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는 수줍은 새색시처럼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식당에서도 손맛과 장맛, 정성이 어우러진 음식을 음식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전북의 맛'은 전북의 역사이고 문화다. 전북의 맛을 아는 것은 단지 음식을 아는 것이아니라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아는 것.
고창을 흔히 ‘높드나리’라고 한다. 고창(高敞)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한자로 풀이한 것인데, 그만큼이나 기질이 드세고 독특하다. 큰 산이 없고 바다가 가까우니 물이 산발사하(散髮四河)로 흐른다. 깊은 물이 없어서 여느 지역과 달리 시원한 민물매운탕과 같은 음식은 찾기 어렵다.
이곳에 가장 큰 물길이 선운사 앞으로 빠지는 인천강이다. 인천강은 바다와 맞닿은 반해반하(半海半河)의 성격을 지니는데 이를 풍천이라 부른다. 그러니까 풍천장어란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갯벌의 장어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어가 가장 많이 잡힌 곳이 바로 선운사 앞이다.
풍천장어는 찾기 어렵지만, 지금 선운사 앞에 장어집이 많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중에서도 원조로 통하는 <연기식당>과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신덕식당>은 맛집으로 통한다. <연기식당>은 강변에 붙어 있어서 강과 멀리 바다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장어뼈를 푹 고아낸 국물과 여러 가지 양념이 어우러진 장어구이가 일품이다. 맞은 편에 있는 <신덕식당> 역시 집에서 담근 고추장에 16가지 이상의 양념을 사용해 맛을 낸다.
장어에 빠질 수 없는 술이 있다. 너무 유명한 복분자주이다. 원래 선운사 주변에서 채취한 복분자로 술을 담가 가용으로 쓰거나, 특별한 손님에게만 내놓았던 술이 이제는 대중화되어 귀하게 여기지 않지만, 그래도 장어와 마시면 궁합이 잘 맞아 사랑을 받는다.
선운사에서 심원으로 들어가면 넓은 갯벌의 곰소문과 만난다. 이 바다에서 잡은 굴과 바지락으로 맛깔스런 밥상을 차려내는 <수궁회관>은 숨겨진 맛집이다. 맛깔스런 반찬과 함께 겨울부터 봄까지는 말린 망둥어를 서비스로 준다. 또 동호항에 있는 <호수가든>은 바지락죽과 백합탕과 구이, 무침 등 백합요리가 일품이다. 삼양사가 있어 한때 번성했던 동호항의 음식점 중 유일하게 남은 집인데 다른 지방음식이 물들지 않은 그대로의 맛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고창은 갯벌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음식문화를 지니고 있다. 나문재 나물과 우무, 파래무침 등도 갯벌과 갯바위를 지닌 이 고장의 특징을 지닌 음식일 것이다.
선운산복분자주흥진 장현숙 대표(63세)가 권하는 음식은 역시 장어였다.
30년 넘게 전통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장어구이전문점 <유신식당>
“워낙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그만큼 신뢰가 있지요. 소금구이는 담백하고, 양념구이는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비롯해서 양념이 수도 없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다른 곳보다 장어가 더 쫄깃한 것 같아요.
초벌구이해서 나오는데, 찬으로 나오는 깻잎김치에 싸먹으면 아주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어 좋은 거 뉘 모를까. 선운사 풍천장어에 복분자술을 마셔보는 것은 애주가들의 큰 바람.
고창 산(産) 복분자술이어야 제대로 된 풍미다.
흥덕면이 고향인 이현주씨(전주대 한국어문학부 4년·23세)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오복식당>을
꺼내든다. 대개 식당들이 집안 사람들과 알음알음 한 집들이라 어디를 빼고 넣고 하기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갈비탕도 맛있고, 냉면도 진짜 맛있어요. 옛날 집을 고쳐서 식당을 하는데,
어떤 때는 길게 줄도 서야 하고, 마당에 서서 먹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갈비탕은 옹기에 나오고, 육수는 주전자에 나와요. 가격도 착해요.”
정읍에서 고창으로 들어서기 전, 출출한 속 달래기에 최고다.
전북일보 임용묵 고창주재기자(39세)는 “고창이 고창읍성과 선운사, 고인돌군락, 학원농장 등으로만
대표되는 곳이 아닌 것처럼, 고창 음식은 장어구이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고창의 장어구이는 어느 식당을 소개해도 손색이 없습니다만 <오산식당>의 굴비백반과
<학원농장보리밥식당>의 보리밥, <용궁횟집>의 쭈꾸미요리, <미각장>의 곱창전골,
<제일회관>의 오리약찜, <인천강가든>의 민물매운탕, <한우물회관>의 바지락비빔밥 등도
고창을 대표하는 음식들입니다.”
특히 이미 명물로 자리잡은 <오산식당>이나 <학원농장보리밥식당>등은 고창에서 나는
다양한 제철나물을 즐길 수 있다.
<수궁회관> 굴과 바지락, 063-564-5035, 삼원면사무소 앞
<신덕식당> 장어요리, 063-562-1533, 선운사 관광단지 초입
<몽치네집> 해장국, 063-562-5055, 선운사 관광단지 초입
<연기식당> 장어요리, 063-561-3815, 선운사 관광단지 초입
<오복식당> 갈비탕.냉면, 063-564-8229, 성내면사무소 부근
<용궁횟집> 쭈꾸미 요리, 063-563-0031, 구시포해수욕장 부근
<유신식당> 장어요리, 063-561-2932, 선운사 관광단지 초입
<제일회관> 오리요리, 063-563-1176, 고창읍내에서 영광쪽으로 7km
<학원농장보리밥식당> 보리밥, 063-564-9897, 학원농장 부근
<호수가든> 백합요리, 063-563-5694, 해리면 동호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