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케는 호크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말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것이지 사실 그녀는 초조함에 미칠지경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미시케의 귀에 들리는 폭발소리!! 미시케는 파인리히의 당부를 기억하고 있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나오면 안되요. 여기서 호크가 어떻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이 불가능하거든요?"
미시케는 파인리히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의 말이 맞아..... 그리고 난 도움도 되지 못하는걸....."
미시케의 말이 끝날때였다. 바로 옆에 하나의 호크가 착륙한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군.... 카인에게 알려준 좌표가 나일론 공장의 좌표였다니...... 우연치고는 기묘하군....."
얀은 그렇게 말하고는 급히 호크에서 내렸다. 아크바레이 역시 재빠른 몸놀림으로 부드럽게 하차했다. 이미 곳곳에 전투의 흔적이 보이고 있었으며 여전히 치고박는 파공성이 들리고 있었다.
"설마.... 카인일행이 공격당하는것인가? 서두르자!! 아크바레이!!"
- "네!"
얀은 카인들이 공격받는 것을 확신하고는 급히 공장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의 눈에 보였던 것은 궁지에 몰린 카인일행이었다. 그것도 수십명의 괴한들에 둘러싸여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접근전에서 상당히 불리함을 안고 있던 파인리히가 더 이상 가상생명체소환을 하지 못하고 괴한들의 표적이 되고 있었다. 카인과 라케프는 그런 파인리히를 돕고 싶었지만 남을 돌볼 처지가 아닌것같았다.
그 모습을 본 얀과 아크바레이는 둘다 매너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워낙 치열한 싸움이라 아직 그 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얀의 포스와 아크바레이의 포스가 각
각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얀은 자신의 공격용 포스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보조용 포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괴한들의 정신혼란을 가져올수 있는 컨퓨징 포스를 쓴 것이다. 이것은 아크타리안이 헤켈을 상대로 사용한것과 비슷한 것이었지만 파워나 발동시간면에 있어서는 수준차이가 엄청나게 났다. 게다가 상대는 무인들이었기에 게중에는 정신력이 높은자들이 있어 혼란에 걸려들지 않았다. 그래도 카인들에겐 도움이 되는게 사실이었다.
또 아크바레이의 공기의 소용돌이가 파인리히를 일행으로부터 왕따시키며 공격하던 괴한들을 덮쳤다. 아무리 포스 오너와 싸움을 많이 해본 괴한들이었지만 느닷없이 날아오는 공격은 막아내지 못하고 개풀 꺽이듯 쓰러졌다.
"소장님!!! 아크바레이!!!"
카인이 소리치자 얀과 아크바레이가 미소지으며 달려왔다. 코로니스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카인들의 동료가 도우러 온것임을 간파하고 그들에게도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쪽수좀 많아졌다고 해서 함부로 희망을 가져선 안됩니다. 여러분.... 호호홋..."
라케프는 그렇게 말하는 코로니스를 향해 한껏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정말 늙어서 그런지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 있었다. 벌써 스무명정도를 때려눕힌것같은데도 상대들은 계속 공격해오고 있었다.
카인은 쉐도우와의 접속시간이 점점 길어짐에 따라 엄청난 피로감에 고통받고 있었다. 사실 쉐도우 실험을 통해 접속시간을 늘렸다면 한시간 이상 버틸수도 있었을테지만... 그는 그런 연습을 하지 않고 바로 세느카 임무에 투입된 것이다. 설마 이렇게 30분도 채 버티지 못할줄이야.....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짐을 느끼고 쉐도우와의 접속을 끊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살하는 꼴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계속해서 엄청난 방어력과 무공으로 적들을 기만하던 카인이 쉐도우와 접속을 해지하자 적들의 사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나마 가장 잘 싸우고 있던 카인마져 그리 된것이다.
하지만 얀의 컨퓨징 포스가 적들의 중추신경을 흔들어놓고 있었기 때문에 싸움은 점점 카인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흠...... 생각보다 강한 동료들을 두었군요.... 카인씨... 하지만 그들이 기계적인 물체에도 힘을 발휘할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호호홋.."
코로니스 엘 드바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얀과 아크바레이를 향해 달려났다. 플라즈마 검이 일반 T-blade 보다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가오그끼리의 싸움에서만 해당하는 말이지 보통 사람들에겐 그게 그거였다.
남은 3대의 가오사이보그 중 가장 현란한 색체를 지닌-게다가 다른 2대의 가오그보다 덩치도 약간 큰-가오그가 얀을 향해 돌진해왔다. 얀은 순간적으로 가오그 탑승자를 향해 콘퓨징 포스를 사용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공격해왔다.
'이런..... 의지가 강력한 녀석이군.....'
아크바레이는 포스를 신속히 모으고는 가오사이보그 탑승자가 조종하는 중심부위의 약한 부분을 향해 쇠파이프를 날렸다. 매너 포스가 실린 쇠파이프는 거대한 총알이 되어 가오그의 심장을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코로니스가 플라즈마 검을 급히 엑스자로 휘두르자 날아오던 쇠파이프가 세동강이 나며 맥없이 떨어졌다. 정말 놀라운 파괴력과 스피드였다.
