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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06
1. 보라집 식당 (낮)
펄럭, 테이블 위에 식탁보를 까는 사람들.
순자가 일하는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간 다됐으니까 빨리빨리들 해요! 아니, 꽃은 그쪽에 두면 안돼지!!”
득남, 음식 들고 나르다가 순자 눈치보며 슬쩍 집어먹는다.
순자, 등짝 때리며 “으이구, 이것아... 좀 참어라 참어!”하면 득남, 메롱하고 도망간다.
2. 마당 (낮)
순자가 마당으로 나오는데 김회장이 서성이고 있는게 보인다.
순자 : 회장님 추운데 들어가서 기다리시지...
김회장 : (돌아보며) 어떻게... 준비는 잘 되가고 있나?
순자 : 그럼요. 오늘 오시는 손님이 어디 보통 손님인가요?
이 고순자가 화끈하게 실력발휘 하고 있으니까 맘 푹 놓으셔도 될 거에요. 하하하.
김회장 : 그래... 내, 득남 엄마 솜씨 잘 알지. (돌아서서 혼잣말) ...올 때가 됐는데...?
김회장, 초조하게 대문 쪽을 보는데.. 보라가 “아빠!” 부르며 올라온다. 그 뒤를 따라 오는 건우!
김회장, 얼른 건우에게 눈길이 가는데.. 보라와 건우가 김회장 앞에 선다.
보라 : (건우 향해) 인사하세요. 우리 아빠에요.
건우 : 처음 뵙겠습니다. 서건우라고 합니다.
김회장 : (반가움 감추고) ...어서 오게.
3. 마당 일각 (낮)
김회장, 보라, 건우가 마당에서 잠시 이야기하고 있다.
보라는 새침한데 명랑하게 김회장에게 이야기하는 건우.
김회장은 건우 살펴보는 듯한 분위기.
득남과 태웅이 마당 일각에서 그런 세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보라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
득남 : 저 의사아저씨 보라성격이나 알고 사귀는 걸까..? 얼굴도 잘생겼는데 인생 꼬였다 꼬였어.
(그러다 태웅보며) 오빠는 두사람 사귀는 거 알고 있었어요?
태웅 : (백구 쓰다듬다가 멈칫하는) ..응. 알고 있었어.
득남 : 오.. 진짜? 하긴 오빠야 맨날 보라랑 같이 다니니까.... 아.. 내가 미리 알았으면 저 아저씨한테 충고 좀 하는 건데...
태웅, 멀리 있는 보라와 건우를 바라본다.
보라(소리) : 나... 아직 서건우씨 사랑하지 않아요.
4. 골목길 일각 (전회연결- 5부 마지막씬)
차에서 내려 멍하게 보라를 보고 있는 건우.
보라 : (글썽해서) 그래도 괜찮다면... 나랑 사겨줄래요?
건우 : (본다!)
보라 : (보는데)
건우 : (여전히 멍한)
보라 : 시, 싫으면 말구요! (하며 시선 확 돌리는데)
건우 : (확 안아버린다!)
건우와 보라, 그렇게 끌어안고 서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골목의 모퉁이... 담벼락 그늘에 등을 기댄 채 서 있는 태웅. 보라를 만나러 달려왔는데 두 사람 보고 막 숨은 듯한.
5. 마당일각 (낮)
태웅, 회상에서 깨어나 보면...
김회장, 보라, 건우.... 일어나 식사하러 들어간다.
김회장, “그만 들어가지..”
태웅, 씁쓸한 느낌으로 보라를 돌아본다.
태웅 : (짐짓 웃으며) ....꼬맹이 많이 컸다... 연애도 하고...
6. 식당 (낮)
김회장, 건우, 보라..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건우 :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흉부외과 전공이신데 지금은 교환교수로 샌디에고에 가 계십니다.
형은 소아과 전공으로 결혼해서 개업했구요.
김회장 : 그래.. 장박사한테 얘기는 들었지. 그런데 자넨 왜 의사 하나?
건우 : 네?
김회장 : 설마, 부모님 형 모두 의사라 생각없이 따라한 건 아닐테고..
건우 : (음식먹으며) 따라한 거 맞습니다.
김회장 : (멈칫 보고) 뭐..?
보라 : ..건우씨... (눈치를 주는데)
건우 : (대수롭지 않게) 가족들이 다 의사다 보니까 정말 별 생각없이 의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김회장 : (보면)
건우 : 최근엔 의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라 보며) 진심을 다해 고쳐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보라/김회장 : (각자의 표정!)
김회장 : (껄껄 웃으며) 자네, 오늘 나 만나려고 준비 많이 했나보구만. (웃음 거두고) 난 말이지, 뭐든 빠르고 확실한 게 좋아.
우리 보라, 어떻게 할 건가?
건우 : ...! (갑자기 고개 팍 숙이며) 아버님만 허락하신다면 결혼하고 싶습니다!
보라 : (당황하며) 서,서건우씨! 내가 사귀자고 했지 언제 결혼하자고 했어요?
건우 : 지금 당장 하잔 얘기 아니에요. (김회장 보며) 많이는 못기다리구요. 보라씨 대학 졸업하면, 그때 데려가겠습니다.
아버님! 허락해주십쇼!
김회장 : (맘에 드는 듯 빙그레 웃으며) 자네 맘에 드는구만. (잔 내밀며) ....내 딸 잘 부탁하네!
건우 :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김회장과 건우 죽이 맞아 신나게 술잔 비우는데 어이없어 두 남자 보는 보라.
8. 마당 일각 (낮)
태웅, 걸어나오는데 보라와 마주친다. 보라, 멈칫하다가 쌩하게 지나가려고 하는데..
태웅 : 보라야.
보라 : (멈칫 서면)
태웅 : 두 사람... 잘 어울리더라. 축하해.
보라 : (돌아보며) 공치사할 필요없어. 너한테 축하받으려고 사귀는 거 아니니까. (하며 스쳐 지나려 하는데)
태웅 : 미안하다, 보라야.
보라 : (멈칫 보다가) 미안할게 뭐 있어? 어쨌든 니 덕분에 건우씨랑 잘 됐잖아.
태웅 : 그래두.. 미안해. 약속, 두 번이나 지키지 못했으니까.
보라 : (놀라 본다)
태웅 : (웃으며 본다)
보라 : .....알고 있었던 거야?
태웅 : (짐짓 명랑한) 니가 너무 달라져서 못 알아 봤어. 그땐 요만한 꼬맹이었는데... 너 많이 변했다?
보라 : 그래.. 나 변했어. 난 니가 알던 8년 전 그 꼬맹이가 아니야. (조금 슬픈) 너도 옛날 그 오빠가 아닌것처럼.
태웅 : (표정!)
보라 : (돌아서 가는데)
태웅(소리) : 보라야...
보라 : (선다)
태웅 : (조용히 웃으며) ...오빠 너무 미워하지마.
보라 : (표정! 한참 생각하다가 서서히 돌아본다)
태웅 : (보는데)
보라 : (짐짓 도도하게) 그건 모르겠고, 나한테 오빠소리 들을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거야.
그리고 너, 수염 좀 깎아! 어릴 땐 그나마 봐줄만 했는데 완전 아저씨 다 됐어. (휭 돌아서고)
태웅 : (수염 만지며 머쓱한 듯 웃는다)
9. 근처 일각 (낮)
보라, 걸어가다가 힐끗 태웅을 돌아본다.
보라 : 바보, 미워한 적은 없는데. (씁쓸하면서도 홀가분한 표정)
10. 공원 (밤)
건우와 보라가 나란히 걷고 있다.
보라 : 우리 아빠 어땠어요?
건우 : (엄살) ...무서웠어요.
보라 : 아니, 무섭다는 사람이 그렇게 말대답을 잘 해요?
건우 : (픽 웃고) 무서운데.. 좋은 분 같아요. 사람 쉽게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 좋아하면 그 마음 오래 간직하는.. 그런 분 같아.
보라씨가 아버님 많이 닮았어요.
보라 : (보면)
건우 : 보라씨도 그렇잖아요. 첫사랑, 오래 갔잖아.
보라 : (표정)
건우 : 이제.. 그 사람 생각 안나요?
보라 : ....나 실은요 그 오빠.. 얼마전에 만났어요.
건우 : 정말요? 반가웠겠다..?
보라 : ...반가...웠죠. 근데 마음이 좀 아프더라구요. 내가 상상한 모습과 너무 다르게 살고 있는거 같아서.
건우 : 아... 거참 질투나네. 도대체 어떤 놈이야...
보라 : (피식 웃는다)
건우 : 아니, 어린 시절에 몇 번 만난 거 밖에 없다면서 왜 그렇게 좋아했어요? 도대체 이유가 뭐야?
보라 : (생각하다가) ...아마... 외로워서 그랬던 거 같아요.
건우 : (본다!)
보라 : 그때 난 늘 혼자였거든요. 맨날 아팠고, 친구도 없었고... 많이 외로웠어요. 그래서 괜히 혼자 좋아했던 거 같아.
건우 : (안쓰럽게 보는데)
보라 : (명랑하게 웃으며)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추억은 추억일 뿐이니까. 그리고..
(도도하게 선심쓰듯) 이제 내 옆엔 건우씨가 있잖아요.
