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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기백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자유인
* 제176차 정기산행(2월 3일) 구례군 "오산-> 계족산" 구례 문척 사성암-> 오산(531m)-> 자래봉(524m)-> 둥주리봉(690m)-> 천황치-> 천황봉(652m)-> 삽재-> 밧내재-> 터골재-> 계족산(703m)-> 광대바위(700m) -> 산정-> 세월교 ( 21km, 14km, 8km )
전남 구례군 "오산"비밀의 하나는 넋을 빼앗는 조망의 즐거움이다. '산에 들면 산을 모르고 산을 벗어나면 그 산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산에 오르면 바로 헌걸찬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론 노고단,반야봉,삼도봉이 뚜렷하고 멀리 명선,촛대봉이 아련하다. 동쪽으론 문수리가 아스라이 펼쳐지며 그 오른쪽으로 왕시루봉과 황장산이 능파를 이루며 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리산 최고 전망대인 셈. 실핏줄 같은 개울 물을 모아 남도의 이산 저산의 뭉툭한 허리를 감돌며 굽이치는 섬진강이 가장 찬란한 빛으로 흐른다. 지리산 어떤 전망대도 오산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비경을 따라잡기 힘들 듯 싶다. 깎아지른 벼랑에 제비 집처럼 붙여 지은 사성암은 582년 연기조사가 세운 이래 원효,의상,도선,진각 등 4대 성인이 수도를 했다는 곳이다. 사성암이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절 주변 곳곳에 성인들의 흔적이 전설 혹은 설화로 전해 내려온다. 시간이 있다면 고려 때 새겨진 마애불도 둘러볼 만하다. 오산십이대라 불리는 이 바위들은 갖가지 전설과 기기묘묘한 형태로 탐방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천혜의 빼어난 자연경관 덕에 호남의 소금강으로 일컫는 오산과 구례의 조망대 둥주리봉은 오늘도 민족의 명산이자 장엄한 지리산을 우러러본다. 그리고 도도하게 흐르는 호남의 젖줄 섬진강과 휴양의 명소 구례의 역사와 민초들의 삶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오산의 바위틈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구례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언제나 부처님의 인자한 모습으로 불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호남 제일의 영험기도도량 사성암이 반겨 맞는다. 바위 하나하나가 부처님의 법의처럼 구례와 곡성 들녘이 한눈에 잡히고, 지리산도 발아래 놓인 듯하다.
사성암을 걸어서 오르려면 1시간쯤 힘들게 발품을 팔아야하나 승용차나 승합차를 타고 굽이진 길을 오르면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사계절 풍광이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온 천지를 하얗게 채색해 놓은 겨울 설경과 풍월대, 망풍대, 배석대, 신선대 등 12경이 오산의 매력이다. 좀처럼 보기 드문 설경이 장관을 이뤄 저마다 동심에 젖어 눈길을 헤집고 다녔다. 팔 다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이다. 돌계단을 오르면 불자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한 이름을 적어 놓은 기와가 즐비하다. 큰 느티나무 옆으로 오르면 신선각 옆에는 도선굴로 불리는 동굴이 있는데, 저마다 탑돌이 하듯 그 석굴을 돌아나왔다. 둥주리봉은 광주리보다 적고 대나무나 싸리나무로 만든 둥근 바구니처럼 생긴 산의 의미인 성싶다. 천황봉은 구례에 두 개가 있는데 이 산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와 달리 구례군에서 천왕봉으로 고쳐서 표지석을 세웠다. 아마도 일본 천황을 지칭하는 천황봉의 이름보다 일제잔재를 청산하려고 천왕봉으로 고친 진솔한 마음이 엿보인다. 북쪽 능선은 닭발 형상의 계족산을 거쳐 금정리 희정 마을 앞 섬진강으로 숨어든다. 서북능선은 지리산을 향해 내달리며 천왕봉, 둥주리봉, 오산에 이르면 죽마리 서당 마을 앞 섬진강에 가로막혀 아쉬운 발길을 멈춘다. 물줄기는 모두 섬진강을 이루다가 광양만에서 남해에 살을 섞는다. 즐기는 장엄한 지리산 조망이 일품이다. 송림 사이의 둔덕에 자리 잡은 자라봉(623.3m)은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전라도 방언인 자래봉으로 표기돼 있는데, 표준어인 ‘자라봉’으로 고쳤으면 싶다.
▲ 자래봉 능선에서 중산리 계곡쪽(동쪽)으로 건너다 보이는 계족산. 삼림욕을 하라고 산객을 유혹한다. 송림 사이 나무를 간벌한 능선이 계속되는가 싶더니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서쪽 죽마리, 동쪽 사성암 진입로, 남쪽은 동해 4.2km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올망졸망한 고스락을 오르내리면 남쪽으로 둥주리봉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서쪽 선바위(0.3km)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마고(4km) 하산길이 마중 나온다. 서쪽 둥주리봉, 남쪽 동해(2.8km) 갈림길 이정표에서는 독도에 유의해서 동쪽 계곡처럼 낮은 안부로 내려가야 산줄기가 이어진다. 우리도 무심코 남쪽으로 직진하다 다시 되돌아오는 수고를 했다. 벌목한 넓은 공터를 지나면 송림 사이에 마당재가 쉬어가라고 손을 잡는다(사성암에서 2시간 소요). 밧줄에 의지해서 암릉을 오르자 둥주리봉 능선이 멋있게 다가온다. 중산리까지 간다는 마산 창원에서 온 정다운산악회 회원들을 만나 정담을 나눴다.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자 바위손이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벌벌 떤다. 첫 봉우리를 올라서면 천혜의 성벽처럼 이루어진 암릉에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중산리와 낙석주의 표지판을 소나무에다 못으로 박아놓아 마음이 아프다. (사성암에서 3시간 거리). 조망은 남쪽 천왕봉, 동쪽 계족산, 북쪽 사성암이 한눈에 잡힌다. (둥주리봉에서 20분 거리). 동쪽과 서쪽을 동일하게 중산리로 표기한 이정표가 헛갈리게 했다. 동쪽으로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인가와 임도가 보이는 곳으로 중산리 하산로가 있다. 남쪽으로 천왕봉의 세 봉우리가 눈앞에 보이다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첫 봉우리에 올랐다 내려면 잡목이 울창한 헬기장에서 우회하는 길과 만나고, 전망대바위에 올라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굽이친 산줄기가 인생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지나온 길은 과거요,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현재며, 목적지까지의 등산로는 미래인 성싶다. (둥주리봉에서 2시간30분 소요). 발걸음을 재촉해서 세 번째 봉우리를 지나면 곧이어 방향이 헛갈리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일행 한 명이 중산리로 하산해서 애를 태웠다. (천왕봉에서 20분 소요). 천왕봉에서 삽재~매재까지는 3km 거리로 1시간10분쯤 소요된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순천시 황전면 화룡리 신령 마을 앞 두산농산 건물과 정풍산업 표지석이 반긴다. 좌측은 작은매재 시멘트길이고, 우측의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오면 도로변의 신령목장 저수지 옆 도로변에 닿는다 (철탑에서 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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