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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0
s#1. 난정모 집 마당
난정, 추궁하듯 난정모를 쏘아보고 섰다.
난정모 : ..난정아, 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이러느냐?
난정 : (간절한 눈빛)..어머니, 분명히 말씀해 주세요..전 누구 딸이어요?
난정모 : (보다가 어쩔수 없다는 듯)..오냐..내 다 말해줄테니 들어오너라.
난정모, 걷던 빨래를 툇마루에 놓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난정모의 뒤를 따른다.
s#2. 편전 방 안(-9회 s#89의 계속-)
중종, 당황한 기색으로 조광조를 본다.
중종 : 조정언은 어인 연유로 대사헌과 대사간을 파직하라 하는가?
조광조 : (결연하다) 근자에 전하께오서 내리신 구언을 받들어 담양부사 박상과 순창 군수 김정이
충성된 상소를 올린 바 있사옵니다. 하온데 언관을 맡은 양사의 대간들은 그들의 의로운 뜻을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을 죄주라 간하였사오니 앞으로 감히 어느 신하가 전하를 위해 바른 말을 할 것이며,
어떤 선비가 순국할 수 있겠사옵니까?!
유순, 정광필, 신용개, 장순손, 김전과 육조의 판서들은 경악과 불안감으로,
대사헌 권민수와 대사간 이행은 당혹과 분노로,
안당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석의 조광조를 주시한다.
조광조 : 대간이란 재상이 죄 주기를 청하더라도 언로를 생각하여 구제 해주어야 마땅한 일인데
이들은 도리어 직분을 망각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여론을 짓밟는 폭거를 자행하였사옵니다!
대사헌과 대사간은 전하를 불의에 빠뜨려 성덕에 누가 되게 하였사오니,
반정을 하시어 나라를 바로 잡으시려는 전하의 대업은 이제 만대의 조소를 면치 못하게 되었사옵니다!!
중종 : (일그러진다)..음!!
조광조 : 전하! 대사간과 대사헌을 파직하시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잡으시옵소서!
편전 안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한 긴장감속에 정적이 흐른다.
일동, 당장이라도 불호령이 떨어질 듯한 중종의 얼굴을 긴장하여 보는데.
중종 : ..조정언이 언로를 위하여 말하는 뜻은 옳도다, 허나 양사의 파직은 조정의 중대사이니
과인이 대신들과 의논한 연후에 비답을 내리겠노라.
일동 : (중종의 뜻밖에 반응에 술렁거린다)...?!
중종 : 오늘 조강은 이만 파하니 물러들 가시오.
조광조 : ...!!
s#3. 난정모 집 방 안
난정모, 앞에 앉은 난정에게 차분하게 말한다.
난정모 : 난정아, 네가 어디서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넌 분명 대감마님의 핏줄이다.
이 어미가 열달 동안 배앓이를 하여 낳은 내 딸이고!
난정 : (의구심 풀리지 않는)..하지만..갖바치 아저씨네서 듣기로는...?
난정모 : 네가 누구 젖을 먹고 자랐는지 벌써 잊었단 말이냐?!
난정 : (반신반의)...정말이어요?..대감마님께서 분명 제 아버님이셔요?
난정모 : 아니, 어찌하여 네가 에밀 못 믿는 것이냐?! 허면 어미가 대감마님을 기망하였단 말이더냐?!
난정 : (찔끔)...!
난정의 얼굴위로 후레쉬 백 되는 정윤겸의 얼굴(3회 s#38의)
정윤겸 : 애비도 너만할 때 책을 읽으며 밤을 새운 적이 많았느니라..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이로구나, 허허.
난정(E) : ..맞아 대감마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어...하지만..(난정모를 다시 보는데)
난정모 : (오금 박듯) 네 실성한 것도 아니고 어찌 그런 망발을 하는게냐?
난정 : (풀이 죽어)..어머니..제가 잠시 헛것이 씌였나봐요..
난정모 : 나가서 빨래나 걷어오너라.
난정 : ..예..(일어서서 방문을 열고 나간다)
난정모, 이제까지의 냉정한 태도가 무너지며 죄책감에 깊은 탄식을 흑- 내뱉는다.
s#4. 성문 앞 길
파릉군, 천서방이 견마를 잡은 당나귀를 타고 도성안으로 들어온다.
s#5. 자운아 기방 대문 앞
파릉군이 천서방의 도움으로 당나귀에서 내린다.
옥매향, 대문밖으로 나오다가 파릉군을 본다.
옥매향 : (반갑게) 나으리! (달려와 조아리며) 나으리, 기간 무고하셨습네까?
파릉군 : 오냐, 매향아, 너도 잘 있었느냐?
옥매향 : 예, 오마니께서 나으리 오실날만 목빼고 기다리고 계셨습네다.
파릉군 : 허허, 그래, 들어가자. (천서방을 보며) 천서방, 자넨 이길로 안국동 계산군 댁에 들러 뫼시고 오게.
천서방 : 예. 대감마님.
파릉군, 옥매향을 따라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골목 한편에서 중치막이 움찔 놀란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본다.
s#6. 자운아 중문 안 마당
옥매향, '오마니-오마니-' 호들갑스럽게 들어온다.
그 뒤를 따라들어오는 파릉군.
옥매향 : (안채 방쪽에다) 오마니, 텬하데일 풍류객께서 오셨시요!
자운아(E) : 뭐이 어드레, 뉘가 오셨어?
자운아, 안방 문을 열고 후다닥 나온다.
파릉군 : 잘 있었는가?
자운아 : (버선발로 달려나와 파릉군 품에 안긴다)..대감, 기동안 기별 한번 주시디 않고 너무 박덩하시옵네다.
(눈물 글썽하여) 이 년 애간당이 까맣게 타버렸습네다.
파릉군 : 허허, 내 자넬 못잊어 이리 오지않았는가?
자운아 : (눈물 찍어내며)..날래 안으로 드시라요.
자운아, 파릉군을 인도하여 안 방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흐믓하게 보다가 벗어놓은 파릉군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
s#7.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김전, 홍경주, 안당과 남곤이 앉아있다.
안당 : 전하, 조정언의 주청엔 그릇됨이 없사옵니다. 대사헌과 대사간은 언로를 봉쇄하여 임금을 어두운 길로 빠지게 하려는
간악한 소인배들이옵니다. 박상과 김정을 신원하시고 대사헌 권민수와 대사간 이행을 파직시키시옵소서!
남곤 : 전하! 조광조가 정언의 신분으로 양사의 파직을 주청드린것은 공명심을 탐하여 유생들의 구상유취한 사언에
부화뇌동한 것이옵니다. 조광조와 사림들은 자신의 뜻과 다르다하여 배척하는 붕당의 조짐을 보이고 있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붕당?!
남곤 : 예, 전하! 군주의 위엄을 보이시어 조광조와 붕당의 무리에게 철퇴를 내리시어
조정의 기강을 엄히 바로 잡으셔야하옵니다.
안당 : 그 무슨 가당치 않은 말씀이오! 붕당이라니?!
홍경주 : 허면 목숨을 걸고 전하를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을 죄주란 자들이 붕당의 무리가 아니면 뭐란 말이오?!
안당과 홍경주, 남곤의 노기띈 설전이 계속되는 속에서
정광필과 김전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 중종의 모습 위로.
해설(NA) : 언론 보장을 위해 대사헌과 대사간을 파직하라는 조광조의 주청으로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쟁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앞으로의 정국은 폐비신씨를 복위시키려는 사림들과
후궁들중에서 새중전을 앉히려는 훈구공신들 간에 정치생명을 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예고했다.
s#8. 대궐 일각
김전과 김안로가 걸어온다.
김안로 : 조광조가 인물은 인물이옵니다. 조광조의 한마디에 조정이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우니 말이옵니다.
김전 : (한숨) 허, 큰 일이다. 훈구공신들이 자신들이 폐위시킨 신비를 복위시킬리 만무하고,
사림들도 만만히 물러설 것 같지 않으니... 이 나라 조정이 어찌 될지..?
김안로 : (남의 말하듯) 대의명분은 사림들쪽에 있고 조정의 권세는 훈구공신들이 쥐고 있으니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치겠지요.
김전 : 허면 넌 명분과 권세중에 어느 편에 서려느냐?