건우 : (멍하게 보다가 갑자기 심각하게) 아.. 나 미치겠네 정말.
보라 : 왜 그래요?
건우 : 좋아서요. (씩 웃으며) 너무너무 좋아서요.
11. 보라집 앞 (밤)
대문 앞에서 헤어지는 보라와 건우.
보라 : 저 갈게요. (들어가려고 하는데)
건우 : 아 맞다. 보라씨, 잠깐만요. (얼른 다가와 뭔가를 쥐어준다)
보라 : ...이게 뭐에요? (보고) ...삐삐에요?
건우 : 만보계에요.
보라 : 만보계요?!!
건우 : 근무력증이라고 운동 안하면 더 나빠져요. 적당한 운동이야말로 최고의 보약! 뻔한 말이 늘 정답이죠.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 그리고 한 가지 기능이 더 있어요.
건우, 갑자기 만보계에 붙은 추를 잡아당긴다. 삐비비비비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만보계.
보라, 허걱 놀라 보는데..
건우 : (다시 끼우고) ...위급한 순간에 써요. 그럴 일이 있어선 안되겠지만.. 혹시 갑자기 몸이 말을 안 들을 때...
보라 : !!
건우 : ....무슨 말인지 알죠?
보라 : (짐짓 도도하게) 알겠어요. 건우씨가 갑자기 늑대로 변하는 위급한 순간에 쓰면 되겠네요.
건우 : (피식 웃는다)
보라 : ....고마워요. 건우씨.
건우 : (씩 웃으며) 천만의 말씀!
12. 보라방 (밤)
양 손에 삐삐와 만보계를 하나씩 들고 바라보고 있는 보라.
보라 : 이거 진짜 삐삐 같이 생겼네...?
그러다 왠지 착잡한 표정이 되는 보라. 삐삐와 만보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삐삐를 본다.
보라 : (씁쓸한) ..좋은 추억만으로도 고마운 거야. 그치?
보라, 삐삐를 보물 상자 속에 깊숙이 집어넣는다. 그리고 만보계를 들고 왔다갔다 해본다. “우와 벌써 520보야?!”
13. 체육관 옆 마당 (낮)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들.
승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빨래를 걷고 있다. 그러다가 태웅의 티셔츠를 보자 얼굴에 미소부터 올라온다.
티셔츠에 얼굴 파묻고 냄새를 맡아보는 승리. 히히히 기분이 좋다.
14. 체육관 (낮)
승리 빨래 한아름 안고 들어오는데 체육관이 쩌렁하게 트롯트가 울리고 있다.
앗싸~! 서로 찍어주고 돌려주며 신이 난 동필, 금수, 은복.
그러다 마지막 구절은 일제히 합창도 한다. “이름표를 붙여줘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보다가 음악 탁 꺼버리는 승리.
승리 : 이러니 우리 체육관에 사람이 없지... (버럭) 오빠들이 이렇게 꼰대냄새 팍팍 풍기는데 애들이 운동 배우러 오겠어?
빨리 연습안해!
동필 : (머리 감싸쥐고) 아.. 머리야.. 승리야 머리아파서 연습 못하겠다. 두개골 골절 재발한 거 같애...
승리 : 연습만 하라고 하면 꾀병이야... (눈 부라리며) 병원 갈까, 병원?!!!
동필 : (헉! 쫄아서 고개 설레설레 저으며) ....아니! 아니! (그러다 눈 커지며) 우와 한득구, 쥑이네?!
승리 : (돌아보면 양복입고 면도한 태웅. 띠용한다)
동필 : 너 오늘 무슨 일 있냐?
태웅 : 어.. 중요한 자리 가야해서. 갔다올게요. 승리야 나 간다. (보는데)
승리 : 어.. 어.. 가, 갔다와! (하는데 뿅간)
동필 : (힐끗 보고 금수 은복향해) 야들아, 승리 침 좀 닦아줘라.
승리 : (이씨 째려보면)
동필 : (쫄아서) 됐단다.
15. 태웅의 방 (낮)
태웅의 빨래를 들고 들어오는 승리.
승리 : 오빠 양복입으니까 멋있다. (좋은데 불안한) ...근데 너무 멋있네.
책상에 빨래 내려놓다가 문득 인터넷에서 출력한 두툼한 종이뭉치를 보고 멈칫한다.
중증 근무력증에 관한 내용들. 여기저기 형광펜이 그어져있다.
승리 : (넘겨보며) 중증 근무력증의 이해? 오빠가 이런 걸 왜 봐...? (그러다 퍼뜩 떠오르는 !!)
# (5부 23씬)
건우 : 보라씨, 근무력증인 거 몰랐어요?
승리, 표정이 굳어진다.
16. 호텔 연회장 앞 (낮)
“연우회 경영인 모임”이란 글씨가 써진 간판이 보이면서 연회장 안에서 모임이 끝난 듯 부부동반 차림의 부부들이 나오고 있다.
그 뒤에 걸어 나오는 보라와 김회장. 양복 입은 태웅, 오실장, 비서 몇 명이 그 뒤를 따라나오고 있다.
김회장 : (흡족한) 보라 니가 같이 와줘서 다행이다. 부부동반모임인데 나 혼자 왔으면 모양이 우스울 뻔했어.
보라 : (괜히 화가 나서) 오늘 아빠가 젤 나이들어 보였던 거 알아요? 염색 좀 새로 하세요. 그 우중충한 넥타이는 또 뭐에요?
김회장 : 오랜만에 니 잔소리 듣는 것도 나쁘진 않구나. (웃고) 앞으로 종종 이런 자리 만들어야겠어.
이렇게 사람들 만나면서 슬슬 경영수업 하는 거야.
보라 : (멈춰서며) 아빠.. 오늘 같은 자리, 참석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 이상은 싫어요.
김회장 : (물끄러미 보다가) ...그 얘긴 나중에 하자. 집으로 갈 거냐?
보라 : ...백화점 들렸다가요.
김회장 : (뒤돌아보며) 정대리, 오늘은 자네가 보라 데려다주게.
태웅/보라 : (의아하게 보면)
김회장 : 어. 내가 한군과 할 얘기가 좀 있어서. 한군은 나 좀 따라와. 자, 가지.
태웅, 의아해하다가 얼른 김회장을 따라가고...
갸우뚱해서 보는 보라.
보라 : 무슨 얘기지? (그러다 문득 태웅 뒷모습 보며) 그러고보니까 수염 깎았잖아? 말 잘 듣네? (풋 웃으며 간다)
17. 구두매장 (낮)
충식, 구두정리하고 있고 뒤 쪽 소파에 앉아 혼자 심각한 승리.
충식 : (구두정리하며) 그러니까... 요지는 득구가 보라 챙겨주고 신경쓰는게 질투가 난다. 이거 아냐?
승리 : 누가 질투 난데? 그 기집애가 혹시나 득구오빠 꼬시는거 아닌가 걱정되서 그런거지..
충식 : 쯧쯧쯧.. 헛다리도 이런 헛다리가 없다. 보라 걔, 요즘 연애해.
승리 : (반색하며) 진짜? 누구? 혹시 그 의사선생이랑?
충식 : 응. 데이트도 하고 잘 나가는 거 같던데?
승리 : 그거, 믿을 만한 얘기 맞어? 혹시 저번처럼 또 루머 아냐?
충식 : 득구한테 직접 들었다. 됐냐? 승리 너는 이제 보라 말고 이 오빠한테나 신경써. 나 핼쓱하게 마른거 안보이냐?
승리 : 아무튼 오빠가 볼 때 내가 신경쓰는게 확실히 오반거지? 그치?
충식 : 아 그렇다니까. 야, 나 이제 금방 끝나거든? 삼계탕 먹으러 가자. 오빠 삼계탕 사줄게. (하는데)
승리 : (갑자기 충식을 꽉 끌어안는다) 고마워! 오빠! 진짜 고마워!
충식 : (얼굴 발개져서) 고, 고맙긴야.. 삼계탕이 얼마나 한다고... (좋아죽겠는데)
점장(소리) : 잘 한다, 잘해!
충식/승리 :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점장이다!!! 허걱하는)
점장 : 매장에서 지금 뭐하는 짓이야!!!!
승리 : 오, 오빠.. 나 간다... (후다닥 가고)
충식 : (쫄아서) 죄, 죄송합니다.. 점장님.. (점장 눈치보며 얼른 일하는척 한다)
18. 명품매장 (낮)
보라 : (넥타이 내밀며) 이걸로 할게요.
매니저 : 회장님께 잘 어울릴거에요.
보라 : (웃다가 멈칫) 잠깐만요. 하나 더 고를게요. (과감한 무늬의 디자인을 고르는데)
매니저 : 그건 회장님께 좀...
보라 : (씩 웃으며) 남자친구 줄거에요.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넥타이를 확 가로챈다. 보라, 보면 승리!
승리 : (가격표 보고) 히익! 이.십.삼.만.원?!! 이만삼천원도 아니고, 이십삼만원?! (매니저 보며) 이 가격 진짜 맞아요?
보라 : (확 노려보며) 야, 너 뭐야?!
승리 : (보라 보며) 미쳤다, 미쳤어. 이깟 넥타이 하나에 이십삼만원이나 줘? 돈이 썩었냐?
보라 : (확 뺏으며) 내가 얼마짜릴 사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너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한테 시비야?
