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덕박(材輕德薄)
자질은 가볍고 덕은 얇다는 뜻으로,
능력도 인격도 형편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材 : 재목 재
輕 : 가벼울 경
德 : 클 덕
薄 : 얇을 박
재주가 덕보다 크면 소인이라 일컫고,
덕이 재주보다 크면 군자라 일컬으며,
덕과 재주를 함께 갖추고 있으면 성인이라 일컫는다.
송대의 문인이자 강직한 역사로 유명한
사마광(司馬光·1019~1086)이 편찬한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들은 초등학교 중학교의 교과서를 통해서
국가가 삼권(三權)으로 분립되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뉘어져 있고,
그 수장(首長)은 국회의장 대법원장 대통령이고,
그 권리가 대등한 것으로 배워 알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때, 신문기자가
“호남 출신 인사들을 너무 많이
기용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질문을 하자,
김대통령은,
“삼부요인 가운데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이 호남 출신이 아닌데,
무슨 소리냐?”라고 반박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정신에 삼권분립이
확립돼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 삼부요인에 포함되지 않고
국무총리가 포함된 것도 국회의장과
대법원장과는 그 권한에 있어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시키겠다는
의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은
임명받기 위해서 대통령의 심기(心氣)를 살펴
거스르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임명된 뒤에는 보은(報恩)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
이런 실정이니 실제로 별 힘이 없게 되었다.
자기가 잘 처신하면 그래도 형식적인 권위는 지키지만,
잘못 처신하게 되면 국민들의 비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자유당 정권 때 45세의 나이로 국무총리를 지냈고,
또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국무총리를 한 번 더 지내고,
국회의장까지 지낸 백두진(白斗鎭)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유신 2기 국회에서 다시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
비밀리에 대통령의 측근인
차지철(車智澈) 경호실장을 일곱 번이나
찾아가 결국 국회의장이 된 적이 있었다.
이러고서 국회의장의 권위가 어떻게 서겠는가?
청와대 경호실장이나 경호원들이 국회의장을 보면,
허수아비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 분은 출중한 능력과 깔끔한 매너라도 있었다.
오늘날은 민주화니 발전이니 운운하지만,
더 퇴보가 된 것 같다.
국가가 법적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김대중 당시 야당총재의 강력한 요구에 의하여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때 헌법재판소가 만들어졌다.
대법원은 사건 판결이 위주지만,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체제와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역사는 짧아도 그 위상은 대법원 못지 않다.
그 소장이 되려는 사람이 헌법재판관을 그만두면
헌법재판소장 임명 자격을 상실한다는 것도 모르고,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하겠다”는
청와대 비서관의 전화 한 통에 너무 좋아서
덜컹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사퇴하고,
재판소장에 임명되기를 기다리는 행위 자체가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얼마나 실추시키겠는가?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막말을 하고 다녀
지금 국민들이 정신적인 몸살이 너무나 심하다.
그런데 “천하에 짝이 없는 물건이 없다”는 속담처럼,
또 대법원장까지 나서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막말을 하여,
지금 검찰과 변호사 단체가 들끓고 있다.
서로 손발을 맞추며 일해야 할 관계가 아닌가?
대한민국에는 곳곳에 뛰어난
인재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
대통령이 자기 잘 아는 사람만 골라 쓰다 보니,
자질도 시원찮고 인격도 안 되는 인물을 임명하여,
불필요한 소동을 야기하고 있다.
적절하지도 않은 사람을 어떤 자리에
임명하고서 누가 문제를 삼으면,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인데,
무슨 소리냐?”라는 말로 방어하는데,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 아니고,
국민들이 5년 동안 잠시 위임한 것일 따름이다.
인사를 잘못한다고 국민들이 지적하면,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수긍하고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