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느낌입니다. 요즘은 호가 오름세도 멈췄고,매수세도 뚝 꺾였어요.” 경기도 일산신도시 주엽동의 한 중개업자가 전하는 이 지역 아파트 거래시장의 분위기다.
집값 담합 등의 영향으로 한때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서울 동작구 사당동과 양천구 목동, 일산·산본·중동신도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호가를 낮춘 급매물도 나오고 있으나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 주택담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집값 담합도 약발을 다한 느낌이다.
목동 나우공인 관계자는 “시장 주도권이 매도자에서 매수자로 넘어가면서 그동안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주민 담합도 무너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민 담합 무너지는 분위기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집값 담합이 기승을 부렸던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 값은 지난주 0.47% 올라 2주 전(0.62%)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고양시의 경우 6월 첫째 주 1.39% 오르는 등 급등세를 탔으나 같은 달 중순 이후 상승세 주춤하다.
일산신도시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주 0.19% 올라 2주 전(1.21%)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부천 중동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주 1.11% 올라 여전히 강세를 탔지만, 2주 전(3.35%)보다는 상승 폭이 많이 둔화됐다. 5월 첫째 주 3.30%나 올랐던 산본신도시도 지난 주에는 0.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서울 사당동 등 일부 지역에선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도 출현하고 있다. 사당동 우성아파트 44평형은 6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부녀회 등의 집값 담합이 기승을 부리던 한달 보름 전 호가보다 5000만원 가량 빠진 것이다. 하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
사당동 대림아파트 31평형은 한달 보름 전만 해도 호가가 5억~5억5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4억5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사당동 매일공인 관계자는 “여전히 주민들 사이에서는 일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못하도록 부추기고 있지만 일부 매도자들이 급한 마음에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4단지 27평형은 2개월 전보다 호가가 1억원 가량 빠져 6억5000만~7억1000만원이다. 7단지 35평형도 10억~11억5000만원으로 지난 5월 중순 이후 호가 상승세가 멈췄다. 목동 쉐르빌공인 관계자는 “2~3개월 전과 다르게 요즘은 팔고 싶다는 사람은 있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뒤늦게 상승 바람 탄 중동·일산도 조정
뒤늦게 아파트 값 상승세를 탔던 중동신도시도 호가 오름세가 예전 같지 않다.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호가 상승세가 멈춘 상태다. 부천시 원미구 중동 꿈마을동아 50평형은 5억5000만~5억8000만원으로 6월 중순 이후 호가가 2000만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아파트는 6월 중순까지만 해도 호가가 한달새 1억~1억5000만원 가량 뛰었다.
은하마을 대우 49평형도 보름전 까지만 해도 일주일새 호가가 3000만~500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인근 건영공인 관계자는 “대출 제한 조치 등으로 ‘돈줄’이 막히면서 아파트 주민들의 시세 상향 조정 압력도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집을 사면 손해볼 수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고양시와 일산신도시도 호가 오름세가 주춤하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쌍용 한진 48평형은 6억~6억5000만원으로 보름 전 호가 그대로다. 행신동 송악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5월 한달 동안만 호가가 1억원 이상 뛰었다”며 “목동 한솔공인 홍순희 사장은 “계절적 비수기에다 집값 버블(거품)론 확산과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덕양구 화정동 별빛마을 9단지 33평형도 한달전 1억원 가량 호가가 뛰었다. 하지만 6월 들어 호가는 더 이상 오르지 않고 3억원선에서 멈췄다. 화정동 벽산공인 신정숙 대표는 “지난 5월까지만해도 일부 부녀회들이 중개업소를 찾아와 일정 이하의 가격으로 팔지 말라고 하거나 시세를 올릴 것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마두동 백마마을 삼성 48평형은 올 상반기(1~6월)에 3억원 이상 올랐다. 현재 이 아파트는 10억~11억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호가 상승세는 6월초 들어 멈춘 상태다.
일산 후곡마을 3단지 현대 36평형은 6억5000만~7억원을 호가하지만 한달 전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마두동 일송공인 관계자는 “흥정이 벌어져야 거래가 되는데 사겠다는 상대방이 없다 보니 호가만 형성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