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초 연금 더 받는 ‘초기 증액형’ 은퇴 후 소득 공백 줄일 수 있어 ‘정기 증가형’ 3년마다 수령액 ↑ 매년 지출 많아지는 상황에 유리 기존 가입 고객도 유형 전환 가능 #1. 60대 은퇴자 A씨는 몇차례 재취업에 도전했으나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활비가 부족하다.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3년이나 남았다. 시세 7억1000만원짜리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려고 상담해보니 매월 15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자녀가 취직 준비 중이라 그 돈으론 충분치 않을 것 같다. A씨는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에는 주택연금을 덜 받더라도 그 전까진 좀더 받았으면 싶다.
#2. 60세 B씨는 지인의 회사에서 일하며 매월 150만원 정도를 번다.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국민연금은 납입금액이 적어 생활비로 쓰기엔 빠듯하다. 시세 4억8000만원짜리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1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늘어날 노후 병원비 등을 생각하면 지금은 덜 받더라도 5년, 10년 뒤에 더 많이 받고 싶다.
A씨와 B씨가 바라는 것처럼 자금 수요가 많은 시기에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 상품이 2일 출시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가입 초기에 일정 기간은 연금을 더 많이 받는 ‘초기 증액형’과 3년마다 수령액이 늘어나는 ‘정기 증가형’ 상품을 내놨다. 지금까진 종신 지급 방식의 주택연금은 매월 같은 금액을 받는 ‘정액형’과 초기 10년은 수령액이 많다가 이후에는 적게 받는 ‘전후후박형’ 상품만 있어 선택폭이 제한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 가입자는 정액형, 초기 증액형, 정기 증가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전후후박형은 초기 증액형으로 확대 개편돼 선택지에서 사라진다.
초기 증액형은 퇴직 후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단절되는 연금절벽 시기에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녀 결혼, 의료비 등으로 가입 초기에 자금 수요가 많을 때 유용하다. 가입자의 상황에 따라 초기에 더 많이 받는 기간을 3·5·7·10년 중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 은퇴자가 시세 5억원 주택을 담보로 초기 증액형 5년짜리 상품에 가입하면 5년간 정액형(153만5000원)보다 약 27% 많은 195만1000원을 매월 수령할 수 있다. 6년차부턴 최초 수령액의 70% 수준으로 줄어든 금액(136만6000원)을 평생 받게 된다.
정기 증가형은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을 보완해 연금소득의 실질가치를 유지하고 싶은 가입자를 위해 설계됐다. 또 노후 의료비 증가 등 매년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하는 데 유리하다. 최초 연금 수령 후 3년마다 4.5%씩 늘어난 연금액을 받는 방식이다. 70세 은퇴자가 5억원 주택을 담보로 정기 증가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최초 수령액은 정액형(153만5000원)보다 적은 131만7000원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3년마다 연금액이 늘어 13년차에는 정액형보다 많은 157만원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가입 고객도 초기 증액형이나 정기 증가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할 지사에서 사전상담을 받고 필요 서류 등을 갖춰 신청하면 된다.
주택연금은 고령자 부부가 보유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 금액을 평생 대출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주택 소유자 또는 그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주택 유형은 아파트, 연립·다가구·단독 주택 등 주택이거나 노인복지주택 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면 된다. 주택가격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여야 한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7년 7월 주택연금 출시 이후 올 6월까지 약 8만6000여가구가 가입했다. 최근 들어 매년 1만가구 이상이 새로 가입하는 등 자가 주택이 있는 노년층의 은퇴 후 소득 창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함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