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滿足 보고서
송봉현 이사
-토론
경영연구원장의 ‘아름다운 관피아’론에 거푸집 토를 달자면 과우봉사단 참여는 또한 행복나무를 키우는 운동이다. 과우회장 경영연구원장 봉사단장 모두 참석한 이 번 1박 2일의 대전 연찬회도 토론과 힐링이 융합된 절묘한 수련회 였다.
누적된 과학관운영경력에서 도를 터득한 듯 확신에 찬 과천과학관장의 특강 <과학관의 변화> 내용은 심오했다. <찾아가는 과학교실> 수요자 소감분석과 <과학관 자원봉사>의 경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토론회는 불꽃이 튈 뻔한 열기를 느꼈다. 마무리 토론을 주재한 김 선배는 불꽃이 화재로 번지지 않게 진화 하느라 애를 썼다. 두 분임으로 나누어 문제 제기와 갑론을답은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종합토론은 분임토의의 중복성 측면이 있기도 했지만 그 깊이가 뿌리까지 내려갔다. 튼실한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현장의 환경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여건에 대한 방법론까지 끄집어 낸 고뇌에 찬 논의는 다음 일정까지 미루는 팽팽한 줄다리기였다.
-뿌리공원
대전 중구 변방 나지막한 만성산 일대는 뿌리공원 효의 마을이 조성 되어 있다. 대덕연구단지에서 네 차례를 합치면 5년 이상 근무 했지만 처음 가본 곳이다. 얘기는 들었지만 그곳은 한국 사람이면 한 번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이름대로 자신의 뿌리를 더듬는 곳이다. 각자 자신들의 조상 내력을 찾는다고 136기의 비석을 찾아 부산했다. 땀을 흘리고도 못 찾아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뿌리공원은 더 보완해 가야 할 미완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좌청룡 언덕엔 효 마을이다. 우리나라 효의 변천과정을 짚어 볼 수 있다. 우백호 산자락은 성씨는 같아도 본관에 따라 다른 뿌리 돌비가 즐비하다. 한국족보박물관이 있고 생태숲 삼림욕장이 곁들여 있다. 청룡과 백호 사이를 흐르는 하천엔 고무 댐을 설치하여 푸르고 넉넉한 물로 금상첨화의 경관이다. 그 물 속엔 고기 떼들이 유유자적하고 호랑이와 용 그림자가 어우러졌다.
- 국립중앙과학관
두 째 날 아침 토론장 겸 숙소인 과학캠프관을 나와 지난날의 책장을 넘기며 과학관 정원을 산책했다. 1985년 과장으로 승진하여 부임한 과학관. 직원들과 어울려 전시장 관리 안내 과학전람회 발명품경진대회 등 업무수행은 재미있었다. 지방학생과학관장과 속 터놓고 대화하고 신도리코 후원을 받아 과학사진촬영대회를 개최하기도 한 즐거운 날들이었다. 와이 관장은 ‘국립중앙과학관 건설은 은퇴 후에 사랑방 얘깃거리’로 남을 것이라고 한 말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가로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설 책임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뜻밖이었고 내 성격에 전혀 맞지 않은 업무였다. 내 집의 수리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예산을 따와 건설과 전시물 제작 직제를 키우는 일. 필자는 이 분야 소양 경험 꾀도 없는 무식쟁이였다. 회계업무도 기피해온 풋내기였다.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모든 일들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한계였을 것이다. 1987년 봄부터 1990년 10월 9일 준공식까지 끙끙대며 지긋지긋한 터널을 통과 했다. 그것은 악몽 같았다. 좌 우 동료와 후배들에게 알지도 못한 사나운 놈으로 찍힌 것은 아니었을까. 준공 뒤 노태우 대통령 박준규 국회의장 등 요인들이 다녀간 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꼼꼼한 종합감사에 휘둘리고 본부로 떠나면서 다시 와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생활 중 가장 어려운 훈련장이었던 곳. 삶을 관통한 공직도 떠났고 24년이 훌쩍 지났다. 산책길에 짚이는 것은 준공 뒤 수많은 관장님들과 후배들이 애쓴 결과의 빛이다. 추가로 건축된 건물 전시물 등은 떠오르는 아침 해 같이 밝은 빛이다. 어제 둘러본 수장고의 항온항습 시설과 표본들. 보완된 전시물 들은 준공 시 미흡하고 남긴 흠결들을 보완해준 듯 감사하고 반가웠다. 가느다란 넝쿨장미를 울타리 따라 심으며 서무계장과 직원들의 끙끙대던 정경이 다가선다. 직원들 땀방울이 배인 넝쿨장미 밑 둥은 아기 팔뚝만큼 굵어졌다. 나무들은 숲을 이루고 숲으로 어우러진 속의 건물은 아늑하고 참 아름답다. 큰길가 쪽에 둔덕을 만들자는 김 관장의 제의를 예산 땜에 어렵다고 했다가 물러서 챙긴 건 참 잘했다. 멋스러움과 방음효과도 있지 싶다. 야외전시물도 다양하게 가득 채워졌다.