"아크바레이!! 피햇!!"
얀의 말과 동시에 둘은 옆으로 몸을 굴렸다. 코로니스의 거대한 검을 간신히 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괴한들을 상대로 걸어두었던 컨퓨징 포스가 사라지면서 괴한들은 다시 카인 일행을 덮치고 있었다.
"한도 끝도 없군......"
쉐도우와 접속을 안한 상태에서는 거의 무한? 체력을 달리던 카인이었지만 점점 지쳐가는 것을 막을수 없었다. 게다가 라케프는 늙어서인지 이제는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고 파인리히는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얀과 아크바레이 역시 코로니스의 연속공격을 피하느라 매너 포스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대의 위기였다.
유그리스시..... 나일론 공장으로부터 10km 떨어진 작은 건물....... 외진 곳에 세워진 건물처럼 주위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건물도 상당히 노후되어있었다. 흉가라고 해도 할말없을정도로 건물 주변은 상막했다. 그 건물 주위에는 폴리아트겐 재질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듬성듬성 건물을 지키고 있었다.
"이봐? 아쉽지 않아? 모처럼 몸을 풀 기회였는데?"
- "하핫.... 웃기는 소리하지마... 우리 실력가지고는 그곳에 가서 쓸모 없는 녀석 취급당한다구...."
"흠... 너무하는군..... 이런데서 이런 일이나 시키고..."
- "코로니스님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렇겠지.... 그 분이 직접 나설정도의 상대면 우린 여기있는게 더 낳을거라구."
"그건 네 말이 맞아... 후후훗....."
- "최정예만 뽑아갔으니..... 성과가 있겠지.... 엇.... 저건 뭐지?"
두명의 잡담이 허공속에 묻혔다. 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분명 무언가를 본것이다. 일류의 실력을 가진 무인은 아니었지만 그들도 무술을 배운 자들이었다. 살기란 것은 충분히 느낄정도의 실력이란 소리다.
"크억!!!"
"말도 안... 컥!!!"
두명의 비명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비명소리를 들은 다른
괴한들이 급히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카인일행과 얀일행은 싸우다 보니 서로 뭉치게 되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던가??? 하지만 지금은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다. 무식하게도 코로니스는 일행을 향해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물론 가오사이보그의 보통 검 크기이지만 인간의 크기에 비하면.... 대검이었다.-
거기다가 흩어지면 괴한들이 공격하니...... 정말 난처한 상황이었다. 가장 힘들게 싸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파인리히였다. 그는 냉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서 회피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지만 피하는것만으로는 이길수가 없었다. 그리고 피하는것도 한계가 있지.... 파인리히는 사실 정식으로 무술을 배우거나 한 적이 없었다. 무인들에게 짓밟히는 것은 당연한건지도 몰랐다.
"하아..... 하아...... 카인..... 더 이상 안되겠어.... 너희들만이라도..... 하아..."
파인리히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카인의 귀에 울려퍼졌다. 그를 돕고 싶었지만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라케프도 파인리히 못지 않게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얀과 아크바레이만이 괴한들을 하나둘씩 매너 포스로 쓰러뜨리고 있었다.
그런 파인리히의 머리속에 무언가 강렬히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으아아아....."
파인리히는 엄청난 두통에 고통스러워했다. 그를 공격하던 괴한들도 당황해서 잠시 그의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디바이딩 미케노스!!!'
"디바이딩 미케노스!!!"
파인리히가 머리 속의 주문에 따라 '디바이딩 미케노스'를 외치자 그의 양손에 있던 구슬의 거대한 잔영이 앞에 생기더니 그 안에서 수십마리의 미케노스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괴한들에겐 정말 괴기스런 장면이 아닐수 없었다.
수십마리의 미케노스들
이 괴한들을 하나씩 공격해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역습에 괴한들은 손하나 못쓰고 당하고 있던 것이다.
가장 놀란 사람은 코로니스였다. 파인리히의 파괴력을 이미 알았지만-사실 카인에 대한 정보만 알고 있었지 파인리히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저런 공격까지 할줄은 몰랐던 것이다. 수십명의 괴한들이 정신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정작 기술을 사용한 파인리히는 그 자리에 서서 공격한 자세 그대로..... 양 손을 앞으로 벌리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의 입에서는 굉장히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카인은 파인리히의 공격을 보고는 '진화인가?'하고 생각하고는 남은 괴한들을 향해 역공을 가했다.
'젠장..... 겨우 5명을 상대로..... 나 코로니스 엘 드바인이 이렇게 힘겨워할줄이야.....'
그때였다. 코로니스의 가오그에 부착되어있는 통신기로부터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냐? 이 중요한 순간에??"
- "큰일났습니다. 괴물이.... 공격을.... 크윽....."
"뭐라구?? 야!! 대답해!! 젠장....!!"
