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한국 입국기: 코로나19 방역 시스템
1.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주요 거점 도시를 기준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있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막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나오는 용도이다. 상하이는 동방항공이 인천공항으로 가는 것이 매주 금요일에 하나씩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6월 첫 주까지 모든 비행기가 매진되었다.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은 춘추항공을 타고 제주도로 들어와서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자가격리를 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코스였다. 사실은 그게 5월 중에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2.
그 덕분에 평상시 왕복 7~8만원 하는 저가항공인 춘추항공을 편도 9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발권을 해야만 했다. 대략 20배 비싸게 표를 산 것이다. ㄷㄷ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것은 원래 상하이-제주 노선만 허락된 춘추항공이 제주도의 경우는 모든 국제노선을 다 막아버리는 방역당국의 정책에 따라 인천까지 운항을 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예상치 않았던 행운이었다. 덕분에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30분 대기를 하기는 했지만 한방에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3.
다만 불운은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전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상하이 푸동공항으로 몰려왔다. 그리고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 되어 왔다.
밥도 안 주고 심지어 생수 한 통 안 주는 LCC를 90만원씩 받고 만석으로 왔으니 춘추항공은 장사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인천공항 운항도 못하는 항공사가 말이다.
춘추항공의 장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LCC 특성상 수화물 관리가 엄격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렇게 비싸게 티켓 값을 받으면서도 0.1킬로라도 무게가 오버되면 칼같이 오버차지를 청구 하고 있었다. 대다수 승객들은 평상시 가지고 다니는 수준(30킬로) 혹은 나가는 김에 왕창 짐을 왕창 싸가지고 왔다가 평균 20~30만원씩 오버차지를 내고 있었다.
나는 발권을 할 때 20킬로까지 수화물이 가능하도록 구매했고 철저하게 100그램 단위로 무게 점검을 해 가지고 온 탓에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카운터 직원의 모습이 '대단한 걸~'하는 표정이었다. 여튼 이 난리통에도 춘추항공은 제대로 돈을 벌고 있었다.
4.
제주를 거쳐 해가 질 무렵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의외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국객은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90% 이상 한국인이었다. 건강상태표 등을 작성해서 내고 행정안전부에서 배포한 자가진단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한다. 물론 나는 중국에서 미리 설치해 왔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나 관련 웹사이트 등에서는 ‘자가진단앱’을 설치에 대한 것만 나오는데 설치 후 개인정보를 넣기 전에 접속 아이디가 ‘CORANA’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면 공항에서 사람들의 대기시간의 대폭 줄어들 것 같다.
이 자기진단앱 설치 과정이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몰라서 헤매고,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애들은 지루해서 울고 그래서 이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이 가장 혼란스럽다.
5.
그리고 간단하게 열체크 등을 하고, 주소지 확인, 연락처 확인, 자가진단앱을 제대로 설치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개인명의의 스마트폰이 있으면 좀 더 수월하고 그게 아니면 보호자 연락처까지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정말 꼼꼼하게 확인을 한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일반적인 공항의 입국 절차를 따른다. 출입국, 세관 등을 평소 보다 시간이 좀 더 길기는 하지만 통과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면 이번에는 어디로 가는지를 체크한다.
자가운전 혹은 누가 마중을 나온 경우에는 그냥 가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면 해당 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모범택시도 불러준다고 하는데 그건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6.
관할지역 보건소까지 전용 버스라 데려다 주면 보건소에서 또 간단한 체크를 하고 자가격리 주소지로 직접 데려다 준다고 한다. 우리 동네 보건소로 가는 버스가 9시 20분에 있어 나는 지금 인천공항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ㄷㄷ
그리고 몇 일 내로 해당 관할 보건소에서 다시 데리고 가서 코로나19 진단을 제대로 받고 이상이 없으면 14일 자가 격리 기간을 꽉 채우면 되는 것이다.
7.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니 한국의 방역 관리는 대단히 체계적이다. 이 통제시스템에 따르기만 하면 특별히 방역에 구멍이 날 이슈는 보이지가 않았다. 단지 그것을 따르지 않는 일부 사람들의 일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자가격리수칙을 어기게 되는 경우에 대한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에도 사인을 받더라.
방역당국과 인천공항의 관계자들 그리고 육군에서 대민지원까지 나온 것 같은데 이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대한민국을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내일부터 본격적인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무슨 일을 할 계획인지는 이미 정했다.
ㅡ차이나랩 대표
첫댓글 생생한 정보 공유 감사합니다 무사히 입국하셔서 다행입니다
지금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는 항공사들의 주 1회 운항을 회사의 이윤 욕심이라 보시면 안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규정상 전 좌석의 3/1을 공석으로 운항해야 하는 상황이라 현재 운항중인 항공사들은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에 또는 중국으로 정말 긴급히 들어가셔야 하는 분들의 사회적 요구에 운항을 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전 산업이 물론 힘들지만 항공업이 더욱 힘든 상황에서도 말이죠. 대부분 치료를 위하는 환자분들도 많으시고 상을 당하셨거나 어떠한 이유에서든 펜더믹 상황에도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신 교민들을 위함입니다. 모든 항공사들이 각사 규정에 있는 가장 높은 운임으로 운항하고 있음은 공통 사항일 뿐더러 춘추항공은 저가항공사이기에 그나마 저렴한 편이긴 한데 비교를 해보지 않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인천공항 운항도 못하는 항공사가 말이다." 라는 표현도 잘못되었습니다. 춘추항공은 2014년부터 6년 동안 푸동-인천간 매주 4회 정기운항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개인적 느낌을 자유롭게 공유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것은 좋으나 중국 컨텐츠 전문업계의 대표가 쓴 내용으로는 부적합한 표현이 있어 말씀을 남깁니다.
저는 열흘전에
동방항공으로 인천으로 들어와서 자가격리중임다.
이코노미 90만원, 좌석은 90프로 찼었고
화물가방 2개 허용됐어요.
글 감사합니다.
상하이는 중국 항공들만 일주일에 1번 다니고 있었군요.
와...덕분에 중국의 현재 상황에대해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네요~ 한국에 무사히 귀국하신것을 축하드리고 좋은정보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놔 대한항공은 4월에 예약한 6월표를 갑자기 취소시키던데 하....춘추항공은 어디서 예약하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