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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1
s#1. 당추 암자 전경 (밤)
바람에 풍경소리가 들린다. 불이 켜진 승방.
s#2. 동 암자 방안 (밤)
난정과 난정모가 등잔불 앞에 앉아있다.
난정 : (놀란 눈으로 보며) 예에? 저를 데려가려고 오신게 아니라니요?!
난정모 : 어미가 네 얼굴이 보고 싶어 잠시 들른게야..
난정 : (실망)....
난정모 : ..난정아..힘들더라도 몇 년만 더 당추스님 곁에 머물러있거라. 허면.
난정 : 어머니, 세상과 인연을 끊고 이 암자에서 지낸지 벌써 여러 해이옵니다.. 헌데 아직도 모자란 것이옵니까?!
난정모 : (시선피하며 한숨)..네 업보를 네 업보를 소멸하기 위함이야.
난정 : 업보를 소멸하다니요?! 제 업보가 무엇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그 업보란게 대체 무엇이옵니까?!
첩의 딸년으로 태어난게 제 업보이옵니까?!
난정모 : ..난정아!
난정 : (원망스럽게 보며) 어머니는 날 놓지 말아야 했어요 왜 왜 나를 낳으셨어요?
난정모 : (충격) 뭐라?
난정 : 첩의 딸로 태어난 나 같은 년에게 무슨 앞 길이 있겠습니까?.. 평생을 사람 대접을 못받고
개 돼지처럼 멸시받고 천대 받다가 결국은 어머니처럼 남의 첩실 노릇을 하거나 기생이 되어
사내들에게 웃음을 팔고 몸이나 팔면서 한평생 살아야 하는 제 팔자고 업보겠지요!!
난정모 : 난정아!
난정 : 이년 어머니 처럼 살수는 없어요. 참으며 참으며 난 어머니처럼 살수가 없어요!
난정모 : (난정의 뺨을 찰싹 갈기며) 이런 못된 것!!
난정 : (흑- 흐느낌을 터뜨리며) 어머니가 내 인생을 책임질순 없어요. (일어서 방밖으로 튀쳐나간다)
난정모 : ...난정아!
s#3. 동 암자 마당 (밤)
난정, 흐느끼며 방 밖으로 뛰쳐나와 탑에 기대어 운다.
마루에 앉아있던 당추가 일어나 난정의 흐느끼는 모습을 침통하게 본다.
s#4. 동 암자 방 안 (밤)
난정모, 흐느껴 울고 있다.
당추(E) : 잠시 들어가도 되올런지요?
난정모, 돌아앉아 눈물을 감추는데 당추가 들어온다.
당추 : (앉으며)...본의 아니게 두 분 말씀을 엿듣고 말았습니다.
난정모 : (울먹이며)..전부 이 년의 죄이옵니다..여길 찾아오는 것이 아닌데.. 아무리 보고 싶어도 참았어야 했던것인데..흐흑..
당추 : 자식을 그리워하는 모성을 어찌 탓 할수 있겠사옵니까?..
난정모 : ..하오나..난정인..내 배로 낳은 자식이 아닌것을요...
당추 : 그리 말씀 마시옵소서..기른정이 낳은정에 어찌 미치치 못하겠사옵니까?
생모의 젖 한번 물어보지 못한 난정일 보살님께서 이만큼 기르시지 않으셨습니까?
난정모 : ..스님, 전 더 이상 난정이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난정이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줘야 할 것 같사옵니다..
당추 : 아니되옵니다. 지금 난정이의 가슴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격류가 흐르고 있사옵니다..
만일 난정이가 자신의 태생을 알게된다면 스스로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옵니다.
난정모 : 허면 이 년보고 어찌하란 말씀이옵니까?
당추 : (보다가)...보살님..난정이를 데리고 하산하십시요.
난정모 : (고개 들고 보며) 예에?..하오나..
당추 : 타고난 운명은 하늘이 정해주시는 것이지만 결국 그 운명은 난정이 혼자 힘으로 헤쳐나갈 수 밖에 없으니..
난정일 믿어야지요.. 나무관세음보살..
난정모 : ...
s#5. 동 암자 마당 (밤)
난정, 탑을 잡고 서럽게 흐느끼고 있다.
난정 : ...어머니..용서하세요...용서하세요...(주저 앉으며)..흐흐흑..
s#6. 송도주막 외경 (밤)
s#7. 동 주막 방 안 (밤)
등잔불 아래 앉아있는 길상과 달래.
길상 : ..달래야..그동안 못난 오래비 원망 많이 했지..?
달래 : 아니오..능금 언니가 돌봐줘서 잘 지냈세요..나보단 객지를 떠돌던 오라버니가 힘들었을걸 생각하면..
(눈물이 글썽하고 목이 메이는)..
길상 : (찡하여)..바보같이 울기는..
달래 : 오라버니 다신, 날 두고 떠나지 마시오..
길상 : 그래..약속할께..다신 너를 혼자 두고 가지 않을게.. (품속에서 은가락지를 꺼내며) 달래야..이거 받아..
달래 : (은가락지 받고)..이 귀한 걸..어찌..?
길상 : 괜찮아..천지간에 혈육이라고는 우리 둘 뿐인데..오래비가 뭔들 못해주겠니? ..앞으론 너 고생시키지 않을거야..
달래 : (뭉클하여 안기며)..고맙소..오라버니..흑흑..
길상 : (안고 토닥여준다)..그래...
s#8. 동 주막 마당 (밤)
방문 밖에서 듣고 있던 능금도 찡한지 코를 훌쩍거린다.
방안에서 기척소리가 들리며 길상이 방문을 열고 나온다.
능금, 재빨리 평상쪽으로 달려가 앉는다.
길상 : (능금을 보고 다가오며)..능금아.
능금 : (보며)..응? 왜?
길상 : (능금 옆에 앉아 품속에서 노리개를 꺼내주며)..자, 이거 받아..
능금 : (눈이 휘둥그레지며)..길상아 증말, 이거 나 주는거야?
길상 : (끄덕이며)..고마워..나 없는 동안 우리 달래 잘 돌봐줘서..
능금 : (노리개를 만지며 기분이 좋다) 뭘? 달래는 내 친동생이나 마찬가진데, 당연한거지.
(문득 길상의 얼굴을 보며) 참 이상해?
길상 : 뭐가?
능금 : 예전엔 내가 널 돌봐줘야 할 것 같았거든?..근데 지금은..
길상 : 지금은?
능금 : (길상의 까끌한 턱 수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수염도 까칠하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제법 사내 냄새도 나는게..
너한테 막 안기고 싶거든? (장난스럽게 두팔로 길상을 껴안는다)
길상 : (당황) 이러지마, 누가 보면 너 혼삿길 막혀.
능금 : 뭐어?..또 잊었어?! 내 배필은 너뿐이라고 했잖아! (짐짓 토라진다)
길상 : ..능금아, 난 니가 꽃잽이 노릇 안했으면 좋겠어.
능금 : (돌아보며) 나 주머니 따는거 그만두면, 길상이 너 나한테 장가 올래?
길상 : 뭐어?..
능금 : (말 자르며) 너 분명 약조했다. 잊지마!
능금, 벌떡 일어나 신이 나서 방으로 간다.
길상, 능금을 미소로 보다가 '난정이라도 생각하는 듯' 하늘의 달을 본다.
s#9. 당추 암자 계단 위 (낮)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난정모녀 당추와 동자승이 누마루 계단을 내려와 이들을 본다.
동자승 : 스님, 난정이를 왜 보내시는 것이옵니까?..아직은 때가 아니라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당추 : 난정이가 스스로 제 마음을 다스릴수 없다면 누구도 저 아이의 앞 길을 막을 수 없음이야..
난정이의 전정을 부처님께 맡길 수 밖에....
s#10. 송도 주막 방 안
모가비가 딱정이 패 너댓명과 노름판을 벌리고 있다.
모가비, 심각하게 자기패를 열중해서 쪼아대고...
딱정이는 모가비의 표정을 살피며 패거리들과 은밀한 눈짓을 교환한다.
s#11. 송도 어느길
능금과 달래가 걸어온다.
달래 : 능금 언니, 증말 꽃잽이 노릇 그만 둘거요?
능금 : 응, 그동안 모아둔걸 밑천 삼아 좌판이라도 벌일거야..근데 달래야? 내가 길상이 하고 부부가 되면
우리 둘이는 뭐가 되지? (갸웃하며) 동서?..아님...내가 니 시누이가 되나?..에이 모르겠다.
달래 : ..난 앞으로도 쭉 길상오라버니하고 능금언니하고 친동기간처럼 지냈으면 좋겠소...
능금 : 그래, 부부로 살면서도 친동기간처럼 지내면 되지 뭐? 그치 달래야?
달래 : ('그 말이 아닌데')...으,응..
s#12. 송도 주막 방 안
패물이며 은량등이 판돈으로 수북히 쌓였다.
모가비와 딱정이, 두사람만이 패를 쪼며 대결을 하고 있다.