인질이 잡혀있는 곳에 누군가 침입을 한 것이다. 코로니스는 급히 남아있는 2대의 가오그와 부하들을 일제히 퇴각시켰다. 카인일행을 없애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선은 인질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순간 돌변한 코로니스의 행동에 카인일행은 당황하고 있었다. 물론 적들이 도망치니까 다행이긴 했지만 아직도 적에게 그렇게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라케프는 숨을 헐떡이면서 이마의 땀을 닦았다.
"휴우..... 저 파인리히란 녀석 굉장히 강하구먼.... 한 번의 공격으로 적들을 모두 물리쳤으니.....
"
- "뭔가 이상해요...... 코로니스와 가오그 2대만으로 충분히 공격이 가능했을텐데.... 이정도로 물러서다니....."
카인은 그 말을 하고는 파인리히를 바닥에 눕혔다. 파인리히는 한 번에 남은 모든 힘을 끌어내고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던 것이다. 입에서 나온 피는 내장이 상했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얀이 급히 달려왔다. 파인리히의 가공할 공격을 본 그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우선 사람부터 살려놓고 볼일이었다.
"큰일이군...... 내장이 상했어..... 생명이 위험해....."
- "제가 해보겠습니다. 얀 선생님....."
아크바레이가 파인리히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보조용 포스인 힐링 포스를 사용했다. 하지만 워낙 중상인지라 쉽사리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듯했다.
"이런...... 역시..... 치유계통은 연습이 부족해서...."
- "하핫.... 이 친구도 대단한 친구로구먼.... 공격계 포스 오너인줄 알았더니.... 어디 내가 해봄세......"
라케프가 그렇게 말하고는 파인리히옆에 앉았다. 아크바레이의 큰 키에 비해 다소 작은 라케프가 자리에 앉았으나 그 앉은키는 서로 비슷했다.
라케프 역시 파인리히의 가슴에 오른손을 얹고는 엄청난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힘에 얀과 아크바레이는 둘다 놀라고 있었다.
"포스 오너!!!?"
라케프는 왼손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고 시킨후 계속해서 포스를 집중시켰다. 그러자 파인리히의 혈색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이군... 이 친구 정말 끈질긴 생명력이야.... 나도 사실 조금 불안했는데..... 이 친구의 살려는
의지가 자신을 구했어!!"
- "우와..... 대단하군요..... 어떻게 그런 강력한..... 매너 포스를...."
"별거 아니야... 사실 치유계통밖에는 사용할줄 몰라!"
아크바레이가 놀란눈으로 존경스럽게 바라보자 쑥스러운 듯 라케프는 미소지었다. 카인 역시 놀랍고 신기한게 사실이어서 그런 라케프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때 얀이 말했다.
"코로니스가 급히 후퇴한건 다른 사정이 있어서였을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확실히 불리한 상황에 도망칠이유가 없지......"
- "흠... 그렇구먼..... 아차..... 설마.... 세느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뭐라구요??"
라케프의 말에 카인이 흥분하며 공장밖으로 달려나갔다. 아크바레이는 급히 파인리히를 업고 뒤를 따라나갔고 얀과 라케프 역시 호크를 향해 달려갔다.
라케프의 호버크레프트를 본 얀과 아크바레이는 신기한 물건에 놀라웠지만 급하다는 생각에 우선은 호크에 탔다. 미시케는 일행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이륙 준비를 했다. 유그리스시까지 오는 동안 라케프에게 작동법을 배웠던 것이다.
일행이 타자마자 급부상한 호버크레프트는 코로니스들이 타고간 호크의 궤도를 따라 뒤쫓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라케프의 호크에는 추적장치까지 달려있었다. 정말 라케프란 사람은 도무지 정체를 알수 없는 사람이었다.
건물 밖에는 폴리아트겐 재질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처참히 찢겨 죽어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봐도 고개를 돌릴정도로 처참했다. 그들의 상흔은 모두 엄청난 바람같은것에 긁혀 살이 찢겨져 나간 것인데 정말 엄청난 파워가 아니고서야 무술실력이 뛰어난 그들을 그렇게 쉽게 죽일수 없었을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괴한들의 몸뚱이가 서로 제각기 놀고 있었다. 머리는 위에 팔,다리는 계단 밑에..... 모두 깨끗이 잘려나가서 다시 붙이면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했다. 검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보았다면 감탄을 금치 못할 솜씨였다.
지하실에 위치한 한 방...... 세느카는 그곳에서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 겨울이었고 게다가 지하였기에 세느카는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계단에서 넘어진것같은 소리였다. 문득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굳게 닫혀있어 미동도 하지 않을것같았다. 그때였다.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숴졌다. 세느카는 문이 부숴지는 소리와 처참히 죽어있는 사내의 머리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내 그 뒤의 장면을 보고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를수 없었다. 비명조차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세느카의 앞에는 2미터 10센치 정도 되어보이는 키에 양팔에 검을 달고 있는...... 그리고 도마뱀처럼 꼬리가 달려있는... 무시무시한 표정의 헤켈 3개체가 서있었다. 파충류의 피부를 닮아서 그런지 어둠속에서도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중 검을 달고 있지 않은 두 개체가 천천히 세느카를 향해 걸어왔다.
