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년 4.10 총선 D-1에...
'24년 4.10 총선 하루 전이다. 높은 사전투표율에 서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용버들'보다는 '벽오동'을 심자.
“벽오동(碧梧桐) 심은 뜻은 봉황(鳳凰)을 보려터니/ 내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에 일편명월(一片明月)만 뷘 가지에 걸녀세라”
황진이가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조이다. 그런가 하면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귀향지에서 이렇게 시를 읊었다.
“다락 밖에 벽오동나무 있건만/ 봉황새는 어찌 아니 오는가?/ 무심한 한 조각달만이/ 한밤에 홀로 서성이누나”
봉황을 그릴 때는 대개 오동나무와 대나무를 함께 그린다. 그 이유는 봉황은 오동나무 아래 깃들고 3천 년 만에 한 번 열린다는 대나무 열매인 죽실을 먹고 산다는 설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벽오동은 예로부터 상상의 동물인 봉황(수컷은 ‘봉’, 암컷은 ‘황’)이 깃드는 나무라는 설 때문에 매우 상서로운 나무로 알려져 귀하게 대접받았다.
그 이유는 중국의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에 기록된 “봉황이 저 언덕 높은 곳에서 우는데 거기 양지 녘에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다”에서 유래되었다. 또한 '장자' '추수편'에 보면 장자가 양(梁)나라 재상인 ‘혜자(惠子)’를 만나서 나눈 유명한 대화 내용이 나온다.
“남쪽에 ‘원추'라는 새가 있는데 그대 아는가?/ 원추는 남해를 출발하여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오동‘이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醴泉)의 단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즉, 군자를 원추(봉황)에 비유하여 ’아무리 궁하여도 아무것이나 함부로 탐하여 취하지 않는다‘는 지조와 절개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오동‘은 벽오동을 일컫는다.
벽오동은 줄기가 곧고 그 나무 껍질도 푸르러 오동나무보다 훨씬 아름다움으로 관상용 정원수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 벽(碧)은 '푸르다'라는 뜻으로 '벽옥', '벽계수' 등에 쓰이는 한자이다.
벽오동은 한해에 1m 이상 자랄 만큼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수종이라서 딸이 출생하면 집 근처에 벽오동 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장롱을 짜준다는 말이 있다. 특히 껍질과 열매는 달여서 약으로 먹고 목재는 악기를 만들거나 관을 짜는 데 썼다.
그런가 하면 오동나무가 많아 붙은 동네 이름도 있으니 서울의 오류동(梧柳洞)으로 예로부터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았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화투 놀이에서 11월을 가리키는 ’오동 광(光)‘은 봉황이 벽오동 열매를 따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렇듯 동양의 식수에 관한 역사는 중국의 벽오동뿐이 아니다.
고대 인도의 마우리야(Maurya) 왕조 제3대 왕으로,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도 전역을 통일하여 전성기를 누렸던 인도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일컬어지는 ’아쇼카(Ashoka, 阿育) 왕‘은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다섯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한다고 선포했는데 그 다섯 그루의 나무는 '약나무, 유실 나무, 땔감 나무, 건축용 나무, 꽃을 피우는 나무'로
아쇼카는 이를 두고 '다섯 그루의 작은 숲'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1,300년 신라 문무왕 시대 공식적으로 나무를 심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49년 4월 5일을 대통령령에 의해 법정 공휴일인 ‘식목일’ 제정으로 온 국민이 대대적인 산림녹화 사업에 동참한 결과 6.25 전쟁 이후 10여 년 만에 전 국토에 울창한 산림을 가지게 되었다.
1960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이듬해인 1961년 다시 공휴일로 부활 되었으나 2006년 또다시 공휴일이 폐지되어 실질적으로 식목일 자체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나무 심는 일이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처럼 나무 심기 운동이 시들해진 때 문재인 정부 시절에 정부산하 LH의 도시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어느 공사 직원들에 의해 갑자기 특정 지역에 나무 심기 운동이 벌어져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른바 ‘용버들’이란 나무다.
용버들은 쌍떡잎식물로 버드나무과에 속한 나무로 비틀어진 가지가 마치 용처럼 꿈틀거리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용버들이라 불리고 있다.
이렇듯 나무를 심는 뜻으로 따지자면, 과거 나라의 태평성대를 원하는 선비는 "아무리 궁하여도 아무것이나 함부로 탐하여 취하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상상의 길조인 봉황을 고대하며 마당에 '벽오동나무 한 그루'를 심었고, 또한 인도의 성군 아쇼카 대왕은 자칫 권력욕에 빠져 정치에 경도되기 쉬운 백성들에게 각자에게 주어진 본연의 직에 전념케 하기 위해 비유적 교훈으로 '다섯 그루의 나무 심기'를 했다.
젊은 시절 통기타를 치며 부르던 인기 듀엣 ’투 코리언즈 김도향, 손창철‘의 노래 '벽오동 심은 뜻은'이 귓가에 다시 들려오는 듯 하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오시뇨/ 달맞이 가잔 뜻은/ 님을 모셔 가잠인데/ 어이타 우리 님은/ 가고 아니 오시느뇨
하늘아 무너져라/ 와뜨뜨뜨뜨뜨뜨뜨뜨뜨뜨/
잔별아 쏟아져라/ 까뜨뜨뜨뜨뜨뜨뜨뜨뜨뜨/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오시뇨“
언젠가 찾아올 봉황을 사모하여 벽오동을 심었건만 봉황은 아니 오고 용버들 사이로 온갖 잡새만 날아들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경험했다.
이제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름할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용버들이 아니라 반드시 벽오동을 심어야 한다. 봉황은 그 줄기가 반듯하고 수피가 푸르른 벽오동 나무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용버들같이 가지가 뒤틀린 정치 풍토를 벗어나 아무리 궁하여도 아무것이나 함부로 탐하여 취하지 않는 지조와 절개의 벽오동같은 인물을 골라 심어야만 이 나라에 봉황이 깃든다.
반드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자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태평성대를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사전투표 못했다면 내일은 꼭 투표를 하자 투표를 해야 나라가 바뀌고 국가사회가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