딱정이 : (묵직한 돈주머니를 던지며) 자신있음 더 찔러봐.
모가비 : (품을 뒤져보지만 더 이상 판돈이 없는지 당황한다)..!
딱정이 : ..판돈 다 떨어졌으면 이만 끝내자구..(판돈을 쓸어가려는데)
모가비 : 기둘려! 이 패 가지곤 내 죽어도 못죽어!
모가비, 농짝문을 열고 뒤지다 깊숙한 곳에서 보퉁이를 꺼낸다.
보퉁이를 펼치면 패물이 들어있다.
모가비, 흡족한 웃음을 흘리며 판돈에 패물들을 던져넣는다.
딱정이 : 허, 딸년이 벌어온 돈 다 쓸어넣는구만.
모가비 : 시끄러, 잔소리 말고 찔러.
딱정이 : (묘한 웃음 흘리는)...
s#13. 송도 주막 마당
능금과 달래, 주막 안으로 들어오는데 방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
모가비(E) : 이놈아, 그 패물 돌려줘!
딱정이(E) : 아, 생떼 쓰지 말고 저리 비켜!
방문을 열고 나오는 딱정이와 패거리.
모가비가 쩔뚝거리며 쫓아나와 딱정이의 멱살을 움켜쥔다.
모가비 : 이놈아 어여 내놓지 못혀!
딱정이 : 이런 미친눔, 노름판에서 잃은걸 돌려달라는 눔이 어딨냐? 썩 꺼져!
딱정이, 밀쳐버리면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모가비.
능금 : (씩씩대며 달려가는) 아저씨, 또 우리 아부지 꼬드껴서 사기노름했소?
딱정이 : 사기라니?! 니 눈으로 봤냐?!
능금 : (씩씩대며) 다 알고 있으니, 딴 거 다 내놓고 가시오!
딱정이 : 얘가?! 그 애비에 그 딸이로구만?! 가세!
능금, 딱정이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딱정이 소매속에 숨겨둔 패들을 뽑아낸다.
능금 : (노려보며) 이래도 속임수가 아니오?!
모가비 : 저,저런 죽일놈!
딱정이 : (당황하다 표정 수습하며) 나,난 모르는 일이야, 가세.
능금 : (딱정이에게 매달리며) 울아부지 돈 돌려주기전에 한발자국도 못가오.
딱정이, 눈짓하면 패거리들이 능금을 밀쳐낸다.
능금, 쓰러지면서도 패거리들의 발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늘어진다.
패거리들이 능금을 떼어놓기 위해 발길질을 해대는데
누군가, 딱정이의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주먹을 날린다. 길상이다.
패거리들, '이 놈은 또 뭐야?' 하는 표정으로 길상에게 우르르 달려드는데
길상, 능숙한 주먹질과 발길질로 패거리들을 때려눕힌다.
딱정이와 패거리들이 겁에 질려 줄행랑을 놓는다.
겁에 질려 서 있던 달래가 '오라버니-' 부르며 길상에게 달려와 안긴다.
길상 : 달래야, 대체 무슨 일이니?
능금 : (일어서서 모가비를 휙- 노려본다)
s#14. 동 주막 방 안
고개를 푹 숙인 모가비 앞에 능금과 길상, 달래가 앉아있다.
능금 : 아부지, 다시는 노름 안한댔잖아. 손가락까지 자르겠다고 맹세했잖아!
모가비 : (한숨)...
능금 : 나 이제부터 남의 주머니따는짓 안할거야. 아부지가 노름을 하면 나도 더이상 아부질 먹여 살릴수 없어.
모가비 : ..애비가 너 볼 낯짝이 없다..
능금 : (냉랭하게) 나 아부지 안믿어! 아부지가 노름을 못끊겠다면 대신 내 손목아지라도 끊을거야.
능금, 앞에 천으로 가려놓은 부엌칼을 움켜 잡고 왼쪽 손목을 노려보며 휙-치켜든다.
길상과 달래도 놀라는데.
모가비 : (화들짝 놀라) 느,능금아!..안된다! (능금의 칼 든 손을 막아쥔다)..
능금 : 놔요, 아부지! 아부지가 노름을 끊을려면 이 수밖엔 없어!
모가비 : ..애비가 잘못했다. 내 다신 안할테니 제발 이러지 마라..크흐흐흑.
능금 : (모가비에게 안기며)..아부지..흐흑..
길상과 달래, 흐느끼는 부녀를 뭉클하게 본다.
s#15. 이전 윤원형 집 앞 길
난정과 난정모가 걸어온다.
윤원형 집의 대문 안에서 도포차림의 다른 사내와 부인이 나와 어디론가 간다.
난정 : (멈춰서며) 어머니, 이 댁은 윤별좌댁인데?
난정모 : 그래, 윤별좌댁 아씨께서 새 왕비로 간택 되신 연후에 이사를 하셨다.
난정 : ...하오면 아씨께서는요?
난정모 : 아씨께선 태평관으로 거처를 옮기셨어..돌아가신 중전마마의 탈상이 지난 후에 국혼을 올리신다는구나.
난정 : ('그렇구나')...
난정의 생각하는 얼굴에 윤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난정모, 앞장서서 가면 난정, 윤원형 집을 한번 힐끗 돌아보다가 간다.
s#16. 대비전 방 안(간택 몽타쥬)
1) 칠보화관과 금박 댕기를 맨 윤씨와 역시 성장을 한 윤금손의 딸이 자순대비와 중종 앞에 큰 절을 올린다.
중종, 윤씨의 화려한 자태에 넋이 나간 듯 본다.
2) 화관과 당의를 벗은 차림으로 대비와 중종 앞에 선 윤씨와 윤금손 딸.
노랑색 삼회장 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은 윤씨의 기품있는 자태에 자순대비도 고개를 끄덕이며 본다.
해설(NA) : 토사곽란으로 간택에 참례치 못했던 윤지임의 딸 윤씨는 정축년 삼월에
시임 형조판서이자 파성군 윤금손의 따님과 함께 다시 간택에 참례하여 재색을 겨룬 후에
중종의 두 번째 계비로 간택되셨다. 군기시별좌 윤지임의 딸이었던 윤씨가 새중전으로 간택될수 있었던 것은
외척의 발호를 막기 위해 한미한 가문의 규수를 고르되, 왕손을 생산하실 분이니 재색을 겸비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간택의 명분에 맞았던 것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 폐비신씨의 복위를 주장하던 신진사림세력과
후궁전에서 새중전을 맞아들여야 한다는 정국공신파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던 정치상황에서
양시론으로 중종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김안로와 돌아가신 장경왕후의 오라버니이자
원자의 외숙부인 윤임이 원자를 보호하기 위해 윤씨가 간택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s#17. 태평관 외경
태평관 현판 위로 자막 "태평관"
해설(NA) : 윤씨가 중전에 간택된 뒤 장차 왕비가 되실 분을 여염집에 그대로 거처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태평관에 모시어졌다.
s#18. 태평관 별채 방 안
윤씨 앞에 노회한 엄상궁과 중년의 오상궁이 앉아있다.
엄상궁, 윤씨에게 뭔가를 이르면 진지하게 듣는 윤씨의 모습위로
해설(NA) : 윤씨는 대궐에서 나온 상궁들에게 왕비로서의 예의범절과 궁중법도와 풍습 등을 습의하며
가례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상궁 : ..또한 중전마마께오선 자애로우신 덕으로 만백성을 어여삐 여기셔야 할 것이오며,
지엄한 기상으로 내외명부의 법도와 기강을 바로 잡으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씨 : (끄덕이며 듣는)..
오상궁 : (윤씨보고) 곤하실테니 잠시 파하시지요. 쇠인이 미삼차를 올리겠사옵니다.
윤씨 : 그리 합시다.
오상궁 : (찻상위에 다기를 챙킨다)
윤씨 : ..엄상궁.
엄상궁 : 예.
윤씨 : 엄상궁은 궁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소?
엄상궁 : ..무술년에 들어왔사오니 꼭 마흔해가 되옵니다.
윤씨 : 오상궁은 얼마나 되었소?
오상궁 : ..쇠인은 그보다 일곱해 늦은 을사년에 들어왔사옵니다.
윤씨 : 허면 두사람 다 구중궁궐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겠구려?
엄,오상궁 : ...?
윤씨 : 내 여염에서 듣자니 전하를 가까이에서 뫼시는 후궁들을 팔선녀라 칭하며 그들의 아름답지 못한 행실이 회자되고 있었소.
엄,오상궁 : (흠짓 놀라 보는)...?!
윤씨 :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면 먼저 궁궐의 사정에 밝아야 할것이니
그동안 보고 겪은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게 일러주셨으면 하오.
엄,오상궁 : ('만만치 않겠구나' 보는)..예.
s#19.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경빈,희빈,창빈이 앉아 조상궁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있다.
조상궁 : 새중전마마가 되오실 분께서는 학식이 많으시어 소학, 춘추, 열녀전을 빠짐없이 읽으셨답니다.
