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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峨嵋山)737.3m 경북 군위
산줄기 : 팔공기맥(방가산)
들머리 : 고로면 가암리 가암삼거리 위천 건너편
위치 경북 군위시 고로면
높이 737.3m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 위치한 아미산(峨嵋山, 737.3m)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산꾼들의 흥미를 돋울 만하다.
국내 여러 군데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있지만 ‘아미산’ 하면 중국 사천성의 대표적인 명소로 ‘아미천하수(峨眉天下秀)’라 일컬으며 낙산대불(樂山大佛)과 함께 중국3대 자연문화유산(전 세계 18대)중 하나로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명승구(名勝區)다.
특히 중국4대 불교명산(오대산, 구화산, 보타산, 아미산)중 하나로 26개의 사찰이 있고 보현보살의 성지라고 알려져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곳이다.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경북궁 왕비의 침소가 있는 교태전(交泰殿) 후원에 만든 동산의 이름 또한 아미산이다.
이렇듯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아미산 산행을 다녀왔다.
영천시와 군위군을 잇는 908번 지방도로를 타고 영천 화북 상송리를 지나 수기령 고개를 넘어 군위 땅에 발을 들여 놓으며 닿는 고로면 석산리 앞을 흐르는 위천 왼쪽으로 솟아오른 기암절벽 암릉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천변에 만들어진 너른 주차장과 현대식 화장실이 이곳 탐방객들을 위해 군위군에서 많은 투자를 한 것이 분명하다.
여유로운 휴일 오전, 알음알음으로 온 산꾼들이 산행준비에 부산을 뜬다.
나무 데크로 건실하게 만든 다리를 건너 송곳처럼 빼족하게 솟아오른 제1봉(송곳바위)를 겁도 없이 오른다.
70~80도는 족히 되어 보이는 급경사 바윗길을 앞사람 뒤꽁무니 만 바라보며 허겁지겁 오른다.
처음부터 급경사 오르막에 주눅들만도 한데 아미산 암릉에 취한 산객들이 헉헉대며 산과 함께 호흡한다.
10여분 바윗길을 타고 올라 안부에 서니 올라온 송곳바위 보다 더 큰 암봉(제2봉)이 앞을 막는다. 제2봉을 타고 넘어 다시 오른다.
‘앵기랑바위’라 일컫는 제3봉이 해발 365m이며 마을에서 보면 애기동자승 모습과 같다 해서 ‘앵기랑바위’로 부르고 마을의 흉사가 없도록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했다고 적힌 안내판이 숨 가쁜 산객을 맞는다.
또한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국사가 쓴 시에 ‘높은 산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 있다’는 뜻으로 아미(峨嵋)로 불리게 되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그러고 보면 이곳 아미산 암릉이 네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풍광이 수려해 중국의 아미산을 닮았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앵기랑바위에 올라 한사람 겨우 출입할만한 바위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훤히 뚫린 마을 쪽 조망을 보며 시원한 봄바람에 마음과 몸을 씻어 본다.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산 아래가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
꼬물거리며 달리는 자동차며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동네가 아련한 먼 나라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작은설악산’이란 말처럼 아찔한 암릉을 타고 오르내리기를 1시간 가까이 하며 제4봉은 안전시설이 없어 우회로를 따라 가로지른다.
4개의 암봉 산행을 마치면 바로 숲속으로 우거진 산행로가 발걸음을 평안한 모-드로 바꾸어 준다
아미산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를 더 가야 하지만 암릉 구간의 묘미에 취해 더 이상의 진전은 무의미하여 다들 암릉 구간을 반대편에서 조망하며 내려오는 큰작사골 삼거리에서 주차장으로 회귀하는 능선코스를 택한다.
삼거리 갈림길을 놓친 일행들이 절골삼거리까지 가서 조망이 없는 산길을 어렵게 내려간다.
1시간여를 허비하며 닿는 곳이 주차장이 내려 다 보이는 대곡지 제방위에 내려섰다.
암릉 구간의 하이라이트 조망을 하려면 다시 큰작사골능선을 올라야 한다.
모두들 고개를 절래 흔들었지만 아미산 최고의 절경을 놓칠 수 없어 필자와 산 동무 한사람만 힘겨운 급경사 계단을 20여분 올라 기어이 암릉 파노라마를 눈 속에 넣었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스릴이 넘치는 바윗길을 타고 솔향기 맡으며 또 다른 암릉을 눈으로 즐기니 중국의 ‘아미천하수(峨眉天下秀)’가 따로 없다. 우리지역에도 천하에 빼어난 이런 아름다운 산이 숨어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알리고 가꾸면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은 비단 아미산 뿐 이겠는가. 삼천리강산 어디라도 우리를 즐겁게 하고 반갑게 맞아 주는 곳이라면 찾아 나서는 게 산꾼들 아닌가.