승리 : (빈정대는) 하긴... 니 돈 니가 쓰겠다는데 내가 열낼 필요없지. 야! 기왕이면 나라 경제 생각해서 국산 써, 국산. 알았어?
(돌아서 명품 툭툭 치며 간다) 동대문에 있는거랑 똑같네 뭐..
보라 : (기가 막혀 보는 표정)
19. 넥타이 매장 (낮)
보라가 쇼핑백을 들고 걸어나오는데 승리가 넥타이 매장에서 점원을 조르고 있는게 보인다.
승리(소리) : 언니 쫌만 깎아주시면 안돼요?
20. 넥타이 매장 (낮)
승리 : 깎아주세요.. 네? 언니...!! 돈이 부족하단 말이에요...
점원 : 손님 그렇겐 안되거든요? 죄송합니다. (딴데로 가버리고)
승리 : 아이씨.. 득구오빠 꼭 사주고 싶은데...
보라(소리) : 얼마 부족해?
승리 : (돌아본다)
보라 : 말해봐. 얼마나 부족한거야?
승리 : (멈칫 보는 표정)
21. 백화점 일각 (낮)
보라와 승리가 쇼핑백을 들고 걸어온다.
승리 : 야, 돈 꿔준건 고마운데 니네 백화점 반성해야해. 우리 같은 서민은 허리 휘어져서 어디 쇼핑 하겠냐?
보라 : 흥. 그렇게 돈 아까우면 다음주 세일 할 때 사지 뭐하러 지금 정가주고 사?
승리 : 뭐, 세일?! 진작 말해주지! 아냐아냐.. 선물은 하고 싶을 때 바로 해야해.
보라 : (멈칫 보며) 한득구.. 선물하려구?
승리 : 그렇다! 우리 오빠 줄거다! 넌 그거 의사선생님 주려고 산거 맞지? 너 이러다 금방 시집가겠다?
보라 : (힐끗 보며) 왜? 시집가면, 축의금이라도 내게?
승리 : 까짓거 내지뭐! 근데 너 충고하는데 절대 약혼식은 하지마라. 티비 보면 있는집 애들 꼭 약혼식 하던데,
그러고 나면 백이면 백 다 깨지더라니까?
보라 : (기가 막혀보다가) 야! 나 갈테니까, 만삼천원 꿔준거.. 다음주까지 꼭 갚어. 알았어?
보라, 휙 돌아서 풍풍대며 가버리고.. 기가 찬 듯 보는 승리.
승리 : 아니, 누가 돈 안갚는데? 말 안해도 당연히 갚는다 이 기집애야. 하여튼 있는 것들이 더해요, 더해.
22. 김회장 사무실 (낮)
김회장과 마주 앉아 있는 태웅.
김회장 : (커피잔 내려놓으며) 사람이 살다보면 말이야.. 자기가 잘하는것과 좋아하는게 다를 때가 있어.
자네도 그렇단 생각.. 안드나?
태웅 : (커피마시다가 멈칫하는)
김회장 : 자네가 좋아하는건 권투겠지만 잘하는건 따로 있을지도 몰라.
난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자네.. 공부하면서 찾아보는게 어떻겠나?
태웅 : 회장님..?
김회장 : 내가 도와줄테니까 공부 다시 시작하게.
태웅 : 저 회장님.. 굳이 저한테 이렇게까지 해주실 필욘.. (하는데)
김회장 :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모양인데.. 사양말게. 모르는 사람도 도와주는데 하물며 자넨 내 식구 아닌가.
태웅 : .....부담스러워서가 아닙니다... (망설이다가) .....겁이.. 나서입니다.
김회장 : (보면)
태웅 : 지금까지도 너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런데 또 도움을 받는다면..
앞으로 어려울 일 생길 때마다 회장님께 의지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그게 겁이 나요...
김회장 : .....
태웅 : 도와주시겠다는 회장님 말씀.. 고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와주신 걸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일어서 인사하고 가는데)
김회장 : 자네 지금 인생의 몇 라운드에 서 있다고 생각하나?
태웅 : (멈칫 보면)
김회장 : 12라운드, 긴시합이지. 하지만 인생은 더 길어. (태웅 보며) ....천천히 생각해보게.
태웅 : (표정)
23. 거리 (밤)
멍하게 거리를 걸어가는 태웅의 귓가에 김회장의 말이 울린다.
김회장(소리) : 자네, 지금 인생의 몇 라운드에 서 있다고 생각하나?
잠시 걸음을 멈춰서는 태웅.. 한숨이 나온다.
24. 실비집 (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태웅엄마, 손님 보내고 상을 치우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어서 오세..” 하다가 얼굴 굳어지는 엄마. 태웅이 왔다.
엄마 : (다시 상치우며) 뭐하러 또 왔어?
태웅 : (짐짓 명랑하게) 제가 짬나는대로 와서 도와드린다고 했잖아요.
엄마 : 됐다. 니 손 빌려야 할 만큼 손님 많은 가게 아니다. (하며 치우는데)
태웅 : (무작정 쟁반 뺏어서 그릇을 챙긴다)
엄마 :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태웅 : 저 엄마 말 안듣는 못된 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저 하고 싶은대로 할래요.
태웅, 그릇 챙겨서 주방에 놓고 의자도 바로 놓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엄마, 그런 태웅을 본다.
태웅 : (열심히 일하는데)
엄마(소리) : 밥은 먹었어?
태웅 : (멈칫 돌아본다)
엄마 : (쳐다보지 않고) 저녁 안먹었음.... 밥이나 먹고 가.
태웅 : (표정)
25. 엄마방 (밤)
태웅, 맛있게 밥을 먹고 있다.
엄마, 방바닥 닦다말고 정신없이 밥을 먹는 태웅을 보는데 가슴이 아프다.
밥이며 반찬 모두 싹싹 비우고 물컵 내려놓는 태웅.
태웅 : 엄마 정말 맛있다! 콩나물국도 맛있고 열무김치랑 오이지도 맛있고 다 너무너무 맛있어요. 역시 엄마가 해준 밥이 최고야!
엄마 : ...나가 살더니 넉살만 늘었구나. (걸레질 하며) 실없는 소리 말고 다 먹었으면 가봐.
태웅 : (어리광부리듯) 엄마..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요?
엄마 : (본다)
태웅 : 아니 뭐.. 시간도 늦었고.. 그냥 오랜만에.. (하는데)
엄마 : 밥 한 끼 줬다고 너 용서한 거 아니야. 어서 니집 가. 니집 가서 자. (돌아앉아 괜히 방바닥이나 훔치는데)
태웅 : (한숨쉬고) ...나 대학가면 엄마가 용서해줄까?
엄마 : (멈칫 한다)
태웅 : (엄마 보며 슬픈) 엄마... 내가 대학가면... 나 용서해줄래요..?
엄마 : (가슴이 철렁한데)
태웅 : ...저 그만 가볼게요.
태웅, 일어서서 나가고.. 그래도 멍하게 앉은 엄마의 표정 위로,
태웅(소리) : ...엄마.. 저, 대학 못가겠어요.
26. 옛날 태웅의 집 (밤-플래시백)
어린 태웅, 엄마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다.
엄마 : ...그 얘긴 하지 말랬지!
태웅 : (눈물 뚝뚝 흘리며) 죄송해요 엄마. 근데 저.. 도저히 안되겠어요.
대학이고 유학이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정말 죄송해요..
엄마 : (답답해서 버럭) 정규 때문에 왜 너까지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데?! 장학금도 주고 외국 유학도 보내준다잖아.
이 엄마는 죽었다 깨나도 못해주는 건데, 그걸 니가 왜 포기해! 니가 왜?!
태웅 : (흐느끼기만 한다)
엄마 : (달래듯 애원하는) 태웅아 니가 정규 때문에 힘든거.. 내가 다 안다. 니 마음 엄마도 다 알아.
하지만 태웅아... 그렇다고 해서 니가 이러면 안돼! 이런 때일수록 맘 독하게 먹고 정규 몫까지 니가 더 열심히 해야지...!
태웅 : .....
엄마 : (답답한) 태웅아...!!!!
태웅 : (억지로 눈물 참으며) ...죄송해요 엄마. 저, 지금은 공부 못하겠어요. 근데... (흐느끼는) 앞으로도 절대로 못할 거 같아요.
엄마 : (눈을 꽉 감아버린다)
태웅 : (그대로 우는데)
엄마 : (눈 감고 숨만 들이쉬는데 덜덜 떨린다. 마침내 눈뜨고) ...진심이냐?
태웅 : (눈물 뚝뚝 떨구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엄마 : (아니길 바라는) ...진심이냐?
태웅 : ..죄송해요.
엄마 : (모진) 그렇다면.. 나가.
태웅 : ...엄마..?
엄마 : (싸늘한) ...대학도, 공부도 포기할 거면.. 내 집에서 당장 나가!
태웅 : (망연자실한)
27. 실비집 (낮)
엄마, 눈시울 젖은 채 식당에 혼자 앉아있다.
태웅(소리) : 엄마... 나, 대학가면 용서해줄래요?
엄마, 눈물 훔치며 일어서는데 누군가 가게문을 열고 들어선다.
엄마, 고개 돌려 보면... 주스 박스 같은거 들고 찾아온 관장이다.