자순대비 : (흡족하게 끄덕이는)...
희빈(E) : (못마땅한 표정) 흥, 소학, 춘추 열녀전은 누구는 못 읽었나?
창빈 : (눈짓으로 희빈을 말린다)..
조상궁 : 또한 친정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이 겨우 열두살 밖에 안 되셨건만 어린 몸으로 조상식을 꼭 받드셨는가하면,
오라버님들이 철없이 웃고 장난들을 치시니 무엇이 좋아서 상제의 몸으로 얼굴에 웃음을 띄우느냐며
오라버님들을 나무라신 일까지 있답니다.
자순대비 : 오, 그런 일이 있었다더냐? 내 주상께 새중전의 아름다운 덕을 사기에 기록하여
칭송케 해달라고 여쭈어야겠구나. 호호.
경빈 : 새로 모실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효녀시옵니다.
희빈(E) : (조상궁쪽 힐끗보며)...망할년! 부모가 돌아가서 조상식을 받든 것은 당연지사인데 무에 그리 큰 자랑거리라고?!
누구는 삼년 괴연에 조상 식도 아니받들라!
창빈(E) : (희빈의 얼굴을 보며) 희빈께서 시샘이 나시는 모양이구려?
희빈(E) : 시샘은 무슨요? 그래봤자, 한미한 군기시별좌나부랑이의 딸인것을.
창빈 : 새중전마마께선 미색도 출중하실뿐 아니라 총명함과 학식까지 겸비하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간택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어 내심 걱정하였는데 어진분을 중전으로 맞아들이게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경빈 : 모두다 대비마마의 혜안이시옵고, 홍복이시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이며) 새중전께서 아직 연치 어리시어 궁중법도나 풍습에 익숙치 않으실테니
여기 계신 세 분들께서 공경하여 잘 받들어주세요.
경,희,창 : (조아리며)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E) : (미소 짓는 얼굴위로) 오냐, 어디 내 손바닥에 올려 한번 저울질 해보리라..
s#20. 대궐 일각
남곤이 걸어오는데 파릉군이 맞은편에서 온다.
파릉군 : 남대감, 그간 무고하시었소이까?
남곤 : (파릉군을 보고 화들짝 놀라).. 어 어이구 파,파릉군대감...
파릉군 : 허허, 어째 망자를 본 듯 그리 놀라시오이까?
남곤 : (당황)..아,아니올시다..대감께서도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파릉군 : 무고요?..허허..(뼈있는) 대감께서 늘 염려해주시는 덕분에 무고하지요.
남곤 : (가슴이 철렁)...아, 예...
파릉군 : 이 사람은 전하를 알현해야 하니 이만 가보겠소이다. (조아리고 간다)
남곤 : (파릉군 뒷모습을 보며)..허어, 불귀의 객이 되었어야 할 사람이 전하를 알현하러 입궐하다니..(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21. 편전 외경
중종(E) : 어서오세요, 숙부,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s#22. 편전 방 안
중종과 파릉군이 술상을 놓고 앉아있다.
중종 : (취기 오른) 내 숙부를 뵈올 낯이 없어요, 십 년 넘게 혼자 지내시는 숙부를 놔두고 또 새 장가를 가게 됐으니 말입니다.
파릉군 : 황공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종 : 숙부, 내 이번엔 친히 면복을 입고 태평관에 나가 새중전을 맞아오려고 합니다...
성군이셨던 세종대왕께서 교서까지 내리시어 행하려 하셨으나 이루지 못하셨던 친영례를
과인이 처음으로 거행하려 하는데 숙부께선 어찌 생각하십니까?
파릉군 : 전하께서 삼강오륜의 근본인 부부의 체통을 밝히시는 대의로 친영례를 단행하오시면
만고에 법이 세워질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허허, 숙부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기쁘구려. (흡족하게 한잔 마신다)
파릉군 : (무겁게 입여는)..전하, 폐위되신 신비마마는 잊으신 것이옵니까?
중종 : (술잔을 놓다가 흠짓 보는)..신비요?
파릉군 : 예, 신은 전하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신비마마를 복위하시어 반정의 대의를 바로 잡으실 것이라 믿었사옵니다.
신이 일신상의 불미스러운 일로 와병하는 동안 이번 간택이 이루어진 것을 보고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였사옵니다. 신, 전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싶사옵니다.
중종 : (긴 한숨)..내 어찌 가슴에 묻어 둔 조강지처를 잊을수 있겠습니까?..
과인의 심정은 평생의 정인을 찾아 다니시는 숙부께서 더 잘 아실겝니다.
파릉군 : ...
중종 : 과인도 당장 죽동궁으로 달려가 신비를 보고 싶어요..십년동안 인왕산에 치마를 내걸었던 조강지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리지 못하겠습니까?.. 허나과인은 군주요..사사로운 정에 앞서 종묘사직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만 하는 군주...!
파릉군 : ...
중종 : 만일 과인이 사사로운 정에 끌려 신비를 복위했다면 위협을 느낀 정국 공신들이 가만 있지는 않았을게요..
조정은 또 다시 사분오열되고 이 나라 종묘사직이 위태로워졌을겝니다.
파릉군 : ..전하...
중종 : (눈물 글썽)..그 사람도 과인을 이해해 줄것이라고 믿어요..
파릉군 : ...?
중종 : (깊은 한숨을 내밷는다)..
s#23.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앉아있다.
김안로 : 가례날짜가 정해졌으니 이제 원자께오서 강녕하게 장성하시어 세자에 책봉되고 대위에 오르실때까지
한시름 놓게 되었사옵니다.
윤임 : (끄덕이며)..참, 영감께 자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올해 몇살이나 됐소이까?
김안로 : 열두살이옵니다.
윤임 : 호, 그래요? 거 딱 좋구려..영감, 우리 통혼을 하면 어떻겠소?
김안로 : 통혼이라니요? 판부사대감께 따님이 계시옵니까?
윤임 : 내 여식이 아니라 외질녀가 있소. 돌아가신 장경왕후의 따님이신 효혜공주말이외다.
김안로 : (놀라) 허면..?
윤임 : 예, 영감댁은 전하의 사돈인 부마댁이 되는 것이고 우린 부원군 집이니 천하에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소이까?
김안로 : (감격스럽게) 그리만 된다면 이 사람, 더 바랄 것이 없겠사옵니다..
윤임 : 허면 친영례가 끝난후에 예궐하여 전하께 말씀을 올리겠사옵니다.
김안로 : 예...헌데, 이번 중전께서 원자에게 딴마음을 가지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윤임 : 그일은 심려 거두셔도 될것이외다, 새중전마마의 사가엔 크게 써먹을 자도 크게 경계할 자도 없으니 말이외다. 허허허.
김안로 : (무엇인가 생각에 잠기는)...
s#24. 윤원형 아흔아홉칸 집 마당
중문을 열고 나오는 윤원형과 윤지임.
청지기 임서방을 비롯하여 늘어선 남녀하인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윤원형 : (인사를 받으며) 오냐, 오냐. 아버님, 맨날 허리를 굽히며 살다가 이렇게 상전노릇하는 맛도 괜찮치 않사옵니까?
윤지임 : 헌데..집이 너무 큰 것은 아니냐?
윤원형 :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부원군댁인데 이만은 해야 되지 않겠사옵니까?
두고 보시옵소서. 소자가 이 집 곳간을 재물로 그득그득 채울 것이옵니다.
윤지임 : 난 어째 좀 불안하구나...
윤원형 : 걱정마시고, 사랑으로 드시옵소서. (임서방을 보고) 임서방, 사랑으로 약주 좀 들이게.
배천댁 : 예, 나으리.
윤원형이 윤지임을 인도하여 사랑채 쪽으로 간다.
s#25. 동 윤원형 집 대문 앞
풍채 좋은 도포짜리가 솟을 대문을 아래위로 살펴보다가
못마땅함 반, 부러움 반이 섞인 끙-신음소리를 낸다. 윤원로다.
윤원로 : 이리오너라-이리오너라- (쿵쿵 대문 두들긴다)
s#26. 동 사랑채 마당
임서방, 사랑채 앞으로 급하게 다가오고 그 뒤를 따라오는 윤원로.
임서방 : 대감마님, 큰 서방님께오서 오셨사옵니다.
윤원로 : (임서방을 제치고 대청위로 오른다) 아버님, 소자 원로이옵니다.
s#27. 동 사랑채 큰 방 안
윤원형, 윤지임에게 술을 따르다가 놀라 방문쪽을 돌아본다.
윤원로 : (방문을 열고 들어와 넙쭉 절한다) 아버님, 그간 기체 대안하셨사옵니까?
윤지임 : (못마땅하게 고개 꼬며) 노형은 뉘슈? 초면인 듯 싶은데 노형께선 사람을 잘 못 찾아온 것 같소이다.
윤원로 : (민망하여) 아버님, 그만 소자에 대한 노여움을 거두워주시옵소서.
윤지임 : (버럭) 이놈아! 궁핍한 집안꼴 싫다고 의절하고 나가 처가살이할땐 언제고!
