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981]북산이문(北山移文) -공치규(孔稚奎)
북산이문(北山移文) - 북산의 신이 보내는 이문(移文)
공치규(孔稚奎)
작가 소개 / 공치규(孔稚奎) 447년 ~ 501년
남북조(南北朝) 시대 제(齊)의 문인으로 자가 덕장(德璋)이다.
태자첨사(太子詹事), 산기상시(散騎常侍), 도관상서(都官尙書) 등을 역임하였다.
사람 됨됨이가 고상하여 시문(詩文)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면서 세속의 일을 멀리 하였다. ≪남제서(南齊書)≫ 본전(本傳)에, “뜰 안에 풀을 매지 않아 그 안에서 개구리가
울었다.(門庭之內, 草萊不翦, 中有蛙鳴.)”라고 할 정도로 구애됨이 없는 성격이었다.
작품 설명
북산(北山)은 남경(南京)의 북쪽에 있는 종산(鍾山)이다.
주옹(周顒)이라는 사람이 이 산에서 은거하다가 해염현(海鹽縣)의 현령(縣令)으로
나갔는데 뒤에 임기가 끝나 다시 북산(北山)으로 오려 하자,
공치규는 산신령의 뜻에 가탁한 이문(移文)을 지어 그가 오는 것을 거절하였다.
즉 가짜 은사(隱士)를 배척하는 내용으로, 병려문(騈儷文) 가운데 대표적인 글이다.
北山移文(북산이문)
북산(北山)의 신(神)이 보내는 이문(移文)
鍾山之英과 草堂之靈이 馳煙驛路하여 勒移山庭이라.
夫以耿介拔俗之標와 蕭洒出塵之想으로 度白雪以方潔하고
干靑雲而直上을 吾方知之矣하며, 若其亭亭物表하고
皎皎霞外하여 芥千金而不眄하고 屣萬乘其如脫하여
聞鳳吹於洛浦하고 値薪歌於延瀨가 固亦有焉이라.
종산지영과 초당지령이 치연역로하여 늑이산정이라.
부이경개발속지표와 소쇄출진지상으로 도백설이방결하고
간청운이직상을 오방지지의하며, 약기정정물표하고
교교하외하여 개천금이불면하고 사만승기여탈하여
문봉취어락포하고 치신가어연뢰가 고역유언이라.
종산(鍾山)의 영령(英靈)과 초당(草堂)의 신령(神靈)이
역로(驛路)에 안개를 보내 산정(山庭)에 이문(移文)을 새기도록 하였다.
굳세어 비범한 모습과 깨끗하여 속세를 벗어난 생각으로,
흰 눈에 견주어 깨끗함을 겨루고 청운(靑雲)을 뚫고
곧게 오르는 것을 나는 그것만을 알고 있었으며,
마치 세속의 밖에 우뚝 솟고 노을의 밖에서 빛나듯 하여,
천금(千金)을 티끌같이 여겨 돌아보지 않고 천자의 자리도
짚신처럼 여겨 벗어버리듯 하여, 낙수(洛水) 가에서
봉황의 울음소리를 듣고 연뢰(延瀨)에서 나무꾼의 노래 소리를
들은 것들이, 본래 있었던 일들이다.
豈期始終參差하고 蒼黃反覆하여
淚翟子之悲하고 慟朱公之哭이리오.
乍廻迹以心染하고 或先貞而後黷하니 何其謬哉오.
嗚呼라. 尙生不存하고 仲氏旣往하니
山阿寂寥하여 千載誰賞고.
기기시종참치하고 창황반복하여
누적자지비하고 통주공지곡이리오.
사회적이심염하고 혹선정이후독하니 하기류재오.
오호라. 상생부존하고 중씨기왕하니
산아적요하여 천재수상고.
어찌 처음과 끝이 어긋나고 푸른색과 노란색이 뒤바뀌어,
묵적(墨翟)의 슬픔에 눈물 흘리고 양주(陽朱)의 통곡에
가슴아파할 줄을 생각하였겠는가.
