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걸어오는 밤
허수경
저 달이 걸어오는 밤이 있다
달은 아스피린 같다
꿀꺽 삼키면 속이 다 환해질 것 같다
내 속이 전구 알이 달린
크리스마스 무렵의 전나무같이 환해지고
그 전나무 밑에는
암소 한 마리
나는 암소를 이끌고 해변으로 간다
그 해변에 전구를 단 전나무처럼 앉아
다시 달을 바라보면
오 오, 달은 내 속에 든 통증을 다 삼키고
저 혼자 붉어져 있는데. 통증도 없이 살 수는 없잖아,
다시 그 달을 꿀꺽 삼키면
암소는 달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간다
온 세상을 다 먹일 젖을 생산할 것처럼
통증이 오고 통증은 빛 같다 그 빛은 아스피린 가루 같다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
(손진은 시인)
아 고통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그리고 있네요. "아스피린 같은/꿀꺽 속이 다 환해질 것 같은" 달. 그걸 마시면 , "내 속이/크리스마스 무렵의 전나무 같이 환해지"는 군요. 고통으로 환해지는 삶, 시인은 "통증도 없이 살 수는 없잖아"라고 하고, 나아가 "달 속에 들어간 내 곁의 염소"도, " 온 세상을 먹일 젖을 생산"한다네요. 피할 수 없다면 고통을 피하지 말고 온몸으로 마시고, 세상을 치료할 사랑이라는 젖을 생산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