이제 형편 좀 살 만 하니까 기어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노여움을 풀라고?
윤원로 : (조아리며) 송구스럽사옵니다.
윤원형 : (비아냥) 헌데 출가외인이신 형님께서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윤원로 : (할 말 없지만)..왜 내가 못 올 때라도 왔느냐?
윤원형 : 허, 별일일세. 아버님이 병중에 계실때도 코빼기한번 보이지 않더니만? 내 아버님 병수발 하느라 이 등골이 다 휘었소.
윤원로 : 기방출입하느라 휘었겠지?
윤원형 : 뭐요? 기방?! 형님, 똑똑히 알아두시오. 이번에 우리가 부원군댁이 된게
다 내가 판부사대감과 교유를 돈독하게 했기 때문이오.
윤원로 : 네가 아무리 공치사를 해봐두, 아버님 제사를 받들 이 집안의 장손은 나다, 알겠느냐?
윤원형 : 제사를 꼭 장손만 지내란 법이 어딨소? 괜히 어물쩡 어물쩡 이 집에 들어와 곁방살이 할 생각은 마시오.
윤원로 : 뭐야, 이놈아?! 이게 니 집이냐? 네놈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윤원형 : 거 이놈 저놈 하지 마시오. 듣는놈 속 언짢소.
윤지임 : 닥치지들 못해! 너희는 어째 어려서부터 형제간에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중전마마를 생각해서라도 체통을 지켜야 될것아니냐!
윤원형,원로 : (찔끔하여 서로를 외면한다)...
윤지임 : (못마땅하게 보다가 급하게 술 한잔 마신다)
윤원로 : 아버님, 이렇게 큰 집을 뭐하러 얻으시었사옵니까? 괜히 가례도 치루기 전에 구설에 오를수도 있사옵니다.
윤원형 : 아, 구설은 무슨요? 임금의 장인인 국구댁인데 체통을 생각해야지요.
윤원로 : 네깟놈이 조정일을 어찌 알겠느냐만 이미 장경왕후께서 낳으신 원자가 계시고
임금의 총애를 받는 쟁쟁한 후궁들이 있어.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킬수도 있으니 처신 잘해야할게야!
윤지임 : ..그건 원로 말이 맞다..괜한 구설수에 올라, 뒤 끝 좋은 꼴 못봤다.
윤원로 : (빙긋 웃음)..그러믄입쇼, 아버님!
윤원형 : (못마땅하게 힐끗보는)..
윤지임 : 에휴, 아무리 중전자리라지만 애지중지하던 딸이 시집간다니까 웬지 서운하구나...괜히 딸을 팔아먹은 것 같기도하고...
구중궁궐에서 삼 천궁녀속에서 어찌 지내실지 그게 한 없이 걱정이 되는구나. (한숨 푹 쉰다)
s#28. 난정모 집 마당
난정, 헛간이며 광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살펴보고 있다.
난정모 : (방문 열고 나오며) 뭐하고 있어? 얼른 들어오지 않고?
난정 : (돌아보며) 예, 어머니.. (방쪽으로 간다)
s#29.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낡은 반닫이와 가재도구등 방안을 둘러보는데.
난정모 : (앉으며) 뭘 그리 둘러보는게냐?
난정 : ..집안이 내가 떠날때하고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군요.
난정모 : 여염집 살림이 달라질게 뭐가 있겠니?
난정 : (단호한) 하지만 난 달라질거에요.
난정모 : (흠짓 보며) 그런 소리 마라..이 에민 네가 참한 사람 만나 시집이나 갔으면 좋겠구나.
난정 : 시집요? 시집을 왜 가요.
난정모 : 왜가다니? 시집을 안가면 자식은 어찌 낳고?
난정 : 자식은 왜 낳아요? 나 같은 천덕꾸러기가 될 아일 낳아서 어쩌게요? 난 애 안 낳아요!
난정모 : (놀라) 난정아, 대체 왜 이러는게냐? 암자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게냐?
난정 : 암자에 있던 긴 세월동안 많은 밤을 지새우며 생각했어요. 손가락 찔려가며 삯바느질하는 어머닐 생각 할 때마다..
(글썽)..이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요 이제 저도 나이가 드니까..
대감마님께 몸과 마음을 의탁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처지도 심정도 알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 어머니한테 남은게 뭐에요?! 대감마님댁에서 종처럼 부림을 당하면서
하루 한날도 손에 물기가 마를 적이 없었는데 대감마님이 어머니께 해주신게 뭐냐구요?!
아버지가 어머닐 한번이라도 안해 대접 해주신적이 있냐구요?!!
난정모 : (눈물이 흐른다)...난정아, 대감마님을 원망하지 마라..그 분은 네 아버님이시다.. 그래선 안돼..
난정 : (냉정하다)..아니요, 아버지라고 부를수도 없는 대감이신데 어찌 내 아버지에요?
(보며) 어머니도 이제 아버질 잊으세요...어머니 가슴속에서 대감마님을 파내버리세요...
난정모 : (흐느낀다)..난정아...
난정 : 외할머니가 주신 그 옥패도 버리세요! 몸 속에 양반의 피가 흐른다는게 뭐가 그리 중요해요?!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한번 천 것이 되면 다신 양반이 될 수 없는 것을요!!
난정모 : (흐느껴 울뿐이다)...
난정 : (이를 문다) 나나 어머니나 사람 대접 받을려면 재물이 있어야해요! 두고 보세요,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큰 재물을 모을거에요..같지 않는 것들이 괄시하지 못할만큼 큰 재물을 손아귀에 쥘거에요!
난정모 : ...난정아..네가 지금 네 정신이 아닌게야..
난정 : (난정모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래요, 전 돈에 환장했어요, 아니 환장할 거예요.
난정모 : ..난정아..(운다.)
난정 : 울지 마세요, 어머니 우는 모습 이젠 보기 싫어요.
난정,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30. 동 난정모 마당
난정, 방쪽에서 급하게 뛰어나오다 멈춰선다.
난정의 눈에서도 눈물이 북받쳐 흐른다.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아내던 난정이 대문 밖으로 휙-나가버린다.
s#31. 대궐 일각
파릉군,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데 조광조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다가.
조광조 : (파릉군을 보고 급히오며) 파릉군대감 아니시옵니까?
파릉군 : (보고 반갑게) 오, 조정암..오랜만일세나.
s#32. 정윤겸 집 안채 마당
날렵한 차림의 성인 옥련이 옆 방문을 열고나와 안방 앞에 선다.
옥련 : (방 안 쪽에다) 어머니, 소녀이옵니다.
박씨(E) : 들어오너라.
s#33. 동 안채 방 안
박씨, 두터운 솜바지등을 보자기에 챙기고 있다.
옥련이 방안으로 들어오면 앉아있던 양평댁이 일어서서 맞는다.
옥련 : (박씨 앞에 앉으며) 어머니, 손수 무엇을 하고 계시옵니까?
박씨 : 대감께 보낼 의복이니라. 변방의 한겨울 바람이 얼마나 매섭겠느냐?
옥련 : (쌩끗 웃으며) 어머니께서 이렇듯 정성을 담아보내시오니 아버님께서도 분명 훈훈하실 것이옵니다.
박씨 : 허면 뭐하느냐? 서찰 한통 보내주시지 않으시니...(한숨).. 무심한 양반같으니라고..
옥련 : 소녀, 걱정이옵니다..아버님께서 빨리 내직으로 드셔야 어머니 주름살이 펴지실텐데..
박씨 : 오냐, 오냐, 에미한테 마음 써주는 것은 옥련이 너밖에 없구나..
옥련 : (쌩끗 미소)...
박씨 : 헌데 네 오라빈 또 어딜 간게냐? 배서방편에 보낼 서찰을 써놓으라 그리 일렀거늘..
에휴 장손이란 것이 글공부는 않고 허구허날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겐지?
s#34.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심퉁이가 대문 밖으로 나오는데 대문 주변을 서성이던 성인 정렴이 심퉁이 쪽으로 다가선다.
정렴 : 얘야.
심퉁이 : 아니 이게 누구셔유? 정대감댁 작은 서방님 아니셔유?
정렴 : 그래 내다.
심퉁이 : 지난번에 그렇게 문전박대 당하시구도 어찌 또 오셨대요?
정렴 : (품에서 노리개를 꺼내며) 이 애, 내 이걸 줄테니 매향이 좀 불러다오.
심퉁이 : 서방님이 암만 그러셔두 안돼유. 우리 매향아씬 당상관들 술자리에만 나가시는걸유?
정렴 : 그러니 내 이리 너한테 부탁하는게 아니냐?
심퉁이 : 안되는건 하늘이 두쪽이나도 안되는구먼유...
정렴 : (짐짓 근엄) 어허, 아랫것이 감히 양반의 명을 거역할셈이냐?