관장 : (인사하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엄마 : (표정)
29. 보라 차 안에서 근처일각까지 (낮)
노트 들고 차 안에서 달달 외우고 있는 보라. 중얼중얼 외우며 시험공부하는데 누군가 유리창을 쾅쾅 두드린다.
보라 보면 천교수가 나와보라고 손짓하고 있다.
보라 : (차에서 내리고) 무슨 일이세요?
천교수 : (다짜고짜) 재벌2세 어디 갔어?
보라 : 네?
천교수 : 아, 이 차 주인 말이야!
보라 : 제가 주인인데 왜요?
천교수 :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이거 재벌2세 차 분명히 맞는데?
천교수, 차 넘버 확인하는데 그때 태웅이 보라 족보를 복사해서 돌아온다.
그러다 천교수 보고 깜짝 놀라는 태웅,
천교수 : 어이 재벌2세!! 자네 마침 잘 만났어. 지금 시간 괜찮지?
한 명은 됐고... 또 한 명은.. (휙 보라 보고) 깡다구는 있게 생겼구만. 둘 다 나 좀 따라와!
보라/태웅 : (얼떨떨한데)
천교수 : 아, 안따라오고 뭐해?!!! 어서!!
30. 농구장 (낮)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남학생 세 명.
보라와 태웅, 허걱해서 천교수를 본다.
태웅 : 그, 그러니까.. 이렇게 셋이서 쟤들이랑 3on3를 하자구요?
보라 : (골때리는 교수구나) 교수님 다 좋은데요.. 전 땀 흘리는 거 취미없구요, 게다가 (하이힐) 신발도 이모양이라...
전 빠지겠어요... (하며 나가려고 하는데)
천교수 : 어허!!! 자네 지금 내가 자네과 교수가 아니라고 무시하는 건가?
보라 : 에? 그, 그건 아니구요..
천교수 : 신발은 걱정할 거 없어. 자넨 저 한가운데 서 있기만 하면 되니까.
(비장한) 오늘 우리의 전술은... 미인계야!
보라/태웅 : (황당하다!!!)
천교수 : (두 사람 등 짝! 때리며) 자! 한 번 붙어보자구!!!!!!!!!!
31. 몽타주
- 계속해서 골을 넣는 남학생들. 보라와 태웅은 멍한 상태.
천교수, 보라와 태웅 향해 “뭐하는거야?!” 버럭 하자 태웅, 정신차리고 제대로 뛰기 시작한다.
- 태웅이 천교수에게 공을 패스하는데 그새 남학생2가 들어와서 채간다.
“아니 이놈이!! 예부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댔는데 내 공을 뺏어가?!!” 버럭 하고 공을 뺏어가고..
- 마침내 시원하게 골을 넣는 태웅! 보라와 천교수, 우와! 좋아하고..
- 얼결에 공을 받은 보라. 당황스러운데 남학생 두 명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온다.
갑자기 섹시한 표정으로 찡긋 윙크를 날리는 보라. 남학생들, 순간 헉! 돌이 되고..
보라 잽싸게 천교수에게 패스한다. 태웅 황당하다.
- 태웅 뛰어다니다가 문득 보면 공 쫓아다니며 즐거워하는 보라의 환한 얼굴. 활짝 웃고 있는 보라의 모습이 예뻐 보인다.
그때 확! 태웅을 돌아보는 보라. 태웅에게 패스하고 태웅, 얼른 받아서 멋지게 삼점슛을 넣고...
신나서 하이파이브 하는 천교수와 보라.
32. 수돗가 (낮)
보라, 푸푸 세수하고 있는데 뒤에서 잔소리하고 있는 태웅.
태웅 : (팔짱 낀 채 놀리는) 야.. 김보라 너 진짜 웃기더라. 그렇게 아무 남자한테나 방실방실 웃고 윙크 날리고..
너 안그랬던 거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
보라 : (계속 세수만 한다)
태웅 : 너 애인도 있는 애가 정말 그래도 되는거야? 어? (툭툭 치며) 어이, 보라공주? 말 좀 해봐..
하는데 갑자기 고개를 확 돌리는 보라.
보라 : (물 뚝뚝 떨어뜨리며) ...미인계라는게 원래 그런 거 아니겠어?
하며 태웅을 보는데.. 덜컹! 하는 느낌으로 멍해지는 태웅. 보라가 너무 예뻐 보인다.
태웅,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게 보라 얼굴만 보는데...
세수를 마치고 휭하니 가버리는 보라.
태웅, 어.. 이 느낌이 뭘까.. 멍하게 서 있다가 고개 돌리는데 천교수가 바로 옆에 서있다.
깜짝 놀라는 태웅.
천교수 : 여자란 종족은 말이야.. 남자들이 마음으로 말하는건 절대 못들어. 말로 해줘야 알지.
(태웅 보며) 예쁘면 예쁘다고 말해주는게 좋아.
태웅 : (당황해서) 아, 아니에요.. 쟤가 예쁘긴 뭐가 예뻐요...
천교수 : 흠.. 그래? (알만하다는 듯 보다가 손씻으며) ...오늘 수고 했어. 자네 농구 잘 하데? 근데, 농구를 잘 해? 수학을 잘 해?
태웅 : 네?!!
천교수 : 수학 좀 하는 거 같던데.. 학생도 아니라면서 어디서 배웠어?
태웅 : 그, 그냥...
천교수 : 으응 혼자 했단 말이지? 혼자 하는 것도 좋지. 원래 수학은 고독한 학문이니까.
근데 말이야... 나같은 프로는 고독해도 되는데 아마추어는 그럼 안되거든?
(태웅 보며) 무슨 말인지 알지, 아마추어? (푸푸 세수한다)
태웅 : (천교수 바라보는 표정)
33. 체육관 앞 (밤)
피곤한 표정으로 체육관에 돌아오는 태웅. 그러다 멈칫 한다.
불꺼진 체육관 앞에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
34. 체육관 (밤)
사람 없는 체육관. 엄마가 체육관을 둘러본다. 이런데 살고 있었구나... 싶은데...
문득 시선이 벽에 걸린 액자 하나에 가서 꽂힌다.
체육관 사람들과 다 같이 찍은 사진. 사진 속 태웅은 활짝 웃고 있다.
그때 태웅이 마실 것을 갖고 돌아와 엄마 앞에 놓는다.
태웅 : 엄마.. 드세요...
하는데 여전히 사진만 보고 있는 엄마.
태웅, 왜 보시나 싶어 역시 사진을 보는데...
엄마(소리) : ...득구야..
태웅 : (덜컹한다)
엄마 : ....나도.. 이제 널 득구라고 불러주련?
태웅 : (그러지 말라는 듯) 엄마...!
엄마 : (사진 보며) 득구로 사는 것도 괜찮았나보구나. 저렇게 웃는 걸 보니. (연습해보는) 득구야.. 득구야...
(그러다 씁쓸하게 픽 웃고 태웅 보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득구는 내 아들 아닌 것 같다.
태웅 : (눈물이 핑 도는데)
엄마 : (태웅 보며) 관장님이 오늘 찾아왔었다. 니가 운전하는 댁 회장님이 너 공부시켜준다고 했는데 거절했다면서?
...너 좀 설득해달라고 하시드라.
태웅 : 엄마 그건... (하는데)
엄마 : (다시 싸늘해진) 걱정마라. 너 설득하러 온거 아니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만 말하마. 하기 싫은 거, 엄마 위해 억지로 할 거 없어.
태웅 : ....
엄마 : 그리고.. 하고 싶은 거... 정규 생각해서 포기할 거 없어.
태웅 : (본다!)
엄마 : ...뭘 하든 니가 하고 싶은 걸 해. 그게 권투든 운전이든.. 뭐든지 간에..
다른 누구도 아닌 니가 제일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이젠 너도 그렇게 살아도 돼.
태웅 : (표정)
35. 체육관 앞 거리 (밤)
엄마가 뒷모습으로 걸어간다.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점점 멀어지는 엄마의 뒷모습.
태웅, 멍하게 서서 엄마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표정 위로...
태웅(소리) : 나는 참으로 신기한 증명을 발견했지만 그 증명을 적어 넣기에는 책의 여백이 부족하다.
36. 학교 일각 (낮-플래시백)
사진의 뒷면에 씌여진 글씨를 보고 있는 태웅.
태웅 : 이거 페르마가 한 말이잖아.. (정규 보며 뚱하게) 뭐냐? 우정을 증명하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단 얘기냐?
정규 : (픽 웃고) ...페르마의 정리가 완전히 증명되기까지 350년이 걸렸다?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다고 했지만.. 결국은 앤드류 와일즈가 증명하고 말았어. 그때 기분이 어땠을까?
태웅 : (시큰둥) 그날밤 잠은 자알 잤겠다..
정규 : (으이구? 보면)
태웅 : ..가 아니고.. (진지해지는) ...아마 눈물이 났을거 같아.
정규 : (슬픈)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올까..?
태웅 : (이상한 느낌으로 멈칫 보는데)
정규 : (다시 웃으며) 사진 잘 나왔지? 앤드류 와일즈만큼은 아니더라도 끝까지 수학의 길을 가라는 뜻에서 적었다! 알았냐?
37. 태웅의 방 (밤)
사진 뒷면의 글씨를 보고 있는 태웅.