김안로 : (요태 흐르는 미소) 시생은 오직 전하의 충성스런 신하일 뿐이옵니다.
s#9. 갖바치 집 전경
갖바치(E) : 멀쩡한 사람 잡을 소릴 하려거든 당장 내 집에서 나가!
s#10. 동 갖바치 아랫방
갖바치가 근엄한 얼굴로 방백인과 당골네를 꾸짖고 있다.
당골네 : (거짓 눈물)..산후발한으로 몸도 성치 못한 년을 내치시겠다니요? 흑흑..
방백인 : 형님, (당골네 가리키며) 이 여편네가 주책이 없어 나불댄 것이니 한번만 용서해주시오.
갖바치 : 자네 둘이서 멀쩡한 아이의 전정을 망치려 함인가?!
방백인 : ..아,아닙니다요, 형님.
당골네 : (눈치보며 혼잣말)..난정이가 대감의 씨가 아닌 것 같은데..?
방백인 : (버럭) 이 여편네야, 주둥이 닥쳐! 눈밭으로 쫓겨나고 싶어 이러는게야?!
당골네 : (찔끔 꼬리 사리는)..내 언제 뭐라했소..?
난정모(E) : 계신지요?
갖,방,당골네 : (방문쪽을 돌아본다)
s#11. 동 갖바치 마당
난정모, 굳은 얼굴로 마당에 서 있다.
갖바치 : (아랫방문을 열고 나오며) 아주머니, 오셨습니까? 안그래도 찾아뵈려던 참이었습니다.
난정모 : (뭔가 결연한)..내 당골네와 단 둘이서 긴히 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갖바치 : ..?
s#12. 자운아 기방 안채 방안
파릉군과 이세진(계산군)이 앉아있다.
파릉군 : 허면, 종친부에선 신비마마의 복위쪽으로 공론을 모았단 말인가?
이세진 : 예, 신비께오서 반정공신들의 횡포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쫓겨나시었으니 이번에 마땅히 복위를 하셔야지요.
파릉군 : (끄덕이며)..음..원자아기씨를 위해서나 잘못된 정사를 바로 잡는 명분으로 보나 그리 되시는게 도리에 합당하겠지.
이세진 : 대감께서 종친들의 뜻을 전하께 아뢰주시면 큰 힘이 될것이옵니다.
파릉군 : ..그렇게 함세. 그전에 내 신비마마부터 뵈어야겠네.
s#13. 갖바치 아랫방 안
난정모가 굳은 얼굴로 당골네를 쏘아보며 말한다.
난정모 : 십년전엔 날 죽이려고 하더니, 이젠 난정이한테 까지 해꼬질 하려는겐가?!
당골네 : 거 생사람 잡을 소리 마슈!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게요?!
난정모 : 한번 만 더 난정이 출생에 대해 요망한 혓바닥을 놀리면 내 자넬 가만두지 않겠네.
당골네 : (고개 꼬며 '흥!') 가만두지 않으면 어쩔테요?
난정모 : 당장 금부로 달려가 십년전 일을 발고하겠네.
당골네 : (당황) 바,발고라니?!..허면 댁도 무사치 못할 텐데..
난정모 : 에미가 자식을 지키는 일인데 무엇이 두려울까! (일어서는데)
당골네 : (놀라) 아이구?! (난정모 치맛자락을 붙들며) 이,이보오, 장흥댁..그러지 말고 우리 둘이 마님께 한몫 떼어 달라고 합시다.
마님도 섯불리 거절 못하실게요. 어떻소?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 아니오?
난정모 : (휙- 살기 번뜩하게 쏘아보며) 네 이년! 금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당골네 : (기세에 질리는)..아이구, 장흥댁, 잘못했소..내 앞으론 난정이 난짜도 뻥끗안하리다!
난정모 :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내 네년을 두고 볼것이야! (휙 나가버린다)..
당골네 : ..어휴, 얌전한 여편네가 독기를 품으니 소름이 다 끼치네...
s#14. 신씨 사가 대문 앞
파릉군이 천서방을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라 온 중치막이 심상치 않은 눈길로 본다.
s#15. 신씨 사가 안채 방안
폐비신씨와 파릉군이 찻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신씨 :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거늘, 지금에 와서야 이 사람을 폐위시킨 공신들의 시비를 가리는 일로 조정이 시끄럽다니요..
파릉군 : 잘못된 정사는 십년이 아니라 몇백년이 흘렀어도 바로 잡아 후대에 경계로 삼아야지요.
신씨 : (한숨)...전하께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그게 걱정이옵니다.
파릉군 : 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인연을 어느 누가 끊을 수 있겠사옵니까? 반정공신들의 폭거로 생이별 당하신 마마의 고통을
전하께오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테오니 반드시 복위 전교를 내리실 것이옵니다.
s#16. 편전 방 안
중종, 조광조와 면대를 하고 있다.
중종 : 과인이 어찌 조강지처에 대한 정을 잊었겠는가? 허나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조정의 중대사를 처결할 수는 없음이야..
조광조 : 전하, 폐비를 복위하시는 일은 전하의 사사로운 정이 아니오라, 잘못된 정사를 바로 잡고
대의를 다시 세우는 일이옵니다. 폭군을 몰아내고 종묘사직을 바로 세우겠다는 반정의 대의는
신비를 폐위시킨 일로 명분을 잃고 단지 반정공신들의 탐욕스런 거사로 기록될 수도 있사옵니다.
전하, 폐비를 복위시키시어 이 나라 도학정치의 초석을 놓으시옵소서.
중종 : 과인도 조정언과 더불어 도학정치를 펼쳐 만대의 성군으로 기록되고 싶다.
허나..과인을 보위에 추대한 정국공신들의 충정을 어찌 저버릴수 있겠는가? (괴로운 한숨을 내 쉰다)...
s#17. 남곤 사랑채 방 안
심각한 얼굴의 남곤과 심정 앞에 중치막이 앉아있다.
남곤 : ..허, 이 미묘한 시기에 파릉군이 돌아와 폐비를 만나고 있다니..
심정 : 징조가 심상치 않소이다. 만에 하나 종친들이 폐비를 복위시키라는 사림들의 주장에 합세한다면...?
남곤 : (연상을 쾅 내려치며) 아니될 말이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파릉군이 전하를 알현하는 것을 막아야 하오!
심정 : (흠짓 보며)..하오면?..역시..
남곤 : (끄덕이며)..음..(중치막을 보며) 자네, 이리 가까이 오게.
중치막 : 예. (무릎 걸음으로 남곤에게 다가간다)
남곤 : (중치막에게 은밀한 귓속말을 한다)
중치막 : (번뜩이는 눈빛으로 한쪽을 휙 돌아본다)...!
s#18. 신씨 사가 대문 앞 (밤)
파릉군과 천서방이 대문밖으로 나온다.
파릉군, 앞장서서 가면 천서방이 그 뒤를 따른다.
뒷편에서 복면을 쓴 사내가 눈을 번뜩이며 본다. 중치막이다.
s#19. 다른 골목길 (밤)
파릉군과 천서방이 걸어온다.
파릉군 : (하늘을 보며) 달빛이 참으로 좋구먼...내 그동안 신비마마를 뵈올 낯이 없었는데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겠구만..
하는데 골목 옆에 숨어있던 복면을 쓴 자가 파릉군 앞으로 휙 뛰쳐나온다.
복면, 단도로 파릉군의 옆구리를 푹 찌르고 골목 저편으로 후다닥 튄다.
파릉군, 배를 움켜잡고 바닥에 쓰러진다.
천서방,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어쩔줄 몰라 파릉군을 부축한다.
천서방 : 대감마님! 대감마님!
파릉군 : (고통스럽게 신음소리를 내다가)...으.으..(정신을 잃는다)
s#20. 대궐 편전 방 안 (낮)
연상 위에 가득 쌓인 상소들.
중종, 한손으로 이마를 괴고 수심에 잠긴채 그 상소들을 내려다 본다.
해설(NA) : 중종의 심정은 괴로웠다. 대의명분을 따지면 언로를 보장하고 폐비를 복위시키라는
조광조와 사림들의 주장이 옳았다. 하지만 자신을 보위에 추대한 반정공신들을 내칠수도 없었다...
중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공신들과 사림들이 끊임없이 올려대는 상소를 착잡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s#21. 동 편전 복도
김안로, 대전내관과 김상궁, 상궁나인들이 시립한 방쪽으로 걸어온다.
