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하신 하늘의 주인 되시는 아버지시여! 당신이 지으신 만상은 당신의 이념과 더불어 영원히 같이 있어야 할 것임을 저희들은 아옵니다.
아버지의 이념 앞에 모여 아버님을 모셔 놓고 환희에 넘쳐서 영광과 더불어,
그 지으신 천주가 기쁨의 대상으로서 드리는 찬양과 더불어 영원무궁토록 아버님의 참아들딸이 되어,
그 영광 가운데 잠겨 사는 인간이 되지 못한 것이 지극히 큰 한임을 저희들은 오래 전에 깨달았사옵고 오랫동안 후회하여 왔사옵니다. 저희들은 아버지를 부를 때마다 슬퍼하시는 아버지의 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아버지의 성상을 우러러볼 적마다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없는,
죄악의 봉화불을 들고 하늘을 배반하여 왔던 후손임을 직고하지 않을 수 없음이 무한히 원통스럽고 통탄스럽사옵나이다. 이와 같이 죄악된 저희들을 붙드시기 위하여 당신은 영광의 심정을 소망으로 남겨 놓으시고 기나긴 육천 년 동안 참고 고대하셨사옵니다.
하루도 아닌 한 많은 육천 년을 저희들 때문에, 저희의 선조들 때문에, 오늘날 땅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 때문에,
그리고 천상세계의 탄식권 내에 머물러 있는 수많은 영인들 때문에 수고해 오신 아버지의 그 거룩한 은사를 생각할 때에,
아버지 앞에 황공하오며 불초한 죄인인 것을 다시 한 번 직고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아버지! 저희들은 크고 크신 아버지의 사랑 앞에, 수고로우신 아버지의 손길 앞에,
상처 입고 찾아오신 아버지의 발자국 앞에 머리들 수 없는 불초한 모습들이옵니다.
당신은 이토록 피눈물의 길을 걸어오셨사옵니다.
아버지는 이러한 길에 인간들이 동참해 주기를 고대하셨사오나 인간들은 그 길을 피해 왔사옵니다. 이와 같은 비참한 사정을 함께하고 싶은 것이 아버지의 심정이었사오나 자식 되어야 할 인간들은 소망의 그 뜻을 알지 못하고 그 심정에 못을 박기가 일쑤였사옵니다. 이렇듯 불효막심한 저희들이 아버지 앞에 다시 나와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라 부르고 있사옵니다.
아버지의 그 음성에는 무한한 슬픔이 스며 있사옵고,
아버지의 심정에는 통탄하고 가슴이 막히는 억울한 사정이 맺혀 있음을 저희들은 아옵니다.
불쌍한 아버지임을 저희들은 아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이 남아 있사옵고,
아버지께서 그 뜻을 버리지 않는 한 저희들도 이 길을 가면서 아버지를 다시 붙들어야 되겠사옵니다. 사망의 물결은 오늘도 쉴 새 없이 저희의 생활환경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사옵고,
저희의 주위를 점령하여 하늘의 영광을 가리고 있사옵니다.
이러한 때에 저희들은 자신이 어떠한 자리에 있으며,
그 자리가 어떠한 위치인가를 다시 명심하여야 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오늘 저희들은 이와 같이 크나큰 섭리의 뜻 앞에 불리움을 받았사옵니다.
아무런 공적도 없이 불리움을 받았사옵니다. 아무런 수고의 행적도 없이 이 자리에 왔사옵니다.
아버지 앞에 드릴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이 자리에 왔사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부족함을 눈물로써, 저희들의 악함을 회개로써 직고하여 아버지를 다시 붙들고자 하는 간곡한 심정을 가지고 왔사옵니다. 탕자의 사정을 긍휼히 여기시던 아버지의 역사적인 수고의 인연을 아는 저희들,
그 인연을 바라고 긍휼의 심정을 고대하면서 찾아 나왔사오니, 다시 한 번 아버지의 깊은 심정으로 저희들을 얽어매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세상에 나아가 싸울 수 있는 저희들로 세워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이때 저희들은 아버지로부터 새로운 세계사적인 역할과 사명을 인계받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입장에서 책임과 사명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되겠사옵니다.
수고로운 지난날의 모든 역사를 이 세상의 죄악과 더불어 탕감하여 버리고,
새로운 소망의 동산을 바라보면서 마음과 몸을 다시 가다듬어 심판의 깃발을 들고 원수세계를 향하여 정비된 하늘의 정병으로서 행렬을 이루어 총진군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저희 앞에 다가오고 있사옵니다.
이러한 책임과 사명이 저희의 두 어깨에 짊어지워져 있음을 명심하여 하루 한 시간을 아껴 싸우기에 저희들의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참다운 하늘의 정병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하늘의 용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하늘의 효자가 되겠다고 맹세하는 참다운 아들딸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올 때,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63. 8.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