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好不好)
누구에게나 생명을 유지하는데 물이나 공기가 필수적이지만, 먹고 마시는 데는 호불호의 식품들이 존재한다. 자기의 체질과 취향, 맛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식품이 있다. 무엇이든 나에게 몸에 좋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먹는 식성이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
우리는 누가 좋다고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따라서 하는 습성이 있다. 최근에 맨발 걷기가 몸에 좋다고 하여 유행처럼 퍼졌다. 전문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면 좋다고 하는 의사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의사도 있다. 이는 누구에게나 다 좋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다면 왜 신발이 인류에게 생겨났을까.
나는 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이는 고기를 늘 먹는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여름에는 ‘고추 다대기’이다. 풋고추를 총총 썰어서 빻은 마늘과 멸치를 넣고 불에 졸여서 만든 것으로 입맛을 돋우어 밥 한 그릇을 거뜬히 비운다. 또 겨울에는 김치다. 밥상에 김치가 떨어질 날이 없다. 잘 익은 김치를 쭉쭉 찢어서 밥에 걸쳐 먹으면 이마에 땀이 돋아나며 그야말로 꿀맛이다.
상시로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이 된장이다. 된장에 두부를 썰어 넣고 고기도 약간 넣어 고깃국처럼 끓여 즐겨 먹는다. 건강검진에서 빈혈기가 있다고 하며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를 섭취하라고 한다. 그래서 먹고 싶지 않아도 약을 먹는 것처럼 가끔 고기를 먹곤 한다.
기호품 중에서 담배는 20여 년 전에 마라톤을 하면서 끊어버렸다. 달리는데 호흡에 지장이 있어 과감히 멀리했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한때는 수술과 투병으로 5년 동안 금주를 했다. 완치 판정을 받고 가장 먹고 싶은 것이 커피와 술이었다. 어느 날 술의 맛을 봤다. 맥주, 소주, 막걸리 맛을 보니 막걸리 맛이 제격이었다. 그 뒤로 막걸리를 한두 잔 즐겨 마신다.
나는 운동을 좋아했다. 그러나 무릎 수술을 받고 나서 마라톤을 그만두었다. 열심히 재활했더니 기능이 정상화되었다. 그래서 등산도 하고 테니스도 즐겨하고 있다. 어느 날 딸애가 마라톤을 한다며 같이 하자고 했다. 선득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뛰어보기로 했다. 집 앞 못을 뛰었더니 가능했다. 대구 마라톤에 건강 달리기를 신청하여 완주했다. 내년 2월에는 단축 마라톤에 딸애, 사위와 함께 신청했다.
무엇이든 남들 한다고 따라서 할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음식이든 일이든 운동이든 몸에 맞는 게 좋은 것이다. 청도의 씨 없는 감을 다른 곳에 심으면 씨가 생긴다고 하지 않는가. 이는 청도의 땅이 씨 없는 감이 자랄 수 있는 좋은 적지(適地)라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도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강요할 것이 아니라 조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은 제각기 다른 재주를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 재주를 발견하여 노력하고 수련하여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함이 교육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호불호의 선택은 개인의 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