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온갖 특산물과 재화가 몰려드는 요지였다. 뱃길을 따라 서울로 올라가던 강원도의 특산물들이 하루 쉬어 가는 나루였으며, 여주와 이천의 맛 좋은 진상미(米)가 출발하는 곳이었다. 배를 빌어 탄 장사꾼들과 나무 해 나르는 벌목꾼, 과거 보러가는 서생들까지 한데 모이는 만남의 광장이었던 셈이다. 황포돛배가 머문 곳은 신륵사 앞의 조포나루와 이포대교 자리의 이포나루. 수많은 황포돛배가 물건과 사람 내리기를 기다리며 떠 있는 장관이 연출되던 곳이다. 한강의 4대 나루 가운데 2곳이나 여주에 몰려있었던 것을 보면 여주가 과거 교통의 요지였음을 알 수 있다.
주고받을 화폐가 부족했던 그 시절엔 나르던 물건이 돈 대신 요긴하게 쓰이는 노자였다. 그 가운데서도 메밀가루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 없는 품목이었다. 강원도에서 출발한 메밀은 남한강을 따라 국밥이며 탁주, 잠자리 등과 교환되면서 여주에도 막국수가 흔해졌다. 그 중 이포나루 지척의 천서리에서도 막국수는 집에서 흔히 해먹는 음식이 되었다. 1960년 무렵, 근방에 야트막한 산들이 많은 천서리에 해마다 사냥철이면 사냥꾼들이 밀려들었고, 민가에 들어가 갓 잡은 작은 짐승을 내밀며 ‘막국수라도 한 사발 말아 주구려’하는 일이 잦아지며 아예 막국수를 파는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단다. 그 후 천서리를 지나는 도로가 개통되고, 서울사람들이 강원도로 여행을 오가면서 그 길목에 있던 천서리에 들러 막국수를 먹고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며 천서리 막국수는 강원도 못지않은 유명세를 탔다. 현재 여러 맛집이 자리를 잡고 있는 천서리 막국수 골목의 주 메뉴는 메밀 막국수와 편육. 어느 집은 막국수가 어디는 편육이 더 좋다며 인터넷 미식가들끼리 논쟁을 벌이는데, 일부러 찾아가 먹어 볼만한 맛이라는 결론에는 모두 이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