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04 12:30
'허무 퀴즈' 하나. 야구선수들에게 야구공 다음으로 친숙한 물건은? 답은 글러브. 그럼 글러브 다음으로 이들에게 친근한 물건은? 바로 휴대폰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훈련하고, 잠시 쉬었다가, 경기하고…. 경기와 훈련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야구선수들의 '제 1의 소일거리'이자 낙은 친구, 여자친구, 아내와의 '전화질'이다. 꽉 짜여진 틀에서의 유일한 '휴식처'가 되고 있는 선수들의 휴대폰에는 어떤 음악이 컬러링으로 녹음되어 있을까.
▶ 마님의 분부대로
롯데 이대호는 '여친의 마당쇠'다. 여자친구가 그의 휴대폰에 반강제적으로 쿨의 '사랑합니다'를 녹음시켜놨다. 삼성 현재윤 역시 '올챙이송'이 여자친구와의 커플 컬러링이다. 두산 박명환의 경우, 여자친구 이호주씨가 평소 흥얼거리는 노래 '쿵따리 샤바라'가 그의 컬러링이다. 아내와 통화를 하지 않으면 휴대폰이 시계 대용이 될 거라고 너스레를 떠는 '착한 남편'도 있다. 아내가 휴대폰의 '단골고객'이라는 LG 권용관은 오직 그녀만을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인 린의 '사랑했잖아'를 녹음시켜놨다. 현대 심정수와 조재호는 자신의 컬러링이 뭔지도 모르는 '모르쇠'다. 각각 아내와 여자친구가 취향대로 음악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놓기 때문이다.
▶ 야구판에도 '파리의 열풍'
SK 이승호, 두산 구자운, 한화 이범호 등은 '파리지엥'이다.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주제곡인 조성모의 '너의 곁으로', 박신양이 부른 사랑의 세레나데 '사랑해도 될까요'가 이들의 컬러링이다. 특히 드라마에 감동한 이범호는 경기일정 때문에 정규방송으로는 시간을 맞출수 없어 재방송으로 드라마를 꼭 챙겨본다. 이와 비슷하게 롯데 박기혁도 '필'받은 영화나 드라마에 따라 수시로 음악을 바꾼다. 현재 박기혁의 컬러링은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주제곡이다.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할렐루야, 아∼멘
컬러링을 통해서까지 하나님, 부처님, 공자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독실한 종교파도 있다. 한화 이영우는 불교의 반야심경을 컬러링으로 택했다. 자신에게 전화를 거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서라고.
▶ 팬 사랑을 먹고 살지요
삼성 임창용은 열성팬의 성원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몇몇 팬들에게만 컬러링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해 놨는데, 워낙 자주 바뀌어서 자신도 현재 컬러링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를 정도다. 롯데 김주찬 역시 팬들이 선물하는 노래로 컬러링을 바꾸는게 일상이 됐다.
▶ 컬러링에도 야구를 담는다
삼성 정현욱은 DJ DOC의 '스트리트 라이프'를 녹음시켜놨다. 최근 선발등판한 몇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는데, 이 노래 가사처럼 앞으로는 마운드에서 좀더 거칠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것. 두산 이혜천은 '부산갈매기'가 그의 컬러링이다. 공교롭게도 롯데 응원가이지만 항상 바다를 그리워하는 '부산 사나이'이기 때문이라고.
▶ 난 음악 마니아
현대 김용일 코치는 뽕짝 마니아다. 김 코치는 신나기도 하고 가사도 의미심장한 송대관의 '네박자'를 몇달동안 컬러링으로 고집하고 있다. '힙합 전사'인 한화 고동진은 자신의 힙합 컬러링을 들은 친구가 '이 노래 좋은데'라고 할 때 마음이 뿌듯하다고.
▶ 불세출의 가수 정민태를 아시나요?
현대 정민태는 올초 여가수 니나와 함께 부른 자신의 노래 '정민태송'을 컬러링으로 해놓았다. 다분히 홍보적 마인드에서 나온 발상이란게 주위의 지적. 자신의 휴대폰 뿐 아니라 후배인 강귀태 김수경에게 반강제적 압력을 행사, '정민태송'을 컬러링으로 택하게 했다. 그러나 이들은 며칠 동안만 '충성'을 보이다 은근슬쩍 다른 노래로 컬러링을 바꿔놓았다.
▶ 컬러링이 뭔데요?
문명의 산물과는 담쌓고 사는 '아날로그 성향의 뚝심파'는 한화 신경현이다. '웬 컬러링? 전화기는 잘 걸리고 잘 받을 수만 있으면 되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삼성 신동주 역시 '뚜∼뚜'하는 발신음이 경쾌하기만 한데 무엇 때문에 컬러링을 하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