과거에 대한 회한과 새 모습의 과학관의 흐뭇함이 교차한 가운데 첨성대 앞에 이르렀다.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돌로 쌓아올린 첨성대. 실물 크기로 발주된 전시물을 맡은 전시물제작업자의 고충 담이 빙그레 웃음으로 떠오른다. 실측을 하려는데 관리 당국과 협의하고 사정을 해도 허용되지 않아 달밤에 몰래 들어가 줄을 늘어뜨려 실측을 했다고. 그 기발한 전시물 제작업자는 그 뒤 사업을 더 확장 했을까. 이 큰 일판이 벌어진 상황에서 발령받은 관장님들은 웃음과 의욕을 품고 부임했다. 하지만 2-6개월이면 회한을 안고 떠나는 안타까운 1급 공무원 탈의장이었다. 브리핑을 반복하던 필자는 현장을 도외시 한 참으로 힘 빠지게 하는 부적절한 인사행태로 보였다. 하지만 인사권자로선 그 시대를 넘는 불가피성이 있었을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 첨성대>
- 계족산 황톳길
평일인데도 그곳엔 등산객들이 많았다. 산 입구에서부터 신과 양말을 벗고 한밭의 대표기업 (주)맥키스 회장이 깔아놓았다는 황톳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름 길과 둘레 길을 합한 형태의 길이다. 어느 산을 가던 숲길인 우리강산. 부드러운 황토 흙을 밟고 걸으며 나눈 담소 속에 익살과 비늘이 살아 움직인다. 얼마 쯤 되는 길일까. 오르고 돌고 하는 길이 2킬로미터는 넘지 않을까. 정상 아래를 휘돌아 내려온다. 최종 다섯 분으로 남아 황톳길을 걸으며 권형은 ‘맨발의 청춘’ 이 떠오른다 했다. 강 박사는 듣고 보니 젊음이 살아난다는 추임새를 넣었다. 계족산 황톳길. ‘만족滿足’ 이란 단어의 발족 자 음미로 이어졌다. 더할 나위 없이 채워짐을 만족이라 한다. 거기 붙은 발 족자. 그것은 발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 발이 즐거워야 행복으로 이어진다. 가당치도 않을지 모를 대화로 이어지며 맨발의 황톳길 걸음은 즐거웠다. 계족산 가는 길 버스 안에선 유머 겨루기 국선도 마무리 시연도 있었다. 닭다리 산에 닭다리 점심 모두 발(足) 판이다.
이 번 과우회 봉사단 연찬회는 과우회 사무국의 치밀한 준비. 토론과 뿌리 찾기 힐링 걷기로 가득 채운 ‘만족’이라는 보고서를 남긴다. 함께하지 못한 분들에겐 아쉬움을 안기고 다음 기회엔 더 넘치기를 기원한다.ㅎ
<계족산 황톳길에서>
첫댓글 1박2일 연찬회 이모저모를 "만족 보고서"로 소상히 올려주셔 감사합니다.
여러가지 상념에 만감이 교차하였을 시인님의 빈틈없는 스케치, 오감만足입니다.
자세하게 올려주셨네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참, 시인답습니다. 스스로의 발자취를 겸한 연찬회 만족 보고서 감사합니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손때가 묻은 중앙과학관을 돌아보시면서 얼마나 감격스러우셨을까!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게 공감의 글을 올려 주셔서 즐감하며 감사드립니다.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이 커집니다.
송시인의 만족보고서를 보고 과우회원들이 얼마나 멋지고 값지게 사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멋지고 값지게 살아가고들 계십니다. 이를 송시인의 만족보고서에 담아내니 공감에 더하여 더욱 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