여러 번 지나치면서 올라보지 못했던 아미산 암릉 구간 산행을 마치고 인근에 있는 아담한 절집, 압곡사(鴨谷寺)에서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석간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내려선다.
돌아 오는 길에 들린 ‘신비의 소나무’에 각자의 소원을 빌기도 한 아미산 산행이 일상의 무거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부산일보
날카롭게 치솟은 암릉 발아래 두는 짜릿함 … 그림 같은 선경(仙境)은 덤
▲ '미니 설악'이라 불리는 아미산은 산 초입부터 1㎞에 걸쳐 이어지는 연봉 구간의 멋들어진 기암괴석들이 연출하는 암릉미가 설악산의 용아장성 못지않다. 제4봉에 오르기 전 뒤돌아서 바라본 앵기랑바위.
매사에 기승전결이 있듯이 등산도 마찬가지다. 들머리에서 그날 산행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들메끈을 질끈 매는 것이 기(起)라면, 본격적으로 능선을 치고 오르면서 숨이 가빠오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단계가 승(承)이다. 입에서는 새된 소리가 절로 나고 한 발 내딛는 것조차 부담스럽지만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 일망무제의 조망과 성취감이 선사하는 강렬한 쾌감이 전(轉)이라면, 등산의 여운을 느끼며 차분히 산을 내려서는 과정이 결(結)이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등산 형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산들도 더러 있다. 경북 군위군의 아미산(峨嵋山·737.3m)은 대표적인 '형식 파괴'의 산이라 할 만하다.
산꾼들 사이에 아미산은 '미니 설악산'이라 불린다. 해발 고도는 700m대에 불과하지만 산 입구부터 1㎞에 걸쳐 이어진 기암괴석들이 연출하는 명품 연봉은 설악산의 용아장성(龍牙長城) 못지않은 위엄을 뽐낸다. 올해 대법원 달력에 10월 배경화면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발 고도 700m 대 '미니 설악산'
초입부터 기암괴석 연봉 겹겹이 이어져
봉우리 하나하나 넘으며 장쾌한 풍경 감상
바윗길 지나면 편안한 흙길 산행
설악 공룡능선을 가고 싶지만, 일정이나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아미산은 좋은 '맛보기 산행지'가 될 수 있다. 암릉 산행이라 해도 계단이나 안전 시설물이 잘 정비돼 있어 초보자도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또 바위 구간에 우회로가 있어 억지로 바위를 오르지 않는 이상 크게 위험한 곳은 없다. 초반 암릉 구간을 지나면 편안한 흙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덜하다.
산행 코스는 경북 군위군 고로면 양지마을의 아미산 주차장을 기·종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로 꾸몄다. 구체적인 등로는 아미산 주차장~앵기랑바위~큰작사골 삼거리~무시봉~아미산 정상~밭미골 삼거리~너럭바위~전망바위~병암지~병풍암삼거리~대곡지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총 산행거리 8.2㎞에 초반 암릉 구간에서 다소 지체하는 바람에 5시간 30분이 걸렸다.
산행 기점은 양지리 아미산 주차장이다. 위천이 흐르는 구름다리를 지난 뒤 나무계단을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초입에서 바라봐도 아미산은 주위의 둥글둥글한 육산들 틈바구니에서 군계일학처럼 암릉미를 뽐낸다. 이동 3분 만에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다. 정면으로 공룡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치솟은 암릉들이 겹겹이 우뚝 솟아 있다. 왼편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기와 승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절정이다. 거친 공룡 등줄기를 타고 오르면 곧바로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날카롭게 벼린 송곳바위와 맞닥뜨린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설 수 있을 정도의 백척간두의 암봉이다. 높이는 3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기세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발아래로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 때부터는 암릉이 계속된다. 내쳐 제2봉에 오른다. 바윗길을 이래저래 딛는 맛이 짜릿하다. 멋들어지게 굽고 휘고 처져 용틀임하는 소나무가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정성들여 가꾼 분재를 옮겨놓은 듯하다. 암봉을 하나씩 정복해 나갈 때마다 화려한 경치가 전리품으로 따라 온다. 동양화 속 선계가 펼쳐진다.
제2봉을 지나면 한 굽이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세월에 풍화돼 바스라진 돌가루들이 석회처럼 등산로에 흩뿌려져 있다. 군데군데 검은 이끼들이 해초처럼 피었다.