김안로 : (내관에게) 여쭈어 주시오.
내관 : 전하, 홍문관 직제학 김안로 들었사옵니다.
s#22. 동 편전 방 안
중종 : (생각에서 깨어나며)..과인이 곤하니 물러가라 이르라.
s#23. 동 편전 복도
김안로, 다시 고하여 달라는 얼굴로 내관을 돌아다본다.
내관 : (조심스럽게 다시 고하는) 전하, 직제학이 벌써 여러차례 들었다 물러갔사온데 이번에도 물리시옵니까?
s#24. 동 편전 방 안
중종 : (귀찮은 듯 한숨 쉬며)..들라해라.
내관(E) : 예.
방문이 열리고 김안로가 들어와 부복을 한다.
김안로 : 신, 홍문관 직제학 김안로, 돈수백배하옵고 전하께 아뢸 말씀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중종 : 무슨 일인가?
김안로 : 지금 조정은 언로를 봉쇄할 수 없다는 여론과 폐비를 다시 복위시킬 수 없다는 주장으로 나뉘어져 있사옵니다.
이대로 두셨다간 조정의 공론은 사분 오열되어 언제 조정의 기강이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중종 : ..과인도 그 일 때문에 골치가 아프오.
김안로 : 신의 생각으로는 두 주장 모두 사리에 합당한 견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의아) 모두 합당하다..?
김안로 : 예, 대간들이 박상, 김정을 죄주라 한 것은 종사의 백년대계를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대간들을 파직시키라는 조광조의 주청 역시 언로를 열어 전하와 종사를 위하겠다는 충성이옵니다.
중종 : (보며)..허면 어찌 답을 내려야 좋겠는가?
김안로 : 전하, 양측의 주장을 모두 가납하시옵소서.
중종 : ...뭐라, 모두 가납하라?!
김안로 : 예, 대간들의 주청을 가납하시어 폐비를 복위하라는 상소를 올린 박상과 김정의 죄를 물으시고,
조광조의 주청을 가납하시어 대간들을 파직하시옵소서! 그리하오시면 조정이 잠잠해 질 것이옵니다.
중종 :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는)...
김안로 : (중종의 표정을 살피며 긴장하는데)...
중종 : (파안대소)..허허허, 그것 참 명안이로다! 명안이야, 허허허!
김안로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미소 쌩끗)...
해설(NA) : 이른바 이 주장도 옳고 저 주장도 옳다는 양시론이었다. 대의명분을 무엇 보다 중요시했던 조선의 정치사에서
김안로의 양시론은 경천동지할 제안이었다. 공신파와 사림파의 정치공세에 시달리던 중종에게 김안로의 양시론은
천하의 묘책이었다. 중종은 공신들과 사림, 양쪽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박상과 김정의 유배를 풀지 않고
대사헌 권민수와 대사간 이행을 파직시켜 조정의 분란을 해결했다.
s#25. 정윤겸 안채 마당
배서방, 안채쪽으로 다가온다.
양평댁, 방 안 동정에 귀를 모으고 있다.
배서방 : 양평댁, 장흥댁이 무슨 일로 온거요?
양평댁 :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쉿! (방쪽에다 귀를 기울이는)
난정모(E) : (방안에서) 마님께서 당골네에게 난정이가 대감마님의 핏줄이 아니란 증거를 찾아내라고 하셨다지요?
배서방과 양평댁, 놀란 눈으로 서로의 얼굴을 본다.
s#26. 동 안채 방 안
박씨, 앞에 앉은 난정모를 당황한 표정으로 본다.
박씨 : 아,아니?! 자네 그 무슨 말인가?
난정모 : (도전적이다) 무슨 말이냐니오?! 쇤네, 십년전 마님께오서 당골네를 시켜 만삭의 쇤넬 죽이려고 하셨던 일을
모르고 있는줄 아셨습니까?!
박씨 : 뭬,뭬야?!
난정모 : 쇤네, 알면서도 혹여 대감마님께 누가 될까봐, 그 일을 가슴에 묻고 무덤속까지 가지고 가려하였사옵니다. 하온데..
박씨 : (말을 가로막으며) 대체 자네 무슨 얘길 하는겐가?!
난정모 : (똑바로 보며) 마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박씨 : (켕기는듯 시선을 피하며)...난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난정모 : (결연한) 마님께서 그때의 일을 들추시겠다면 쇤네도 참고만 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박씨 : (휙-쏘아보며) 자네, 지금 날 협박하는겐가?
난정모 : (싸늘하게) 그리 생각하셔도 좋사옵니다.
박씨 : 뭬야?!
난정모 : 마님께서 쇤네의 뜻을 알아들으셨으리라 믿고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선다)
박씨 : (휙-보며) 장흥댁!
난정모 : (보며)...?
박씨 : 정녕 난정이가 대감의 씨앗이 틀림없는가?
난정모 : (맞쏘아보며) 하오면 옥련아씨는 대감마님의 핏줄이 틀림없사옵니까?
박씨 : (어처구니가 없다) 뭐,뭐라구..?!
난정모 : (단호하게) 난정인 틀림없는 대감마님의 핏줄이옵고 쇤네의 딸이옵니다. (휙-방문 열고 나간다)
박씨 : (난정모의 서슬에 가슴이 철렁하는)...!!
s#27. 대궐 일각
김안로가 걸어오는데 저쪽 편에서 조광조가 걸어온다.
김안로 : (반갑게) 조정언, 아니시오이까?
조광조 : (멈춰서서 못마땅하게 본다)...
김안로 : 허허, 어떻소이까? 이 사람이 양시론을 주청드려 대간들의 벼슬을 갈고, 조정의 언로를 터놨으니
크게 한턱 쓰시오, 허허허.
조광조 : (쏘아보며) 시정잡배의 싸움에도 시비를 가리는 법이거늘, 하물며 사대부가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른것이지
이도저도 다 옳다는 논법이 천하에 어디 있단 말씀입니까?!
김안로 : (무안하여)..정암..
조광조 : (대꾸도 않고 찬바람 소리나게 휙-가버린다)
김안로 : (조광조의 뒷모습을 보며)...
s#28. 빈청 안
김안로, 빈청으로 들어오는데 홍경주, 남곤, 심정, 김전이 앉아있다.
김안로 : (앉으며) 기체 대안들 하셨사옵니까?
홍경주 : (고개 꼬며 비아냥) 우찬성 대감의 잘난 조카분께서 오셨구만요?
김전 : (불편하다)..아니 그 무슨...
김안로 : (앉으며) 이 사람이 양시론을 주청하여 대간들의 벼슬을 갈았다고 원망들 많이 하셨지요?
하오나 이렇게 해 놓아야 저 깍다귀같은 사림들의 여론도 막고 폐비가 복위될 여지가 없는 것 아니겠사옵니까?
심정 :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참으로 배알도 없는 자로구만.
남곤 : 저런 소인배와는 마주 앉아있는것만도 수치요. 가십시다. (일어선다)
홍경주 : (일어서며) 양시론?! 허 지나던 개가 웃을 소릴세!
남곤,홍경주,심정이 김안로를 노려보며 못마땅한 신음소리를 내며 나간다.
김안로 : (무안을 감추려는 듯 웃으며 김전에게) 허어, 정치의 묘를 모르는 분들이옵니다. 아니그렇사옵니까, 숙부님?
김전 : (노려보며) 네 양시론은 우리 가문에 먹칠을 한게야!
김안로 : ..수,숙부님?!
김전 : (버럭)..숙부라고 부르지도 마라!! (일어나 휙 나가버린다)
김안로 : (낭패한 듯 보다가 껄껄껄 웃어댄다)...!
s#29.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옥매향이 춤사위 시범을 보이고, 난정이 서툰 몸짓으로 옥매향을 따라하고 있다.
옥매향 : (보고 픽 웃으며)..기게 아니야. 잘 보라우. (손짓, 어깨짓을 보여주며)
..니렇게 나비가 꽃에 날아앉듯 사뿐하게 하는기야. 다시 해보라우.
난정 : (의기소침하여)..아무래도 난 재주가 없나봐.
옥매향 : 기렇티 않아..니 옷 땜에 튬맵시가 안나서 기런기야.
난정 : (자기 옷을 내려다 보는)...옷?
