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해병대냐고
울며 손 흔들던 누나의 걱정뒤로
통신 완장을 금메달처럼 차고 다니는 저의 직책은
해병 유선 통신병이었습니다.
식전 훈련을 열외 한 후
한 시간 정도 걸어 대대본부에 가서
통신 서류를 받아 중대를 거쳐 돌아오는 업무였습니다.
기밀 이란 완장을 팔에 차고 다니면
헌병도 선임수병들도 함부로 하지 못해
군생활 때나 사회인인 지금까지
그때만큼 화려한 생활을 한 적은 아직 없었습니다.
소대를 출발할 때 산기슭을 메아리치는 선 후배들의 훈련 소리가 천둥처럼 들릴 때
군가를 콧노래로 부르며 가는 저는 행운아였습니다.
하지만 야간 교환 근무에 깜빡 잠들어 대대에 비상이 걸리고
대대장님의 큰 목소리에 맨 끝 소대로 이동하여
행복 끝 고생시작이었습니다.
어느 봄날 완전무장 구보 시간에 보았던 여자 아이
건너편 담에 하루방처럼 서있는 그 아이는 정신질환 미숙아였습니다.
추워 보이는 옷을 입고 담벽에 기대어 햇빛을 쬐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일 하늘만 바라보는 그 소녀
어느 날 떨어진 빵을 주어 먹는 걸 보고
재빨리 건빵 봉투를 을 꺼내 그 애에게 주었지만
벌써 저만큼 달아나버린 후였습니다.
하지만 그 애를 만날 때마다 그 애 앞에 건빵 봉투를 내려놓으면
드리번 거리다 사람이 없을 때 들고 가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친해졌습니다.
어느 날은 나의 손을 툭 치고 달아나기도 하였고
갑자기 등뒤에서 나의 주머니에 껌을 넣고 달아나기도 하였습니다.
더 발전되어 멀리서 나를 보며 이젠 손을 흔들기도 하였습니다.
멀찍이서 바라보다가 가까이 오면
너 이름 뭐니? 집이 어디야?
눈 보며 물어보면 그 소녀는 주먹을 쥐고 때릴 듯이 흔들어댔습니다.
봄빛 비추던 어느 날
군 정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건만
저는 선임수병들과 유선통 메고 유선선 점검 중이었기에
사적 이야기를 하면 선임수병의 혹독한 기합이 두려워
그런 이유로 모른 체 지나친 것이었는데
그 애는 화가 났는지 며칠 동안 안보였습니다.
그 후 미안해서 부대에서 잘 보이게 부대 건너편 대추나무 가지에
배가 고플 때 흔들어 달라고 빨간 풍선을 실로 묶어 걸어두었습니다.
그 애가 장난처럼 마구 흔들어대 터지면
서둘러 다른 풍선으로 달아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달 말경 비밀리에 중대가 먼 섬으로
새벽에 떠난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전역 후 찾아봐야지 했지만 마음뿐이었고
사업 실패로 좌절할 때도
그 소녀는 늘 내 마음에 걸려있었습니다.
그 소녀 생각에 꽃을 사랑하는 방법도
눈물을 닦아주는 방법도 배우게 됐습니다.
잘 있으란 말도 못 하였는데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이렇듯 봄바람 불어오는 날엔
빨간 풍선 높이 들고
나를 기다릴 그 애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첫댓글 소녀의 가슴 속에, 님이 보이신 친절과 다정함이 새겨져 있을 듯 합니다.
많은 세월이 지났건만
그 작은 소녀는 늙지도않고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세상살이에 물들지 않은
그때 그 모습이 그리움입니다.
이젠,
그 빨간 풍선이 사라진 자리에
그냥,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것으로
회상입니다.
잊혀지지 않는 그 소녀
저를 괴롭혔던 선임수병들은
기억에 없는데
그 불쌍한 소녀는 한가슴하고
앉아 있네요
잘지내시죠?
늘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위의 글을 읽어보니 나도 한마디
나는 군대에 가기 전에 여인과 헤어지고 군대에 갔습니다
군대에 있는동안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를 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 여인은 나 군대에 있는 동안 결혼 적령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군대에서도 여인과 교제를 하구 싶었습니다
편물업에 종사 하는 여인을 소개 받았는데?
나와 너무 차이가 납디다
그래서 소개 받을때 한번 만나는 걸루 끝냈습니다
여기저기 주소를 뿌리다 보니 공장 다니는 미성년자가 펜팔 편지 연락이 왔었는데?
나이도 어리고 맞춤법도 엉망인 여자 라서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냥 그렇게 내 군대 생활은 여자친구가 전혀 없이 아쉽게 지나가 버렸습니당
시골바다님의 빨간 풍선 이야기?
이해가 됩니다
충성 우하하하하하
훈련중에 받아보는 위문편지는
힘듬을 잊게해주는 활력소였죠
그래도 맞춤법 틀렸다고 ㅎ인연이 아니었는가 봅니다
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귀신 잡는 해병도 순정은 있었네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애틋한 추억으로 남았겠지요.
세월이 많이 아주 많이 지났는데도
각인되버린 그때 소녀는
늙지도 않고 제가슴에 남아있네요
감사드립니다
일교차가 큰 삼월이네요
감기조심하시고요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나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ㅡ
잘지내시죠?
요즘은 하는일 없이 바빠
마음만 분주하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시고요
참 아련한 추억 입니다
그 소녀도 가끔씩 시골바다님
생각 하겠지요.
백골부대 출신인 남편도 겨울에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자아이를
도와준적 있는데 그 아이 엄마가
김장김치를 한통 갖다 주더랍니다.
부대원들과 나눠 먹었는데 그 김치
처럼 맛있는 김치는 없었대요.
몇년전에 나들이 삼아 군 복무지에
갔는데 그 냇가를 가리키며 그 얘기
해줬어요.^^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엔 정감이있었지요
지금은 살기엔 조금 편해졌지만
너무 삭막해요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남편이 백골부대 출신이면 그 긍지가 대단하시겠네요~~~
해병대 만이야 하겠어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전에 와수리 가보니까 부대를 상징하는
해골마크가 으시시 합디다.ㅎ
@해솔정. 그렇게 교육 받고
훈련 하고~해병은 가족이라고..
그 기상만 살아있네요
아름답지만 가슴이 먹먹하네요
한편의 아름답고도 슬픈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습니다
그 소녀가 제 가슴에도 남겠네요~~
제 가슴에 각인되어 서있는 그 소녀의 모습은 10살정도의 그 모습 그대로 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이루십시오
그러게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추억속에 묻혀 있던 이름 모를 소녀가
문득 떠 오르셨나봐요.
빨간 풍선을 들고 기다리던 소녀가
석양빛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니 괜히 울컥했어요.
잘 지내시죠?
아주 오래전 일이 건만
지난 달 이야기처럼 생각나네요
일교차가 큰 3월입니다
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빨간풍선이 어렵게 살아온 소녀한테 따뜻한 사람 마음을 전해주는 등불이였군요. 추억으로 남지만 듣는 우리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 모든 기억 무뎌저도
생생히 남은 소녀입니다
영화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
시골바다님은 마음이 따스한 분임을
글속에서 늘 뱔견 합니다 .
고운 댓글 감사드려요 아녜스님
오늘은 봄 기운이 거리마다 가득해
추었던 겨울을 어느새 잊고 즐거워합니다
환절기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오래전의 작은 인연이 이렇게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마음을 울립니다.
빨간 풍선처럼 오래 남은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추억은 기억일 뿐이지만
오늘 같은 봄날이면
으례이 찾아오는 기억 속의 소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