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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류현진 ⓒ gettyimages/멀티비츠
종속(終速)이 좋은 투수.
우리가 야구를 보면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필자의 기억 속에 종속이 좋다는 칭찬을 유독 많이 받았던 투수는 최상덕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종속이 좋은 투수'는 없다. 예일대 물리학과 명예 교수인 로버트 어데어(90)의 저서 <야구 물리학>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패스트볼의 경우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중력과 공기 저항의 영향을 받아 7피트(2m13cm)를 비행할 때마다 시속 1마일(1.61km)씩 속도가 줄어 들어 홈 플레이트에 도착할 때에는 8마일(13km)이 감소한다.
물리학에 따르면, 이 중력과의 싸움에서 특별한 비법을 가지고 있는 투수는 없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초속(release)과 종속(result)은 공이 빠를수록 차이가 더 클 뿐이며 8마일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스카우트들이 스피드건에 찍힌 초속과 종속 중에서 초속만 적는 이유다.
"좋은 투수라면 초속과 종속의 차가 시속 8km(5마일) 이내여야 한다."
투수 출신 한 프로야구 감독은 2010년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종속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종속을 늘리려면 일단 최대한 공을 홈 쪽으로 끌고 나와 던져야 하며 하체 중심 이동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해답은 여기에 숨어 있었다.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종속이라는 말은 메이저리그에서 말하는 '비행 시간'(Flight Time)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제러드 위버(201cm)처럼 키가 큰 투수나 데이빗 로버슨처럼 중심 이동이 뛰어난 투수는 다른 투수들보다 공을 더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는데, 그 경우 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단축된다. 즉, 공의 실제 비행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경우 같은 초속의 공이라도 타자에게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공은 또한 더 무겁게 느껴진다(공이 떠오른다는 착각을 만들어내는 '상하 무브먼트가 좋은 공' 역시 그러한 효과를 준다). 종속이 좋은 투수는 없을지 몰라도 비행 시간이 짧은 투수는 있다(아마 선동열이 그랬을 것이다).
2011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인 투수보다 35cm를 더 앞에서 던지는 데이빗 로버슨의 93마일짜리 공은 평균적인 투수의 95마일짜리 공과 비행 시간이 같았다. 또한 평균적인 투수보다 30cm를 더 끌고 나와서 던지는 서지오 산토스는, 그의 96마일짜리 패스트볼이 평균적인 투수의 92마일 패스트볼보다 0.03초 빨리 홈 플레이트에 도달했다. 이는 공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실제 시간이 0.15초에 불과한 타자에게는 심대한 타격이다.
추가 속도(extra gear).
"그는 추가 속도(extra gear)를 가지고 있는 투수에요. 그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저장고 안에서 2,3마일을 더 꺼내 써요. 그런 상황에서의 그는 정말로 압도적(bear down)이 됩니다." 지난해 9월7일 애리조나전(6.2이닝 9K 2실점)이 끝난 후 마크 트럼보가 류현진에 대해 한 말이다. 트럼보의 증언에 따르면 류현진은 <위기의 순간 구속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 남보다 더 뛰어난 투수다.
그렉 매덕스는 최고의 완급 조절 능력을 가진 투수였다. 그는 로케이션뿐 만 아니라 구속 까지도 '나노 단위'로 쪼개 썼다. 가장 느린 공과 가장 빠른 공 사이에 들어 있는 모든 구속이 스피드건에 찍혔다. 이러한 완급 조절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는 것 외에도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같은 구종을 가지고도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패스트볼의 '대역폭'(최고 구속과 최저 구속의 차이)이 남보다 더 큰 투수인 것일까.
로어크 (91.1) max 94.7 / min 85.0 / gap 9.7
마일리 (90.9) max 95.5 / min 86.4 / gap 9.1
캐즈미어 (90.9) max 95.7 / min 85.0 / gap 10.7
곤살레스 (90.9) max 93.9 / min 86.3 / gap 7.6
류현진 (90.9) max 95.0 / min 84.2 / gap 10.8
윌슨 (90.9) max 93.4 / min 87.0 / gap 6.4
틸먼 (90.8) max 95.8 / min 85.7 / gap 10.1
리크 (90.8) max 93.9 / min 86.4 / gap 7.4
보글송 (90.4) max 93.5 / min 84.9 / gap 8.6
<팬그래프닷컴>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은 지난해 던진 가장 빠른 패스트볼과 가장 느린 패스트볼의 속도 차이가 10.8마일(17.4km)이었다(류현진은 어떻게 해서 그런 느린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구속대 투수들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역폭이 패스트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명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트럼보가 말한 '추가 속도'는 상황에 따른 구속의 변화였다.