옥매향 : 기래. 난뎡아, 댬시 닜어 보라우.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자기 옷을 보며 갸웃하다가 춤동작으로 한바퀴 돌아본다.
옥매향, 화려한 옷 한 벌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옥매향 : (옷을 건네며)..이거 닙으라우.
난정 : (그 화려한 옷을 보며)...?!
(짧은 시간경과)
난정, 옥매향의 화려한 옷을 입고 섰다.
옥매향 : (감탄한 듯 보며) 햐, 옷이 날개라드니, 하강한 선녀같구나,야.
난정 : (어색하지만 싫지는 않다)...
옥매향 : 댜, 다시 따라해 보라우.
옥매향, 춤사위를 펼치면 난정도 제법 그럴듯한 춤사위를 보인다.
s#30. 어느 길
김안로, 불편한 표정으로 초헌을 타고 간다.
김안로, 어금니를 꽉 무는 얼굴위로
김안로(E) : 허, 이 김안로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되다니?.. 내 전하의 심중을 잘 못 읽었단 말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그럴리가...
윤임집사, '나으리-나으리-' 부르며 초헌 옆으로 달려와 조아린다.
김안로 : (초헌을 세우며) 멈춰라..(윤임집사 보며) 무슨 일인가?
윤임집사 : 판부사대감께오서 나으리를 뵙자십니다.
김안로 : ...판부사대감이?
s#31. 자운아 아래채 방 안
옥매향과 난정, 제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다.
자운아(E) : (마당쪽에서 신경질적인) 매향아-매향아- 요 에미나이래 오딜 간기야?
옥매향 : (춤을 뚝 그치고) 난뎡아, 오늘은 그만 하자우..뇨즘 울 오마니 심기가 편티가 못해.
난정 : ..왜?
옥매향 : 디난번 오셨던 파릉군나으리가 며칠째 감감무소식이시니 기렇티.
난정 : ..나으리께서 어딜 가셨는데?
옥매향 : 내레 알간? 텬하 풍류객이시니 또 훌떡 떠나셨겠디, 뭐.
자운아(E) : 매향아-매향아-
난정 : ..그럼 나..갈게..(옷고름을 푸는데)
옥매향 : 난뎡아, 벗을거 없어. 기냥 닙고 가라우.
난정 : ..뭐어? 어떻게 그래?..
옥매향 : 괜찮아, 혼자 닜을 때도 그 옷 입고 튬사윌 익히라우. 알갔지?
난정 : ...
s#32. 윤임 사랑채 외경
윤임(E) : 허허, 영감의 양시론은 참으로 절묘하였소이다.
s#33. 동 윤임 사랑방 안
술상을 앞에 놓고 윤임과 김안로가 마주 앉아있다.
김안로 : 조정이 하도 혼탁하여 한 번 나서본 것인데 전하께오서 가납해주시니 망극할 따름이지요.
윤임 : 암요, 암요, 전하 주변에 영감 같은 충신이 더 많이 필요하외다.
김안로 : (미소) 대감께오서 이 사람의 뜻을 알아주시니 황공하옵니다.
윤임 : (술 한잔 따르며) 내, 실은 나라 일이 큰 걱정이라 영감을 뵙자고 했소이다.
김안로 : (마시려다 보며) 새 중전 간택때문이오니까?
윤임 : (끄덕이며) 짐작 하시는구려?..만에 하나 후궁들 중에 누군가가 새중전이 되는 날이면
그 분 소생으로 세자를 책봉하자고 주장할테니 큰 탈이외다.
김안로 : 원자께서 계시옵고, 적서의 구별이 엄연한데 그럴 수는 없지요. 후궁때 낳으신 왕자는 서출인것이지요.
윤임 : 세상사가 어디 법도대로만 된다는 보장이 있소이까?... 그렇다고 폐위된 신씨가 중전으로 복위된들
원자에게 이로울것이 없을터인데...(한잔 마신다)
김안로 : (보며)..원자마마께 후환이 없는 가장 좋은 계책은 중전을 궐 밖에서 간택하는 일이옵니다.
윤임 : 허면 처녀간택을..?
김안로 : 그것도 파평 윤씨 가문에서 간택을 해야 하옵니다.
윤임 : (놀라) 파평 윤씨요? 허면 우리 윤문에서?
김안로 : 예, 대비마마께오서 파평윤씨 이시오니 대비전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도 좋고,
대감께오서도 파평 윤씨이시니 원자마마를 위해서 안심이 되실것 아니옵니까?
윤임 : 음!..허면 누가 좋을꼬?..우리 윤문중에 파성군 윤금손대감댁에 고명딸이 있다고 듣긴 들었는데..
김안로 : 아니될 말씀이시옵니다. 권세 있는 가문의 딸을 중전으로 들였다간 오히려 원자께 위협이 될 뿐이옵니다.
윤임 : (끄덕이며)..하긴..크게 써먹을 놈도, 크게 경계할 놈도 없는 그런 집안의 딸이면 안성마춤이겠는데..
생각하는 윤임의 얼굴위로 후레쉬 백되는 윤씨의 이미지. (9회 s#22의)
윤임 : (무릎을 탁 치며) 옳거니!
김안로 : (보며) 가합한 자리라도 있사옵니까?
윤임 : 허허, 마침 미색도 출중하고 총기도 뛰어난 규수가 있소이다.
김안로 : 규수의 집안은 어떻사옵니까?
윤임 : 그 아비는 군기시별좌를 다니는 한미한 직책이고, 큰 오라비는 처가살이 하는 주변머리에
둘째 오라비는 파락호나 다름 없소이다!
김안로 : 오, 그래요? 허면 딱 제격이겠사옵니다.
윤임 : 허허허, 과연 영감은 천하의 기재요, 조선의 국보요. 내 영감의 말을 들으니 십년 묵은 체증이 뚫리는 것 같구려.
(술잔 들며) 자 드십시다. 허허허!
김안로 : (미소로 한잔 마시는)...
s#34. 신씨 사가 안채 방 안 (밤)
파릉군, 신음소리를 내며 누워있다가 눈을 뜬다.
신씨와 이세진, 그리고 방문쪽에 천서방이 앉아있다.
신씨 : (내려다 보며)..정신이 좀 드십니까?
파릉군 : (영문 몰라)..어찌..된 일이옵니까..?
이세진 : 자객의 칼에 찔리신 것을 천서방이 급히 예로 뫼시고 왔습니다.
파릉군 : (찌푸리며 생각을 더듬는)...자객..?
이세진 : 예, 분명 마마의 복위를 반대하는 공신들이 보낸 자일것이옵니다.
파릉군 : ..조정일은 어찌 돌아가고 있소..?
이세진 : ..김안로란 자가 양시론을 주청하여 마마의 복위공론은 주춤하옵니다.
파릉군 : ..야,양시론이라니 그런 해괴한..?! (끄응! 옆구리를 쥐며 고통에 찡그린다)..
신씨 : 구명하신것만도 천운이시옵니다..환부가 아물때까진 조정일은 생각지 마시고 몸조리나 잘 하세요.
파릉군 : ...음...(신음)...
s#35. 대비전 외경 (낮)
윤임(E) : 대비마마, 오랜만에 문후드리옵니다.
s#36.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윤임을 본다.
자순대비 : 판부사께서 어인 일로 입궐하시었소?
윤임 : 근자에 새중전 간택문제로 조정의 여론이 양분되어 모든 신하와 백성들이 걱정하는 바가 크옵니다.
이 모두가 중궁전이 비어있는 까닭이오니 하시라도 빨리 새중전마마의 간택을 주청 드리러 왔사옵니다.
자순대비 : 나 또한 생각이 없는 바는 아니오, 허나 조정의 공론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니 어쩌겠소?
윤임 : 대비마마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자순대비 : ..용단?
윤임 : 예, 대비마마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어 폐비도 아니고 후궁전도 아닌 궐밖에서 처녀 간택하오시면
조정의 분열과 대립은 수그러들고 전하의 심기도 편해지실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솔깃)..처녀간택이라..? 허면 판부사께서 생각해 둔 규수라도 있소?
윤임 : 대비마마께 여쭙기 황공하오나 대비마마의 친정이신 파평윤씨 일문 중에서 고르시는게 가할 듯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흠짓) 파평 윤씨?..(생각하는)...파평 윤씨라..
s#37. 편전 방안
중종이 김안로와 면대를 하고 있다.