잠깐 사이에 자취를 바꾸어 마음이 오염되었으며,
혹 먼저는 곧았다가 뒤에는 더러워졌으니,
어쩌면 그리도 잘못되었는가.
아아! 상자평(尙子平)은 살아있지 않고 중장통(仲長統)은 가버렸으니,
산언덕이 적막해져 천년을 두고 누가 감상할 것인가.
世有周子하니 雋俗之士로, 旣文旣博하고 亦玄亦史라.
然而學遁東魯하고 習隱南郭하여 竊吹草堂하고 濫巾北岳하여
誘我松桂하고 欺我雲壑이라. 雖假容於江皐나 乃纓情於好爵이라.
其始至也에 將欲排巢父하고 拉許由하여 傲百世하고
蔑王侯하여 風情張日하고 霜氣橫秋하여 或歎幽人長往하고
或怨王孫不游라. 談空空於釋部하고 覈玄玄於道流하니
務光이 何足比며 涓子가 不能儔러라.
세유주자하니 준속지사로, 기문기박하고 역현역사라.
연이학둔동로하고 습은남곽하여 절취초당하고 남건북악하여
유아송계하고 기아운학이라. 수가용어강고나 내영정어호작이라.
기시지야에 장욕배소부하고 납허유하여 오백세하고
멸왕후하여 풍정장일하고 상기횡추하여 혹탄유인장왕하고
혹원왕손불유라. 담공공어석부하고 핵현현어도류하니
무광이 하족비며 연자가 불능주러라.
세상에 주옹(周顒)이라는 이가 있으니 속세에서 뛰어난 선비로,
우아하고도 박학하였으며 또한 심오하고도 세련되었다.
그런데도 동노(東魯)에서 은둔을 배우고 남곽자기(南郭子綦)에게서
은일을 익혀, 초당(草堂)에서 남몰래 피리를 불었고 북악(北岳)에서
함부로 두건을 쓰고서 나의 소나무와 계수나무를 유혹하고
나의 구름과 골짜기를 속였다. 비록 강 언덕에서
은자의 모습을 빌렸으나 좋은 벼슬에 마음이 얽혀 있었다.
그가 처음 왔을 때에는 장차 소부(巢父)를 밀쳐내고 허유(許由)를 끌어내려 백대(百代)에 오만하고 왕후(王侯)를 멸시하고자 하여, 풍류로운 정취는 해에까지 뻗치고 서리 같은 기상은 가을을 가로질러 혹은 은자들이 영원히 가버린 것을 탄식하고 혹은 왕손(王孫)이 놀러오지 않는 것을 원망하기도 하였다. 불경(佛經)에 있는 ‘비고 빈 이치’를 담론하기도 하고 도가서(道家書)에 있는 ‘오묘하고 오묘한 도’를 추구하였으니, 무광(務光)이 어찌 견줄 만하겠으며, 연자(涓子)도 짝이 될 수 없었다.
及其鳴騶入谷하고 鶴書赴隴에 形馳魄散하고 志變神動하여
爾乃眉軒席次하고 袂聳筵上하여 焚芰製而裂荷衣하고
抗塵容而走俗狀하니 風雲悽其帶憤하고 石泉咽而下愴이라.
望林巒而有失하고 顧草木而如喪이라.
급기명추입곡하고 학서부롱에 형치백산하고 지변신동하여
이내미헌석차하고 몌용연상하여 분기제이렬하의하고
항진용이주속장하니 풍운처기대분하고 석천인이하창이라.
망림만이유실하고 고초목이여상이라.