사진을 뒤집는다. 환하게 웃고 있는 정규와 태웅의 모습. 쓸쓸한 태웅의 표정 위로..
엄마(소리) : 다른 누구도 아닌 니가 제일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이젠 너도 그렇게 살아도 돼.
태웅 : 정규야... 내가 정말 그래도 될까..?
태웅, 사진 속 정규의 얼굴을 보는데... 그래도 된다는 듯 활짝 웃고 있는 정규.
38. 관장실 (낮)
관장,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
이때 동필이 들어온다.
동필 : 관장님, 득구 이 자식 어디 갔어요? 스파링 한판 붙어야 하는데...
관장 : (다시 정리하며) 마, 앞으로 일욜날 득구 스파링 안할거야.
동필 : 왜요? 제가 목욕값 안줬다고 하기 싫대요? 하씨, 쫀쫀한 자식...
관장 : 암튼 득군 스파링 못하니까 금수나 은복이한테 해달라고 해.
동필 : 에? 안돼요 안돼!!! 걔네는 나랑 깸이 안돼요. 실력이 돼야 붙죠?
관장 : 그럼! 그럼 내가 해주랴? 어?
동필 : 아뇨! 누구 죽을일 있나!
동필, 후닥닥 관장실을 나가고 관장은 다시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책상을 정리한다.
그러다 좋은 일이라도 있는 듯 멈칫 혼자 서서 빙그레 웃는다.
39. 천교수 연구실 (낮)
칠판 가득 문제를 풀어놓은 태웅,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다.
찬찬히 풀이를 살펴보는 천교수.
천교수 : 역시... 대단해. 예상한 대로야... 아주 놀라워. (태웅보며) 어떻게 해야 이런 풀이를 할 수 있는 거지?
태웅 : 네?
천교수 : (눈 가늘게 뜨며) 대여섯줄이면 해결되는 문제를 이렇게 칠판 가득 풀어내는 그 재주가 뭐냐고!
태웅 : !
천교수 : (박박 지우더니 빠르게 적으며) 지는 익스포넨셜 아이 씨터라 하면, 코사인 씨터는 지 플러스 원 오버 지, 디 지는
(탁탁탁) 아이 지 디 씨터.C를 중심이 원점인 단위원이라고 하면,... 원 오버 에이에서 레지두(residue)를 구하면 되고,
...극한값을 계산하면,... 에이 제곱 빼기 1 분의 이 파이. (칠판 땅 때리고)
태웅 : (머쓱해지는)
천교수 : 가래떡 뽑듯 한도 끝도 없이 써대서 답만 맞추면 그게 수학인 줄 알어?
게다가 이건 푸아송 커널이니까 이 적분값은 상식이다. 요놈아.
(자기 책상으로 오며 투덜투덜) 대학은 못가도 공부는 하고 싶다길래 큰맘 먹고 나왔더니만.
이건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일요일 오후에 이게 뭐야? (투덜대는데)
태웅 : (가까스로 용기내서) ... 전... 다시 공부하기엔 늦은 건가요?
천교수 : 아무리 잘 돌아가는 기계도 멈춰있으면 녹스는 법이지. 수학, 그렇게 만만한 공부 아니야.
태웅 : (참담한) ... 알겠습니다. 교수님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꾸벅 인사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교수가 책 한권을 툭 던진다.
태웅, 교수 보면-
천교수 : (쳐다보지도 않고) 다음 주까지 읽어 와.
태웅 : !
천교수 : 8년동안 놀았다며? 아주 돌대가린 아닌 거 같아.
태웅 : (환해지는)
40. 학교 일각 (낮)
태웅, 가방 맨 채 책 안고 신나게 뛰어오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천교수의 연구실을 한번 돌아본다.
흐뭇한 표정의 태웅. 다시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41. 오락실 앞 (낮)
건우가 펀치기계 앞에서 힘껏 펀치를 날린다.
건우, 손이 아픈 듯 주먹을 흔들며 점수판을 보는데 57점.
건우, “아이 57점이 뭐냐.... 심하네...”하며 투덜대는데 태웅이 나타난다.
태웅 : 선생님!
건우 : (돌아보고 반색하며) 왔어요? 이거 한 번 해봐요. 득구씨는 권투선수니까 잘 나오겠다.
태웅 : (김빠지는) ...이거 하자고 부른 거에요?
건우 : 아니지... 한잔 하자고 부른 거지. 온 김에 한번 하고 가요.
태웅 : 권투선수는 끊어치기 땜에 점수 안나와요.
건우 : 에이..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한 번 쳐보라니까?
태웅 : (못이기고 주먹을 들어 확 치려는데)
남학생(소리) : 태웅아!
태웅, 놀라서 동작 멈추고 휙 돌아본다.
보면 “야, 김태웅! 여기야 여기!!!”하면서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만나는 모습을 본다.
태웅, 굳은 얼굴로 멍하니 보고 있는데 건우가 이상하다는 듯 태웅을 본다.
건우 : 득구씨, 왜 그래요?
태웅 : 네?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태웅, 어색하게 웃다가 주먹을 날린다. 빵!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42. 곱창집 (밤)
짠!하며 술잔 부딪히는 남자들이 보이고... 그 뒤로 마주앉은 승리와 보라가 보인다.
승리 : 돈도 꿔줬으니까 내가 한턱 쏠게. 우리 체육관 오빠들이랑 자주 오는 데거든? 곱창맛이 죽여.
(야리며) 근데 과연 니가 먹을 수 있을까?
보라 : (힐끗 보고 아줌마 향해 좔좔 읊듯) 아줌마! 여기 양이랑 대창, 막창 각각 1인분씩 주세요.
아참, 생간도 주세요! (강조하는) 아주 싱싱한 걸로요.
승리 : (당황하는) 너.. 간도 먹냐...?
보라 : (후후 웃으며) 내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노루, 사슴, 지네, 굼벵이 안먹은게 없거든?
내가 먹은 뱀만 해도 아마 백마리가 넘을걸?
승리 : (고개돌린 채 혼잣말) 이거 완죤 징한년이잖아..? (그러다 갑자기 눈이 커진다) 어? 득구오빠..?
보라, 돌아보면 태웅이 “여기 단골이거든요...”하면서 건우를 데리고 들어오는게 보인다.
태웅과 건우, 두 여자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서로 보고 놀라는 표정들.
(시간경과)
승리 : (잔 탕! 내려놓으며) 그러니까 우리 오빠한테 반말하지 말라고!
보라 : (잔 탕! 내려놓으며) 한득구는 신경도 안쓰는데 니가 왜 난리야?!
태웅과 건우, 둘다 팔짱낀 채 기가 막힌 표정으로 아웅다웅 싸우는 승리와 보라를 보고 있다.
건우 : (태웅 보며) 이 두 여자.. 왜 이래요?
태웅 : (심드렁하게) 몰라요. 저도 이해를 못하겠다니까요.
보라 : 야, 한득구 니가 말 좀 해봐. 너 내가 반말하는게 그렇게 기분 나빠?
태웅 : (인상쓴채) 그건 상관없는데 침은 좀 안튀겼으면 좋겠다.
보라 : 뭐,뭐야?! 아니 이것들이 진짜! 야! 권투하는 애들은 원래 다 이렇게 무례하고 몰상식한거냐, 아님 너희만 그런거냐?
태웅 : 어허... 권투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너 우리 관장님이 들으셨다면 줄넘기 삼천개에 샌드백 두 시간이야.
승리 : 윗몸일으키기 오백개는 왜 빼먹어?!
보라 : 몰라몰라! 아무튼 난 계속 반말할거야!
승리 : 으.... 재섭서. 내가 이래서 운전기사 못하게 뜯어말렸던거야...
건우 : (웃다가 멈칫하는) 어..? (보라보며) 득구씨 운전기사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에요?
보라 : (당황한다!)
승리 : 모르셨어요? (보라 보며) 야 너 의사선생님한테 얘기안했어?
보라 : 어? 내, 내가 안했나?
건우 : 금시초문이에요. (태웅과 보라 보며) 그럼 두사람, 언제 처음 만난거에요?
태웅 : (무심히) 사실 맨처음 만난건 옛날에... (하는데)
보라 : (먼저!) 벼, 병원에서요! 병원에서 처음 만났어요.
태웅 : (놀라 보라를 본다)
보라 : 건우씨도 장박사님한테 얘기 들었죠? 내가 예전에 병원에서 난리 쳤던 거. 그때 처음 만났어요. 엄청 재수없게.
태웅 : (의아하게 본다!)
건우 : (아무것도 모르고) 그랬구나... 몰랐네?! 두 사람 안지 꽤 된거네요?
보라 : (화제 돌리려) 꽤 된게 뭐가 중요해요. 빨리 마시기나 해요! (승리보며) 야! 넌 무조건 원샷이야! 알았어?
태웅, 이맛살 찌푸리며 보라를 보는데..
모르는척.. 태연하게 술 권하며 마시는 보라.
43. 가게 앞 (밤)
건우가 계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옆으로 비틀거리며 나오는 승리. “오빠 어디간거야?” 하며 비틀 나오는데
태웅과 보라가 마주서서 얘기하고 있다. 다정해보이는 두 사람.
태웅이 보라의 머리에 콩! 알밤을 놓는 모습에 눈이 확 뒤집어진다.