중종 : (솔깃하여 보며) 새 중전을 궐 밖에서 간택 하라?
김안로 : 예, 그러하옵니다. 전하께오서 폐비를 복위하오시면 공신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 후궁전에서 승차를 하시면
사림들뿐 아니라 승차를 못한 후궁들 마저 반목하게 되어 조정은 사분오열 될것이옵니다.
중종 : 음!!
김안로 : 전하, 옛부터 왕비는 외척의 발호를 막기위해 한미한 가문에서 고르는 법이옵고,
왕손을 생산하실 분이니 그 인물은 재색을 겸비해야 한다 했사옵니다. 이 명분을 내세워 처녀간택을 하시옵소서.
중종 : (흡족하게 끄덕이며) 과인이 그대의 뜻을 잘 알았노라. 그대는 앞으로도 과인을 도와 더욱 충성을 다 하라.
김안로 : (조아린다) 신, 백골이 진토 되옵고 이마를 갈아 발뒤꿈치 닳도록 충성을 다 바치겠사옵니다.
s#38.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윤원형 집 대문 앞에 멈춰선다.
윤임집사 : 이리오너라-이리오너라-
윤원형 : (대문 열고 나온다) 누가 이리 요란스럽게 불러?!.. (윤임을 보고 깜짝 놀라) 아이구, 숙부님!
이 누추한 데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임 : 자네 부친 계신가?
윤원형 : 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윤원형,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윤임, 사인교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간다.
물동이를 이고 지나가던 난정이 윤임의 뒷모습을 보고 갸웃거린다.
s#39. 동 윤원형 집 방 안
상석에 앉아있는 윤임.
반대편에는 병색이 완연한 윤지임과 그 뒤로 윤원형과 다소곳하게 고개 숙인 윤씨가 앉아있다.
윤임 : (윤씨쪽을 보며 윤지임에게) 저 아이 나이가 올해 몇 이던가?
윤지임 : 신유생이옵니다.
윤임 : (끄덕이며)..신유생이라...딱 좋구먼..(윤씨에게)..글은 깨쳤느냐?
윤씨 : ..소학,춘추,열녀전은 보았사옵니다.
윤임 : (흡족한 미소)..오, 그래?
윤원형 : (눈치 빠르게) 나이를 물으시는 것을 보니 숙부님께오서 이 아이의 중매를 서주실 모양이십니다?
윤임 : (웃으며) 암, 내 중신아비 노릇을 하러왔네.
윤지임 : 어디 좋은 혼처라도 나왔사옵니까?
윤임 : (정색하고 윤지임보고) 내 자네 딸을 중전의 자리에 앉히려는데 의향이 어떠하신가?
윤지임 : (깜짝 놀라) 예에? 주, 중전이요?!
윤원형 : (눈이 휘둥그레지며)..?!
윤씨 : (숙였던 고개를 들고 본다)..?!!
윤임 : 왜 생각이 없으신가?
윤지임 : ..그,그게 아니오라 뜻밖의 말씀이오라...황송쩍어서..
윤임 : 어떠하신가? 자네 딸을 간택에 참례시키시겠는가?
윤원형 : 아버님, 뭐하시오, 얼른 대답드리지 않고!
윤지임 : 예,그,그리 하겠사옵니다.
윤임 : 성사만 되면 국구가 되시는 일일세.. (원보에 쌓인 말굽 은덩어리를 품에서 꺼내 놓으며)
언제 궁궐에서 상궁이 나올지 모르니 이걸로 딸아이 의복과 패물 부터 마련해주시게나.
s#40. 대비전 방 안
중종이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다.
자순대비 : 허면 주상께서도 궐밖에서 새중전을 모시는게 좋다는 말씀이구려?
중종 : 예, 난마와 같은 조정의 혼란을 무마하기위해서라도 그리하는게 좋을 것 같사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이며) 주상, 궐 밖에서 새중전을 모시려면 원칙으로는 간택령을 내리는 것이 마땅한 일이나,
두 번째 모시는 계비이시니 우리 파평윤씨 일문중에서 가합한 규수 몇을 골라 간택을 하는게 어떻겠소?
중종 : 소자, 어마마마의 분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미소로 끄덕이는)...고맙소, 주상.
s#41. 윤원형 집 윗 방 안
말굽은덩어리 몇 개가 들어있는 원보가 풀어헤쳐져 있다.
윤지임과 윤원형, 그리고 윤씨가 말굽은덩어리 앞에 앉아있다.
윤지임 : (걱정되는) 혹여 간택에 참례했다가 떨어지면 어쩌느냐?
윤원형 : 아버님, 숙부님께서 예까지 오신걸 보면 뭔가 뒷전에서 밀약같은게 있지 않았겠사옵니까?
윤지임 : ..그럴까?
윤씨 : 간택에 뽑히는것도 떨어지는것도 모두 제 운명이오니 너무 염려마십시오.
윤지임 : (끄덕)..오냐..헌데 집이 누추하니 궐안에서 상궁마마께서 나오셨다가 마뜩치 않게 여기시면 어쩌냐?..
당장 너 입을 옷도 없으니..
윤씨 : 가난한 살림이 흉될 것은 없사옵니다..도배쟁이를 불러 도배를 하시면 추한 것은 가려질 것이고,
옷감을 끊어다 주시면 소녀가 밤을 도와 짓겠사옵니다.
윤지임 : 오냐, 내 그리하마. (윤원형에게 말굽은 한덩어리 주며) 원형아, 지전에 갔다가 포목전에 들러 옷감을 끊어오거라.
윤원형 : (받아 챙기며) 예. 알겠사옵니다.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씨 : ..아버님, 큰 오라버니한테는 기별을 안하시옵니까?
윤지임 : (못마땅) 원로 말이냐?!
윤씨 : 예.
윤지임 : (버럭) 애비 앞에서 그 놈 얘긴 꺼내지도 마라! 처가살이하겠다고 의절까지 한 놈한테 뭣하러 기별을 해?!
윤씨 : ...
윤지임 : (한숨)...이럴 때 네 에미가 살아 있었다면 오죽 좋았겠느냐?
s#42. 송도 주막 외경
모가비(E) : 뭐야, 불출이패를 따라가겠다구?
s#43. 송도 주막 방 안
길상, 모가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길상 : 예. 어르신..허락해 주십시요.
모가비 : (한숨)..그려, 우두커니 앉아서 있는 재주 썩히면 뭐 할거야? 니 맘대루 혀.
길상 : 고맙습니다, 어르신..(품에서 엽전꾸러미를 꺼내 내민다).. 선셈으로 받은 몸 값입니다.
모가비 : (엽전꾸러미 보며)..이걸 왜 내게 주는겨?
길상 : 난정이 일로 어르신께 지은 죄의 얼마라도 갚고 떠나야지요.
모가비 : (신음 끙-)...
능금 : (방문 확 열고 급하게 들어온다) 길상아! 너 떠난다는게 증말이야?
길상 : ...
능금 : (엽전보고 모가비를 휙-노려보며) 아부지, 아부지가 길상일 팔아먹었지?
모가비 : 이년이 애빌 뭘로 보고..?
길상 : 능금아, 그런거 아냐..내 발로 가는거야..
능금 : (울먹이는)...길상아..
s#44. 송도 어느 길
길상이 능금과 달래와 눈물의 이별을 하고 있다.
달래 : (글썽 글썽)..오라버니..나도 따라갈래..
길상 : (달래의 손을 쥐며) 달래야, 모가비 어른하고 능금언니 말 잘듣고 있어.
달래 : (눈물 줄줄 흘리며)..오라버니..
길상 : (눈물 닦아주며)..안 울기로 했잖아..
달래 : ..오라버니, 꼭 돌아올거지?..
길상 : 그래...꼭 돌아올게...(능금보며) 능금아, 우리 달래..('잘 돌봐줘')..
능금 : ..걱정말고 니 몸이나 조심 해..
길상 : (글썽하고 목이 메인다)..잘들 있어...
길상,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휙-돌아서서 성큼성큼 간다.
달래 : (보며) 오라버니!..(능금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흐흑..
능금 : (길상의 뒤에다 소리친다) 길상아! 난 널 첨 봤을 때부터 내 신랑감으로 점 찍었어!
그러니 꼭 돌아와! 꼬옥-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s#45.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그래 가합한 규수를 알아보았느냐?
s#46.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조아리고 앉은 조상궁.
