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지각
사람은 오감(五感)을 통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함께 감각 기관이 노화 현상이 일어난다. 공간 지각이 떨어져 접시를 선반 위에 올려놓다 떨어져 깨뜨리는 일이며, 거리에서 운전하다 추돌 사고나 접촉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감각의 둔화는 늙음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받아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일흔을 넘으면서 시각이나 청각이 옛날 같지 않다. 눈앞에는 벌레가 날아다니는 비문증(飛蚊症)이며, 청력도 떨어져 소곤거리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보이는 것 다 보고 들리는 것 다 듣는 것보다 낫다며 나 자신을 위로기도 한다.
그런데 달포 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눈에 좋다는 글귀를 보았다. 어떤 연구소의 사람이 비문증으로 고생하며 안과에 몇 년을 다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비문증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온갖 의학 서적과 논문을 들추며 노력한 결과 해결을 했다고 한다.
물체는 빛이 눈에 들어오면 수정체를 통하여 뒤쪽의 망막에서 물체의 상이 맺혀 인식하게 된다.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에는 젤라틴이라는 단백질의 액체 성분으로 되어 있다. 사람이 노화되면서 액체의 젤라틴이 굳어져 작은 단백질 덩어리로 떨어져 나온다고 한다. 빛이 통과하면서 그 조각에 닿으면 그림자가 생긴다. 그 그림자가 벌레처럼 생긴 비문증 증세라고 한다.
그러면 그 조각의 단백질을 분해하면 된다. 덩어리 단백질을 분해시키는데 효과적인 것이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 성분임을 찾아냈다. 시중에 보급되고 있는데 영양제로 나오는 것도 있으니 잘 선택하라고 한다. 나도 사서 먹고 있다. 한 달을 먹었는데 비문증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저녁이면 눈이 시리고 아픈 것이 사라졌다. 비문증이 사라지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먹고 있다.
또 남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보조 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완전하지 못하다. 청음은 높아졌으나 낱말의 인식이 분명하지 않다. 특히 우리말의 받침소리가 분명하지 않아 이해력이 떨어지고 있다. 왜 그렇냐고 했더니 기계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며 그 원인을 나에게 돌리니 어안이 벙벙했다.
얼마 전에 아내가 부부 커플 도자기로 된 찻잔을 사 왔다. 거기다 물도 마시고 커피도 타서 마신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올려놓다 가장자리에 놓아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공간 지각이 부족하여 거리 감각이 떨어져 그런 현상이 생기다니 나도 별수 없이 늙었구나 싶어 씁쓰레한 기분이었다.
이런 현상들이 늙음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노화라고 하니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 꾸준한 노력은 해야겠다.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면 그들 노화도 느리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