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4.10 총선 일이다.
언론사 취재기자는 매일 평가받는 대표적인 직업이다. 지면과 방송으로 나가는 글을 통해 성적표가 매일 공개된다. 대부분 직장인도 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연봉과 승진 여부가 정해진다.
그런데 막강한 입법의 권력을 쥔 국회의원들은 과연 무엇으로 평가받는가? 대표적 평가지표 중 하나가 법안을 입안한 숫자와 본회 및 상임위 출석율이다.
○ 지난 20년 간 입법 건수
우리 국회는 16대 2507건 20대 2만 4141건으로 10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요 국가를 보면 미국은 9091건에서 1만5242건, 영국은 167건에서 191건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프랑스와 일본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법안의 입안은 늘었지만 법안의 본회의 통과율은 16대 38%, 20대 13%로 추락했다. 이는 함량 미달의 법안들이 많이 제출되고 있다는 간접적 증거다. 문제는 사회 혁신과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하는 입법이 늘고 있는 것이다.
○ '표'를 구걸한 공약 입법
아울러 선거철이면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묻지 마 공약'도 기승을 부린다. 대표적 사례 '타다금지법' 2020년 3월 당시 의원들은 재석 의원 찬성 168명, 반대 8명 등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인 '택시 표'를 의식한 것이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 판결을 받은 타다를 운영한 이재웅 대표는 "혁신을 두려워한 기득권 편에 선 정치인들이 법을 바꿔 혁신을 주저앉혔다"고 했다.
○ 입법 평가 부재 탓이다.
이는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평가 절차도 표준화 되어 있지 않아서 객관적 데이터를 기초로 평가하지 않고 소속 정당의 당론에 의하거나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결정이 대부분 이기 때문이다.
○ 평가 결과가 공천 이어야
평가 결과가 신상필벌로 연결되지 못한 것도 큰 문제다. 의원에게 가장 큰 보상은 선거에서의 공천이다. 의원들에 대한 평가 결과가 공천으로 연결되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의원들의 입법을 통한 지역사회 기여도가 경선 과정에 반영되나 한국에서는 현역 의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고 전략공천이라는 명목으로 당대표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 특정 후보를 꽂아 넣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원들의 법안 발의 내용, 의회 내 발언 등을 온라인으로 검색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 22대 국회에서는...
1. 평가 기준을 양에서 질로
법안 발의 건수를 버리고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한 정도로 평가해야 한다. 입법조사처의 법안 평가 기능을 강화해 해당 법안이 국가 경쟁력을 얼마나 높였는지도 따져야 한다.
2. 평가 과정에 국민들 참여
국민이 직접 의정 활동의 성과를 평가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만족도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피드백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3. 평가 결과의 투명한 공개
의원들이 책임감을 갖도록 하면 선거 때 유권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4.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있어야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법안은 무조건 좋고, 상대 정당의 법안은 무조건 나쁘다는 확증편향성이 없어야 한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법안은 진영을 떠나 힘을 실어주는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있어야 한다.
○ 그래서다.
오늘은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국가 전체를 보면서 일을 해낼 일꾼을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국회가 출범하면 의원 평가 체계를 갖추고 평가 결과를 공천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평가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국회는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고 대한민국 정치는 영원히 3류, 4류 국가에 머물 것이다. 그출발은 내 소중한 한표다. 오늘 하루뿐이다. 투표를 안했으면 반드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