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꿈과 두레박] 25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일시 : 2020.11.23. 11:00
장소: 태화장(대전시 동구 중동 소재)
올해는 코로나19 관련 1.5단계 조치로
외부 교수님의 초빙을 생략하고 회원끼리 모여서
간단히 출판기념 행사를 하였습니다
내년에도 파이팅! 합시다.
회장 인사를 시작으로 회원들의 자작시 낭독과
극히 생략된 대화로 출판기념회를 서둘러 마무리 하였습니다.
내년에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올해의 멋진 일들에 박수!!
홍순화 시인 : 첫 시집 [꿈을 리셋하다] 출간. 시와 표현사
이지헌 회원 : 2020 글로리 경제신문 신춘문예 <바람의 길> 시 당선
제2회 제주기독신문 신춘문예 <경건한 가풍> 시 당선
제15회 삶의 향기 동서문문학상 수필부문 가작
이 유 시인 : 제24회 창조문학대상 수상
권예자 시인 시낭송
그날, 그녀가 사라졌다 /권예자
그녀의 눈속에
갈매기가 잠기는 시간
비가 그쳤다
모래톱 햇살 아래
물음표를 찍으며
여객선 출발시각을 기다리는 갈매기들
모두의 외면과 침묵 사이로
그녀는 절룩거리며 걸어갔지만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다가오지 않은 불안과
받아들일 수 없는 차별이
그녀를 파도 깊이 밀어 넣을 때까지
여객선이 속도를 내자
갈매기도 힘차게 날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새우깡을 던졌다
그녀에겐 그토록 인색했던
박현숙 시인 시낭송
도라지꽃 / 박현숙
부슬부슬
비 내리는 금강 둑길
도라지꽃 홀로 피어 울고 있네
떠난 님 돌아오지 않아
눈물로 지새운 몇 날 몇 밤을
휴지통에 버린 지 오래인데
강물 소리
빗소리
시퍼렇게 멍들도록 두드리네
백경화 시인 시낭송
뭐가 그리 급해서/ 백경화
수십 년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워온
수백 종이 넘는 베란다 야생화
그녀의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어 온
분신이나 다름없는 어여쁜 생명들
돈으로 바꾸자면 수천수백도 마다할
그녀의 영혼이 깃든 아이들
그녀가 죽은 지 사흘 만에
장사 지내고 온 그녀의 남편
그 많은 아이들 밖으로 내 몰았네
엄마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밖으로 내쫓기듯 버려진 아이들
순식간에 엄마 잃고 거리에 나와
서러워 바르르 떨면서 흐느끼네
동네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아닌 밤중에 이게 웬 떡이냐
곱게 길러 예쁘게 자란 아이들 보고
정신없이 몰려들어 데려갔지
그녀의 친구들 숨어서 쳐다보며
할말을 잃고
에고 뭐가 그리 급해서
손중숙 시인 시낭송
로봇청소기 / 손중숙
원칙에 충실한 그
사건 현장으로 진입 한다
좌우 사방을 구간지어
영역을 나누고
철저한 계획 아래
사전점검과 정보 수집을 한다
KF94마스크로 완전무장 된 몸
빙글빙글 돌리며
본격적 임무수행에 착수했다
외손자 삼형제가
수사반장놀이 하다
내던지고 간 자리
시간의 부스러기들이 널브러져있다
불신의 시대가 들여다 본
CCTV 화면 속
어린이 놀이터에서
웃음소리가
그네를 탄다
거실바닥을 핥고 있던
윤간의 세균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그가
오유정 시인 시낭송
귀여운 위반 / 오유정
불로소득으로 졸지에 화사해진 우리
먹을까 입을까
멈춰 섰던 것들이 바빠졌다
그래
우리가 더러 느긋했던 거기
자동문의 과장된 미소가 망설이게 했지만
사소한 척 별거 아닌 척
서너 그릇의 만족을 주문하면
포장으로, 밥은 집에 있어요
본의 아니게 던지는 허풍도 가끔은
작은 위안이 되곤 했지
나 하나 빼고 둘 셋 넷
얼굴도 팔도
제가끔 화끈거리는
식탁위의 상상은 늘 정해진 숫자놀음
우리는 둥글게둥글게
즐거운 반죽이 되곤 했지
이 가지 저 그늘
집이 바람을 찾아 움직여
자꾸 창틈을 벌려놓는 아카시아 향
발랄해질까 다소곳해질까
그래서 오월은 행복한 위반
이영순 시인 시낭송
나는 그의 종이다 / 이영순
스마트한 그는 구미호다
한 번 홀리면 헤어날 수 없는
재주를 부리며
자극하는 감언이설에 녹아
보고, 듣고 늘 끼고 살다가
나도 모르게 그의 종이 되었다
인간의 오욕을
속속 꿰고 있는 여우
부르면 달려가고 깔라면 깔다가
와락 울음이 터졌다
혼을 뺏는 마력으로
곳곳에서 호시탐탐
세상에 막 나오는 어린것들까지
모두 삼켜버리는 손 전화
그를 바라본다
오늘도
눈에 노을이 붉도록
이유 시인 시낭송
어떤 만남 / 이유
- 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 갔다가
남편을 닮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콧노래를 열심히 부르며
-뭐 드시고 싶으세요?