44. 가게 앞 일각 (밤)
보라 : 왜 때려!!!
태웅 : 야... 그냥 어렸을때 알던 사이라고 말하면 되지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얘길 안하냐? 어?
보라 : 오, 오해할까봐 그랬지.
태웅 : 오해는 무슨 오해?! 너랑 나랑 오해받을게 뭐가 있어?
너 존말로 할때 선생님한테 이실직고 해. 너땜에 나까지 이상해졌잖아.
보라 : 이씨.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찍소리도 하지마. 알았어!
하더니 보라, 휙 돌아서서 가게 쪽으로 향한다.
보라 : (혼잣말로 궁시렁대는) 칫 알지도 못하면서...
니가 내 첫사랑이라는 얘길 건우씨한테 어떻게 하냐, 이 바보천치야..! (하는데)
건우 : (가게에서 나오며) 보라씨! 택시불렀어요! 빨리 와요! 득구씨 우리 먼저 갈게요!
보라, 건우와 함께 택시를 타러 달려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태웅.
택시, 떠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태웅.
태웅 : 승리 얘는 도대체 어디간거야?
하는데 어두운 구석에 서있는 승리의 모습이 보인다. 싸늘하게 확 돌아서 가버린다.
태웅 : 승리야..?!
승리(소리) : (술 취해 울면서) 난 보라 싫어!
45. 거리 일각 (밤)
거리에서 울면서 소리치는 승리. 태웅, 난감하다.
승리 : 걔가 오빠한테 반말하는 것도 싫고, 운전기사로 부려먹는것도 싫어.
값비싼 명품 팍팍 사대는 것도 싫고, 웃을 때 이쁜것도 싫고, (버럭) 오빠가 걔한테 잘 해주는것도 너무너무 싫단 말이야.
승리, 갑자기 거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두 사람을 힐끔거리는데
태웅, 어처구니없다는 듯 보다가.. 승리 앞에 앉는다.
태웅 : 승리야... 보라가 그렇게 싫어..?
승리 : (엉엉 울며) 그래 싫어.. 진짜 싫어...
태웅 : (난감한 듯 보다가) 승리야.. 내가 옛날 얘기 하나 해줄까?
승리 : (계속 훌쩍훌쩍 운다)
태웅 : 내가 어렸을 때 가출한 꼬마애를 한명 만났었어. 같이 놀이공원 가서 비행기도 타고 재밌게 놀았는데
헤어질 때 걔가 갑자기 쓰러지더라? 난 장난인 줄 알았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로 아팠던거야.
승리 : (이상한 느낌으로 본다)
태웅 : ...그애가 보라야.
승리 : 오빠 걔...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거야?!
태웅 : (끄덕하고) 보라, 그렇게 15년이나 아팠데. 불쌍하지 않니?
승리 : (울다 말고 생각하는 표정)
태웅 : 승리야... 보라 미워하지마.. 친구하면 좋잖아.
승리 : 친구 좋아하시네. 내가 걔랑 친구할 거 같애!!!
태웅 : (픽 웃는다)
승리 : (눈물 닦고) 어쨌든 오빤 보라가 불쌍해서 잘해준거라는거지? ...그것뿐인거지?
태웅 : 어? (덜컹하는 느낌)
승리 : 그럼 됐어. ....불쌍해서 잘 해준거면 어쩔 수 없지.
(털고 일어나며)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은 해볼게. 가자 오빠. (앞장서 간다)
태웅 : (이상한 느낌으로 서 있다. 정말 그런 걸까..?)
승리 : (돌아보며) 오빠! 뭐해?
태웅 : 어? 가... (하며 생각 털고 따라간다)
46. 보라집 앞 (밤)
건우에게 넥타이를 내미는 보라. 건우 놀라 보는데,
건우 : 이게 뭐에요?
보라 : (도도하게) 만보계도 받았는데 그냥 넘어가는건 예의가 아니죠. 어서 받아요.
건우 : 보라씨...?!
건우, 감동 받아 보라를 덥썩 안는데 갑자기 요란하게 울리는 만보계 소리.
건우, 놀라서 화들짝 떨어지는데.. 보면.. 은장도처럼 만보계를 쥐고 있는 보라.
보라 : (야리며) 이럴 때 쓰라고 준거 맞죠?
건우 : 아.. 진짜 너무하네! (하는데 삐삐가 울린다) 이씨 또 뭐야... (투덜투덜 확인하면서) 이놈의 삐삐 내다 버릴 수도 없고..
(장난스럽게 보라에게 내밀며) 보라씨 이것도 가질래요?
보라 : (새침하게) 저도 삐삐 있어요.
건우 : 어? 정말요? 아직 살아있어요?
보라 : 근데 아무도 안쳐요.
건우 : 그럼 그걸 뭐하러 갖고 있어요?
보라 : 네? 그, 그게... (당황하다가 짐짓 명랑하게) 그냥 해지하기 귀찮아서요.
(얼른 말 돌리며) 참, 그거 넥타인데요. 앞으로 딴거 하고 다니면 가만 안둬요!
보라, 집으로 들어가고 그 자리에 선 건우.
건우 : 해지하기 귀찮아서...? (한숨쉬고) 틀림없다, 첫사랑. (돌아서가다가 혼자 귀엽게 부르르) 아니, 도대체 어떤 놈이야?!
47. 병원 복도 (낮)
보라가 선물한 넥타이 하고 걸어가는 건우. 그리고 민호.
건우 : (보여주며 약올리는) 야, 멋있지? 부럽지? 아.. 우리 보라씨는 어쩜 이렇게 센스가 있는지...!
민호 : 너 그거 받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정말로 basal skull fracture, 걔가 보라씨 운전기사 맞어?
건우 : 응. 왜?
민호 : 왜?! 야, 넌 애인이 그렇게 젊은 남자애랑 맨날 같이 다니는데 아무렇지도 않냐?
혹시 그 친구가 보라씨한테 흑심이라도 품으면 어쩌려고 그래?
건우 : (멈칫했다가) ...쓸데없는 소리 한다. 득구씨 그럴 사람 아냐. 그리고 문제는... 득구씨가 아니라 첫사랑이다, 첫사랑.
민호 : 첫사랑? (괜히 심각하게) 야.. 혹시 그 누나 이혼했냐?
건우 : 무슨 누나?
민호 : 니 첫사랑 누나 있잖아! (모르고 비장한) 너... 절대로 흔들리면 안된다. 남자의 첫사랑은 가슴속 깊이 묻어두는거야!
건우 : (기가 찬 듯 보다가) 으이구 미친놈... 관두자. 관둬... (가는데)
민호 : 야! 얘기하다 말고 어디가!
48. 보라차 안 (낮)
양복입고 운전하고 있는 태웅의 얼굴.
우아한 정장차림의 보라, 뒷좌석에 앉아서 통화하고 있다. 어딘가 행사에 가는 느낌.
보라 : ...아빠 일 때문에 지방에 와서 오늘은 못 만나요. ....뭐요? 이쁜 간호사랑 단둘이 야근을 할거라구요?!
태웅 : (룸미러로 보며 픽 웃는다)
보라 : 그 병원에 이쁜 간호사 한 명도 없다는거, 잘 알고 있거든요? 내가 질투하길 바라나본데, 꿈 깨세요.
(전화 팍 끊고 웃는다) 칫 웃기고 있어. (태웅 보며) 얼마나 남은거야?
태웅 : 다왔어.
49. 기공식장 일각 (낮)
오실장 기다리는데 보라차가 기공식장으로 들어와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보라와 태웅.
보라 : 제가 늦은건가요?
오실장 : 아니야. 딱 맞게 왔다. 장박사님도 오셨어. 어서 가자. (앞장서는데)
보라 : (둘러보며) 도대체 무슨 행사길래 저보고 참석하라고...
하다가 “근육병 환우들을 위한 쉼터 기공식”이라고 씌여진 간판보고 얼굴이 굳는 보라.
뒤따라오던 태웅, 의아하게 보라를 보는데 굳은 채 걸어가는 보라.
50. 기공식장 (낮)
보라와 태웅이 장박사와 오실장 옆에 앉아서 박수를 치고 있다.
내빈 소개를 하고 있는 사회자의 소리. 소개받으면 일어나서 인사하는 내빈들.
사회장(소리) : ...근육병 환우회 김현수 회장님 오셨습니다. (박수)
우리 쉼터의 이사장을 맡게 되신 장영훈 교수님 오셨습니다. (박수)
그리고... 대원그룹 김장수 회장님 대신 따님 김보라양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김보라양은 우리 근육병 환우로서 특별히 이 자리를 빛내러 와주셨습니다.
태웅, 멈칫 보라를 돌아보는데 표정이 굳어진 보라.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다.
사람들 더 크게 박수를 쳐준다.
사회자, “그럼 첫삽을 뜨겠습니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라,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첫삽을 뜬다. 태웅, 그런 보라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51. 기공식장 일각 (낮)
장박사와 이야기하는 보라.
보라 : 이런 자린 줄 알았다면 안왔을거에요.
장박사 : 널 위해 회장님께서 오랫동안 준비하신거야. 아버지 마음 알잖냐?
보라 : (씁쓸한) 알아요. 아는데..
