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라는 용어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 소비 성향과 자기 주장이 강하며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고 현실의 즐거움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젊은 세대를 일컷는 말입니다. 신인류라는 말은 어제 오늘의 단어가 아니고 앞선 인류의 후세이긴 하지만 뭔가 많이 달라진 다시말하면 돌연변이적인 형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주 예전 로마시대에도 요즘 것들은 건방지다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인류가 탄생하고 나서 줄기차게 사용된 용어이기도 합니다. 자신들 세대와 다르면 신인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아마도 신인류라는 단어에 가장 근접한 세대는 바로 한국에 사는 젊은 세대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예전에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 한국에 이르기까지 미풍양속이라고 정의내렸던 성향들은 거의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아버지 어머니에게 효도하면서 자식들은 많이 낳아 열심히 길러냈던 그런 가족관계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1인가족들이 급증하고 부모와 따로 떨어져 나가 독립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합니다. 물론 자신의 능력으로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경제적 도움으로 그냥 별거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18세가 되면 자연적으로 집을 떠나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그런 풍속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초저출산은 한국사회에서 예전에 상상을 하지 못했던 일이였습니다. 1960년 1970년대만 해도 한집에 4~5명이 보통이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입니다. 당시 한국은 너무 인구가 많았습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한명도 좋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듣고 자랐습니다. 그런 베이비부머들이 성장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그들이 배우고 들었던 산아제한을 손수 실천했습니다. 1980년 1990년대 결혼한 사람들가운데 두명 이상을 낳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한집에 한자녀 가정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이제 결혼 적정기가 되니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물론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천민자본주의가 횡행하면서 돈이 권력이 된 사회에서 아파트 특히 서울 특정지역의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습니다. 그외의 지역에서도 아파트 투기 광풍이 불어 엄청난 거품이 전국에 수북히 쌓였습니다. 안 그래도 핵가족이니 초핵가족이니 하는 사회분위기속에서 아이낳기를 꺼리는데 살 집조차 마련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니 어떻게 결혼을 하고 결혼도 안하는데 아이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을까요. 아파트 값만 문제입니까. 사교육비는 또 어떤가요. 부모가 한달 벌어 아이 한 명에게 갖다 바쳐도 허덕이게 되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입니다.
한때 한국에서 욜로족이 성행을 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삶에 구속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는 것 아닙니까. 뭐 지적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만의 행복과 쾌락만을 추구하다보니 가정과 결혼 그리고 출산은 인생 과정에 아예 포함을 시키지 않게 됩니다. 가정과 결혼 출산 모두 자신의 행복과 쾌락을 위해 걸림돌이지 디딤돌은 아니지 않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이라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욜로족은 마치 신이 제공한 최고로 멋진 선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그 욜로족들이 만들어낸 초저출산은 한국을 세계에서 소멸될 최초의 나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과거 한국에 최고의 미풍양속이 현모양처이었지만 지금은 골드미스가 지고지순의 경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신인류의 상징이라고 칭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요즘 한국이 또 한 번 세계속에 인구에 회자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에는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다는 말 말입니다. 외국의 유명 언론들이 한국을 비아냥거리는 데 이 통계를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산부인과가 망해서 문을 닫으면 그 자리에 가축병원 애견병원이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야만인이 하는 짓으로 평가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24년전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지만 배우자가 그래도 아이에게 수박의 단 맛은 맛보게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요즘 인기를 끌지만 그말은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말도 많습니다. 수박의 단 맛보다 인생의 쓴 맛 그리고 한국 사회가 던지는 피곤함이 더 강하고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말이지요. 신인류다운 발상이고 표현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구상 인류에게 신인류는 항상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신인류들은 앞선 인류의 걱정속에서도 제대로 인류 생존을 유지해 왔고 문명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한국의 신인류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아니 많이 달라 보입니다. 나라의 생존이 없고 소멸되는데 무슨 신인류가 존재할까요. 물론 지금 젊은이들 시대에는 그런 소멸을 아주 아주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의 자녀들은 아마도 직접적으로 소멸국가로서의 붕괴 현장을 겪게 될 것입니다. 물론 내 생애에 겪지 않으면 된다는 그런 생각으로 임한다면 정말 한국의 신인류는 한국 역사상 마지막 신인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우려스럽게도 사실일 것 같아 보입니다. 한국의 신인류는 지금 젊은 세대로 마감된다는 말입니다.
2024년 10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