그를 위해 먹고 싶은 것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부족했습니다
어느 날은 외롭다고도 했다가
어느 날은 답답하다고도 했습니다
그의 입을 나온 말들은
점점 풍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풍성함이
꿀을 발라놓은 것 같이 달콤했습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매혹적인 향의 풍성함은
무언가와 닮아 있었습니다
내 영혼을 갉아먹으며
내 살을 파고들던 남편
그래서 더 외롭고
때로는 목숨도 요구했던
그래서 남의 편이라고 우쭐해 하던,
괜찮아,
그렇게 마음 달래고
살은 내편이 될 수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길로
걸음을 옮깁니다
이지헌 시인 시낭송
부부 / 이지헌
들릴만한 공간에
닿을만한 거리에
바람의 길은 막지 않고
다른 이는 앉지 못하게
그렇게 벤치의 양 끝에 우리는 앉아 있네
간격 / 이지헌
나무들이 지켜 자라는 간격을 아는가
물고기들이 깊이를 가늠해 머무르는 간격을 아는가
틀어진 허들의 간격에
발이 결려 넘어지는 선수
간격이 무너진 너와 나
자꾸 부딪힌다
간격을 허물었더니
더 큰 간격이 생겼다
이형자 시인 시낭송
훼 훼 훼 / 이형자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늘 그러듯이 이른 아침 일어나보니
조용하던 창밖에
훼 훼 훼 하고 우는 새소리
귀가 번쩍 열린다
훼 훼 훼 훼
당 단풍나무 사이 헤집어 날며
무엇이 알고 싶었을까
날갯짓이 유난해 내다보니
몸은 몽당한데 꼬리가 길다
두리번두리번 뾰족한 부리가
분명 새이긴 한데 도시 새 이름은 묘연하다
내일 아침도 또 와서
훼 훼 훼 하며 날까
솟아오르는 길목 궁금한 것이 있긴 한가보다
다음 날도 만약 또 오면
나아가 붙잡고 나도 너처럼
훼 훼 훼 하고 물어볼까
정금윤 시인 시낭송
먼지 / 정금윤
장롱 위에 쌓인 오래된 알갱이
깨끗이 닦아 놓은 방바닥이
아찔하다만
선풍기 바람에
어질어질
어쩔 수 없었다는 듯 내려앉았다
맨발바닥이 최첨단 감지기
머리 허연 안주인은
온종일 걸레 들고
흐린 눈에만 보이는
작은 티끌 하나도 성가신데
창틀과 가전제품
컴퓨터 자판에도
이곳저곳 살짝 붙어서
잘 지내보자
앞길이 편할 거라고
폴짝폴짝 약 올리며 주변을 맴돈다
적당을 몰라 뭉쳐진 고집
피곤한 줄 인정하면서도
하찮은 것에 질 수 없어
점점 더 완강하게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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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두 회원이 아쉬워서
어설픈 솜씨로 시화 한점씩을 만들어 올립니다.
홍순화 시인의 <과메기>
이선 시인의 <안개>
마스크 쓰고 진행 했지만, 그래도 예쁜 얼굴들 기억하고 싶어서
마스크 벗고 단체사진 한 장, 짤칵!!!
우리 내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납시다.
모두 모두 사랑해요.
출처: 꿈과두레박 원문보기 글쓴이: 봄비, 권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