심퉁이 : 우리 매향아씰 만나려면요 과거급제 하신 연후에 오셔유. 아셨쥬? 지는 할일이 있어서유.. (외면하고 간다)
정렴 : 아니 저 계집애가! (하다가 다시 기방안을 기웃거린다)
s#35. 조광조의 사랑채 방 안
파릉군이 상석에 앉아있고 조광조를 비롯한 김식,김구가 앉아있다.
조광조 : (김식과 김구를 소개하는) 대감을 흠모하는 제 문우들이옵니다.
김식 : 시생, 김식이라 하옵니다. 평소 대감의 존명을 흠모해 오다가 이렇게 뵈오니 광영이옵니다.
파릉군 : 흠모라니 당치도 않아요, 이 사람은 떠도는 풍류객일 뿐이오.
김구 : 시생, 김구라 하옵니다. 이렇게 대감을 뵈오니 감개가 무량하옵니다.
파릉군 : (끄덕이며 보는) 나라의 젊은 인재들을 보니 이 사람의 마음이 든든하오.
조광조 : 시생들은 대감께 가르침을 얻고 싶사옵니다. 떠나시기 전에 용열한 시생들에게 깨우침 한자락 주십시오.
파릉군 : (빙긋 웃는)...
(짧은시간경과)
파릉군, 極盛之敗의 마지막 획을 긋는다.
진중하게 보는 조광조와 김식, 김구.
파릉군 : (조광조 보며) 일전에 정암이 양사의 파직을 주청드린 일은 너무 성급했네.
쇠가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쉬운 법이고 급할수록 돌아가란 옛말도 있지 않은가..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세..부디 차근차근 순리대로 일을 풀어 나가시게나.
조광조 : 명심하겠사옵니다.
김구 : 대감, 시생들 곁에 계시면서 이나라 도학정치의 길을 깨우쳐주십시오.
파릉군 : 난 그럴만한 그릇이 못되네. 혹시 그 사람이라면 모를까?
조광조 : 그 사람이라니요?
파릉군 : 혜화문 밖 갖바치를 찾아가보시게나.
김식 : (의아) 갖바치요?
파릉군 : 비록 신분은 천하나 경륜으로 따지면 나같은 사람은 감히 곁에 앉지도 못할걸세.
일동 : (놀라는)...!
파릉군 : 혹시 자네가 그 사람이 생각하는 맞춤신이라면 큰 가르침을 얻을수 있을걸세.
조광조 : (되뇌이는)...갖바치..?
s#36. 갖바치 집 마당
툇마루에 앉은 방백인이 입에 물을 머금고 양치물 우물거리듯 세 번하다가 마당에 퉤 뱉어낸다.
그 옆에서 경건한 자세로 시중들 듯 앉아있는 당골네.
방백인 : (알 수 없는 주문을 웅얼거린다)..질출혁혁양양,일출동방...화위길살.. 급급여 율령..
방백인, 엄숙하게 경진주사를 찍어 앞에 부적을 일필휘지로 그려낸다.
방백인, 당골네가 건네준 물대접을 받아 물한모금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데.
갖바치 : (마당으로 들어오며) 자네 무엇을 하는겐가?
당골네 : 부작 그리는데 부정타니 아무말도 마시오.
갖바치 : (다가오며) 부작이라니?
방백인 : (자세 편히 앉으며) 언제까지나 형님 신세를 질순 없는거 아니오? 부작이라도 팔아서 우리 밥값은 해야지요.
갖바치 : (그린 부적을 보며) 부작을 이리 괴발새발 그리느니 차라리 자리를 깔고 나앉아 판수 흉내라도 내는게 나을 듯 싶네.
이런 부작으론 액땜은 커녕 오히려 액이 붙어올 것 같구면, 허허허. (평상쪽으로 간다)
방백인 : 형님두, 비슷하기만 하면 됐지 사람들이 어찌 알아보겠소?
당골네 : 에휴, 지난번 오셨던 중전마마 오라버니를 찾아가면 한몫 떼어주실만도 한데..뭐하러 이런 고생을 하신데요??
방백인 : 시끄러, 이 여편네야 고놈의 주중아리를 칵!
당골네 : (눈질끈 감고 움츠려든다)
갖바치, 웃음을 머금고 쇠가죽쪽으로 가는데 난정이 대문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난정 : 갖바치 아저씨.
갖바치 : (돌아보고)..아,아니..너.
난정 : (쌩끗 웃으며) 예, 아저씨 저 난정이에요.
방백인, 놀라고 당골네, 들고 있던 놋대야를 놓친다.
s#37. 갖바치 방 안
갖바치, 난정의 잔에 차를 따라준다.
갖바치 : 그래, 암자에서 지내는 동안 네 마음고생이 심했겠구나..
난정 : (불쑥)..아저씬, 평생 가죽신만 지으며 사실거에요?
갖바치 : (보며) 가죽신 짓는게 내 천직이니라.
난정 : 당추스님 말씀이 갖바치 아저씬 천하를 경영할 식견을 지녔다고 하셨세요.
갖바치 : ..허허, 당추형님이 괜한 말씀을 하신게지.
난정 : 아저씨, 가르쳐 주세요. 저는 어찌 살아야 하는지 길을 일러주세요.
갖바치 : 난정아, 옛말에 순천자는 흥이요, 역천자는 망이라 했다. 하늘의 뜻에 순응하며 사는게지.
난정 : 하늘의 뜻이라는게 대체 무엇인데요?! 아저씬 그만한 경륜을 지니셨으면서도 이렇듯 묻혀 사시는게 억울하지 않으세요?
단지 천출이란 까닭으로 남의 고린내 나는 발을 만지며 갖신이나 짓고 사시는게 분하지 않으세요?!
사람이 못나서도 아니고 잘못이 있어서도 아니고 단지 태생 때문에 멸시받고 천대받고 사는게
하늘에 뜻에 순응하며 사는건가요?
갖바치 : (할 말이 없다)...음!..
난정 : ..아저씬 뭔가 다를줄 알았는데...이제보니 당추스님이나 어머니하고 한치도 다르지 않으시네요!
갖바치 : ...난정아.. 너.
난정 : 저 가겠어요..(일어서며) 앞으론 내 스스로 살 길을 찾을거에요. 누구한테 기대지 않고
내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나갈거라구요.
난정, 냉소를 흘리며 방밖으로 나간다.
s#38. 동 방문 밖 마당
난정, 방문을 열고 나오면 방안 동정을 기웃거리고 있던 당골네와 방백인이 길을 비켜준다.
난정, 두사람을 빠르게 지나쳐 대문밖으로 나간다.
갖바치 : (방에서 뒤쫓아 나오며) 난정아, 난정아. (난정 뒷모습 보며 한숨 내쉰다)
당골네 : (감탄한 듯) 아이구, 경국지색이 따로 없네..어쩜 저리 이쁘게 컸을꼬?
방백인 : 허면 뭐해? 홍렴도화살에 탈진도하라...저 아인 큰 기생이나 큰 무당이 되지 못하면 노도광풍을 불러올 상이야.
갖바치 : 그놈의 주둥이 닥치지 못할까?
방백인 : 난 관상에 쓰인데로 입을 뛴게요.
갖바치 : (버럭) 그래도 이놈이! (방백인의 따귀를 때린다)
방백인 : (뺨을 감싸쥐며) 어, 어이구.
s#39.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고 중치막이 그 앞에 꿇어 앉아있다.
심정 : (중치막에게 호통) 무슨 일을 그리 서툴게 하는게냐?! 분명 뒷탈이 없도록 처리하라 명했거늘?!
중치막 : (조아리며) 송구스럽사옵니다..다시 손을 쓰겠사옵니다.
남곤 : (손을 내저으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네. 이미 새중전이 간택되셨으니 파릉군도 폐비일을 어쩌진 못할게야...
새중전께서 들어 오시고 난 다음 일이 걱정인데...
심정 : 대감, 이번 중전간택 과정에서 우리 공신들만 닭쫓던 개꼴이 된 듯 싶소이다. 양시론을 주청했던 김안로는
전하의 총애를 받아 이조참판으로 승차했고, 조광조는 부제학의 벼락감투를 쓰지 않았소이까?
남곤 : 그래요..원자의 외숙인 윤임이도 파평윤문의 새중전을 등에 업고 기세를 부릴테니..어쩐다?
심정 : 이제 새중전이 들어오시면 후궁전 기세도 한풀 꺽일테니,
우리도 경빈 마마만 믿고 있을게 아니라 살길을 마련해야겠소이다.
남곤 : 당분간은 전하의 뜻에 따르며 기회를 엿보면서 은인자중해야 할것이외다.
심정 : (끄덕이는)...
s#40. 폐비 신씨 사가 방 안
폐비 신씨 앞에 파릉군과 종친 이세진과 이몽헌이 앉았다.
이세진 : (울분) 참으로 야속하시옵니다, 전하께오서 어찌 조강지처이신 신비마마를 잊으실수 있사옵니까?
이몽헌 : 전하께오서 신비마마를 폐위시킨 잘못된 정사를 바로 잡지 못하시고 계시니
어찌 성군의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참으로 분통한 일이옵니다.