장박사 : (어깨 다독여주며) 알면 됐다. (가고)
보라 : (착잡한)
52. 일각 (낮)
사람들이 탄 승용차가 기공식장을 다 떠난다.
태웅, 오실장 차 타고 가는 장박사 배웅하고 돌아서 보라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53. 갈대밭 (노을)
태웅 둘러보며 보라를 찾는데 저만치 갈대밭에 앉아있는 보라가 보인다.
태웅, 다가가 “보라야...” 부르려다가 멈칫한다.
바람을 맞고 있는 보라의 모습을 바라보는 태웅. 보라가 슬퍼보인다.
보라 : ....이런 데서 눈 감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거겠지....?
태웅 : ( ! 본다)
보라 : 우리 아빠가 여기 왜 만드는지.. 넌 모르지..? (짐짓 웃으며) 나 때문이다? 아빠가 평생 날 지켜줄 순 없으니까.
아빠 돌아가시고 나 혼자 남으면.. 여기서 편히 쉬다 가라고... 그래서 만드시는 거야.
태웅 : (표정)
보라 : ....그런데... 내가 먼저 떠나면 어떡하지?
태웅 : ...보라야..?!
보라 : (쓸쓸하게 웃는) 갑자기 겁이 나네. 예전에 그렇게 죽겠다고 난리칠 땐 하나도 겁나지 않았는데.. 너무 겁이 나..
태웅 : (조금 화가 난) 겁나긴 뭐가 겁나? 너 회장님보다 훨씬 오래오래 살거야. 그러니까 괜한 걱정하지마.
보라 : 그래두... 우리 아빠, 가족이라곤 나 밖에 없는데.. 내가 떠나면 우리 아빤 어쩌지? 내가 정말 떠나면.. (하는데)
태웅 : (버럭) 야 이 바보야! 그딴 생각을 왜 해?! 누가 너보고 죽는데?
보라 : (놀라 본다)
태웅 : 너 어렸을땐 안그랬잖아. 혼자서 비행기타고 라플란드 가겠다고 할만큼 강하고 당찬 애였잖아.
근데 왜 그래?! 왜 이렇게 약해빠진 소릴 하는거냐구!
보라 : 야.. 한득구... (하는데)
태웅 : (버럭) 너 안죽어! 절대 안죽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마! (확 돌아서 가버린다)
보라 : (표정)
54. 갈대밭 일각 (노을)
씩씩대며 갈대밭을 헤치고 걸어가는 태웅.
보라가 뒤에서 부르며 쫓아온다.
보라 : 한득구...! 같이 가!! ... 야아..!!
하며 쫓아가다가 갑자기 “악!” 돌부리에 걸려 갈대 속으로 넘어진다.
씩씩대며 앞장서 가다가 보라의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멈칫 걸음을 멈추는 태웅.
뒤를 돌아보는데 갈대밭만 보일 뿐 보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태웅, 당황해서 “보라야!”하며 갈대밭을 막 찾아다니는데.... 저 앞에 보라가 주저앉아있는게 보인다.
태웅 : (달려가서) 야, 왜 그래..? (하고 보면)
보라 주위에 깨진 병들이 보이고 보라는 그 옆에 앉아서 자기 종아리에서 철철 흐르는 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보라 : (믿기지 않는듯 어색하게 웃으며) 피 디게 많이 난다... 어쩌지....?
태웅 : (얼굴 하얗게 질리는)
55. 보건지소 앞 (밤)
시골의 작은 보건지소. 의사, 퇴근하려는 듯 불끄고 나오는데...
뒤에서 “잠시만요!” 부르는 소리.
돌아보면.. 보라를 부축하고 온 태웅.
56. 보건지소 진료실 (밤)
탁 켜지는 수술대의 불. 의사가 보라 다리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
태웅 그 옆에서 초조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데..
의사 : 이거 안되겠는데요? 당장 봉합수술부터 해야겠어요.
태웅/보라 : (마주 보는 표정!)
의사 : (부위 보며) 꽤 많이 꿰매야 할 거 같은데.... 일단 마취부터 합시다. (하며 주사약 꺼내는데)
보라 : 리도케인(Lidocaine) 알러지인데 마취해도 되나요?
태웅/의사 : (보라를 확 돌아본다)
보라 : 예전에 수술 받을때 호홉곤란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의사 : 그 정도였어요?! 그럼 위험해서 안되는데...?
태웅 : (다급한) 제일 가까운 종합병원이 어딘가요? 지금 당장 옮기면..
의사 : 소용없어요. 그정도 알러지면 큰병원가도 마취못하는건 마찬가지에요.
태웅 : 그럼 마취도 없이 그냥 수술을 해야한단 말인가요?
의사 : (대답 못하고 곤혹스러운데)
보라 : ....해주세요.
태웅 : (확 보며) 보라야?
보라 : 큰 병원 가도 어쩔 수 없다잖아. (의사 보며) ...그냥 해주세요.
태웅 : 너.. 정말 괜찮겠어?
보라 : (끄덕하고 의사 보며) 치마 입어야되는거 아시죠? 흉터 안남게 잘 해주셔야 해요? (애써 웃는데)
의사 : 아이고.. (한숨 쉬고) 해봅시다. (태웅보며) 환자분 좀 꽉 잡아주세요.
태웅과 보라, 긴장한 눈빛으로 마주보다가.. 태웅, 보라의 뒤로 다가가 단단히 보라를 꽉 안는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술을 시작하는 의사.
(시간경과)
보라,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고정시켜 놓은 채 수술을 받고 있다.
태웅은 보라의 뒤에서 보라를 꽉 끌어안은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보라, 이 악물고 꾹 참고 있다.
태웅, 그런 보라가 마음 아프고 괴롭다.
57. 건우 진료실 (밤)
마지막 환자가 나가고 건우, 뒷목 두들기며 기지개 펴는데 민호가 똑똑하며 고개를 내민다.
민호 : (MRI 사진들 넘겨주며) 저번에 부탁한 박조영환자 MRI인데 다발성 경화증 맞더라.
건우 : 베타 인터페론 처방하면 되겠네... (사진 훑어보고) 고맙다. 한잔 살게 나가자. (일어난다)
민호 : 참, 요번에 우리과 새로 오는 인턴... (응큼한) 디게 이쁘데.
건우 : 여자야?!
민호 : 심지어 우리 고등학교 후배란다.
건우 : 니네 학교면.. 한국과학고?
민호 : 아...! 그 이름도 자랑스럽다, 한국과학고!!!! 내가 엄청 잘 해줘야지?
건우 : (씩 웃으며) 그 후배는 니가 과학고 꼴등인거 알까?
민호 : (버럭) 누, 누가 꼴등이래!!!
하는데 건우의 전화벨이 울린다.
건우 : ...득구씨 왠일이에요? (표정 확 변하는) ...뭐라구요? 알았어요. 내가 지금 당장 갈께요.
(민호보며) 민호야 미안한데 술 다음에 마시자. (뛰쳐나가고)
민호 : 얌마! 어디가!! 야! (문닫고 그새 나간 거 보고) 뭔일이야..? (갸우뚱한)
58. 진료실 일각 (밤)
태웅이 진료실로 돌아온다.
돌아보는 의사. 보라는 잠들어있다.
의사 : 안정제 놨으니까 좀 잘 거에요. 생살을 꿰매는데 꿈쩍도 안하고... 여자친구, 대단한데요?
의사, 나가고.. 보라를 내려다보는 태웅.
태웅 : ......소리라도 지르지.... 바보같이..
태웅.. 보라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데.. 이마가 땀에 젖어 있다.
태웅,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보라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려다 멈칫 한다. 황급히 손을 거둔다.
59. 건우 차 안 (밤)
초조하고 걱정된 표정으로 운전하며 통화하는 건우.
건우 : 거의 다 온 것 같거든요? 네.. 우회전 했어요.. 다시 우회전? 아..! 보이네. 알았어요. 금방 들어갈게요.
건우, 멀리 보이는 보건지소를 향해 핸들을 꺾는다.
60. 보건지소 앞 (밤)
건우의 차가 끽 멈춰 서고 건우가 내린다.
다급하게 보건소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건우.
61. 진료실 (밤)
태웅, 보라 머리맡에 앉아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문 앞에 서 있는 건우.
태웅 : (웃으며 일어나는) 어? 선생님 언제 오셨어요?
건우 : (웃는) 방금요. 방금 도착했어요. (다가가며) 보라, 어때요?
태웅 : 깰 때 다 됐어요. (하며 깨우려는 듯 다가서는데)
건우 : (잡으며 애틋하게 보라 보는) 됐어요. 깰 때까지 기다리죠 뭐.
건우, 잠자는 보라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준다.
태웅, 이상하게 가슴이 아프다.
그때 보라가 눈을 뜬다..
태웅의 시점에서 보이는 건우와 보라.
보라 : 어.. 건우씨...?
건우 : 괜찮아요..? 많이 아팠죠...?
보라 : ...뭐하러 왔어요.... 안와도 되는데...
건우 : (계속 머리 쓸어넘겨주며) 우리 보라씨 정말 대단하네.. 잘 참았어요.. 정말 잘 했어..
태웅,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쿵.. 하는 느낌이다.
62. 몽타주 (밤)
- 들판을 가로지르는 한적한 국도. 건우차 뒤를 태웅이 따라가고 있다.
