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8년부터 상당히 오랫동안 베트남에 머물렀습니다. 당시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급증하는 교류와 특히 왜 한국은 1960년대에 베트남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던가 하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베트남으로 출발하기 전에 베트남의 국부라고 칭송되는 호치민선생의 평전을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현지에 도착해 그곳의 상황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여러가지 사안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왜 한국 특히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한국이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때 한국군은 살벌한 전투력으로 인해 북베트남에서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제가 전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생각입니다. 전쟁기념관에는 베트남 전쟁때 참전한 국가들의 국기가 꽂혀져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베트남은 잘 알다시피 칠레처럼 국가가 길게 늘어져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국토에 베트남전에 참전한 외국 깃발이 박혀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기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관리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호치민 선생의 지시로 한국 깃발은 뒷쪽에 조그맣게 숨겨져 있다는 것이니다. 자세히 보니 뒷편에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안내인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호치민 주석은 말했답니다." 한국은 베트남과 원한관계가 없다. 그들은 그냥 배가 고파 온 것이다. 나라가 힘드니 베트남에 용병으로 온 것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목숨을 내놓고 싸운 댓가로 번 돈으로 고국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린 것이다. 그런 나라와 자신들 나라의 이익만을 위해 전쟁에 가담한 나라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라고 언급했답니다. 저는 뭔가 큰 물체로 머리를 두들게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랬구나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을 베트남 최고 지도자는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라고 말입니다.
1960년대 초 베트남전이 발발했을 때 당시만 해도 한국은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그런 국가였습니다. 제가 어린시절 그러니까 1960년초에 저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동사무소 밀가루 배급장소에 서 있었습니다. 몇시간을 기다려 저희집 가족들 수제비 먹을 정도의 배급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뒷산에 올라가 소나무 껍질을 벗기고 나오는 하얀 속살을 떼어내 그것을 간식으로 먹곤 했습니다. 수도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러다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저의 큰 형이 베트남전에 간다는 소리에 어머니가 혼자 울던 그 소리가 기억납니다. 형이 전쟁터에서 보낸 돈으로 제가 공부했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북한핵에 대해 그다지 고운 시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왜 핵에 대해 집요한 고집을 견지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압니다. 이 자리에 밝히기는 그렇지만 북한인들과 이런 저런 이유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북한은 핵을 가져야만 생존한다는 그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표현도 과거에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았지요. 그렇지만 북한은 핵개발로 국제사회로부터 완전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경제상황은 한국인이 아는 것보다 훨씬 심합니다. 아마도 지구상 가장 살기 힘든 나라입니다. 그런 상황이 수십년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숱한 피곤함을 겪으면서도 원조를 받을 수밖에 없는 비굴함을 참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북한의 정치적 리더인 김정은 깨닳은 것입니다. 중국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데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판단이 있게 한 것은 바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한때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런 저런 장소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는 김정은이기에 국제 정세에 대해서는 조금 아는 편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런 김정은이 러우 전쟁속에 자신이 끌고 가는 북한의 미래를 건 도박을 행하게 됩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게 뭔가 희망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것은 다시말해 러시아의 미래와 북한의 미래를 견주어 본 것입니다. 지금 중국에게 베팅할 것인가 러시아에 베팅할 것인가 여부입니다. 김정은은 러시아에 걸었습니다. 그야말로 올 베팅한 것입니다.
러시아 푸틴이 북한 김정은의 속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지금 세계의 국가 원수가운데 정보기관 출신 정치적 최고 리더는 푸틴이 유일합니다. 푸틴은 러시아 KGB의 핵심 요원출신입니다. 그래서 푸틴이 무섭다는 것입니다. 푸틴은 김정은의 마음을 읽고 급히 평양을 방문해 북러 동맹을 맺습니다. 러우 전쟁중에 타국과 동맹을 체결한 것은 북한이 유일합니다. 북러 동맹 체결의 핵심은 양국이 전쟁적인 위기에 처했을 때 자동개입을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중국 등 타국이 자국을 공격할 때 러시아가 자동으로 전쟁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지금 나도는 북한군 우크라 파병설이 사실이라면 그 동맹체결에 따라 북한군이 러우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들은 호들갑을 떱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이 러우전쟁에 참전함으로써 러우전쟁이 국제전화하니 나토국들도 참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한국의 언론은 서방 언론의 보도를 받아 전하기에 급급합니다. 마치 러우전쟁이 제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이 개입하니 엄청난 문제다라고 보도합니다. 한국의 언론들은 당연히 그런 보도를 번역해 전하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그냥 평범하게 평합니다. 북한군 파병설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용병을 파병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60년전 베트남에 파병한 한국군 같은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북러 동맹체결로 인한 의무감도 존재하겠지만 푸틴과 김정은 간의 밀약 즉 북한군 파병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하겠다는 물밑협상으로 북한군이 러우전쟁터에 파병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과 한국언론은 북한군의 러우전쟁 개입으로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고 나토군이 파병되어야 한다는 우크라 젤렌스키의 말을 더 강하게 보도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봅시다. 러시아가 북핵때문에 북한군을 요청했겠습니까. 베트남 전쟁때 미국이 한국군이 최첨단 무기로 무장했기에 파병을 요청했겠습니까. 자국 병사들 대신 희생하라고 한 것 아닙니까. 그것이 바로 용병 아닙니까.
한국 언론에서 이런 보도를 했습니다. 한국군은 그동안 베트남전뿐 아니라 중동전 등에도 파병해서 실전을 경험했는데 북한군은 한국전쟁이후 한번도 실전을 경험하지 못해 이번에 러우 전쟁에서 실전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등등 말입니다. 북한군의 실전경험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일입니다. 남한보다 더욱 산악지대인 북한지역에서 군인들의 훈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평지에서의 전쟁은 말이 안됩니다. 산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군인들이 평야지역에서 빌빌 길까요. 러우전쟁터는 평야지대입니다. 그런 곳에서 무슨 실전 경험 말도 안됩니다. 북한군은 1960년대 초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과 같은 성격이고 성향일 뿐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지적도 당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친 북한적 시각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알고 말하는 것과 그냥 대충 짐작으로 하는 추측은 엄연히 다릅니다. 북한 김정은 세력을 그냥 비판하고 미워하는 시각과 현재 발생하는 현안에 대한 나름 정확한 분석을 가지고 대처하는 시각 차이는 상당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적을 알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듯이 북한이 지금 벌이고 있는 전략을 잘 파악해야 한국의 안보와 안전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그냥 적당히 한국 정치 위기의 돌파구로 북한을 이용하거나 침소봉대하면 절대 북한군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한 사실입니다. 박정희 정권때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정말 이럴때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24년 10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