파릉군 : (눈을 감은채)...
신씨 : 전하를 탓하지 마세요. 군주가 정사를 돌보는데 있어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는 아니 되지요.
이 사람은 전하께오서 명철한 결정을 내리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파릉군 : (눈을 뜨고)..전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시었습니다.
신씨 : (미소)..예..그러셨을겝니다..전하께오선 그런 분이시옵니다.
종친들께오서 이 사람을 위해 애써 주신것만도 고마우신 일입니다.
이세진,몽헌 : ...?!
신씨 : (파릉군 보며) 대감께오선 친영례도 아니보고 떠나시렵니까?
파릉군 : 예, 환부도 아물었고 무엇보다 광화문이 보이는 도성안은 이 사람이 머물곳이 아닌 듯 싶사옵니다.
신씨 : (깊은 한숨 내쉬는)....
s#41. 성문 밖 길 (석양)
파릉군이 천서방이 견마잡은 나귀를 타고 간다.
천서방 : 대감마님, 소인이 드릴 말씀은 아니오나, 아드님, 따님 한번 생산치도 못하시고 전하만 바라 뵙고
한평생을 독수공방하실 신비마마를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옵니다.
파릉군 : (한숨)..그러게 말일세..정승의 따님으로 태어나시어 금지옥엽으로 자라셔서... 이리 기구하게 되실지
누가 짐작이나 하셨겠는가?... (옥패를 꺼내들고 보며)..계향이가 살아있다면
그 사람도 십년세월을 날 기다리고 있을까?
천서방 : 예, 반드시 그러실것이옵니다.
파릉군, 한숨을 쉬며 옥패를 내려다 보는데서.
s#42. 대궐 일각 (낮)
어전취타의 군악 소리에 따라 번쩍거리는 금부은월과 기치창검의 의장을 앞세우고 들어오는 친영례 행렬.
면류관과 곤룡포를 입은 중종과 금은주옥으로 꾸민 칠보화관에 용과 봉황을 수놓은 붉은 활옷으로
대례복을 차려입은 문정왕후가 걸어온다.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비롯한 울긋불긋한 성장을 차려입은 수백명의 상궁나인들이 부용향과 황사초롱을 들고 그 뒤를 따른다.
금관조복을 입은 만조백관들이 도열하여 친영례 행렬을 맞이한다.
유순(60대), 정광필, 신용개(60대), 안당, 홍경주, 남곤,심정, 김전(60세, 김안로의 숙부), 고형산(65세,홍경주파의 원로대신),
김승지와 윤임, 김안로, 조광조 등의 조정대소신료들과 이세진을 비롯한 이학봉, 이몽헌, 이하명등의 종친들의 모습도 보인다.
해설(NA) : 중종 12년, 정축년(丁丑年) 칠월 열 아흐레 날, 중종은 조선의 역대 임금 중, 최초로 친영의 예로
세 번째 왕비인 윤씨를 맞아들였다. 친영(親迎)이란 말 그대로 신랑이 친히 신부집에 가서 혼례를 올리고
신부를 맞아오는 것이다. 이 날 중종은 면복을 갖추고 윤씨가 머물던 태평관에서 혼례를 치루고 왕비를 친영하였다.
s#43. 대비전 뜰
중종과 문정왕후가 자순대비에게 인사를 올려 고부간에 조견례를 한다.
자순대비, 인자한 미소로 문정왕후를 내려다 본다.
문정왕후의 기품있는 미색의 얼굴위로
해설(NA) : 이분이 바로 훗날 아드님이신 명종께서 열두살의 나이로 보위에 오르시자,
수렴청정 통해 이십년동안 조선을 통치하여 섭정여왕으로 불린 문정왕후이시다.
s#44. 갖바치 마당
외출복을 차려입은 방백인과 당골네가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갖바치 : (보고) 그래 구경들 잘 하셨는가?
방백인 : 예, 으리번쩍한 친영례 행렬이 돈화문에서 숭례문까지 십리도 더 뻗친게 아주 장관입디다.
내 머리털나고 그리 화려한 행차는 첨봤소.
당골네 : (툇마루에 앉으며 한숨 폭) 에휴, 난 그딴거 바라지도 않으니..
(방백인 눈치를 슬쩍 보며) 냉수 한 대접 떠놓고 혼례라도 올렸으면..?
방백인 : 이 여편네야, 냉수먹고 속차려! 세상천지에 헌계집 데려다 혼례식 치루는 놈 봤어?!
당골네 : 헌계집이라니? 내 이때껏 사내 손때 한번 안탔던 몸이우!
당추(E) : (마당으로 들어서며) 새계집이든 헌계집이든 정붙이고 살면 되는게지!
갖바치와 방백인, 돌아보면 당추가 추레한 몰골로 마당으로 들어선다.
갖바치,방백인 : (반가움) 형님!
당추 : 잘들 지냈는가?
당골네, 당추를 보고 움찔 겁에 질려 후다닥 방안으로 도망친다.
갖바치 : 형님, 이게 얼마만이요?
당추 : 그래, 오랜만에 만났으니 낮 술이나 한잔 하세나.
s#45. 동 갖바치 방 안
당추, 술잔을 탁- 소리나게 상위에 내려놓는다.
한구석에 앉아있던 당골네가 움찔 놀란다.
당추 : (분개) 백성들은 죽으로 한끼 떼우기도 벅찬 판에, 임금 혼례에 황금 수십만냥을 길바닥에다 뿌려대다니?!
허, 그 임금이 제정신인가 말일세?!
방백인 : 거야, 왕실의 위엄과 체통이 있으니...
당추 : 왕실의 위엄과 체통이 뭐 말라비틀어진게라구!..이 나라에 예법이 없어서 요모양 요꼴이라던가?! (한잔 따라 마신다)
갖바치 : 형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시었소?
당추 : 지방수령들의 가렴주구가 극에 달했네. 황해도에서 혼사를 앞둔 총각이 혹독한 군포징수를 견디다 못해
낫으로 자기 남근을 찍어내는걸 봤네!
당골네 : (흠짓놀라는)...남근?!
방백인 : ..그,그게 증말이요?
갖바치 : (탄식)..음.
당추 : (울분) 헌데도 개,돼지들이 금관자 옥관자를 달고 조정에 앉아 저 잘났다고 짖어 대는 꼬락서니라니!
차라리 확 뒤집어 졌으면 좋겠네!
갖바치 : ..형님, 이 나라가 망하면 가장 고통받는 건 백성들이요.
당추 : ..아네, 아니까 더 답답한게 아닌가?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갖바치 : 형님, 기다려봅시다. 조정에 새기운이 움트고 있소. 조만간 개혁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요.
당추 : 허, 과연 이 나라 조정에 개혁을 주도할 인물이 있을까?
갖바치 : 밤 하늘에 태백성이 유난히도 밝습니다..(술 마신다)
당추 : (갖바치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본다)..
s#46. 빈청 안
조광조가 금관조복을 입은 채 앉아있다.
그 앞에 남곤과 심정, 역시 금관조복 차림으로 앉아있다.
남곤 : 조제학, 오늘 새 중전도 모셨으니 우리 공신들과 사림이 손을 잡고 전하와 종묘사직을 위해 큰 정치를 해보세나.
조광조 : 이 사람 생각엔 사림과 훈구대신들은 가는 길이 다른 듯 하옵니다.
남곤 : 전하를 위한 충정이면 됐지, 다를게 또 무에 있나?
심정 :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난번 폐비 신씨의 복위를 놓고 공신들과 사림들이 쟁론을 벌이는 통에
간특한 김안로와 판부사만 어부지리를 챙기지 않았나?
조광조 : ...음!!
심정 : 정치란 현실일세. 때로는 타협하고 굴신할 줄도 알아야 되는걸세. 자네처럼 도학정치의 이상만 앞세웠다간
자충수를 둘수도 있다 이 말일세.
조광조 : 그래서 달라진게 무에 있사옵니까?! 조정대신들이 타협하고 굴신하는 동안 백성들은 전하를 원망하고
이 나라 백성으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고 있사옵니다. 부디 백성들의 현실부터 직시하시옵소서!
남곤 : 음!!..허면 조제학은......
조광조 : 이 사람은 전하의 성덕을 가리고 총기를 흐리는 소인배들을 조정에서 몰아낼 때 까지
가차없이 언로를 열고 상소를 올리고 간언을 드릴것이옵니다.
조광조, 일어서서 휙- 나가버린다.
심정 : (불편하게 보다가) 저 자를 회유하기 틀린 것 같소이다. (낮게)..지난번 파릉군을 찍어 낸 그 방법을 써야할 듯 싶소이다.
남곤 : (의미심장) 백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를 보셨소이까? 하하하..
s#47. 자운아의 기방 외경 (밤)
청사초롱이 밝혀져 있고 풍악소리에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나온다.
s#48. 동 안채 방 안 (밤)
김안로, 윤임, 윤원형이 껄껄껄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다.