제2봉에 서서 올려다본 앵기랑바위. |
앵기랑바위 삼거리를 지나면 왼편 칼능선을 타고 지그재그로 바위 사면을 치고 오른다. 바위 연봉 중에서 가장 날카롭게 치솟아 백미로 꼽히는 앵기랑바위다. 어른 하나 지나갈 만한 바위틈을 기어오르면 진입금지 표지판이 막고 있다. 발 디딜 곳이 여의치 않고, 오래전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로프는 낡아서 갈라졌다. 바위도 푸석거리기 때문에 아쉽지만 안전을 생각해 꼭대기로는 오르지 않는 것이 좋겠다.
보는 이들에 따라 코끼리바위, 왕암바위로도 불리는 앵기랑바위는 애기동자승의 모습을 띄어 이름 붙여졌다 한다. 아미산의 연봉들이 군사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어 이 지역에서는 6·25 때도 전란을 입지 않았다고 하는데, 군위댐이 지어지면서 인근 마을들이 수몰되는 운명을 맞았으니 아이러니라 하겠다.
앵기랑바위를 우회해 슬래브 구간을 지난다. 로프 난간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다. 나무계단을 오른 뒤 로프 구간을 통과해 제4봉에 올라서면 지나온 바위들이 용의 이빨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는 장쾌한 조망을 맛볼 수 있다. 양옆은 깎아지른 낭떠러지여서 짜릿함을 더한다. 느리게 경치를 완상하며 올라왔는데 벌써 바윗길의 끝이다. 짧아서 더 강렬하고, 그래서 더 긴 여운을 남긴다. 불과 1㎞ 구간을 지나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암릉 구간이 끝나면 나무가 빽빽한 육산으로 분위기가 반전된다. 긴장감 없이 편하게 낙엽 깔린 흙길을 밟으면서 신록이 선사하는 빛과 향에 몸을 맡기면 된다.
비탈을 5분쯤 오른 뒤 이장된 묘터에 이르면 길은 한결 수월해진다. 20분 뒤 큰작사골삼거리다. 암릉 구간만 임팩트 있게 맛보고 싶다면 여기서 오른편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대곡지를 지나 주차장으로 곧바로 가는 4㎞의 짧은 코스가 완성된다.
주능선으로 완전히 올라서면 벤치가 있는 쉼터가 맞이한다. 흙능선치고는 보기 드물게 양 사면이 칼날처럼 가파르다. 5분쯤 걸으면 절골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도 오른쪽 길로 가면 병풍암삼거리를 경유해 주차장으로 곧바로 갈 수 있다.
직진해서 무시봉 방면으로 간다. 철쭉과 참나무 군락 사이로 돌탑과 662봉을 차례로 지난다.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한 뒤 능선을 지그재그로 오르면 무시봉(667.4m)이다. 20분 소요. 사방이 참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은 어렵다.
구조목과 묘를 지나면 묵은 마른 낙엽이 톱밥 더미처럼 잘게 덮여 있는 오르막 비탈이다. 뱀처럼 똬리를 튼 토종 소나무가 있는 무명봉을 지난 뒤 참나무가 듬성해지면서 하늘이 빼꼼 열리는 곳이 아미산 정상(737.3m)이다. 20분 소요.
정상 역시 산행 초반의 화려한 바위지대와 달리 다소 밋밋하다. 북동쪽으로 살짝 트여 있는 시야 사이로 멀리 산정에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이 보인다. 산 이름은 아름다운 눈썹을 의미하는 아미(蛾眉)를 음차했다고 한다.
하산은 우측 방가산 방면으로 내려선다. 육산이지만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어서 안부를 향해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길이 일어선다. 10분쯤 오솔길을 따라 가면 밭미골 삼거리다. 왼편은 방가산 지나 장곡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다.
기복처로 인기 높은 군위군 고로면 학암리의 '신비의 소나무'. |
서북쪽으로 뻗어 있는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6분 뒤 너럭바위에 오른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낙엽 융단길을 밟고 20분여를 내려가면 능선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는 우측 능선길로 내려선다. 만만치 않은 흙비탈이 이어진다. 잔뿌리와 나뭇가지를 지지대 삼아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10분쯤 가다보면 길 중간에 딱따구리가 둥치를 동그랗게 파놓은 소나무가 보인다. 이곳에서 우측 능선길로 내려서면 곧바로 병풍암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미끄러운 흙비탈이 만만치 않아 그대로 직진해 밭미골 방면으로 간다.
30분쯤 내려오면 포장 임도와 합류한다. 13분쯤 임도를 타고 가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면 비포장 임도가 시작되는 우측길을 탄다. 이곳부터는 외길이다. 고려시대 절터에 소박한 토굴을 지어 불상을 모신 병풍암과 병풍암 삼거리를 지난 뒤 계곡을 왼쪽에 끼고 대곡지에 이르면 곧바로 종점인 주차장이 보인다. 40분 소요.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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