조상궁 : 예, 파평윤씨댁 규수를 찾으니 모두다 출중하시와 부덕이 높았사옵니다.
자순대비 : (흡족)..호호, 그러하더냐?
조상궁 : 예, 그 중에서도 군기시별좌 윤지임의 따님과 파성군 윤금손의 따님, 두분은
참으로 난형난제한 자색과 재덕을 겸비한 분들이옵니다. 제 생각으론 두분 다 왕비로 모시었으면 하옵니다.
자순대비 : 호호호, 왕비를 어찌 한꺼번에 두분씩이나 모실 수가 있느냐?
조상궁 : (미소)..그만큼 탐나는 분들이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이며)..내 빨리 두 규수를 보고 싶으니 서둘러 간택일을 잡도록 하게.
조상궁 : 예, 마마.
s#4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이 생각에 잠겨있고 희빈과 창빈이 침통하게 앉아있다.
희빈 : (한숨)..대비전에서 처녀 간택을 하신다니..우린 먹지도 못하는 제사에 절만 잔뜩 해댄 꼴이구려..
창빈 : ..대비마마께오서 후궁전 승차 말씀만 않으셨어도..이리 야속하진 않았을 것을...(한숨 푹 쉰다)
경빈 : (휙-보며) 야속하다니요?! 대비마마께오서 어련히 잘 살피시어 정하신 일 이거늘 그 무슨 불경한 말씀이오?
희빈 : (노려보며) 허면 경빈은 교태전에 마음이 없으셨단 말씀이오?!
경빈 : 애시당초 넘 볼 자릴 넘봐야지요! 우리 같은 뒷방 후궁들이 중궁의 자리를 넘보다니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호호호! 호호호호-
희빈(E) : (어처구니 없게 보며) 흥, 저것이 아주 미쳤구만, 미쳤어!
창빈(E) : (안스럽게 보며) 쯧쯧 중궁전에 그토록 목을 매더니 실성을 할만도 하지...
s#48. 대궐 후원 연못가
경빈, 연못가에 앉아 물을 내려다 보고 있다.
금이를 비롯한 경빈전 상궁나인들이 멀찍이서 지켜본다.
경빈(E) : (자위하는)..그깟 중전의 자리가 무에 그리 대단해서? 내 중궁전이 탐이 났다면 십년전 아버님께서 살아계시올 때
무슨 수를 썼어도 그 자리에 올랐을게야...(이글거리는 눈빛) 허나 내 아들 복성군만은 기필코 보위에 올리고 말게야!
내 대비전은 결코 놓치지 않을게야! 암, 두고보라지..두고보라지!...
경빈, 섬짓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휙 노려본다.
s#49. 윤임 집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가 웃으며 마주 앉아있다.
윤임 : 간택일이 잡혔으니, 이제 일은 우리 뜻대로 성사될 것이외다.
김안로 : 모두, 판부사대감께오서 애 쓰신 덕분이옵니다.
윤임 : 허허, 별 말씀을. 영감이 없었던들 어찌 예까지 왔겠소?
김안로 : 이리 과찬을 하시니 이 사람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임 : (두손을 맞잡으며) 영감, 원자께서 장성하시어 세자 책봉을 받고 대위에 오르실 그 날까지
우리 두사람, 의기투합하여 원자를 지켜드립시다.
김안로 : 예, 이 사람 신명을 다 바치겠사옵니다.
s#50. 대궐 경빈 처소 외경 (밤)
중종(E) : 경빈, 지금 우시는게요?
s#51.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중종의 품에 안긴채 금침속에 누워있다.
경빈, 얼굴을 피하며 눈물을 닦아 낸다.
경빈 : ..아,아니옵니다..
중종 : (경빈의 얼굴을 돌려보며) 아니긴?...이리 눈물자국이 났거늘...
경빈 : ...
중종 : (보며) 왜, 경빈이 중궁의 자리에 앉고 싶었소?
경빈 : ..신첩 같은 것이 언감생심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중종 : ..과인이 조정의 반목을 무마하기 위해서 대비마마께 주청을 드린 일이오. 허니 대비마마를 너무 원망하지마시오.
경빈 :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북받친다)...
중종 : (보며)..많이 서운한게구려?..(한숨)..그렇겠지..경빈도 사람이거늘...
경빈 : ..신첩은 새중전이 드시어 전하께오서 신첩같은건 아주 잊으실까봐.. 그것이 걱정이옵니다..
중종 : (꼭 안아주며)...경빈은 내 조강지처나 마찬가지요... 내 어찌 경빈을 잊겠소...
경빈 : (중종 품에 안기며 울음 터뜨리며)..전하...신첩..전하 곁에만 있을수 있다면...그걸로 더 바랄게 없사옵니다...흑흑..
s#52. 어느 길 (낮)
큰 길 쪽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난정.
저쪽편에서 윤임처가 탄 가마와 빈가마 두 대가 온다.
난정, 가마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반대편으로 냅다 뛰어간다.
s#53. 윤원형 집 마당
윤지임과 윤원형이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다.
난정, 활짝 열린 대문 안으로 숨차게 뛰어들어온다.
난정 : 가마가 와요!
윤지임 : 오, 그래? (아랫방쪽에다) 얘야 정부인께서 오신단다. 채비를 차리거라!
s#54. 윤원형 아랫방 안
윤씨, 칠보화관에 도투락댕기로 치장하고, 당의를 입고 앉아았다.
윤씨 : 예.
s#55. 윤원형 대문 앞
윤임처가 탄 가마와 빈 가마가 대문쪽으로 온다.
윤지임과 윤원형이 대문 밖으로 나와서 가마를 맞이한다.
'와료!' 소리와 함께 가마가 멎으면 윤임처, 가마에서 내린다.
윤지임 : (허리 숙이며) 정부인 오셨사옵니까?
윤원형 : (허리 숙이며)..숙모님 오셨사옵니까?
윤임처 : (윤지임에게 목례하며)..예, 입궐 채비는 다 되었는지요?
윤지임 : ..예...잠시 안으로 드시지요..
s#56. 동 마당 안
아랫방문이 열리고 칠보화관에 도투락댕기를 단 윤씨가 나온다.
마당으로 들어오던 윤임처와 윤지임, 윤원형이 윤씨의 화려한 자태에 놀라 휘둥그레진다.
난정도 윤씨의 자태를 넋이 나간 듯 본다.
윤씨, 댓돌위에 놓인 수운혜를 신고 마당으로 사뿐하게 내려선다.
윤임처 : (감탄하여) 참으로 눈이 부시도록 곱네 그려..왕비가 되실 분은 다르시구만...어서 가마에 오르시게.
윤씨 : (조아리며) 예.
윤임처, 대문밖 가마쪽으로 앞장서 가고 윤씨가 그 뒤를 따른다.
윤씨, 몇발짝 떼어놓다가 헉- 찌푸리며 멈춰선다.
난정 : (보며 낮게) 아씨, 아씨..왜그러셔요..
윤지임 : (돌아보며 의아) 얘야, 왜 그러느냐?!
윤씨,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다가 배를 움켜쥐고 땅바닥에 쓰러진다.
윤임처, 윤지임, 윤원형이 놀란 눈으로 보는 가운데 고통스러워하는 윤씨의 얼굴에서.
s#57.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처가 윤임 앞에 앉아있다.
윤임 : 뭬요, 토사곽란으로 쓰러져요?!
윤임처 : ..예..아침에 먹은 것이 체했던지 별안간에 관격이 되었습니다.
윤임 : 허어, 시집갈 달에 등창난다더니?!...윤금손의 딸은 벌써 입궐했을터인데..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깊게 탄식한다)
s#58. 대비전 방 안
후덕한 얼굴의 윤금손 딸이 당의차림으로 조상궁의 도움을 받아 자순대비와 중종에게 절을 올린다.
자순대비, 흡족한 듯 보다가 중종을 돌아보면 중종은 탐탁치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이다.
s#59. 윤원형집 동 윗 방 안
윤지임과 윤원형이 침울하게 앉아있다.
윤지임 : 에휴..내 팔자에 무슨 부원군 자릴 넘보겠느냐? 다 제 복인 것을..
윤원형 : (한숨쉬며)...
s#60. 윤원형 동 아랫 방안
윤씨, 자리에 누운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얼굴위로.