- 혼자 운전하고 가는 태웅의 쓸쓸한 얼굴. 앞서 가는 건우의 차를 보고 있다.
- 건우차를 타고 가는 보라의 흐릿한 실루엣.
- 태웅, 힐끗 뒤를 돌아본다. 보라 없는 빈자리에 가방이나 겉옷만 덩그라니 남아있다.
- 끼이익 갓길에 차를 대는 태웅. 차에서 내려 한숨을 쉰다. 내가 왜 이러지? 혼란스러운.
63. 건우 차 안 (밤)
보라는 잠든 차 안. 건우가 힐끗 사이드미러를 본다.
멈춰선 태웅의 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점점 멀어진다.
미러를 보는 건우의 눈빛이 왠지 불안하다.
64. 보라집 앞 (밤)
보라집 앞에 건우차가 멈춰서 있다. 득남이 나와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득남 : 내가 아까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내가 너 삼재니까 조심하라 했잖아. 도대체 왜 이렇게 피를 자주 보는거야...
보라 : 설마 아빠한테 말한 건 아니겠지?
득남 : 아, 안했지...
보라 : 잘 했어. (건우 보며) 피곤할텐데 빨리 가서 쉬어요.
건우 : 오늘 밤에 좀 아플거에요. 내일 병원 오면 나 보고 가요?
보라 : 알았어요. 득남아 가자. (돌아서는데)
건우 : 보라씨!
보라 : (다시 돌아보며) 네?
건우 : 저기 득구씨 말인데요.... (그러다 멈칫한다)
보라 : 득구가 왜요?
건우 :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일 봐요.
보라 : 조심해서 가요. (득남과 들어간다)
건우.. 차로 다가가 문 열려 하다가.. 차에 기대 생각하는 표정. 그러면서 플래시백..
65. 보건지소 앞에서 진료실까지 (플래시백 - 밤)
- 보건지소 앞에 도착한 건우, 황급히 뛰어내려서 보건지소로 들어간다.
- 불꺼진 어두운 복도.
건우, 보라가 어딨을까 두리번거리다가 진료실의 열린 문틈으로 불 빛이 새어나오는걸 보고 얼굴이 환해진다.
- 진료실 앞에 도착한 건우. 얼른 문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순간 멈칫!한다.
문틈 사이로 태웅이 보라의 머리맡을 지키고 있는게 보인다.
슬프고 애잔한 표정으로 보라를 내려다보는 태웅의 모습을 보고 건우, 얼굴이 확 굳는데
태웅이 건우를 보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태웅 : (환하게 웃으며) 어? 선생님 언제 오셨어요?
건우 : (어색하게 웃는) ...바,방금요. 방금 도착했어요. (61씬과 다른 컷)
66. 건우 진료실 (낮)
건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똑똑 소리가 난다.
간호사 : (고개 내밀고) 선생님, 진료 시작할게요.
건우 : 네!
말끝나기가 무섭게 문 박차고 들어오는 승리. 동필을 끄집고 왔다.
동필, 안들어가려고 발버둥치는데 “들어와! 빨리 안들어와!” 끌고 오는 승리.
건우, 깜짝 놀라 본다.
승리 : 선생님! 이 오빠 꾀병 부려서 못살겠어요! 두개골 골절인지 세 개골 골절인지 오늘 뿌리를 확 뽑아주세요!
건우 : (황당한) ...승리씨..?!!
67. 외과 진료실 앞 (낮)
외과 진료 받고 나오는 보라와 태웅. 태웅은 쩔뚝이며 걷는 보라가 계속 신경쓰인다.
보라 : 내가 이렇게 된거 다 너때문인거 알지? 너 또 그렇게 화내봐. 가만 안둬?
태웅 : 알았어. 알았으니까 앞이나 보고 걸어.
보라 : 내가 요즘 너무 잘해줬더니 정말 안되겠어. (투덜대다가) 참 너.. 어제 가다 보니까 건우씨 차 안따라오더라?
태웅 : 어?
보라 : 왜 그랬어? 길 잃어버렸던 거야?
태웅 : (당황하다가 곧) ....아, 아니... 피곤해서.. 잠깐 쉬다갔어.
보라 : 피곤해서 쉬었다니까 그건 봐주겠어. 하지만!!! 너 앞으로 조심해! (혼잣말) 딱 찍혔어. (앞장서 가고)
태웅 : (픽 웃으며 따라간다)
68. 건우진료실 (낮)
건우 : 머리 아플만 하네... 아주 꾀병은 아닌데요?
동필 : (반색하며) 그, 그렇죠 선생님? (승리보며 의기양양한) 거봐! 내가 뭐랬어. 나 엄청 아프다고 했잖아!
건우 : 두개골 골절은 아니고...
승리/동필 : (꿀꺽!)
건우 : 감깁니다.
승리/동필 : 감기요?!
건우 : 간호사 따라가서 주사나 맞고 가세요.
동필 :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나 재발한거 맞는데!
승리 : (동필 확 째려보며) 두개골 골절이 무슨 벼슬인 줄 알아! 빨리 안나가!
동필 궁시렁 대며 먼저 나가고, 승리도 따라 나가려는데...
건우 : 어, 승리씨! 물어볼게 하나 있는데요.
승리 : (돌아보면)
건우 : 저기.. 득구씨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
승리 : 건 왜요?
건우 : 아니 그냥... 사귀는 사람 없으면 내가 누구 소개시켜주려구요.
승리 : 혹시.. 보라 옆에 득구 오빠 있는게 불안해요?
건우 : 아니 꼭 그렇다기 보다는.. (하는데)
승리 : (답답하다는 듯) 선생님. 득구 오빠, 여자보는 눈 높거든요? 심지어 나도 찬 사람이에요!
건우 : (쿡 웃는)
승리 : 그러니까 득구오빠 걱정말고 보라 단속이나 잘 하세요. 걔는 왜 쓸데없이 거짓말하고 그런데요?
건우 : 거짓말..이라뇨?
승리 : 걔가 저번에 득구오빠 병원에서 첨 본거라고 했잖아요?
근데 우리 오빠가 그러는데 어렸을 때 본거래요. 보라가 가출했을 때 놀이공원에 가서 놀아줬데나 뭐래나?
건우 : (표정!)
승리 : 아무튼 그렇게 꼬맹일때 봤는데 오빠 눈에 걔가 여자로 보이겠어요? 그렇잖아요?
(하며 문득 건우를 보는데 멍한 표정) ....선생님?
건우 : ....
승리 : ...선생님...?!!!
69. 병원 일각 (낮)
보라, 절뚝거리며 걸어가다가 구두를 삐끗한다. 재빨리 확 팔을 뻗어 잡아주는 태웅.
보라, 놀랐다가 몸을 추스르는데...
태웅 : (팔 내밀며) 잡고 가.
보라 : 됐어..
태웅 : 힘들잖아. 엘리베이터까지만 잡고 가.
보라,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어 팔짱끼듯 태웅의 오른쪽 팔을 잡는다.
태웅, 왠지 두근거리는 느낌으로 왼손을 내밀어 보라의 팔짱낀 손을 잡는다.
보라 : (도도하게) ....내가 원래 남의 손 안잡는거 알지? 영광인줄 알아.
태웅, 픽 웃으며 부축하고 가고..
그렇게 걸어가는 두 사람 옆을 다급하게 스쳐 달려가는 민호.
70. 병원 일각 (낮)
민호,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다가 장박사 보고 반색하며 다가간다.
민호 : (헐레벌떡)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민호가 인사하는 쪽 보면, 한 여의사와 서 있는 장박사. 뒷모습만 보이는 여자의사(홍지혜).
장박사 : 조선생 지각하는 건 알아줘야해. (지혜 가리키며) 새로 온 우리 인턴선생이니까 잘해줘. 괜히 텃세부리지말고.
민호 : 아 그럼요! 제 고등학교 후밴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혜 보며) 한국과학고 나온거 맞죠?
장박사 : 아이구 내가 소개시켜주기도 전에 다 알고 있네?
민호 : 제일 중요한 ‘이름’은 모르는데요?
장박사 : (지혜 보며 직접 말하라는 듯 눈짓하면)
지혜 : (꾸벅 인사하는데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잘 부탁드립니다. 홍지혭니다.
71. 병원 일각 (낮)
민호가 지혜 옆에서 떠들며 걸어가고 있다. “물리 김한상선생님 알아요? 진짜 골 때렸는데...”
지혜, 웃으며 민호 따라가는데 누군가 “조선생 잠깐 여기 좀 와봐!” 부른다.
민호 : 아.. 바빠 죽겠는데 왜 부르고 난리야.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요?
민호 가고.. 어색하게 혼자 서 있는 지혜.
그때 누군가 지혜의 어깨를 툭 치고 간다.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가는 사람은.... 태웅!
지혜, 무심코 괜찮다는 듯 목례하고 돌아보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태웅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는 지혜.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 그러다가 태웅이 코너를 도는데.. 옆얼굴이 보인다!
지혜 : (멍하게 보다가) ..... 한태웅...?
72. 엘리베이터 앞 (낮)
태웅, 보라를 부축한 채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태웅, 안으로 들어가려하는데...
뒤쪽으로 지혜가 쫓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지혜 : 태웅아!!! ...한태웅!!
태웅, 멈칫 서는 표정에서 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