외치는 기졸(騎卒)이 골짜기에 들어서고 조서(詔書)가 산언덕에 이르자, 몸은 치달리고 넋은 흩어지며 뜻은 바뀌고 정신은 동요되어, 이때에 있던 자리에서 눈썹이 솟아오르고 대자리 위에서 소매가 펄럭이며, 마름으로 만든 옷을 불태우고 연잎으로 만든 옷을 찢고서 더러운 얼굴을 치켜들고 속된 모습으로 달려가니, 바람과 구름은 슬퍼하며 분노를 띠고 바위 사이의 샘물은 울면서 슬프게 흘러내린다. 숲과 봉우리를 바라보니 실망한 모습이 있고, 풀과 나무를 돌아보니 상심한 듯하다.
至其紐金章하고 綰黑綬하여 跨屬城之雄하고 冠百里之首하여 張英風於海甸하고 馳妙譽於浙右하니 道帙長擯하고 法筵久埋라. 敲扑諠囂가 犯其慮하고 牒訴倥傯이 裝其懷하니 琴歌旣斷하고 酒賦無續하여 常綢繆於結課하고 每紛綸於折獄이라. 籠張趙於往圖하고 架卓魯於前籙하여 希蹤三輔豪하고 馳聲九州牧하니 使其高霞孤映하고 明月獨擧하여 靑松落陰하고 白雲誰侶오. 磵戶摧絶하니 無與歸하고 石逕荒凉하니 徒延竚로다. 至於還飇入幕하고 寫霧出楹하니 蕙帳空兮夜鶴怨이요 山人去兮曉猿驚이라. 昔聞投簪逸海岸이러니 今見解蘭縛塵纓이로다.
지기뉴금장하고 관흑수하여 과속성지웅하고 관백리지수하여 장영풍어해전하고 치묘예어절우하니 도질장빈하고 법연구매라. 고복훤효가 범기려하고 첩소공총이 장기회하니 금가기단하고 주부무속하여 상주무어결과하고 매분륜어절옥이라. 농장조어왕도하고 가탁로어전록하여 희종삼보호하고 치성구주목하니 사기고하고영하고 명월독거하여 청송락음하고 백운수려오. 간호최절하니 무여귀하고 석경황량하니 도연저로다. 지어환표입막하고 사무출영하니 혜장공혜야학원이요 산인거혜효원경이라. 석문투잠일해안이러니 금견해란박진영이로다.
그가 금 인장을 매고 검은 인끈을 차고서 속성(屬城) 가운데 큰 고을을 차지하고 백리 땅의 우두머리에 올라, 바닷가에서 훌륭한 풍채를 펼치고 절강(浙江)의 동쪽에서 아름다운 명성을 날리게 되니, 도가(道家)의 책들은 내내 물리쳐지고 설법하던 자리는 오랫동안 묻혔다. 죄인을 매질하는 시끄러움이 그의 생각을 침범하고, 문서와 송사의 번잡함이 그의 마음을 얽어매니, 거문고와 노랫소리는 이미 끊어졌고 술 마시고 시 짓는 것도 계속되지 못하여, 항상 고과(考課)에 얽매이고 매양 옥사(獄事) 처리에 어수선하였다.
옛 도서(圖書)에서 장창(張敞)과 조광한(趙廣漢)을 가두고 옛 기록에서 탁무(卓茂)와 노공(魯恭)을 넘어서서, 삼보(三輔) 장관의 뒤를 따르고자 하여 지방관들 사이에 명성을 날리니, 높은 노을을 외로이 물들게 하고 밝은 달을 홀로 떠오르게 하여, 푸른 솔은 그늘을 드리우게 되고 흰 구름은 누구를 벗하겠는가. 산골의 방문은 부서졌으니 함께 돌아오는 이가 없고, 돌길은 황량해졌으니 그저 목을 빼고 기다린다.
심지어 회오리바람은 움막으로 들어오고 쏟아지는 안개는 기둥에서 나오니, 향초로 엮은 휘장은 텅 비어 밤의 학이 원망하고, 산인(山人)이 떠나 새벽 원숭이가 놀란다. 옛날에 듣기를, 벼슬을 버리고 바닷가에 은거한다고 하였는데, 지금 보니 난초옷을 벗고 속세의 갓끈을 매었구나.