류현진 [주자X] 90.65 [O] 90.84 [득점권] 91.16
커쇼 [주자X] 92.72 [O] 93.15 [득점권] 93.18
그렝키 [주자X] 91.54 [O] 92.23 [득점권] 92.36
류현진 [X/O] 0.19 [O/득] 0.32 [X/득] 0.51
커쇼 [X/O] 0.43 [O/득] 0.03 [X/득] 0.46
그렝키 [X/O] 0.69 [O/득] 0.13 [X/득] 0.82
*[X/O] : [주자없음]과 [주자있음]의 구속 차
*[O/득] : [주자있음]과 [득점권]의 구속 차
*[X/득] : [주자없음]과 [득점권]의 구속 차
<베이스볼서번트> 자료에 따르면, [주자가 없을 때와 있을 때]의 평균 구속 차이는 오히려 류현진이 커쇼와 그레인키보다 적었다. [주자가 없을 때와 득점권]을 비교하더라도 류현진(0.51마일)보다 그레인키(0.82마일)가 더 큰 차이를 보였다. 그레인키는 2004년 만 20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낼 당시 최저 구속 69마일과 최고 구속 93마일 사이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은 숫자가 단 두 개였을 정도로, 데뷔 때부터 스피드 조절 능력이 뛰어났던 투수다.
하지만 류현진은 다른 두 선수에 비해 [주자가 있을 때와 득점권]의 구속 차이가 눈에 띄게 컸다. 위의 자료만 놓고 보면, 류현진은 추가 속도를 꺼내는 시점이 커쇼와 그레인키보다 늦다. 즉, 주자가 나가면 구속을 올리기 시작하는 다른 투수들과 달리, 득점권에 몰리고 난 후에야 자신의 최대 구속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투수들이 위기 상황에서 더 빠른 공을 던진다. 그럼에도 트럼보가 류현진의 구속 증가를 유독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바로 이러한 차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아시아 투수들은 어떨까.
다르빗슈 [주자X] 92.08 [O] 92.83 [득점권] 93.03
다나카 [주자X] 90.70 [O] 90.87 [득점권] 91.23
구로다 [주자X] 90.81 [O] 91.32 [득점권] 91.78
이와쿠마 [주자X] 88.60 [O] 89.16 [득점권] 89.39
다르빗슈 [X/O] 0.75 [O/득] 0.20 [X/득] 0.95
다나카 [X/O] 0.17 [O/득] 0.36 [X/득] 0.53
구로다 [X/O] 0.51 [O/득] 0.46 [X/득] 0.97
이와쿠마 [X/O] 0.56 [O/득] 0.23 [X/득] 0.79
*[X/O] : [주자없음]과 [주자있음]의 구속 차
*[O/득] : [주자있음]과 [득점권]의 구속 차
*[X/득] : [주자없음]과 [득점권]의 구속 차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다나카와 함께 뛰었던 대럴 래즈너는 지난해 'CBS 뉴욕'과의 인터뷰에서 다나카의 최대 강점으로 그의 스플리터가 아닌 '추가 속도'를 꼽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목격담을 전했다.
"8회였는지 9회였는지는 정확하지 않아요. 하지만 다나카의 투구수가 140개에 달했던 것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삼진이 필요했던 다나카는 갑자기 98,99마일을 던져 삼진을 잡고 위기를 탈출했어요. 그 전까지 그는 90마일을 던지고 있었거든요." 이는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래즈너가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일본 무대에서부터 다나카의 추가 기어 능력은 뛰어났다.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다나카 역시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주자 있을 때에서 득점권]으로 가는 구속이 더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속도 조절을 더 완벽하게 해낸 투수는 만 39세의 나이로 199이닝을 던졌으며, 샌디에이고의 1년 1800만 달러 제안을 뿌리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구로다였다.
그러나 '추가 구속'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위기 상황에서 전력 투구를 할 때의 구속이, 그 투수가 <무리없이 던질 수 있는 구속>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그만큼 그 투수는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
휴스턴 스트리트(에인절스)를 포함한 많은 투수들이 한 손에는 하비 도프먼의 저서인 'The Mental ABC's of Pitching'을, 다른 한 손에는 그렉 매덕스의 피칭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쥐고 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매덕스처럼 공을 지배하는 단계(master)에는 이르지 못했다. 매덕스는 또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구속의 한계를 절대로 넘지 않았다. 이것이 매덕스가 첫 번째 부상자명단에 오르기까지 17년이 걸렸으며, 메이저리그에서 23년을 뛰면서 딱 한 번 오른 비결 중 하나다(2002년 허리 부상 17일).
프로 10년차, 메이저리그 3년차를 맞이하는 류현진의 더 노련한 피칭을 기대해 본다.
출처 :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mlb&ctg=issue&mod=read&issue_id=214&issue_item_id=10834&office_id=224&article_id=0000003372
첫댓글 류현진 선수 구속된줄~~~ㅎ
추가구속된 류현진
법의 심판을 기다리며 담담히 연습중입니다
자세한 내용 상비약 리포터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놔~~~쌍삐약입니다
팬들의 싸인 요청을 무시하고 거부한 류헨지니~~선수의 추가 사실이 발견되서 지금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되었습니다
그러나
류헨지니는 개 무시하며 연습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비약 ㅋㅋㅋ...
@상비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