰어나답니다. 혹시 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질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선수들은 자지러졌다. 고종수를 능가하는 ‘물건’을 만난 기분이었던 것.
아무리 하늘 같은 선배라도 하기 싫은 일은 자신 있게 ‘노’(NO)라고 말한다는 그에게 선배가 어렵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활짝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정환처럼 ‘엄청난’ 미인을 아내로 맞이할 수만 있다면 월드컵 끝나고 당장이라도 결혼식 올리겠다는 그가 과연 어떤 여성을 아내로 맞아들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차두리의 이상형은 어머니 오은미씨
3년 전 고려대 운동장에서 차두리(23·고려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인터뷰 전까지만 해도 왕년의 축구스타였던 아버지 차범근씨(MBC 축구 해설위원)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내성적이고 무뚝뚝한 청년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당시 대학 신입생다운 패기와 적극성, 자유스러움 등을 무기로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미팅하러 나갔다가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놀라는 여성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유명한 아버지를 둔 스트레스보다는 아버지의 유명세를 이용하며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 그는 누구의 아들이란 타이틀을 아예 떼어버렸다. 선배를 하늘로 모시고 청소도 도맡았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화장실 청소를 하러 다녔다. 다른 동기들이 ‘땡땡이’를 쳐도 고집스럽게 청소와 선배들 심부름을 도맡았다. 이유는 차범근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때문에 운동생활하며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지우기 위해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는 술을 꽤 좋아한다. 신입생 때는 필름이 끊기도록 술에 취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선수가 되고 나서는 자제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여성에 대한 관심도 만만치 않다. 좋은 여성만 있다면 일찍 결혼하고 싶다. 모델은 어머니 오은미씨 같은 스타일. 하지만 요즘에 남편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여성은 흔치 않을 것 같아 그리 기대하지는 않는다. 당장은 월드컵이 코앞에 닥친 상태라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며 세계적인 축제에 발을 내디딜 수 있기만 간절히 바랄 뿐이다.
‘순진남’ 송종국, 월드컵 때문에 여자친구와 결별
지난해 연말 각종 프로축구 시상식 때마다 신인왕 수상자로 바쁜 움직임을 보였던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의 옆에는 그림자처럼 함께 다니는 두 사람이 있었다. 친형 종환씨와 두 살 연하의 여자친구였다.
그런데 한 시상식장에서 사회자가 애인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엉겁결에 “없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벌써부터 방송용 멘트에 길들여진 것 같아 내심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나중에 확인한 결과 여자친구가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얼마 전 그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말았다. 계속되는 합숙생활로 데이트는 꿈도 꾸지 못했고 자주 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이런저런 오해가 쌓이면서 틈이 벌어졌던 것. 아픔을 머금고 이별의 길을 선택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사랑이란 카드가 월드컵이란 대세 앞에서 속절없이 주저앉고 만 것이다.
그는 원래부터 내성적인 성격이다. 무슨 놀이 자리나 파티 등에서 노래를 시키면 남 앞에서 노래부를 만한 배짱과 오기도 없는 ‘샌님’이다. 부끄러워 숨고 수줍어서 뒤로 물러서 있는 ‘남자답지 못한’ 행동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성격을 고치기란 어려운 법. 그런 그에게 월드컵대표팀에 발탁된 일은 행운이었다. 좋은 플레이를 펼쳐 각종 매스컴의 주요 인터뷰 대상자로 꼽히고 보니 마이크 앞이나 기자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그렇게 입담은 늘었지만 지금도 노래부르라고 시키면 앞장서 나가지 못한다는 ‘순진남’이기도 하다.
최용수 속내 들으려면 심야 전화가 딱이야!
외모로만 봤을 때 최용수(30·제프 이치하라)는 아주 냉정해 보여 ‘인정머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그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못해 무섭게 보일 정도다. 간간이 그에 대한 사적인 평가마저도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게 중론.
