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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가을 밤, 서울 궁정동이란 곳에서 '버러지같은 놈' 소리를 들으며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벌레는 사람들에게 하찮고 밉상인 존재입니다. 특히 도시에서만 자란 사람들에겐 더러운 혐오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나는 시골 촌구석에서 자란 놈이라 그런지 벌레를 보더라도 호들갑을 떨며 놀라 소리지르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벌레는 뭣이고 곤충은 무엇일까요? 곤충이란 몸, 가슴 그리고 배 세부분으로 나누어지고, 다리가 6개인 벌레를 곤충이라고 합니다. 벌레는 그보다 더 넓은 개념입니다. 그래서 곤충은 벌레라고 할 수 있지만, 벌레는 모두 다 곤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요즘 벌레는 인류 미래의 식량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식용곤충이 슈퍼마켓에서 팔립니다. 밀웜(거저리)과 굼벵이같은 벌레들도 식용으로 팔립니다. 베이징의 왕푸징(王府井) 먹자골목에 가면 전갈, 굼벵이와 매미같은 애벌레 튀김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먹는 것에 관한한 중국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벌레하면 극혐오를 보이는 사람들은 영국 사진작가 르본 비스(Levon Biss)의 아름다운 벌레사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벌레라면 더럽고 추하다는 편견을 좀 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아래 벌레들의 현란한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인간이란 동물은 벌레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현미경 사진으로 본 곤충은 정말로 신비하다 Jacqueline Howard <Huffington Post US> 2016년 5월 3일
평범한 딱정벌레도 자세히 보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영국 사진작가 르본 비스의 곤충 견본 사진은 이 사실을 확실히 증명한다. 호랑이 딱정벌레, 매리온 땅 나방, 등 5월 27일부터 10월 30일까지 옥스퍼드 대학교 자연 박물관이 개최하는 '마이크로 조각'이라는 전시회에서 이런 곤충들의 신비한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볼 수 있다. 비스는 허핑턴포스트에 "인간은 곤충들로 둘러싸여 살면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마이크로 조각'의 목적은 이 멋진 곤충들을 더 가깝고 친밀하게 여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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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사진은 간단한 게 아니다. 여러 각도로 찍은 수많은 사진을 합성해서 그 이미지를 궁극적으로 한 개의 사진으로 나타내는, 엄청난 시간과 인내가 요구되는 고된 작업이다(동영상을 참고하시라). 곤충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개 정도의 부위를 각각 촬영한다고 비스는 말한다. 또 뉴사이언티스트에 의하면 곤충 한 마리 자화상에 약 8,000번의 사진 촬영과 2주에서 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비스는 "곤충 촬영은 언제나 놀랍다. 늘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한다. 너무나도 다양한 색채, 모양, 그리고 표면조직은 다양한 주제를 약속한다. 현미경 카메라는 이런 자연의 신비를 볼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한다.
자, 고해상도 사진을 마음껏 즐겨볼 차례입니다. All Photos by Levon Biss
왜알락 난초 꽃벌 - Orchid Cuckoo Bee
말벌 흉내 꽃파리 - Wasp Mimic Hoverfly
왜알락 난초 꽃벌 - Orchid Cuckoo Bee
호랑이 하늘소 - Tiger Beetle
비행접시 딱정벌레 - Flying Saucer Trench Beetle
눈부신 목 개똥벌레 - Splendid-necked Dung Beetle
삼색 보석 딱정벌레 - Tricoloured Jewel Beetle
짧은 코 바구미 - Short Nosed Weevil
오렌지 날개 딱정벌레 - Oranged-netted Winged Beetle
매리온 땅 나방 - Marion Flightless Moth
사마귀 꽃파리 - Mantis Fly
딱정벌레 - Ground Beetle
녹색 호랑이 딱정벌레 - Green Tiger Beetle
거저리 - Darkling Beetle
나뭇가지 뿔매미 - Branched Backed Treehopper
거북이 딱정벌레 - Tortoise Bee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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