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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한 신부는 이치우 씨가 아니었더라도 한전 측과 정부의 무성의로 절망감에 빠진 농민들이 벼랑에 몰려 있었다고 진술했다. |
이치우 씨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준한 신부(밀양 예림성당)는 장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것은 예고된 죽음이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이곳 산외면 뿐만 아니라 765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며, 이들은 ‘내가 죽으면 문제 해결 될까?’ 묻고는, ‘그러면 내가 죽어불끼다!’라는 말을 늘상 입에 올리곤 했다. 이것이 그 어르신들이 느끼는 절망이다. 이 깊은 절망이 가난한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송전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르신들의 불미스러운 죽음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할매들은 ‘내 대신 그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빈소에 와 있던 다른 주민은 “할배들 할매들이 작년부터 땅도 안 팔리고 담보대출도 안 되니 죽기살기로 공사장인 산에 올라갔다가 비료푸대를 타고 내려오곤 했다. 죽더라도 막다 죽겠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준한 신부에 따르면, 밀양 송전탑과 송전선로와 관련한 문제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서 보상체계가 최소한으로 되어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국회가 공전되면서 오는 9월로 미루어졌다. 한편 주민들의 송전선로 반대가 단순히 ‘보상을 더 받자’는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김 신부는 “한전 측에서는 보상금 문제가 아니면 아예 대화에 응하려고 들지 않는다”면서 “대책위 측에서는 할 수 없이 보상 문제로 만나자고 하면서 대화를 시도해 왔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송전선로 공사 자체를 백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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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은 이치우 씨의 빈소를 떠나지 않고 밤새우며 향후 대책을 고민했다. 이들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롭던 마을이 송전탑 문제로 이렇게 망가지고, 사람까지 죽게 되었다"며 한탄했다. |
이와 관련해 765㎸ 송전탑 밀양시민연대 대표는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를 시작한 논은 97세 노모를 모시는 사는 고인의 3형제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 온 곳”이라며, “송전탑이 들어서는 이치우 씨의 논은 2000평 가량 되는데, 시가로 평당 20만원으로 모두 4억의 가치를 지닌 땅이다. 그런데 논에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받을 수 있는 매입금은 6천만원이다. 물론 한전에서는 철탑 부지만 매입하는 것이지만, 일단 765㎸ 송전탑이 들어서면 나머지 논에서도 전자파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을뿐더러 그 땅을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 은행에서 자산가치가 0가 되어 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결국 농민더러 죽이라는 소리”라고 전했다.
실제로 어느 농민이 소유한 준농림지(관리지역)에 해당되는 땅의 경우에, 용도변경을 통해 집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시가 8억8천여만 원 가량 되는데, 지상권 이용료로 한전이 6백8십만 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다. 그러자 한전 측은 해당 주민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중앙토지관리위원회에 공탁금 6천만 원을 걸고 토지를 강제수용해 공사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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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 산외면 후미진 산촌에 노인들만 모여 살기 때문에 젊은 활동가도 홍보수단도 없이 그저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던 노인들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빈소 주변엔 밤새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
한전 측은 현재 공사를 먼저하고, 나중에 대화를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며, 지난 해 11월 1일부터 공사를 재개하면서 주민들과 대치 중에 있었다.
한전 측의 공사강행에 맞서 주민들이 맞서는 과정에서 그동안 크고 작은 마찰이 지속되어 왔는데, 지난 2011년 11월 10일에는 산외면 108번 초고압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불교 태고종 여스님 배모 씨(51세, 한국불교태고종 전국전법사회 수석 부회장, 경남동부종무원 재무국장)가 이 건설공사 감리와 공사업체인 대동전기 이사 등 직원 3명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건설 용역들은 고령의 할머니들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야유를 퍼붓곤 했다고 한다. 노인들은 이 과정에서 겪은 무력감을 호소하며 절망해 오던 차였으며, 급기야 한 촌노의 죽음까지 가져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