세느카는 무시무시한 공포가 엄습해옴을 느꼈지만 어떠한 행동도 말도 할수 없었다. 그야말로 얼어붙은것이다. 그때였다. 다가오던 헤켈 중 한 개체가 말을 했다. 물론 헤켈어였다.
"쥬데카..... 그녀가 깨어있으면 곤란하지 않은가? 최면을 거는게 낳지 않은가? 우리의 위치가 알려져서 좋을건 없지 않은가?"
- "후훗.... 인간들에 대해 그리도 모르는가? 한땐 인간이었으면서..... 그 정도는 녀
석들도 충분히 알아낼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게 낳을것같군..... 오줌이라도 싸면 곤란하니까... 후후훗..."
"알겠다."
검을 들고 있던 헤켈이 음산하게 웃자 세느카는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 그때 한 개체가 세느카의 머리위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포스를 집중했다. 그러자 세느카의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졸린지..... 알수 없는 나락의 세계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한 개체가 세느카를 업고 일행은 재빠르게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때였다. 공중에 대략 6~7 대의 호크가 날아오고 있었다.
"젠장.... 쥬데카!! 녀석들이 눈치를 챘다. 어찌할 생각인가? 우린 명령을 따르겠다."
- "후후훗.... 방금전 녀석들의 실력을 잘 알지 않은가? 그런 녀석들이 수백이 덤벼든다한들 무슨 상관인가?"
쥬데카의 생각을 물었던 그 개체는 쥬데카의 엄청난 자신감에 몸이 전율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자라해도 숫자면에서 밀리면 당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건 고금을 통틀어 진리였다. 진리에 대항할만한 자신감...... 그것이 부럽기도 했다.
"알겠다. 5검사의 한명인 네 명령을 따르겠다."
- "후후훗... 너희들 죽지 않도록 해주면 되지 않겠나?"
쥬데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번 크게 웃어제꼈다. 공중에서는 코로니스의 호크들이 하나둘씩 착륙채비를 하고 있었다. 상대는 고작 3 개체.....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헤켈 3개체한테 30명에 달하는 뛰어난 무인들이 당하고 만것이다.
코로니스의 얼굴은 분노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아까전의 카인일행과의 결투에서도 보면 그는 냉정했다?-부하들의 처참한 떼죽음 장면을 마주하고선 그럴수 없
었다.
코로니스의 호크들이 착륙하자마자 수십명의 무인들과 가오그 3대를 토해냈다. 쥬데카가 생각한대로 포스 오너는 없는 듯 했다.
"저들에겐 무력밖에 없다. 너희들은 멀리서 엄호 공격이나 해! 어차피 너희들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그들은 모두 몰살당할 것이다."
- "알겠다. 하지만 우린 접근전엔 정말 불리하단 사실을 인지해두도록 하길 바란다."
"후후훗.... 난 두 번 말하는게 싫어!"
쥬데카는 그렇게 웃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검이 지는 태양빛에 반사되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카인을 태운 호크가 엄청난 속도로 코로니스를 쫓고 있었다. 한 십여분 차이로 출발해서 놓칠수도 있었지만 추적장치 덕에 은근한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쫓아왔던 것이다.
그 사이 얀과 아크바레이 그리고 미시케,카인,파인리히,라케프는 서로 통성명을 나누고 그간의 상황을 대충 얘기했다. 특히 라케프라는 존재에 대해 얀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특이한 호크는 얀조차도-셔틀크루져도 타고다니는-본적이 없는 것이었기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술실력이 뛰어난데 치유 능력이 있는 포스 오너라니..... 그것도 그랜드 포스 오너와 거의 맞먹는..... 어쩌면 그랜드 포스 오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던 얀이었다.
라케프 역시 이 일행들에겐 엄청난 힘과 지식이 있음을 알고 모처럼의 여행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느카가 걱정됨은 사실이었지만 얀의 말을 들어보면 그녀는 결코 죽지 못할 입장이었다. 어느 종족이든 그녀의 생명을 절실히 요구했으므로.......
"거의 다 왔어요. 앗..... 저기!!"
미시케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일행은 동시에
그 곳을 바라보았다. 정말 무시무시한 장면이 아닐수 없었다.
한명의 해켈에게 남아있던 20여명의 괴한들이 무참히 죽어나가고 있었다. 단 일검에 그렇게 뛰어났던 무인들이 죽었던 것이다. 놀라운 장면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뒤에 있던 2개의 헤켈들이 엄청난 공기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괴한들을 갈가리 찢겨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상급 포스 오너!!!"
얀이 중얼거렸다. 상급 포스 오너라면 얀과 아크바레이와 맞먹거나 더 강력한 자들임에 틀림없었다. 아직 그랜드 포스 오너의 반열에 들지 못한 아크바레이는 그 말에 치를 떨었다.
물론 얀이 숨겨진 힘을 발휘한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런 것은 이카루스를 잃은 후로는 발휘되지 않았다.
처참한 광경에 모두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의식을 잃었던 파인리히가 깨어난 것이다. 일행들이 소란스럽게 했기때문인가? 파인리히는 창밖의 모습을 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저들이 모두 죽을때쯤 내려가서 세느카를 구하도록 하죠."
