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장의 요점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대폭인상과 함께, 상업용 및 가정용 전기요금도 함께 인상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녹색당도 정책 대안의 초점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만 맞추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제 주장의 전제도 탈핵(탈원전)이기에, 지난번 2차에너지 기본계획에 대한 민관권고안의 안이한 현실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경제성장률 예측치(매년 0.8%)를 훨씬 앞지르는 전기에너지 수요예측(매년 2.5%)을 토대로 원전건설계획을 전혀 포기하지 않는 것도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녹색당의 논평이나 하승수 위원장이나 이유진 위원장이 예리하게 비판했기에 제가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제 주장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는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계절이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며, 특히 이땅이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입니다.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추적한 연구에 의하면, 지구의 기후변화의 추세보다 2배 가까이 크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한국민이 에너지를 풍족하게 쓰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좁은 땅에 에너지를 펑펑 써대는 산업시설들, 도심거리를 꽉 메운 자동차들, 밤과 낮을 구별하기 힘든 상업용 전기시설들,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냉난방시설 등 기후변화를 재촉하는 주변의 증거들은 많습니다. 이렇게 에너지를 낭비하면 할수록 에너지는 더 많은 에너지를 부릅니다. 마치 에어컨을 틀면 틀수록 실외기를 통해 더운 바람이 양산되어 더 많은 냉방을 해야만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우리 에너지문제의 핵심은, 에너지 수요증가의 추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 가파른 추세를 꺾지 못한다면 이 땅은 더한 찜통더위와 맹추위에 시달려야 하고, 원자력의 공포와 폐해를 미래세대까지 쭉~~ 안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너무 편하게 살려하고, 자연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화석연료 남용과 원자력에너지 의존의 잘못된 추세에 편승한다는 것입니다.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미치는 문제를 지적하지만, 가정용이나 상업용은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넘어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용 전기요금의 가격은 OECD 평균과 비슷하다거나, 선진국의 평균 전기소비량의 절반밖에 안된다는 논리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자료가 2013년 현재의 자료인지가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2010년 이전의 자료라면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에너지 소비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입니다. 그리고 독일, 이태리, 일본 등의 선진국 가정이나 상가에 비해 전기를 더많이 쓰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케이블 TV 방송에 넘쳐나는 많은 가전제품이나 밤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상가와 광고판을 보면, 산업체만이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점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지나치게 싸게 유지시켰지만, 시민들도 (상업용이든 가정용이든) 에너지 과다사용의 중병에 걸려있습니다. 가정용 및 상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등을 통해 시민일반도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송전탑 건설 강행으로 인해 산골지역의 어르신들이 값싼 전기를 위해 희생당하는 것의 책임이 꼭 산업체에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기존의 6단계로 되어 있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서도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는 면에서 괜찮은 요금체계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동안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해오는 바람에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지난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전기요금을 정상화시켜야 에너지 공기업등이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나 발전요금차액보전제도 등에 투자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한전을 비롯한 정부당국의 일방적이고 때로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면 울화가 치미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전부품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앞으로도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동안 부품비리를 통해 부정한 돈을 해먹은 자들을 생각하면, 그자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변상시키고 감옥에 처넣어야 마땅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엄중한 민사, 형사상 문책과 별도로 산업용 전기요금의 대폭인상이 이뤄져야 하고, 동시에 일반시민들도 누군가는 희생을 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에 대해서 적정한 부담을 해야합니다. 그래야 녹색당이 주장하는 여러 정책(지역분산형 에너지정책, 에너지서비스 공급사업 등)도 시도해볼 여력이 커질 것으로 봅니다.
양식있는 일반시민이 에너지 낭비의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나서야 하며, 녹색당도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녹색당을 아끼는 한 당원이 드립니다.
첫댓글 좋습니다, 만산님의 지적이 어쩌면, 지난 6월초 송전탑관련 6월국회중재결렬의 핵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고 느낄수 있어야, 내 고통도 남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공론화 장이 마련되어, 온 국민이 에네지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이르고, 불안이 눈녹듯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물론이지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에너지문제 해결에서도 필요합니다.
저도 사실 이런 논의가 정부와 공영방송 등이 주관하는 공론의 자리에서 함께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공론의 자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 대형 송전탑의 문제 등이 거론되면, 가정용 전기요금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을테니까요. 그러지 못하는게 유감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