자운아가 윤임 옆에 앉았고 김안로와 윤원형이 기생 하나씩 끼고 앉았다.
윗목에는 다른 기생 둘이 가야금과 연주가 한창이다.
윤임 : 자, 전하와 중전마마의 친영례를 감축드리는 잔을 드십시다.
윤원형과 김안로, 술잔을 들고 쭉 마신다.
윤임 : (윤원형 보고) 허허허, 자네도 이젠 부원군댁 서방님이 되셨네 그려?
윤원형 : (황송하다) 모두가 판부사대감께오서 보살펴주신 하해와 같은 은혜시옵니다.
대대손손 대감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임 : (끄덕이며) 무엇보다도 자네가 원자 아기씨를 잘 보살펴주시게.
윤원형 : 예. 심려거두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도 잘 알고 계실것이옵니다.
김안로 : (윤원형 보고) 이 사람, 자네도 장가를 가야지. 이렇듯 헌헌장부께서 아직 미장가라니 말이 되는가?
윤원형 : 저 같은 곤궁한 집안에 시집올 처녀가 어디있겠습니까?
윤임 : 그 무슨말인가? 이젠 승후관인데 노총각 꼭지는 떼어야지.
윤원형 : 하오면, 참판어른께오서 이놈의 중신을 서시겠사옵니까?
김안로 : 암, 자네 중신은 내가 섬세. 마침 내게 혼기가찬 과년한 질녀가 있네.
윤원형 : 이,이거 황공무지로소이다..
자운아 : 기방튤입에 니골이 나신 서방님께서도 니데 뎡신 둄 탸리시겠사옵네다?
윤원형 : 험,험,이 사람!..허, 그나저나 전하께오서 첫날밤을 잘 지내실지 걱정이옵니다.
자운아 : 팔선녀 꽃밭에서 노시던 뎐하께오서 어련히 알아서 댤 하실라구요?
윤임 : 허허허, 맞네, 자 그런 걱정은 접고 우린 술이나 마시세.
김안로, 윤임, 윤원형이 기생들이 따라주는 술잔을 호쾌하게 비운다.
해설(NA) : 김안로,윤임,윤원형, 이 세사람은 오늘 밤의 승리자였다. 후에 모두 정승의 반열에 오르게 될 세사람 중
누구도 오늘의 일이 앞으로 악연이 되어 서로의 가슴에 창칼을 들이댈 정적이 될 줄 그 누구도 알지를 못했다.
s#49. 대궐 중궁전 외경 (밤)
열두쌍의 청사초롱을 든 상궁나인들이 시립하여 섰다.
s#50. 동 중궁전 방 안 (밤)
화관 족두리에 대례복을 성장을 한 윤비(이후 문정왕후를 윤비로 표기)의 홍촛불빛에 비친 모습이 꿈결처럼 아름답다.
중종, 윤비의 자태를 감탄한 듯 보다가 술을 한잔 마신다.
중종 : 중전도 한잔 드시겠소?
윤비 : ...신첩은 아직 술을 입에 대 본 적이 없사옵니다.
중종 : 괜찮소, 오늘 같은 날에는 한잔쯤 드시는게 좋으실게요. (술주전자 들며) 자 받으시요.
윤비, 황송스럽게 술잔을 들어 중종이 따라주는 술을 받는다.
윤비, 술잔을 입술에 축이다가 그 쓴 맛에 약간 찌푸린다.
중종 : (미소로 보며) 온종일 족두리를 쓰고 있었으니 머리가 괴로우리다. 족두리를 내려주리다.
중종, 서둘러 족두리를 벗겨내다가 윤비의 머리에 꽂힌 비녀를 떨어뜨린다.
윤비, 침착하게 방바닥의 떨어진 비녀를 집어들어 머리에 다시 꽂는다.
중종, 윤비의 침착한 태도에 '과연..' 하는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중종, 윤비의 당의를 벗기고 저고리 고름을 풀어낸다.
중종, 부끄러워하는 윤비를 미소로 보다가 홍촛불을 훅 불어 끈다.
s#51. 경빈 처소 방 안 (밤)
술상 앞에 경빈과 희빈, 창빈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경빈 : 자, 우리도 맘껏 대취해 보십시다. (술 따르며) 받으세요, 희빈.
희빈 : (받으며 자조적인) 그러지요, 오늘밤 전하께오서 우리 처소를 찾으실 일은 없으실꺼고.
창빈 : 만일 두 분중에 한 분이 새중전이 되셨다면 이런 자리는 없었겠지요?
희빈 : 암요, 내 중궁전에 오른 그날로 경빈부터 내쳤을게요.
경빈 : 호호, 나라고 그럴 마음이 없었겠소?
희빈 : 호호, 헌데 앞으로 후참 중전에게 꼬박꼬박 존하를 드릴려면 혀가 꼬부라지겠어요.
경빈 : 혓바닥 좀 꼬부린다고 닳는것도 아닌데 무에 걱정입니까? 호호.
창빈 : 걱정이옵니다. 나이로 보나 미색으로 보나 나같은 퇴물은 중전마마와 성총을 겨룰 염두가 안나니 말이옵니다.
경빈 : 퇴물이라니요? 새신발을 신다보면 어느새 헌신발이 되는겝니다.
전하께는 우리들처럼 편한 신발이 입맛에 더 잘 맞을수도 있는게요.
창빈 : 그 옳은 말씀이시오. 호호.
경빈 : 자 한잔씩 드시고 힘들 내세요. 우리야 전하를 십이년동안 모셔온 조강지처 아닙니까?
희빈 : 그렇고 말고요! 폐비가 복위되지 않은 것만도 감지덕지요, 암요! 호호호-
자조적으로 웃으며 마시는 세후궁의 모습에서.
s#52. 폐비 신씨의 사가 마당 (밤)
신씨, 자리를 깔고 궁궐 쪽에다 큰 절을 올린다.
신씨의 뒤편에 선 계집종이 훌쩍거리고 있다.
신씨 : (앉은채)..전하..신첩, 전하와 부부로 맺은 인연은 이승에선 그만인가 보옵니다...
(눈물 글썽)..부디 옥체 만강하시옵고..새왕후마마와 해로 하시옵소서...
이제껏 초연하던 신씨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신씨, 북받치는 흐느낌으로 어깨가 들썩거린다.
s#53. 난정모 마당 (밤)
툇마루에 앉아 달을 바라보며 뭔가 다짐하는듯한 난정의 얼굴위로.
난정(E) : 그래, 그래, 중전마마가 하루아침에 폐위되어 사가로 쫓겨나가고 궁핍한 여염집 규수가 국모의 자리에 올랐어.
그래..나도, 나도.. 해 낼수 있을 것이야! 아니 해 내고 말거야!!
s#54. 선정전 뜰(혹은 편전 뜰)
대례복을 입은 문정왕후가 용상에 앉아 있다.
편전 뜰 앞에는 울긋불긋한 화관과 족두리, 화려하고 요란한 원삼과 활옷등을 차려입은 후궁들과
조상궁,박상궁,금이,향이를 비롯한 각부의 상궁나인들이 소속된 내명부와 외명부가 도열해 섰다.
아악소리가 흐르고 김상궁의 '국!궁!배!하!망!' 군호에 따라 내명부 후궁들이 월대에 올라, 네 번의 절을 올려 하례를 한다.
경빈박씨, 희빈홍씨,창빈안씨,숙의이씨, 숙의홍씨,숙원이씨,숙원김씨등..
문정왕후가 자신의 경쟁자들인 경빈박씨와 희빈홍씨, 그리고 창빈안씨를 비롯한 후궁들의 면면을 살핀다.
입가에 기품있는 미소를 잃지 않은채..
그 뒤로 나이 지긋한 정경부인들과 정부인,숙부인들, 종친부의 부부인,군부인등등..
만조백관의 부인들인 외명부가 차례대로 월대 위에 올라 문정왕후에게 하례를 올린다.
외명부들 중에는 윤임처 김씨, 정윤겸의 처 박씨 등의 낯익은 얼굴도 눈에 띈다.
내외명부들이 용상에 앉아있는 문정왕후를 향해 '천세!천세!천세!'를 불러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하례식 대미를 장식한다.
해설(NA) : 첫날밤을 치룬 다음날에 문정왕후는 창덕궁 선정전에서 내외명부들의 하례를 받았다.
선정전은 임금이 신하들을 접견하고 정사를 돌보는 편전이다. 내외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사회에서,
그것도 왕실에서 중전이 내외명부들의 하례를 내전에서 받지 않고 임금의 집무실인 편전에서 받은 것은 큰 실례였다.
조선왕조실록의 중종실록편을 기록한 사관은 이것이 비록 한때의 실수였지만
훗날 문정왕후가 막강한 권력을 쥐고 정사를 휘두를 징조가 여기서 먼저 나타난 것이라고 적었다.
s#55, 함경도 절도사 관아 외경
정윤겸(E) : 배서방, 자네가 어인 일로 이곳까지 왔는가?
s#56. 동 관아 절도사 숙사 방안
배서방, 정윤겸 앞으로 솜바지등 의복이 든 두툼한 보따리를 건넨다.