- "뭐? 파인리히!! 아무리 그래도 저들은 동족이란말이야! 그냥 지나칠수 없어!! 그들을 도와 헤켈들을 공격해야한단말이야!!"
"카인!! 정신차려!! 저녀석들은 우릴 죽이려한 놈들이라구!! 그런 놈들을 도와주라구?? 이 상황에서 우리가 끼어들면 어떻게 될지 몰라!! 저들을 도와줘서 헤켈을 무찔렀다 손 치자. 저들이 우릴 가만히 내버려둘까? 다시 죽자사자 덤벼들걸?"
- "하지만!!!"
"맞네.... 카인의 말이 맞아. 아무리 우릴 죽이려 했지만 같은 인간끼리 그냥 간과한다는 것은 양심에 걸릴만한 일이야."
- "......"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먼.... 재밌
지 않겠남??? 난 또 싸우고 싶은데.... 헤헤헷..."
얀의 말에 라케프까지 동의하자 파인리히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너무 말을 많이 했던 것이다. 그리고 냉정한 파인리히라도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수 없었다.
"좋습니다. 가죠!"
아크바레이의 말에 라케프의 호크가 땅을 향해 돌진했다. 급히 착륙한 호크에서 파인리히와 미시케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서둘러 내렸다.
일행의 앞에 펼쳐진 모습은 위에서 본것보다 더욱 참담했다. 여기저기에 괴한들의 몸뚱이가 널려있었으며 검붉은 피로 대지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지는 노을이 아니었다면 적토(赤土)라고 생각했을정도로 붉은색이었다.
아직도 살육은 끝나지 않았는지 괴기스런 모습의 헤켈은 괴한들을 하나둘 베고 있었다. 코로니스는 그런 헤켈의 모습에 질렸는지 아직 공격을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괴한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가오그 3대를 향해 공격해오고 있었다.
"저런..... 미친!!!"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급히 뒤로 몸을 빼내었다. 원래 코로니스의 뒤에 서있던 가오그 2대가 앞에 서는 형태가 되었다. 쥬데카는 코로니스의 빠른 움직임에 묘한 웃음을 띄며 가오그 2대를 공격했다. 아무리 헤켈의 공격력이 뛰어나도 가오그 한 대를 상대로 싸운다면 가오그가 훨씬 유리한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가오그 3대를 향해 돌진하다니..... 코로니스의 말대로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쥬데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3미터정도 되는 가오그 2대가 2미터가 조금 넘는 쥬데카에게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은 정말 언밸런스했다.
카인은 왼쪽 허리에서 입자폴리곤 단검을 찾았다.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없었다. 아까 놓치고 나
서 줍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줍는다하더라도 폴리곤이 한 번 깨진 후라 고치기 전에는 쓸모 없었다.
엄청난 상대를 본 카인으로써 그 무인의 피가 가만이 있을리 만무했다. 헤켈이었지만 자신이 아는 자들중에서 가장 강력한 검술을 구사하는것같은 녀석이었던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검이 없었다. '젠장......'
얀과 아크바레이는 급히 뒤에서 공격용 매너 포스를 사용했던 헤켈 2개체를 향해 달려갔다. 이길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들에게도 패배를 모르는 자신감이란 것이 있었다.
라케프는 할 일이 없는 것같아 씁쓸했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헤켈뒤에 쓰러져있는 세느카를 보고는 내심 기뻐하며 달려갔다.
카인도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수는 없다 싶어 쥬데카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였다. 가오그의 팔이 쥬데카의 왼검에 잘려나갔다. 카인에게 당해 한팔밖에 없던 가오그였는데 나머지 하나마져 잘려나갔던 것이다. 탑승자는 그 자리에서 쇼크로 죽어버렸다. 카인은 잘린 가오그의 팔을 향해 달려갔다. 그 팔에는 T-blade가 들려있었던 것이다. 물론 T-blade 의 무게는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들수 없는 무게였다. 크기도 1미터 50센치미터나 되는 장검이었다.
한 대의 가오그가 부숴지자 쥬데카는 더욱 신이 나는 듯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남은 한 대의 가오그와 코로니스가 2:1로 쥬데카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역전의 용사였던-아직까지 안죽은걸 봐서-가오그 탑승자는 의외로 코로니스와 콤비를 이루어 잘 싸우고 있었다. 2:1의 싸움이라 그런지 결코 쥬데카가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얀이 급히 컨퓨징 포스를 사용했다. 상대는 헤켈이었다. 쉽사리 걸려들리 만무했다. 하지만 공격하는것보다 그게 현실적으로 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얀은 자신으로서도 믿을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내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었나??"
헤켈 2 개체가 혼란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얀은 헤켈들의 과거를 모르고 자신의 실력이 다른 종족까지 지배할정도가 되었나 착각했던 것이다.
