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자들을 보면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역시 최고의 해설은 단순히 지식을 자랑하고, 심하게 오버하고, 잡다한 비유를 늘어놓거나, 어설프게 튀어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보다 경기해설 자체에 집중하고, 그 스포츠와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게끔 해설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점에서 똑똑한 해설자는 많아도 이분만큼 열정과 재미를 겸비한 분은 또 찾아보기 힘들것이다. 그 이름 빠떼루 아저씨~~~
얼마나 그리워 했던가.. 그 이름을, '빠떼루 줘야함다.' '조심해야함다.' '끊임없이 다리를 움직어줘야함다.' 어떤 경우에도 '~니다.'라는 딱부러진 발음을 보여주지않고, 정감가는 '함다.'체를 고수해온 개성,시종일관 캐스터와 해설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순간의 경기해설에 목숨을 건 듯한 열정, 그리고 정말 말 그대로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한 외모까지... 바로 한국 레슬링 해설계의 대부 김영준 아저씨다.
한때 비인기종목인 레슬링을 오로지 그 열정과 입심만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게만든 숨은 장본인이자, 경기보다도 빠떼루 아저씨 해설을 듣고 싶어서 레슬링을 본다는 광팬까지 등장케 한 탁월한 카리스마, 한 때 해설가로의 인기를 등에 업고 레슬링계를 떠나 광고계로 진출하시려는게 아닌가 우려를 했으나,(기억하시는가?"겔포스~~~ 금메달 줘야함다~ ") 2002 부산아시안게임을 맞이하며 그리운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레슬링이란게 격렬하고, 말 그대로 땀과 살을 부비는 처절한 운동임에도 웬지 이 아자씨가 해설하는 경기를 보면, 실실 웃음을 쪼개면서 볼수밖에 없다. 고생하며 뛰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이건만, 그 개성과 카리스마에는 조금의 변함도 없는 듯하다. 오히려 열정은 전보다 더 심해져서 노골적으로 캐스터가 해야할 멘트를 가로쳐서 옆자리 아나운서 아자씨를 심심하게 만드시는 과욕도 보인다.
그리고 화면을 보니, 저 한구석에 아련한 기억속에 남아있던 또 하나의 레슬링 스타를 발견한다. 그 이름 안,한,봉....
죽은 줄 알았는데, 코치로 활동하고 있으셨구려. 그 순진무구한 동안과 웬지 정교한 단추구멍을 연상시키는 두 눈, 해맑은 미소...와는 정반대로의 터프한 경기력으로 국제무대를 평정했던 왕년의 금메달리스트.... 그 인기를 바탕삼아, '일요일 일요일밤에'도 한번 출연하여 당시 진행자였던 이경규를 그대로 메다 꽂아버렸던 아련한 추억속에 그 이름 안,한,봉....
아, 정말 우리나라에 잊혀진 스포츠스타들이 이렇게 많았더란 말인가? 축구나 야구는 동메달 한번, 세계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원히 국민의 가슴에 남지만, 비인기종목의 영웅들은 선수시절 차별대우받는 것도 모자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그 때만 지나면 세인의 관심속에서 잊혀져버리는 것인지...아쉬울 따름이다.
비록 아는 규칙이라곤 빠떼루 하나밖에 없는 레슬링이지만, 금메달을 기원하며, 그리고 빠떼루 아저씨와 안한봉 아저씨를 추억하며 오늘도 열심히 비인기종목들을 응원한다.... (레슬링, 금메달 따야 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