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프랑카 딜 비에르소 – 오세브레이로
2017.6.12
오늘이 가장 힘든 경사로 감안거리 36키로.
오늘도 여명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출발하고 15분 후,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세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오른쪽 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말이 생각나서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알고보니 왼쪽길은 평평한 아스팔트 도로길이었고
오른쪽은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주변에 보이는건 온통 나무뿐이었고
저 아래 도로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로길을 택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산길은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에 왠지 모를 자부심을 느꼈다.
가파른 언덕을 30분쯤 오르니 떠나온 마을 불빛과 하늘에 떠있는 달이 보인다.
밑을 쳐다보니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은 저 길옆 좁은 길을 걷고 있겠지
오늘도 탁월한 선택.
사람이 선택하지 않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 실감
천사 이야기
언덕에 올라 능선을 따라 걷는데 아직 어스름하고 사람도 하나 없는 산길
이 길이 까미노 맞나? 의구심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옴.
그때 갑자기 나타난 한 마리 개
내 앞을 앞질러 가더니 나를 기다리듯 서있는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는 또 앞장서 바삐 걸어가다
내가 안보이면 기다렸다 가는 것을 반복.
아! 이 개가 나의 길을 안내하는
천사인가 보다 생각하고 엔젤이라 이름 붙임.
안보이면 사라졌겠지 생각하고 걸으면
되돌아와 나를 확인하고는 또 앞서감
갈림길 화살표 2개 있는 곳에서는 한쪽에 앉아 그리로 오도록 안내.
2시간 후 프라델라 마을에서 도착해
아침 먹으러 레스토랑에 가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음식을 먹다가 내 음식 조금 주었으나 먹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체 불러도 대꾸없이 앞장서서
오로지 나만 기다리고 보면서 앞으로 전진.
내가 엔젤! 하며 부르면, 멈춰 기다리고 있자
순례자들은 내가 데리고 온 개로 인정.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걸을 땐 자동차 길로 걸어 사고 날까 조마조마.
동네 지날 땐 동네 개들이 텃세를 하고 달려들지만
나에게 가까이 붙어 무사통과.
이런 식으로 내 앞에 가기를 5시간.
20킬로 넘게 함께 순례함
가장 난코스 대부분을 천사 엔젤과 하며 즐겁게 순례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목이 마른 지 계속 무엇을 찾는데~
이곳은 강이 흐르지만 계곡이 깊어
물소리는 나는데 먹을 순 없는 현실
안타까운 심정으로 걷기 1시간
드디어 물 먹을 수 있는 곳에 다다르자
쏜살같이 내려가 물을 허겁지겁 먹고는 나를 쳐다봐
더 먹으라 손짓하면 또 먹기를 여러 번.
몇 분 동안 허겁지겁 먹고는 뛰어 올라와 또 앞장선다.
어느 마을에선 아예 도랑에 4발을 담고 물에 잠기기도~
오늘 저녁엔 엔젤을 어떻허나?
또 내일은? 하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
모든 것 주님이 알아서 해 주시겠지 하며 걷다보니,
자동차 도로에서 샛길로 빠지는 지점에서 앞서가던 엔젤이
기다리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간다.
몇 번 불렀으나 자기 갈 길을 갔다.
나의 걱정을 주님께서 아시고 해결해 주신 듯
하지만 말없이 헤어지니 아쉽고 그리움이 밀려온다.
그 천사는 내가 그의 천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혹은 산속에서 외롭게 떠돌다 나와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는지...
잘살기를 바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마지막 구간을 걸었다.
정말 신기한 체험.
까미노엔 정말 천사가 많은 듯하다.
목적지인 오세브레이로 마을에 도착해서도 엔젤이 생각난다.
같이 도착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다.
엔젤(천사)답게 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잠자리에서도 엔젤이 어디에서 숙식을 하는지 걱정된다.
다음 날 첫 마을인 리냐레스 마을에 도착하니 아직 6시 13분.
길가에
누워있는 개 발견
혹시 엔젤 아닌가 확인.
가까이 가도 꼼짝 안 함.
왜 단잠을 깨우냐는 듯.
혹시나 하고 ‘엔젤’ 불렀으나 미동도 없다.
엔젤이 아닌 것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오늘도 어디선가 천사의 역할을 하고 있겠지.
첫댓글 스테파노표 엔젤,,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