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 티브이 검색 요원 4
천 사백 팔십 세대의 풍림 아파트 근무 십 여 일만에
슬픈 세상을 유추하다.
그들은 동 대표를 뽑고 그 중 회장과 총무와 감사를 두고 관리소장을 고용하고
관리소장은 두 명의 과장과 경리 두 명과 직원 여덟 명을 두고
씨씨 티브이 검색요원 두 명과 열 명의 경비원과 열 명의 청소원을 고용하여 한나라를 꾸렸다;
잠자리에 누워 눈을 뜬 채로 여섯 시간 전에 설정한 모닝콜을 듣는다.
종합 상황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주저 없이 문을 여는 것을 보니 내가 관계자는 관계자인가 보다
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업무일지에 적힌 지시사항은 잘 처리하지
관리소장이나 회장 앞에서 야무지게 일 잘하는 검색요원의 연출도 얼마든지...
경비 아저씨들에게 사람 좋게 허허거리지
그러나 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더라
나는 열심히 시를 쓰는데 먹을 자격이 없어왔다.
시를 쓰는 것은 일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아파트를 어정거리는 돈 많은 김씨는 먹을 자격을 자랑하는데
위의 말을 수정한다.
도둑이나 노예가 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경비 아저씨와 청소아줌마에 대한 횡포는 몇몇 주민들의 정해진 일과
음식물 쓰레기 통을 안 닦았다고 예순 넘은 청소 아줌마에게 물을 뿌리는 팥쥐 엄마 백구 동 사모님
술만 먹으면 상습적으로 경비실에 와서 상소리를 해대는 주민 너 댓 명
관리소장, 경비아저씨 뒷짐 지고 다닌다고 주민에게 항의 듣고 와서 화풀이
동대표 회장 술 한 잔 걸치시고 경비 아저씨들 달달 볶는다..
생계를 덜미 잡힌 인생은 지천이다.
이 요원 일 잘하고 인사 잘한다며 계속 그렇게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내 친절한 미소가 서늘하게 식다가 싸늘하게 얼어붙자
회장의 얼굴이 지진의 틈처럼 갈라진다. 다시 웃는다.
나도 생계를 덜미 잡혔나 보다.
첫댓글 낮에 경비 아저씨가 그러시더군요. 개똥 치우는 경비원이 되었다고. 입주민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서로 고마운 관계가 될 텐데.
뭣 같은 인간 많더라구요 약자를 전문적으로 찾아 괴롭히는게 취미인가 싶은 환자들 . 신음하는 약자들. 병든 사회의 단면이지요 한나라라니까요.
항의하고 볶아대는 팥쥐엄마, 저는 이런 사람 안 될래요^^
되고 싶어도 못되지요. 그것도 타고나나 봐요..어쩜 그럴 수 있는지 왜 그러는지 저한테 이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뭘 대리 만족하고 뭘 보상 받겟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