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방 형제님들 가브리엘님이 차한잔 올리시네요 잘얻어 먹고나니
아 글쎄 어머니 품속 같은 생각이 들어 올려드립니다. 어머니 품속
같은 사랑이...........
민요 73곡 실마리로 짠 이땅 어머니들의 삶
삼월에 태어나서 삼월이, 작은 딸년이라고 者斤連(자근년), 어린 딸년이라 언년이….
딸들의 이름은 그랬다. 어릴적 그저 그런 아명으로 불리다가도 15~16살이면 시집을 가게 되었고, 그때부턴 남편의 성씨나 아이의 이름을 빌려온 인생이 시작되었다.
죽어서야 `유인 김해 김씨' 같은 이름의 파편이 되돌아왔으니, 그의 가장 길고도 오랜 이름은 `아무개 어미'나 남편의 성씨를 따른 `김실 박실(김집 박집)'이었던 셈이다.
이름이 없었다고 존재가 없었을까? <어머니의 전설>은 이 여성들의 굴곡진 삶의 흔적을 따라간다. 소설가이자 <조선 막사발의 비밀>, <소나무> 등 역사와 문학이 교차하는 글쓰기를 거듭해온 정동주(55)씨는 이번엔 73곡의 민요를 길잡이로 삼았다. 팔순 노모와 장모가 자신의 어머니한테 배웠던 노래들을 채록하고, 여성 풍속사와 이웃 어머니들의 개인사를 베틀에 올려 구성진 이야기 가락을 뽑아낸 것이다.
시집살이 노래엔 박해받는 서러움과 친정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들이 유난히 많다. “시어머니 앙살새고 시아버지 유달새고 시누년은 삐죽새고/하다하다 못 살아서 중의 고깔 접어 쓰고/중의 바랑 짊어지고 절깐으로 올라가네…” 젊은 여인이 남편 없는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해 절집으로 도망가는 노래인데 이쯤이면 점잖은 편이다. 깊숙한 곳에서 토해내는 원한과 증오의 노래도 드물지 않다. “논에 가면 갈이 원수/밭에 가면 바래기 원수/집에 가면 시누이 원수/세 원수를 잡아다가/참실로 목을 매어/법든 곬에 열고지나”
그럴수록 친정 피붙이는 그립기 마련이라, 시집살이 설움을 친정 동생을 상대로 구비구비 풀어낸다. “성아 성아 우리 성아/시집살이 우떻더노/아홉쪽 삼베 치마/눈물 받아 다 썩었제” 베옷이 눈물로 젖어 썩어질 만큼 서러움은 깊고 짙은 것이다.
시집살이의 고난은 가난과 고된 노동으로 멍울지며 이들의 가슴에서 또다른 노래를 퍼올린다. 길쌈 노래, 모내기 노래 등 책의 3분의1쯤을 차지하는 일과 사계의 노래들은 이들의 신산한 하루하루를 가감없이 비춰준다.
“잠아 잠아 짙은 잠아 이내 눈에 쌓인 잠아/잠아 잠아 오지 마라 시어마니 눈에 난다/…/잠아 잠아 오지 마라 요 내 눈에 오는 잠은 말도 많고 흉도 많다/잠 오는 눈을 쑥 잡아 빼어 탱주나무에다 걸어놓고/들며 보고 나며 보고 탱주나무도 꼬박꼬박…”
얼마나 졸렸으면, 또 시어머니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졸린 눈을 “잡아 빼”고 싶다고 했는지…. 새벽 같이 깨어나 우는 아이 젖 먹이고, 밥 하고, 빨래하고, 모를 심고, 김을 매고, 사이 사이 길쌈하는 여인네들의 일상이 노래마다 애련하다.
저자는 “문학적 바탕에 역사와 사회까지 포괄하는 글쓰기를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의 전설>은 딱히 장르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삶에서 불화한 부분을 사설조로 흥얼흥얼 풀어낸 게 민요”라는 그의 설명대로 채록된 민요들은 시집살이·과부살이 등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또 길쌈과 모내기 같은 세밀한 여성 풍속사가 날줄로 들어가는가 하면, 경남 사천 고을 어떤 이의 시집살이 사연처럼 개인사가 씨줄로 끼어들기도 한다. 거기에 민요를 바탕으로 저자의 상상력이 엮어낸 이야기들 또한 자연스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평범한 어머니의 일상에 많은 부분을 돌려 썼지만, 울타리 밖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녹록치는 않다. 며느리나 아내란 이름말고도 한 세기 전 하층 여성들은 꽤나 많은 역할과 직업을 담당하며 살아갔다. 궁녀, 기녀, 무녀, 비녀, 수모, 하님, 다모, 주모, 안잠자미, 따라마님, 통지기 등이 이들의 또다른 이름이다. 중인 신분 이상의 독신녀는 안방 마님의 잠자리를 지켜주며 수발을 드는 `안잠자기'로 살아가기도 했고, 관청의 어떤 여종은 차시중꾼 `다모'로 한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두 어머니의 노래를 기록한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또 개인적일 수 없는 책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는 “인간으로서 차마 견디기 어려운 고난들을 딛고 자식을 키워낸 `모성'이란 한 개인의 인격으로 환원되는 게 아니”라며 “모성은 `자연'이고, `생태계의 핵'임을 일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또다른 시각에선 `어머니의 신화'에 대한 질문으로 옮아갔을 이 독특한 여성사는, 그에게 있어선 “절대성”으로 단언되는 `모성'에 대한 영원한 신뢰로, `어머니의 전설'로 나름의 길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