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 /정진규
―몸시詩38
기억나지 않지만 물속엔 깨끗한 물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른 새벽에 봄날 새벽에 안개를 해치고 가서 풀밭을 한참 걸어가서 물가에 당도하여서 젖은 발로 그것 보고 들었다고!
그는 다시 말했다 햇살이 그의 따뜻한 혀로 이슬들 핥기 시작한 바로 그때쯤, 마침내 물속에서 솟아오른 꽃을 두고 오, 물이 알을 낳았다고!
그러니까 꽃은 알이다. 그러니까 물은 자궁子宮이다 두근거림이란 회임한 아내의 배에 귀를 대고 내가 듣던 바로 그런 소리다.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상처를 핥아다오, 물속 꽃의 두근거림아!
*정진규1939~2017
시집으로 『몸시』 『껍질』 『마른 수수깡의 평화』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등이 있따. 월탄문학상, 공초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 읽기> 물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몸시詩3)8/정진규
젖은 발을 쑥 집어 넣고
때로는 젖은 발이 얼굴이다. 발로 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것 참, 아내가 회임한 소리까지 들을 수가 있다. 어느 봄날 새벽, 누군가가 풀밭을 한참 걸어가 물가에 당도하여서 수면에 발을 내리고 있다. 마치 얼굴을 수면에 바짝 대고 들여다보듯. 이런 봄엔 물밑에서 들려오는 두근거림에 젖은 발을 쑥 집어넣고 둥글고 환한 꽃 피어나는 소리 듣고 싶구나.
―박형준 엮음, 『당신에게 그 어떤 위로보다』, 사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