배서방 : 예, 안방마님께오서 대감마님 냉기를 면하시라고 보내신 의복이옵니다.
정윤겸 : (보퉁이를 내려다 보다가)..배서방, 도로 가지고 돌아가게나.
배서방 : (놀라 보며) 예?
정윤겸 : 마님께는 내 국경지역을 순무중이라 만나지 못했다고 전하면 될게야.
배서방 : (난처한)..하오나...?
정윤겸 : 어허, 내 말대로 하래두.
s#57. 중궁전 외경
엄상궁(E) : 중전마마, 경빈,희빈,창빈 들었사옵니다.
s#58. 중궁전 방 안
윤비 : (읽던 책을 덮고) 들라해라.
엄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경빈,희빈,창빈이 들어와 선다.
윤비 : (미소) 어서들 오세요.
경,희,창빈 : 중전마마, 문후 여쭈옵니다.
경빈,희빈,창빈이 큰절을 올리는 것을 윤비, 미소를 지으며 본다.
윤비 : (빈들에게) 앉으세요. (밖에다) 엄상궁, 다과상 들이게.
s#59. 동 방밖 복도
엄상궁 : 예. (옆에선 오상궁에게) 다과상 들이게.
오상궁 : 예.
s#60,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빈들의 면면을 살핀다.
경빈,희빈,창빈도 부끄러운 듯 고개를 약간 돌린채 윤비를 본다.
경빈(E) : 나이에 비해 제법 기품은 갖췄구먼.
희빈(E) : 태생과는 달리 촌티는 벗어났구만.
창빈(E) : 외모도 출중하시고 행동거지가 숙성하시네.
윤비 : (부드럽게) 내 빈들을 이리 가까이서 보니 세 분 모두 자태도 빼어나시고 예의범절도 험잡을때가 없어
과연 내명부 일품 명부로서 손색들이 없으시구려.
경빈 : (조아리며) 신첩, 중전마마의 과찬에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듣자니 세분 모두 쟁쟁한 반정공신의 따님들 이시라고요?
경,희,창 : (움찔 놀라는)...?!
윤비 : 반정공신들이 당시 중전을 폐위시켜 사가로 쫓아내신 후에 따님들을 후궁전에 들여보내 인의 장막을 쳐서
전하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했다지요?
경빈 : (경악하는) ...마,마마! 그 무슨
윤비 : (나작하지만 위엄있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라 했소. 장경왕후께오선 후궁들의 눈초리 때문에
입덧 조차 마음놓고 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것인지요?
희빈 : (마른 침을 꼴딱 삼키는)...
윤비 : (버럭) 허, 어찌 이런 일이 사가도 아닌 궁궐에서 일어날 수 있단 말이오?!
창빈 : ...
윤비 : (보며) 어찌들 아무 말씀이 없으시요?
경,희,창 : (조아리며) 마,망극하옵니다...
윤비 : 내가 중궁의 자리에 있는한 내명부의 기강과 법도가 흐트러지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요!
내 특히 앞에 세분을 주시하리다.
경빈 : ..마,마마..
윤비 : 이만 물러들 가세요! (얼굴을 돌린다)
경빈,희빈,창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s#61. 자운아 기방 중문 안 마당
어디선가 가야금소리가 들려오고 심퉁이가 툇마루에 앉아 쩍지게 하품을 하는데
난정, 마당으로 들어선다.
심퉁이 : (보며 무뚝뚝) 무슨 볼일이유? (다가온다)
난정 : ..매향이를 찾아왔는데...안에 있소?
심퉁이 : 우리 아씬 무슨 일로 찾는데요?
난정 : ..어린시절 동무가 찾아왔다고 전하면 알게요.
심퉁이 : (난정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갸우뚱)..동무요?.. (아랫방문 앞으로 다가서서) 아씨, 좀 나와보세요,
어릴적 동무가 찾아왔세요.
가야금 연주가 뚝 그치고 아랫방문이 열리면 화사한 차림의 옥매향이 밖을 내다 본다.
난정 : (매향을 보고 반갑게) 매향아! 나야, 난정이!
옥매향 : ..난뎡이?..(보다가 눈이 번쩍 떠지며) 난뎡아!.. (급하게 버선발로 마당으로 달려와 난정의 손을 맞잡으며)
에미나이래 이게 얼마만이네? 얼마만이네!
난정 : ..너 참 보고싶었다.
옥매향 : 나도, 나도야!
난정 : (보며)..너 참 이쁘게 컷구나, 이젠 너도 제법 기생티가 나는걸?
옥매향 : 고럼,고럼 이래뵈도 울오마니 만큼은 안되도 날 보러 오는 손님도 많타야!
자운아 : (안채 방안에서 나오며) 와 또 이리 시끄럽네?
옥매향 : 오마니, 누가 왔나 보시라요.
난정 : (조아리며) 그간 무고하셨어요..
자운아 : (난정을 보며)..어..너, 넌?
옥매향 : 예전에 도툥관 대감댁에 닜던 난뎡이야요.
자운아 : 기래...난뎡이구나...(감탄하여 보며) 에미나이래 턈으로 턈스럽게도 컸구나...
옥매향 : 길티요?..난뎡아, 들어가자우. 오랜만에 옛동무끼리 댸회했으니끼니 술 한댠해야 되디 않캈니?
난정 : 매향아, 나 실은.. 너도 보고...너희 어머닐 만나러 온거야.
옥매향 : 울 오마닐?
자운아 : 기럼 들어오라우.
s#62. 동 기방 안채 방안
자운아 앞에 난정과 옥매향이 앉아있다.
자운아 : 뭐이 어드레? 기생이 되고 싶다고?
난정 : 예.
자운아 : (갸웃하며) 기생이 되려면 둄더 어릴뎍에 왔어야디, 이케 나이가 탸서오면 나보고 어카라고?
옥매향 : 안기래요, 오마니. 늦었디만 난뎡인 타고난 자딜이 있어요.
자운아 : (난정보며) 기건 그렇티만, 지금 시댝해서 언데 가무를 배우고 시문을 배우갔어?
난정 : (똑바로 보며) 내 비록 가무도, 시문도 알지 못하지만 이 몸뚱이 바수어 지도록 배우겠어요,
허니 날 기생으로 만들어 주세요.
자운아 : 괜한 억디 부리디 말고 시딥이나 가라우. 너 뎡도 미색이면 됴은 텹실 자리가 많이 나설끼야.
난정 : 난 한 남자만으로 세상을 살지 않을거에요.
자운아 : (놀라보는)..뭐이 어드레?
옥매향 : 난뎡아!! 그 무슨 말이가?
난정 : 내 품은 넓어요, 난 많은 남자를 품으며 살겠서요.
자운아 : ('얘 봐라?!' 보는데)
옥매향 : 난뎡아, 너 턍기가 되고 싶은거네? 추하고 더러운 턍기말야?!
난정 : 뭐든 상관없어, 재물만 내 손아귀에 쥘수 있다면 난 무엇이든 다 할거야.
옥매향 : 그거이 턈말이네?
난정 : (단호한 표정)...
옥매향 : 미틴년! 텬하명기가 되갔다고 해놓구서 이뎨와서 어케 기런 말을 할수가 있네?!
꼴도 보기 싫으니 내 눈 앞에서 사라지라우! (휙-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린다)
난정 : (자운아를 쏘아보듯) 이렇게 애원할테니, 날 기생 좀 만들어주세요!
자운아 : (그 눈빛에 질린다)...
난정 : (압박을 가하듯 쏘아본다)...
s#63. 자운아 기방 마당 일각
옥매향, 구석진 툇마루에 앉아 울고 있다.
난정, 옥매향의 등뒤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는다.
난정 : 매향아..날 이해해줘...우린 동무잖아..
옥매향 : (손을 탁 쳐내며 일어난다) 치우라우! 그 더러운 손!!
난정 : 매향아..
옥매향 : 아무리 웃음을 파는 노류댱화라디만 기생에게도 뎡조가 있는기야.
난정 : ...
옥매향 : 몸은 파는게 아니야! 네 목숨을 바틸수 있는 정인에게 바티는거이야.
난정 : ..하지만 난 재물을 손에 쥐어야 해.
옥매향 : (가늘게 보며) 아듀 댸물에 환장을 했구나..널 보니 구역딜이 난다.
난정 : 매향아...
옥매향, 손가락에 낀 비취가락지를 빼서 난정의 얼굴에 던져버린다.
난정의 얼굴에 맞고 땅바닥에 구르는 가락지.
옥매향 : 댸물이 그렇게 됴으면 저거나 갖구 꺼지버리라우! 이데부터 너하고 난 동무도 뭣도 아니야!
옥매향, 휙 돌아서 아랫방쪽으로 가버린다.
난정, 땅바닥에 떨어진 비취가락지를 집어 들고 본다...
어느순간 고개를 휙 들고 옥매향이 가버린 쪽을 노려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