아크바레이가 급히 가지고 있던 동전을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는 매너 포스를 부여했다. 그러자 동전들이 엄청난 요동을 치며 부상했다. 평상시엔 오락한판 할 동전들이었지만 지금은 적의 목을 가를 엄청난 살상 무기였다. 아크바레이가 기합을 주며 적을 향해 동전을 발사했다. 동전들을 빠른속도로 헤켈들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라면 헤켈2개체는 손도 못써보고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카인은 가오그의 손에서 떨어진 T-blade 를 주웠다. 아니,줍지 못했다. 200kg 도 훨씬 넘는 무게를 인간이 든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카인은 인간이지 괴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쉐도우와 접속하면 들수 있을까?'
카인은 쉐도우와 접속을 푼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엄청난 고수와 겨뤄보고 싶다는 충동에 그만 쉐도우와 접속하고 말았다.
"Connect!!"
카인의 붉은색 쉐도우가 고전하고 있는 코로니스를 돕기 위해? 전투에 참가했다. 쥬데카는 붉은색 모습의 쉐도우를 보고는 흠짓 놀랐다. 그리고는 인간어로 말했다.
"넌!!! 누구냐!!"
카인은 그 말을 들었지만 설마 헤켈이 저런 말을했을까? 생각하고는 공격을 가했다. 코로니스는 다시 등장한 적이 왜 그리 반가운지 이유를 알수 없었다.
"후훗... 또 만나게 되는군요.... 이 만남이 오래가려면 몸조심하는게 좋을겁니다."
- "쳇.... 당신이나 조심하시지...."
코로니스는 카인을 걱정하는것인지
비아냥거리는것인지 모를 말을 하고는 계속해서 공격을 했다. 카인이 끼어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쥬데카는 엄청나게 몰리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일류급의 고수인 코로니스와 아직 과거의 실력을 되찾진 못했어도 초일류나 다름없는 카인의 공격이었다. 거기다가 일류급게 가까운 또 한명의 가오그 탑승자까지 있으니..... 밀리지 않는다면 그는 외계인일 것이다.
"비열한!!!"
쥬데카는 헤켈어로 그렇게 떠들고는 뒤로 급히 물러서서는 외쳤다.
"Connect!!!"
물론 헤켈어라서 알아듣는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뒤에 일어난 일로 카인은 그것이 접속시동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쥬데카 역시 쉐도우와 접속을 한것이다. 카인에겐 별로 이상할게 없었다. 지금껏 세느카를 노렸던 그 헤켈도 쉐도우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 헤켈은 그 녀석과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 났지만 역시 쉐도우를 가지고 있다. 둘다 헤켈이었기에 카인에겐 신기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니스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째서 헤켈이 저런 능력을...... 코로니스는 카인을 한 번 바라보았다. 외형적인 모습은 헤켈의 쉐도우가 훨씬 가학적으로 공포스럽게 생겼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카인이란 녀석은 인간인데.... 어째서 인간과 헤켈이 같은 능력을??? 알수 없는 노릇이군!!'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전투중에 잡념은 금물이었다. 코로니스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느닷없는 쥬데카의 일검이 마지막 남았던 가오그 탑승자를 두동강 내었다. 너무나도 빠른 공격이었다.
그 공격에 카인 역시 놀라고 있었다. 분명 가오그가 T-blade 로 들어 막았다. 약간 시간적인 면에서 늦었지만 약간의 부상을 당하더라도 막을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런데 뭔가 알수 없는 힘이 T-blade 를 뚫고 가
오그의 허릴 잘라내었던 것이다.
'설마.... 검기(劍氣)???'
카인은 놀라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지 코로니스는 혀를 차며 공격을 가했다.
얀의 환상도 잠시...... 얀의 기뻐하는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헤켈들은 컨퓨징 포스에서 빠져나왔다. 동시에 날아오던 동전들을 방어결계를 만들어 막아냈다.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었다.
헤켈들은 포스 오너가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포스 오너가 등장하자 기습에 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방금전의 공격을 막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헤켈이 손을 들어 공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말 빠르고 경쾌해서 마치 소용돌이 안쪽은 진공상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크윽..... 저정도라니.... 시체들이 갈가리 찢겨진 이유를 알겠군....."
얀이 중얼거리자 아크바레이는 바싹 긴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실전경험은 별로 풍부하지 않던 아크바레이었다. 늘 아크타리안과 같이 다녔었기에 그가 해야했던 일은 거의 없었던것이다.
"그냥 막으려고 하지 말거라... 막는다손 치더라도 그 파괴력에 날아가고 말거야!"
- "알겠습니다. 선생님...."
아크바레이는 양팔에 포스를 모으기 시작했다. 공격이 시작되면 공기의 방어진을 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얀의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피하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아크바레이는 맨몸으로 막지 말라는 소리로 잘못알아들었다.
헤켈의 공기의 소용돌이가 전진하며 앞에 존재하던 공기를 잡아먹으며 날아왔다. 진공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공기의 찢어지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만들었다. 아크바레이가 공기의 방어진으로 헤켈의 소용돌이를 막았다. 그때였다.
진공으로 된 공간이 더 이상 뻗지 못하며 소멸하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아무리 공기의 방어진을 만들었다지만 거대한 폭발에 의해 날아가지 않을수 없었다.