후레쉬 백되는 큰 절 올리는 방백인의 모습. (8회 s#93의)
방백인 : 중전마마, 절 받으시옵소서! 중전마마께 문후드리옵니다!
윤씨, 생각에서 깨어나 시선을 느끼고 방문쪽을 돌아다 보면
방문을 빼꼼 열고 방안을 들여다 보고 선 난정.
난정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씨보고)..아씨, 괜찮으세요?
윤씨 : (끄덕)..그래..난정아, 내 물어볼 것이 있으니 들어오너라..
난정 : ..예..(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윤씨 : ..너, 일전에 나한테 중전마마라고...했던..그 사람..생각나느냐?
난정 : (잠시 생각)..방백인 아저씨 말씀이셔요?
윤씨 : ...그 이가 어디 사는지 아느냐?
난정 : ..예..헌데 왜요, 아씨?
윤원형, '어험' 헛기침 소리를 내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원형 : 얘야, 그래 어떠냐? 속은 좀 편해졌느냐?
윤씨 : ..예..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사옵니다.
윤원형 : 아니다. 일장춘몽 꾼 셈치고 몸조리나 잘 하거라..
윤씨 : ..오라버니, 청이 있사옵니다..
윤원형 : (보며)..청이라니?
윤씨 : 이 아일 따라가서 누굴 좀 만나보세요.
윤원형 : ..누굴?
s#61. 갖바치 마당
어디선가 까치가 울어댄다.
방백인, 대문쪽을 기웃거리며 서성대고 있다.
당골네 : (아랫방에서 요강을 들고 나오며) 추운데 게서 뭐하고 계시오?
방백인 : 귀인을 기다리고 있네.
당골네 : (갸웃)..귀인?
방백인 : 오늘 귀한 분께서 찾아올 점괘를 뽑았으니, 임잔 찻물 좀 끓여 놔.
당골네 : (삐쭉대며 혼잣말)..맨날, 그 놈의 맞지도 않는 점괘 타령은?
난정이 앞장서고 그 뒤로 윤원형이 '어험!'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당골네 : (난정 보고) 쟤,쟤가 여긴 왜 또 왔어?
난정 : (방백인을 가리키며) 저 분이세요.
윤원형 : 어험, 그래?..(방백인쪽을 보는데)..
방백인 : (윤원형 앞으로 달려가 넙쭉 절하며) 영상대감 오셨사옵니까? 소인,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윤원형 : (당황하여) 여,영상이라니?!.. 허어, 이 사람 큰일 날 소릴 하고 있구먼? 아직 출사도 못한 호반 보고 그 무슨..?
방백인 : (빙긋 웃으며 일어선다) 어서 방으로 드시지요.
방백인, 윤원형을 방으로 안내해 들어간다.
당골네와 난정, 서로의 얼굴을 보며 갸웃거린다.
s#62. 갖바치 아랫방 안
방백인, "辛酉 十二月 二日 卯時"라고 적힌 사주종이를 뚫어지게 본다.
윤원형 : 혼사를 앞 둔 내 누이의 사주일세, 이번 혼사가 잘 성사 되겠나?
방백인, 벼룻상을 당기어 뭐라고 일필휘지로 써갈긴다.
방백인 : (윤원형을 보며 빙긋)...누이분께서 이번 새중전 간택에 참례하셨지요?
윤원형 : ('엥?!')..그,그걸 어찌 아는가?
방백인 : 누이분께오선 이 나라의 국모가 되시옵니다.
윤원형 : ..구,국모?!
방백인 : 왕후가 되시어도 이만저만한 왕후가 아니오라 치마를 둘렀을망정 천하를 도리질 칠 왕후가 되시옵니다.
윤원형 : 허, 거 참..헌데 말일세, 그 아이가 오늘 아침 토사곽란으로 간 택에 참례치 못했단 말일세..
방백인 : 타고난 사주는 바뀌지 않는 법이옵지요. 전화위복, 새옹지마란 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분명 새중전으로 간택되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마른침 꼴딱 삼키며)..트,틀림 없는가?
방백인 : 서방님께오서도 중전마마의 후광으로 정승의 반열에 오르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허어, 그리만 된다면 내 후히 사례하겠네.
방백인 : 사례는 무슨요? 대감께오서 이놈, 방백인 이름 석자만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면 족하옵니다.
s#63. 대비전 외경
s#64,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중종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윤금손 딸이 용모도 후덕하고 얌전해 보이는게 이 어미 마음엔 차는데, 주상의 의향은 어떠하시오?
중종 : ..간택에 참례치 못한 다른 규수가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예, 윤지임의 딸은 별안간 관격이 들어 입궐치 못했답니다. 주상께선 윤금손의 딸이 마음에 안 드시는게요?
중종 : 소자의 생각으로는 윤지임 딸의 병이 차도가 있거든 들어오라 하여 다시 한번 보는게 좋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음..
s#65. 난정모 부엌 안
난정, 가마솥이 끓고 있는 아궁이에 군불을 떼고 있다.
문득 난정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INSERT) (칠보화관에 도투락 댕기를 단 윤씨의 화려한 자태.)
난정, 무슨 생각이 났는지 일어선다.
s#66.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반닫이 속 깊숙한 곳에서 보퉁이 하나를 꺼낸다. 보퉁이를 풀면 옥매향이 준 화려하게 옷.
난정, 그 옷을 펼쳐들고 본다.
(짧은 시간경과)
옥매향의 옷을 입은 난정, 낡은 경대에 자신의 매무새를 비춰보고 있다.
난정, 여러 가지 표정을 지어보다가 춤동작을 추어본다.
s#67. 동 난정모 마당
난정모, 빨래함지를 들고 들어온다.
난정모, 함지를 힘겹게 내려놓고 방쪽으로 간다.
난정모 : ...난정아..
s#68. 동 방 안
난정, 흥에 겨워 취한듯 너울너울 춤을 추는데
난정모, 방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난정을 보고 멈칫선다.
난정모 : (충격)..난정아!
난정 : (화들짝 놀라 동작을 멈추고)..어, 어머니...
(시간경과)
난정모, 난정의 종아리에 찰싹-찰싹-회초리를 치고 있다.
방바닥엔 옥매향이 옷이 놓여있다.
난정모 : 어민 너를 믿었거늘 어찌 어미와의 약조를 어긴단말이냐?!
난정 : ..어머니..왜..난..글을 읽으면 안되고... 왜..이런 옷을 입으면 아니되요?
난정모 : (회초리 멈추고 보는)...
난정 : ..왜 그래야 해요, 어머니..?..예?!
난정모 : (글썽하여)...그건 네 업보탓이니라...
난정 : ..업보요?
난정모 : 그래, 이 어미가 너한테 물려준 업보...흑흑..
난정 : ..어머니, 울지 마세요..울지 마세요...흑흑..
s#69. 난정모 집 부엌 안
난정, 아궁이 속에다 옥매향의 옷을 집어 넣는다. 순식간에 불꽃에 휩싸이는 옷.
난정, 글썽이며 활활 타오르는 옷을 보는 얼굴위로
난정모(E) : 스님, 우리 난정이, 사람 좀 만들어주세요..
s#70.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와 당추가 앉아있고, 한 쪽에 행장차림에 보따리를 앞에 둔 난정이 슬픈 얼굴로 고개를 숙인채 앉아있다.
당추 : 너무 염려치마십시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서 보살펴주실겝니다.
난정모 : ..스님만 믿겠사옵니다. (슬픔 억누르며)..난정아.. 스님 말씀 잘 들어야한다...
난정 : (눈물 글썽)..어머니, 전 어머니하고 헤어지기..싫어요.
난정모 : 난정아..아주 헤어지는게 아니라..네가 열여섯이 될 때 까지만 떨어져 지내는게야..
난정 : (눈물 주르륵)...내가 떠나면..어머니 혼자 어찌 지내시려고요..? ...흐흑..
난정모 : (눈물을 참아낸다)..이 에미 걱정은 말아라...스님, 어서 일어나시지요..
당추 : (난정 보고) 난정아..그만 일어나자구나.
난정 : (난정모 품에 뛰어들어 울음을 터뜨린다)...어머니!..어머니!
난정모 : ..그래..그래..(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문다)...!!
당추, 눈물을 참으려는 난정모의 안간힘이 더 애잔한 듯 눈을 감는다.
s#71. 난정모 대문 앞 길
난정모, 저만치 걸어가는 당추와 난정의 뒷모습을 보고 섰다.
