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슬하> 유홍준 지음, 창비
유홍준 시인의 세번째 시집.
지역의 직업을 갖고 살면서 시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유홍준 시인의 시적 위치가 있다.
시인의 삶과 시를 연결해 살펴보면
나는 이런 시를 삶시라고 부르고 싶다.
수사과 관념이 개성의 이름으로 난무하는 시대에
오히려 시적 빈곤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삶시는 시의 넓은 토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 차례 =
일몰 앞에서
버드나무집 女子
유월
여름
모래밥
구름
몸무게를 다는 방법
그리운 쇠스랑
짐승에게도 욕을
빵 위에 쓴 글씨
입술의 죽음
짚을 만졌던 느낌
물고기 주둥이
나무까마귀
혈서
나비리본
유리창의 눈꺼풀
맞장을 뜨다
도축장 옆 아침
달리는 뼈
손목을 부치다
노란 참외를 볼 때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간다는 것은
폐쇄병동에 관한 기록
운전
십이월
슬하
소설(小雪)
십이월
평상
작약
사람을 쬐다
옆구리
손톱깎이 이야기
저녁
네일 건
중국집 오토바이의 행동반경에 대하여
붕어낚시
미소를 닦다
붉은 태반
귀뚜라미의 노래
키보드 두드리는 참새
계단 위에 앉은 사람
연잎 위에 아기를,
새는 왜 우는지?
어머니의 자궁을 보다
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자들
구름에 달 가듯이
육포
묶인 불
신위
저녁의 접시
사과를 반으로
들깻잎을 묶으며
저수지는 웃는다
두근 반 세근 반
밤의 등성이
자두를 만나다
나무눈동자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
손수건
푸른 가빠의 저녁
바다로 떠난 포클레인
숟가락은 말한다
비엔날레
오후의 병문안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인공수정
쟁반 위의 사랑
당신의 발은 내 머리 위에
사북
발문 | 김언희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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