"크억....."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아크바레이를 본 얀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기의 소용돌이 때문에 돕지 못했다. 얀은 급히 공격계 매너 포스를 모으고는 몸을 급히 옆으로 빼내었다. 공기의 소용돌이의 범위가 상당히 넓긴 했으나 얀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게 민첩해서 상처하나 입힐수 없었다. 굴러서 피한 얀이 마찬가지로 공기의 소용돌이로 적을 공격했다. 동시에 소용돌이 속에 주변에 있던 모래가루를 같이 보내었다. 말하자면 소용돌이는 허초였고 모래가루가 실초였다. 헤켈은 가소로운-소용돌이로 진공상태도 만들줄 아는 그에겐-공격을 간단히 막으려고 한팔을 들어 보호막을 쳤다. 그때였다.
소용돌이속에서 모래가루들이 비산하며 보호막을 비껴나가 헤켈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케에에에엑...."
헤켈의 몸은 워낙 각질이 단단해서 어지간한 검은 박히지도 않는다. 그런데 모래가루가 몸에 박혀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옆에 있던 다른 헤켈이 급히 매너 포스를 사용해 얀의 매너 포스를 무력화 시키고 모래가루를 빼내었다. 실력면에서는 헤켈들이 약간 우위에 있었지만 노련함에있어선 얀을 따르지 못하고 있었다.
"저... 인간은.... 내가 죽여버릴테다!!"
공격에 당한 헤켈은 분노와 고통으로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가 그를 제지했다.
"저들을 결코 만만히 보아선 안된다. 저기 쥬데카를 봐라. 저렇게 고전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보통 인간들이 아니다!!"
쥬데카는 카인과 코로니스의 계속되는 공격에 점점 밀리고 있었다. 1:1 이었다면 상대도 안될 코로니스와 쉽게 이기진 못할지라도 절대 패배하지 않을 카인에게 계속 헛점을 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양검(Double-Sword) 를 사용하는 쥬데카는 마치 양심신
공(兩心神功)을 사용하듯 두 개의 검을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의 검은 카인을 다른 하나의 검은 코로니스를 맡아 서로 다른 검술을 펼치는것처럼 보였다. 정말이지 대단한 검술이었다.
카인은 그런 그의 검술에 경외심마저 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적이었다.
'내가 무념의 경지에 다시 들어간다하더라도 그를 이길수 있을지 의문이구나......'
2:1 로 싸우는 적을 향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카인은 여전한 무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쉐도우와 두 번째 접속한 터라 체력과 스피드 모든 면에서 엄청나게 지쳐있었다는 사실과 자신에겐 맞지 않는 T-blade 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수세에 몰리던 쥬데카는 코로니스와 카인에게 각각 한 번씩의 상처를 입고 뒤로 물러섰다. 도저히 이길수 없을것같은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덮었다.
부상을 입은 쥬데카를 향해 코로니스가 맹공을 펼쳤다. 속도가 많이 줄었는지 가오그의 거대한 검을 계속해서 막아내고 있었다. 워낙 무게가 나가던 T-blade 라서 힘은 있지만 체중이 적었던 쥬데카는 뒤로 밀리고 있었다. 카인의 검 역시 T-blade 라서 계속 밀리던 쥬데카는 결국 코로니스의 검에 왼쪽 어깨를 베이는 큰 부상을 입었다. 중상을 입은 쥬데카는 앞이 캄캄했다. 설마 적이 이정도로 대단할줄은 몰랐던 것이다. 카인이 적을 죽일 최후의 일검을 내리꽃을때였다.
"크아아악....."
카인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라 다른 이들은 볼수 없었지만... 카인은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T-blade 가 카인의 등을 관통해 배에 정확히 꽃혀있었다.
"호호홋.... 이로써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되었군요...."
- "너.... 이..
. 자식....."
카인이 말을 하자 입에서는 더욱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엄청난 고통과 배신감에 카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본 쥬데카는 동료를 찔러죽이고 이제는 자신을 공격하려는 코로니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순간 생긴 틈을 노린 것이다.
코로니스는 급히 검을 들어 막았지만 쥬데카보다 약간 느렸다. 그래서 가오그의 왼팔을 뚫고 허리중간부위까지 검이 들어왔다. 아니,검은 들어오지 않았는데 상처가 났다.
"컥..... 뭐지... 이 공격은...."
코로니스는 공격에 당해 부상을 입었지만 워낙 단단한 가오륨이라 경상을 입었다. 하지만 방금전의 그 공격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쥬데카는 더 이상의 싸움은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뒤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코로니스는 그런 쥬데카를 쫓아갈 생각도 안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거대한 가오그가 코로니스를 뱉어냈다. 경상이었지만 정신적 데미지가 엄청나게 컸던 것이다.
아크바레이는 폭발 때 충격으로 날아가버렸지만 그 순간에서도 포스를 사용해 추락사는 면했다. 하지만 왼쪽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자신이 없어짐으로 얀이 얼마나 불리해질지 잘 아는 아크바레이었기에 부러진 다리를 끌고 얀을 도우러 갔다.