난정, 이별이 못내 아쉬운지 자꾸 돌아보고..난정모, 그때마다 얼른 가라는 듯 손짓을 한다.
당추와 난정이 골목 밖으로 사라지면 난정모, 그 자리에 무너지듯 앉으며 이제껏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난정모 : ...난정아...난정아...흐흐흑...
s#72. 당추 암자 마당
당추와 난정이 계단을 올라오면 마당을 쓸고 있던 동자승이 합장인사를 올린다.
당추, 난정을 데리고 법당쪽으로 간다.
s#73. 당추 법당 안 팎
부처님 앞에 선 당추와 난정.
당추 : 난정아, 오늘부터 부처님께 하루 천배씩 올려야 하느니라.
난정 : ..처,천배요?
당추 : 그래..네 업보를 씻기 위해선 부처님 앞에 네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하느니라...그리 할 수 있겠느냐?
난정 : ..예, 스님...하온데..제 업보가 무엇이옵니까?
당추 : (부처님 보며) 부처님께 일구월심으로 여쭈어 보거라..그럼 언젠간 너도 깨우치게 될게다...
난정, 어떤 각오가 담긴 얼굴로 부처님을 올려다 본다.
s#74. 당추 법당 안팎(난정의 천배(千拜) 몽타쥬)
1) 난정, 고사리 손으로 향로에 향을 꽂는다.
2) 난정, 부처님 앞에 큰 절을 올린다. 계속되는 큰 절...
땀을 뻘뻘 흘리며 지친 듯 다리가 휘청거리며 쓰러지기도 하고...
그러나 난정, 어떤 오기에 찬 표정으로 절을 계속한다.
3) 법당 밖에서 난정의 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선 당추.
s#75. 방이 붙어있는 길
갓쟁이들과 중인들이 몰려서서 담벼락에 붙은 방을 보고있다.
능금이 달래의 손을 잡고 걸어 오다가 멈춰선다.
능금 : (달래보며 낮게)..달래야, 포졸들 오나 잘 살펴?
달래 : (끄덕) 알았소..조심하오. 언니.
능금 : (자신감있게 쌩끗 웃어주며) 내 솜씨 몰라?
능금, 방을 보는 사람들쪽으로 걸어간다.
달래,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능금을 주시한다.
능금,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살피다가 어느 선비의 옆으로 다가간다.
능금, 지나치면서 순간적으로 쪽칼로 선비의 염낭줄을 똑 따낸다.
능금, 태연하게 지나치는데...그 선비가 뭔가 허전한 듯 허리춤을 뒤적이다 움찔 놀라 능금을 휙 돌아본다.
능금, 선비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냅다 뛰기 시작한다.
선비 : (능금을 쫓으며) 도,도둑이야, 저 놈 잡아라!
달래 : (어쩔줄 몰라)..느,능금언니..(능금과 한량의 뒤를 쫓아간다)
s#76. 다른 골목길
손에 염낭을 쥔 채 이를 앙다물고 죽어라 도망치는 능금.
달리는 능금의 발이 어느 순간 DIS 되면서 어른의 발로 바뀐다.
CA가 얼굴쪽으로 올라가면 성인 능금이 도망치고 있다.
잠시후 성인 능금이 추격을 따돌린 듯 멈춰서서 숨을 헐떡거린다.
성인 능금, 손에 쥔 묵직한 염낭을 보고 쌩끗 웃는데.
달래(E) : 능금 언니!
능금, 돌아보면 아직 앳띤 얼굴이 가시지 않은 성인달래가 달려온다.
능금 : (염낭을 튕기며 쌩끗웃어준다) 달래야. 어때? 내 솜씨!
달래 : ..언니! 길상 오라버니가 왔어요!
능금 : (놀람)..뭐어..길상이가?!...즈,증말이니 달래야?
달래 : (크게 끄덕이며 웃는)...응.
능금, 잠시 멍하게 섰다가 어디론가 후다닥 달려간다.
달래 : 언니, 같이 가오- (능금의 뒤를 쫓는다)
s#77. 어느 정자 위
어린 옥매향이 제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다.
너울거리던 춤사위 속에서 빙글 몸을 돌리는 순간 어린 옥매향이 화려한 목단꽃 같은 미모의 성인 옥매향으로 바뀐다.
옥매향, 학이 날개짓 하듯 나비가 날 듯 황홀한 춤사위를 너울대는데
뒤편에서 옥매향의 몸종, 실눈이가 급하게 온다.
실눈이 : 매향 아씨!
옥매향 : (멈추고 실눈이를 돌아보며)..와 기러니, 실눈아?
실눈이 : 급제자 연회가 있는 날인데 여기 계시면 어째요?
옥매향 : ..급뎨자 년회..?..(생각난 듯)..아,턈 기렇티, 고거이 오늘이디?
실눈이 : 자운아 마님께서 노발대발하여 아씨를 찾으셨세요.
옥매향 : (쌩끗 웃으며) 디금 가믄 되지 무슨 걱뎡이네? 날래 가자우.
s#78. 당추 법당 안
어린 난정,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고 있다...
이마며 콧등에 땀이 배인 난정의 얼굴 위로 빠르게 후레쉬 백 되는 다음의 이미지들.
당추가 난정의 탯줄을 이빨로 끊는(1회),
난정이 옥패를 의아하게 보는(2회),
난정, 불탄 책을 보며 우는(3회),
난정, 정렴과 옥련에게 짓밟히던(4회),
난정이 정렴의 뺨을 때리던(5회),
난정, 기방에서 파릉군, 정윤겸과 마주치던 (6회)
난정, 길상의 단소소리를 들으며 울던(7회) 등등의...
어린 난정이 절을 하고 고개를 들면 어느새 성인 난정으로 바뀌어있다.
청초함과 요염함이 뒤엉켜 있는 성인 난정의 얼굴.
절을 올리며 부처님을 간절하게 올려다보는 성인 난정의 얼굴위로
난정(E) : 부처님, 제 업보가 무엇이옵니까?...어머니와 헤어져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종년의 딸은 평생 종년의 딸로 살아야하고, 대갓댁 자식은 대갓댁 자식으로 살아야하는 것이 업보이옵니까?..
하오나, 하루 아침에 중전이 사가로 쫓겨나가고.. 궁핍한 별좌댁 아씨가 왕후의 자리에 오르신다면..
나같이 천한 종년의 딸도 장차 정경부인 한자리 바치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s#79. 어느 길
옥매향, 견마잡힌 나귀를 타고 간다. 실눈이가 옆에 섰다.
지나는 선비 서넛이 옥매향의 미모에 감탄한 듯 돌아본다.
옥매향, 시선을 즐기는 듯 쌩끗 웃는다.
s#80. 남소문 어느 주막 마당
능금,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다급한 눈길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어디선가 단소소리가 들려온다...
능금, 돌아보면 주막 한편 툇마루에 앉아 단소를 불고 있는 성인 길상.
능금 : (반가움에) 길상아!
길상 : (단소를 멈추고 일어서서 웃어준다)..능금아.
능금, 그대로 길상에게 달려가 안긴다.
능금 : 길상아, 이게 얼마만이냐?!..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줄 알어?!
길상 : (당황하지만 이내 웃어준다)..야, 너도 벌써 시집갈 때가 다 됐구나? 어디 신랑감이라도 봐뒀니?
능금 : (서운한) 뭐어?..벌써 잊었어? 내 신랑감은 길상이 너 밖에 없다고 했잖아!
길상 : (씩 웃어주며)..능금이 넌 여전하구나.
뒤따라 들어온 달래가 그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s#81. 당추 암자 근처 정자 위
난정, 생각에 잠겨 물을 내려다 보고 있다.
당추(E) : 난정아.
난정, 돌아보면 당추와 그 뒤로 난정모가 서 있다.
난정 : (믿기지 않는 비현실감)..어, 어머니...?
난정모 : (글썽)..난정아..
난정 : (그제서야 반가움으로 바뀌며)..어머니!
난정, 뛰어가 난정모 품에 안긴다.
난정모 : (부둥켜 안으며)..난정아...어디보자..내 딸..!
난정 : (원망과 반가움의 눈물)..어머니..왜 이제야 오셨어요..왜요?!
난정모 품에 안겨 재회의 눈물을 흘리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