於是에 南嶽獻嘲하고 北隴騰笑하며 列壑爭譏하고 攢峯竦誚하여 慨遊子之我欺하고 悲無人以赴弔라. 故로 其林慙無盡하고 澗愧不歇하여 秋桂遣風하고 春蘿擺月하니 騁西山之逸議하고 馳東皐之素謁이라.
어시에 남악헌조하고 북롱등소하며 열학쟁기하고 찬봉송초하여 개유자지아기하고 비무인이부조라. 고로 기림참무진하고 간괴불헐하여 추계견풍하고 춘라파월하니 빙서산지일의하고 치동고지소알이라.
이에 남쪽 산이 조롱을 보내고 북쪽 언덕이 웃음소리를 높이며 이어진 골짜기들이 다투어 놀리고 모여 있는 봉우리들이 소리 높여 꾸짖으며, 떠난 자가 나를 속인 것을 개탄하고 달려와 위로해 줄 사람이 없음을 서글퍼한다. 그러므로 숲의 부끄러움은 다함이 없고 시내의 수치는 그치지 않아, 가을의 계수나무는 바람을 불어 보내고 봄철의 담쟁이는 달을 밀쳐내니, 서산(西山)의 은일에 대한 논의를 보내고 동고(東皐)의 소박한 사귐을 전한다.
今乃促裝下邑하고 浪栧上京하니 雖情投於魏闕이나 或假步於山扃이라. 豈可使芳杜厚顔하고 薜荔無恥하며 碧嶺再辱하고 丹崖重滓하여 塵遊躅於蕙路하고 汚淥池以洗耳리오. 宜扃岫幌하고 掩雲關하며 斂輕霧하고 藏鳴湍하여 截來轅於谷口하고 杜妄轡於郊端이라.
금내촉장하읍하고 낭예상경하니 수정투어위궐이나 혹가보어산경이라. 기가사방두후안하고 벽려무치하며 벽령재욕하고 단애중재하여 진유탁어혜로하고 오록지이세이리오. 의경수황하고 엄운관하며 염경무하고 장명단하여 절래원어곡구하고 두망비어교단이라.
지금 아래 고을에서 여장을 재촉하고 상경(上京)으로 노를 저어 오니, 비록 마음은 높은 대궐에 던져져 있으면서 혹 북산의 입구에 가식적으로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 어찌 향기로운 두약(杜若)으로 하여금 얼굴을 두껍게 하고 벽려(薜荔)로 하여금 수치심이 없게 하며, 푸른 산마루를 다시 욕되게 하고 붉은 벼랑을 다시 더럽히게 만들어, 난초 길을 속세의 발자취로 더럽히고 귀를 씻는 것으로 맑은 연못을 오염시키게 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산의 장막을 닫고 구름 관문을 막으며 가벼운 안개를 거두어들이고 흐르는 여울을 감추어, 골짜기 입구에서 오는 수레를 끊어버리고 교외의 끝에서 망령된 고삐를 막아야 한다.
於是에 叢條瞋膽하고 疊穎怒魄하여 或飛柯以折輪하고
乍低枝而掃迹하여 請廻俗士駕하고 爲君謝逋客하더라.
어시에 총조진담하고 첩영노백하여 혹비가이절륜하고
사저지이소적하여 청회속사가하고 위군사포객하더라.
이에 떨기진 나무 가지들은 눈을 부릅뜨고 속으로부터 성내고
첩첩이 솟은 나무들은 혼백까지 화를 내어,
혹은 큰 가지를 날려 수레바퀴를 부러뜨리고
바로 작은 가지를 늘어뜨려 더러운 자취를 쓸어내면서,
속된 선비의 수레를 돌릴 것을 요청하고 산신을 위하여
도망했던 객을 사절하더라.
[출처] 北山移文(북산이문) : 북산(北山)의 신(神)이 보내는 이문(移文)|작성자 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