몇몇 기자들이 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를 요청하면 거절하기 일쑤고 사진촬영 때는 도통 사진기자의 주문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이런 그가 진중하게 인터뷰에 임할 때가 있다. 바로 전화통화에서다. 그는 얼굴 맞대고 인터뷰하는 것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프로 데뷔 초기나 J리그에서 활약하는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밤늦은 시각 전화로 인터뷰하면 평소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이 술술 나온다. 낯을 가리고 쑥스러움이 많으며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가끔 인터뷰하다 시종일관 단답형으로만 진행되면 과감히 인터뷰를 접고 저녁에 전화하자고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그만의 솔직함으로 전화 인터뷰에 응하곤 했다.
그의 어머니 윤호임씨는 월드컵보다도 아들의 결혼문제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에서 혼자 생활하는 아들이 어머니에게는 ‘걱정거리’로 남아 있기 때문. 윤씨는 내조 잘하고 얼굴까지 예쁜 여성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 가득하다. 도대체 내 아들은 왜 저런 여자를 구하지 못할까 싶은 안타까움 때문이다.
안정환의 헤어스타일은 아내 작품
잘생긴 얼굴로 뭇 남성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지아)이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내 이혜원씨와 결혼하기까지엔 숱한 난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씨 가족의 거센 반대. 축구선수를 사위로 맞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람을 어떻게 믿고 딸을 맡길 수 있느냐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씨의 큰외삼촌이 목사로 재직중이고 이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권사와 장로로 활동할 만큼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는 점도 큰 걸림돌이었다. 불교를 믿는 남자 집안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 더욱이 안정환 어머니의 불분명한 행적으로 인한 온갖 구설수는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어렵게 결혼 승낙을 받아냈다. 특히 이씨의 고집엔 부모마저 두 손 들 정도였다.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이씨 부모도 그를 직접 만나본 뒤론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씨의 어머니 전봉숙씨는“무척 솔직한 사람 같아 보였다. 평소 들은 소문들에 대해 물어도 주저 없이 대답했고, 순간을 모면하려고 사탕발림 같은 말을 하지 않아 믿음이 갔다”며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아내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이탈리아에서 주로 하고 다닌 장발은 아내가 직접 다듬어준 것이었고, 지금의 ‘아줌마 퍼머’는 귀국 후 커트하려고 미용실을 찾았다가 아내의 감언이설에 속아 머리를 맡긴 게 뽀글뽀글한 아줌마 스타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요즘 이 헤어스타일이 대유행이라고 한다.
코치 뺨치는 식견의 유상철 부인
골키퍼만 빼놓고는 안 해본 포지션이 없을 만큼 대표팀의 전천후 플레이로 활약하는 유상철(31·가시와 레이솔)에게 동갑내기 부인 최희선씨는 든든한 지원군이요, 냉철한 비판가다. 오랜 연애 기간 덕분에 축구에 관해서라면 박사 소리 들을 정도로 해박할 뿐만 아니라, 남편의 플레이만 봐도 컨디션을 눈치챌 만큼 뛰어난 안목을 자랑한다.
경기 후 집에서 비디오를 같이 보며 남편이 놓쳤던 부분들을 짚어줄 때는 전문가 이상의 식견으로 핵심을 꼬집기도 한다. 일본에서 합숙이 시작되면 손수 도시락을 들고 숙소까지 배달하는 열혈 내조로 유상철을 감동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 낳고 몸매가 예전 같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아내를 위해 일류 모델보다 멋진 몸매를 가졌다며 입바른 칭찬을 흘리고 혼자 육아를 도맡은 아내의 수고를 염려해 시간 날 때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자상함이 눈에 띈다.
그는 특이하게도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했다. 체육과의 경쟁률이 치열해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에 영문과를 희망했으나 친구가 중문과에 같이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그냥 따라갔던 것. 당연히(?) 수업은 거의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시험만큼은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치렀다.
그렇다고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이름과 학번만 쓰고 백지를 제출하기 일쑤였지만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둔다는 일관된 생각을 밀고 나갔다. 대신 꼭 빠뜨리지 않고 쓰는 말이 있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