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vs <거침없이 하이킥>
우리는 <순풍산부인과>를 통해 시트콤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될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 그것은 단지 드라마에 삽입된 코미디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TV드라마가 인간성에 대해 무엇을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순풍산부인과>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귀엽거나 미치거나>를 연출한 김병욱 감독이었다. 그의 시트콤은 단단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엮어내는 오해와 갈등, 음모와 진심이 각각의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드라마이지만, 그 사건들은 해결되기보다는 연기(postpone)되기 때문에 갈등은 극이 진행될수록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게 되는 시트콤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시트콤은 한반도 남쪽에 서식하는 어느 지구인들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새 작품을 기대했던 것인지 모른다. 김병욱 감독의 새 시리즈 <거침없이 하이킥>을 조지영 TV 평론가와 강명석 <매거진t> 기획위원이 주목한다. / 편집자
시트콤의 ‘무한도전’을 꿈꾼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의 킥오프(kick off)는 근미래의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준(서경석)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태어난 해인 2006년을 회고(?)하는 가운데, 화면은 월드컵은 좌절되었고 ‘한미 FTA’는 진행되었으며, 마침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던 바로 격동의 ‘오늘’을 비춘다. 일견 심각한 시작 같지만, 그런 화면 위로 돌아가는 자막은 이렇다. ‘제작: 제리 뽈록하이머, 프로듀서: 용가뤼, 연출: 스텐레스 김…’ 공존되지 못할 것 같은 이 두 가지 매칭-진지하지만 엄숙하지 않은, 유쾌하지만 시침 뚝 떼는 전략은 <하이킥>의 나아갈 길을 암시한다.
우리 중 하나같이, 쪼잔하거나 애잔하거나병원장 순재(이순재)는 왕년에 ‘유의태’ 같은 명의였겠지만, 지금은 환자들이 그를 찾지 않는다. 민호(김혜성)는 공부를 잘하고 윤호(정일우)는 싸움을 잘한다. 잘난 며느리(박해미) 등쌀에 괴로운 할머니(나문희)는 사실은 힘이 장사다.
꿈을 찾겠노라 이혼까지 감행하며 모스크바로 떠난 신지(신지) 역시,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낸다. 자타 공인 슈퍼우먼 해미도 시동생 민용(최민용)의 ‘시큰둥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다.
뭐든 냉소적인 민용도 아버지 순재 앞에선 꼼짝 못한다. <하이킥>의 가족들은 김병욱 감독의 전작이 그러했듯 쫀쫀한 속내를 감추고 산다. 관계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먹이사슬 구도가 성립하고, 서로에게 콤플렉스가 있으면서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누구나 하나쯤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이루지 못한 꿈도 있다.
반대로, 나름대로 잘하는 거 하나씩은 갖추고 살기도 한다. 천하에 쓸모없을 특기가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될 수도 있고 좋았던 한 시절은 영원할 수 없으며 누구나 실수를 반복하면서 나이도 든다. 우리는 가족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가족이라는 것도 안다. 누구나 조금씩 비겁하고 후회하고, 크고 작은 ‘굴욕시리즈’를 찍는 일상이 쌓인다는 것, 그래서 매일 매일이 똑같아 보여도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는 것을 <하이킥>은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8회에 등장한 ‘똥(!)’ 내레이션이 바로 <하이킥>의 전언이다. ‘살다 보면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기쁨이, 때론 치밀어오는 분노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행운, 이유 없이 쓰라린 고통까지… 다양한 모습이 우리 삶의 길목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청률에도 하이킥이 먹힐까그러나 인물의 버릇 혹은 집착에 공감하고, 거기 웃음 혹은 연민이 실릴 때까지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로마처럼 <순풍산부인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순풍>에서 지명(오지명)과 영규(박영규)가 한 프레임으로 잡혔을 때 느껴지던 가벼운 흥분감은 하루 이틀에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이 시트콤의 호흡에 동의하고, 거기 공명할 때까지는 나름 충분한 예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따금 ‘웃음 속의 페이소스’라는 진경이 펼쳐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변 처녀와 재벌2세가 ‘순정적으로’ 사랑하는 경쟁사 드라마가 40% 시청률에 육박하는 지금, ‘충분한 예열’이란 불가능한 소망 같다. 게다가 <웃찾사>나 <개콘>의 1분 내외로 터지는 웃음의 속도에 비하자면 인내가 필요할 수 있고, <안녕, 프란체스카>나 <소울메이트> 같은 마니아 커뮤니티를 기대하기에는 오후 8시 20분이라는 시간대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에피소드 사이마다 ‘개성댁(이수나)의 실종’과 같은 미스터리를 연속적 플롯으로 배치하는 것은 색다른 시도가 될 듯하다. 과연 <하이킥>의 ‘무한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궁금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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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갈등? 문제는 지구력이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은 민용의 성장한 아들(서경석)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으로 1회를 시작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사실상 가족으로 그려낸 소우주다. 불과 8인 가족일 뿐이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야기로 치면 거의 모든 장르가 시도된다. 캐릭터 구축을 통한 장르적 변주순재(이순재)의 눈을 피해 아이를 데려가려는 민용(최민용)의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가 되고, 순재의 감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창틀을 쇠톱으로 자르고 창밖으로 도망치는 윤호(정일우)의 이야기는 <쇼생크 탈출> 같은 탈주극이다.
