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통합신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이름패만이라도 한글로 바꾸겠다고 스스로 한글 이름패를 만들어 가지고 본회의장에 들어가려 했을 때 국회 사무처가 막아서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 통합신당(원내 대표 김근태 의원)의원들의 이름패부터 모두 한글로 바뀐 것이다. 참 잘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며 기쁜 일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어제 16일 오후 8시까지 한글 이름패를 신청한 의원은 한나라당 52명, 민주당 17명, 통합신당 44명, 비교섭단체 6명 등 모두 119명이라고 한다. 어제까지 한글 이름패 신청 수가 전체 국회의원 272명 가운데 43.7%로 아직 절반이 못되고 있지만 날마다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모든 국회의원이 한글 이름패로 바꿀 거로 보인다. 각 정당을 따로 따로 보면 한나라당 의원 149명 가운데 35%, 민주당의원 62명 가운데 27.4%, 통합신당은 100%, 무소속과 자민련이 35%로서 민주당이 가장 적게 한글 이름패를 신청했다.
그 때 그 일을 글쓴이가 앞장서서 했는데 한글 이름패를 국회로 가지고 오지도 못하게 한다는 말이 있어 국회의장에게 한글이름패 전달식을 하겠다는 전날에 한글 이름패 쓰기를 찬성하는 원광호 의원의 방에 미리 갔다 놓았다가 행사 날엔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 박사, 한글학회 허웅 회장 들 한글대표들이 몸만 가서 전달식을 한 일이 있다. 그 날 분명히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겠다고 알렸으나 사무총장도 나오지 않고 감시 경찰과 직원 몇이 나와서 원광호 의원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날 국회 경비 경찰은 내 차의 짐칸까지 열게 해 살폈고, 행사를 마치고 다시 원광호 의원의 방에 한글 이름패를 보관하기 위해 가지고 가는 데 한 경찰이 따라오면서 우리가 철저히 살폈는데 언제 어떻게 가지고 왔느냐고 놀라운 표정으로 묻기에 " 이 일은 하늘에 계신 세종대왕과 조상이 하는 일이라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나도 모른다."고 말한 일이 있다.
한국의 국회에 한국 글자로 된 이름패를 놓게 하기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웠으나 드디어 한국 국회에 제 나라 글자로 된 이름패가 놓이기 시작했다. 이 일은 대한민국을 세우고 한글로 된 교과서로 교육을 한 일, 공용문서를 한글로 쓰기로 한 한글전용법을 만든 일, 정부기관 현판과 문패를 한글로 쓰기로 한 일과 함께 매우 뜻 있는 큰 사건으로서 우리 국어독립운동 역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일이다.
앞으로 어떤 국회의원이 마지막까지 최만리처럼 한자를 고집하는 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이번에 한꺼번에 한글 이름패를 강제로 바꾸지 않고 스스로 바라는 의원만 한글로 쓰게 한 것은 민주주의 시대에 잘 한 일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국회의장께 고마운 인사를 올리며 한글 이름패를 쓴 국회의원들의 앞날이 밝길 바라고 빈다. 아울러 국회 본회의장 앞쪽에 크게 달린 국회 보람의 글자가 國으로 된 것도 한글로 바꾸기 바란다. 국회의원 가슴에 달고 다니는 보람 글자가 國자도 아니고 或자로 보인다는 국민이 많다. 우리 글자인 한글을 당당하게 사용하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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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의원 성명서]
-국회본회의장 한글명패로의 교체에 대한 환영성명-
5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한민국의 국어인 한글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데 너무나 오랜 길을 돌아서 왔다.
오늘 드디어 국회 본회의장에 우리의 글인 한글로 된 국회의원의 명패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원한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의원이름 한글명패가 설치된 것이다. 늦었지만, 너무나 기쁜 일이다.
오늘 국회 본회의장에 설치된 한글 명패를 보니 왠지 뿌듯하다. 옆에 그대로 있는 다른 의원석의 한자 명패와 비교해도 훨씬 눈에 확 띄고, 세련되고, 품격까지 느껴진다. 국회의 권위는 한자 명패를 고수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정한 국회의 권위는 자신의 본분과 책무를 다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존엄을 인정받는 데서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참여 통합신당> 의원 중심으로 한글명패가 교체되고, 다른 모든 의원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각자의 의견을 존중해 주자. 그동안 한글 명패를 사용하려는 의원들의 개별적 의사조차도 무시해왔던 과거의 국회에 비하면 한발 앞으로 나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이번에 개별의원의 의사를 존중해 한글 명패를 허용한 것은 어떻든 진일보한 일이다. 우리 국회가 ‘대한민국 국회’로 다시 태어나는 데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이다. 박관용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의 전향적인 자세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한자 명패의 한글 명패로의 교체라는 국회안의 ‘작은 몸짓’이 우리글의 존엄성과 민족의 혼을 지키는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