한편,라케프가 조심조심 세느카를 업고 전장을 이탈하고 있었다. 워낙 얀과 헤켈들이 공방전을 열심히 벌이고 있어서 라케프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헤켈들은 실력은 별볼일 없는데 계속해서 자신들을 농락하는 얀의 전술에 적지 않게 분노하고 있었다. 얀은 그걸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매너 포스는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 그것을 분노로 다스리게 되면 스스로를 망친다는 것을....
하지만 역시 쪽수에서 밀리면 힘들기 마련이었다. 한 녀석을 공격하면 다른 녀석이 막아내고 다른 녀석을 공격하면 또 옆에 있는 녀석이 맞공격을 하고.....
얀의 집중력도 현저히 저하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쥬데카가 왼쪽 어깨를 붙잡고 달려오고 있었다.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로 그렇게 부상을 당하다니....나머지 헤켈들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5검사중 한명에게 부상을 입히다니....
쥬데카의 움직임을 본 그들은 후퇴하는 것임을 알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공격을 멈추고 도망치기로 했다. 그때였다. 라케프가 세느카를 업고 도주하는게 아닌가.... 어이가 없던 헤켈들은 이성을 잃고 매너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두 개체의 헤켈이 서로의 매너 포스를 합치는 매너 포스 공유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것이다. 얀은 그들의 매너 포스가 한데 뭉쳐 엄청난 힘으로 불어난 것을 몸으로 느끼며 공포에 떨었다. 어떻게 저런 공격을... 헤켈이....
그 공격을 맞는다면 라케프는 물론 세느카도 성치 못할 것이다. 쥬데카는 부상으로 정신이 가물거리는 상태라 그들을 저지하지 못했다
. 사실 세느카를 납치하는것이지 시체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는데말이다.
이미 이성을 잃은 헤켈들은 엄청난 공기의 소용돌이로 라케프를 빨아들이려하고 있었다. 소용돌이가 라케프를 덮치기 일보직전의 그 장면이 얀과 아크바레이의 눈에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라케프가 급히 세느카를 옆으로 던지고는 몸으로 결계를 쳤다. 라케프의 결계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세느카에게 피해가 갈것이 분명했다.
"크으으으..... 으아아악...."
라케프에게 공격이 명중당한 순간이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하듯 소용돌이가 사라져버렸다. 라케프는 공격에 완벽하게 당하지 않아 죽음을 면했다.하지만 큰 부상을 입고 쓰러진것같았다. 누군가 엄청난 공격을 막아준것이다. 얀은 그 쪽을 바라보았다.......
185센치의 키에 잘빠진 몸매. 그리고 라퀼란 블론드를 가진 남자가 있었다. 언뜻 보면 20대 후반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그는 사실 35세의 유능한 인재였다. 그의 이름은 다름아닌 에리네 반인테스 였다. 유그리스시의 시장으로 뽑혀 더욱 명성이 드높아진 그는 그의 방에서 뭔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테리온 쥬 고어 의 친필이 담긴 문서였다. 티탄시의 시장이었던 백미의 노인 마테리온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남기고 나갔던 것이다. 그는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핫.... 지금쯤 아주 즐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을거라구..... 기대해도 좋다..... 재단은 발칵 뒤집히겠지.... 하하핫..."
그 문서는 그가 그동안 재단에 대해 밝혀낸 자료들이었다. 에리네는 한동안 그 문서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재단의 규모와 연구실적등 상당한 정보가 매스컴에 등장했던 것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방대했다. 어떻게 해서 마테리온이 그 정보들을 입수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정말 이 정보만 있다면 재단의 발목을 붙잡을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제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구의회 역시 카안드리아스 재단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었다. 즉,의회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하고 싶어도 가변요소인 재단의 의견을 무시할수 없었던 것이다.
중앙지역구 의장을 맡고 있던 마테리온은 항상 그 점을 기분나쁘게 보고 있었다. 사실 그를 그 자리에까지 올려준것도 재단인데 우스운 일이었다.
"흠.... 카안드리아스 재단은 과연.... 예상대로 굉장한 곳이군..... 그렇다고 해도 실질적인 군대를 가진 조직도 아니고..... 여러 도시가 힘을 합친다면 매장시킬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에리네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꽤 많은 플라잉 머신들이 시청앞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인간
기술의 집약체였던 플라잉 머신.... 그 멋진 발명품 역시... T.T 의 피조물이었다.
"어떻게 뭉치느냐군....."
에리네가 필터를 한모금 빨아들이며 서재에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문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테리온은 고급 플라잉 머신안에서 초조하게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니스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오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하군..... 그 정도 병력과 가오그를 동원했다면 몇분도 걸리지 않아 적들을 잡거나 모두 없애버렸을텐데.....'
마테리온은 코로니스의 가오그로 연락을 취했지만 역시 받지 않고 있었다. 그의 가오그가 파괴되거나 아니면 가오그를 타고 있지 않거나 둘중 하나였다. 백미의 노인은 결코 전자의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후후훗..... 세느카란 존재가 가진 힘만 무엇인지 밝혀낸다면 재단을 굴복시킬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세종족의 제황이 될 수있을지도...... 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