또한 그들이 움직이는 세계는 작은 듯하지만 매우 넓고 복합적이다. 민용은 이혼한 아내 신지(신지)와 미묘한 애정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동시에 집에서는 해미(박해미)와 갈등 관계를 맺고 있고, 그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동료 교사 민정(서민정)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
평범해 보이던 가족은 알고 보니 매일 숱한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정글의 삶을 살고 있고, 뻔해 보이던 일상은 온갖 복잡한 관계에 의해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없는 불확실성의 세계로 확인된다. 그것을 통해 <거침없이 하이킥>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다. 굳이 기존의 가족 시트콤처럼 과장된 캐릭터의 해프닝 대신 우연한 캐릭터의 상황과 상황이 부닥치고, 그것을 과장된 장르적 표현으로 웃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비로 고생하는 준하(정준하)의 에피소드에서 표면적인 주인공은 준하지만, 그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는 준하가 원인이 되어 문희(나문희)가 강도를 잡고, 민호(김혜성)와 유미(박민영)는 다투며, 윤호는 학교 라이벌과 싸움을 벌이는 모든 상황이 얽히는 관계 속에서 벌어진다.
이는 김병욱 감독이 추구하는 가족 시트콤의 이상향에 가깝다. 그는 이미 <순풍산부인과> 후반부에 <X파일>을 패러디한 추리극을 보여주기도 했었고,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작품 초반 주현(노주현)이 가족뿐만 아니라 소방서에서 벌이는 에피소드를 통해 세계를 확대시켰으며, <똑바로 살아라>의 후반 에피소드 중 상당수는 여러 캐릭터의 에피소드가 하나로 얽혀 들어가곤 했다. 그는 그것을 통해 가족의 권력구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동시에, 가족을 세상의 창 삼아 심지어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까지 패러디하며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하려 했었다. 기다리는 시간 없이, 거침없이그러나, <순풍산부인과>가 단지 재미있는 시트콤이 아닌 사람들의 인생사를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방송 1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기억하게 만든 것은 첫 회가 아니라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새드 엔딩을 맞이했던 마지막 회였다. <순풍산부인과> 이후로 그의 시트콤은 항상 과장된 에피소드를 통해 캐릭터 각각의 특징을 부각시킨 뒤에야 우울하고, 거칠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시작했었고, 이 때문에 작품이 궤도에 이르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면 <거침없이 하이킥>은 웃음의 포인트를 기존 시트콤과 달리 현실과 장르적 재미, 그리고 우연이 겹친 현실과 현실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아이러니에 두면서 초반부터 ‘거침없이’ 그가 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됐다. 불과 10여 회가 지났을 뿐이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의 캐릭터 간 관계는 이미 완성됐고, 그들이 활동하는 세계는 이미 한 주에 모든 캐릭터를 담기 어려울 정도로 넓어졌다. 심지어 개성댁(이수나)의 수사를 맡는 형사나, 독특한 반어법으로 민용을 구박하는 교감처럼 지금은 채 몇 분조차 안 나오는 단역이지만 언제든지 스토리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캐릭터까지 등장한다.
현실과 장르적 패러디, 가족관계의 해부와 가족을 이용한 현실 풍자. 이 가족 시트콤의 ‘마스터’는 가장 ‘가족적’이지만 ‘가족시트콤’은 아닌, 현실과 시트콤의 경계에 선 그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획득했다. 문제는 이 거침없는 시도가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는 것뿐이다. 직장의 조연들에게까지 캐릭터를 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초반 부진한 시청률과 함께 가족 중심의 이야기로 돌아갔고 매주 다섯 번, 회당 최소 두 개의 에피소드를 쏟아내는 일일 시트콤의 형식은 갈수록 현실세계와 유사해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만큼 만드는 사람이든 보는 사람이든 사람의 진을 빼는 구성인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선방’은 거침없이 날렸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이 KO승 없는 일일시트콤의 세계에서 마침내 살아남을 수 있는 지구력이다. |
첫댓글 솔직히...................... 귀엽거나 미치거나 재밌었는데.............. 이것도 그렇게 될지 의문
이거 은근히 재밌던데.
저 오프닝 일본드라마 스탠드업 오프닝 그대로 배껴서 진짜 짜증났는데;;; 거기다 홍보영상엔 일본 욱일승천기를 쓰지않나;;;;; 그래도 김병욱 감독님 팬으로서 '똑바로 살아라'만큼의 명작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순풍도 은근히 외국 시트콤 많이 베꼈죠. 그래도 우리 나라 사람만 보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잡는 재주는 있는 듯.. 기대 중이라규
나 왜 오늘 스탠드업 보고도 못느꼈냐규~ㅋㅋㅋㅋㅋ둔한거다.....
거침없이 하이킥 안봤지만 -_- 오프닝 사진..스탠드업이랑 똑같다 -_-..
똑살이 최고였어 ㅠㅠㅠㅠㅠㅠㅠ 김병욱 감독님꺼 다 봤는데 똑살이 쵝오 ㅋㅋ 그 담에 순풍 ㅋ
저도 똑살
거침없이 하이킥 너무재밌다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침없이 하이킥 완소!!!!!내가 못보면 꼭 다운받아서 본다규 ㅠㅠ
완전 욱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릭터 설정을 상당히 잘 하시는듯. 똑살 최고~~ 하이킥 오늘 챙겨보려고 했는데 축구-_-
간만에 재밌는 시트콤 나왔던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릭터 설정 굿 진짜ㅋㅋㅋㅋ
이순재가 그 신지가 스탠드 갓 쓰고 계단 내려오는 거 보면서 :왠 미친년이야 할때 완전 웃었음 이순재선생님(?)이 한마디 할 때 마다 너무 웃김 ㅋㅋㅋㅋ
캐릭터 소개 얼추 끝나고 이제 슬슬 웃겨지고 있다규 ㅋㅋ지금도 웃긴데 이제 한 한달지나면 배꼽빠지게 웃길듯 ㅋㅋㅋ그리고...교감선생님 진짜 웃김 ㅋㅋㅋ
이거 열라재밌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너무너무 재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