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용집회’ 대부분 불법집회 됐다
전광훈 목사-민노총 주최 집회 등, 지자체서 코로나이후 금지하자
법원선 방역준수 조건부 허용, 현장선 노마스크 흡연-음식물 섭취
경찰 “거리두기 위반 단속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법원은 참가자 간 거리 두기 등 각종 방역 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자율 준수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 집회 개최 조건, 현장에선 안 지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해왔다. 하지만 주최 측이 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경우 법원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일부 인용하면서 ‘조건부 허용’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방역을 위해 법원이 내건 조건은 다양했다. 시기에 따라 참가자 인원 제한을 비롯해 1∼2m 이상 거리 두기, 명부 작성, 신분증 및 코로나19 음성 결과서 지참, KF94 등급 이상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현장 코로나19 자가검사 등의 조건이 부과됐다. 차량 시위에는 창문 개방 및 구호제창 금지 조건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0년 8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등이 주최한 서울 광화문 집회가 대표적이다.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벌인 대규모 집회 때도 법원은 △체온 측정과 손소독제 사용 후 집회 장소 입장 △참석자 간 2m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어깨가 마주칠 정도로 붙어서 집회를 했고,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거나 음식물을 섭취했다.
○ “마스크 종류까지 확인 못 해”
경찰은 현장에서 법원이 내건 조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집회를 관리하는 기동대 소속 한 경찰관은 “시민과 집회 참가자의 안전 확보, 교통 통제 등이 최우선 과제인데 마스크 종류, 거리 두기 간격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방역 수칙 위반으로 신원 확인을 거쳐 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지자체도 역부족인 건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방역 수칙 위반이 너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위반을 확인해도 계도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방역 지침이 점차 완화되는 중이다 보니 집회 주최 측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대규모 집회 참가자는 “정치, 스포츠, 문화 행사는 허용 범위가 확대되는데 유독 집회만 계속 강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정부가 거리 두기를 차츰 완화하면서 방역을 명분으로 한 집회 제한 규제의 근거가 약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15일 방역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거리 두기 완화 수준에 맞게 집회 인원 및 방역 수칙에 대한 완화가 이뤄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