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도전 못지 않게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EBS 역사채널e인데요,
최근에 요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직공원 이야기에 울컥하기도 했고..
서울 살면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은 자주 지나쳤지만 종묘랑 사직단을 가본적이 없어서
제가 반강제로(?) 한국사능력시험 보라고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23회 볼 예정)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을지로의 유명한 평양냉면 집에서 냉면 한그릇씩 뚝딱하고 광장시장 들러서 막걸리 냄새 맡으며 쇼핑도 하고
종묘로 향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많이 들었던 대사 '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소서. '에서의 그 종묘를 이제서야..
나이 제한에 걸려서(?) 입장료 1000원을 지불하고 입장!~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5E13B534801442D)
사진 출처 : 문화재청
지도를 보니 가장 입구에서 먼 영녕전부터 훑고 오는게 좋을 것 같아 영녕전으로 향했습니다.
가면서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보니 소나무, 향나무는 알겠고 다른 나무들도 팻말이 거의 다 있어서 어떤 나무인지
몰라도 팻말보면 알겠는데 유독 한 나무만 팻말이 안 보이더군요. 근데 그 나무가 굉징히 많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소나무랑 비스므리 한데 보통 나무처럼 위로 길게 뻗어 있질 않고 옆으로 퍼져 있더군요.
뭘까?? 무슨 나무길래 많이 심어져 있는데 팻말이 없는겨?! 궁금해서 친구한테 한 번 물어봤습니다.
" 이 나무 이름 아냐?"
" 이름은 모르겠는데 우리 집에 몇 그루 있어.."
" 뭐? 이 나무가 니네 집에 있다고? "
" 어.. 아버지께서 몇 그루 마당에 심어 놓으셨어. "
" 아니, 종묘에 심어져 있을 정도면 범상치 않은 나무 같은데 니네 집에 있다고? 좀 어이 없네.."
" 나도 왜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암튼 저 나무랑 똑같애. "
궁금해서 내 저 나무의 이름을 알고 가리라 마음 먹고 영녕전을 둘러 봤습니다.
쭉 보다가 바닥에 박혀 있는 쇠고리를 봤습니다.
" 야 쇠고리 왜 있는걸까? "
" 글쎄.. 아마도 천막 칠 때 사용했던거 같은데..
텐트 칠 때 말뚝 박고 치는 것처럼 저 쇠고리가 말뚝 역할 하는거 같은데.."
" 확실햐? "
" 아마도.. "
흠.. 이것도 궁금한데.. 확실히 알아봐야지.. 저 놈이 말한건 아닐꺼야.. 생각하고 정전으로 갔습니다.
거기도 쇠고리가 있더군요.. 궁금궁금.. 일단 나무 이름부터 알아보자 생각하고 주변에 계신 관리인 분께 여쭤봤습니다.
" 저기요, 저기 있는 나무가 여기 많던데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여기 나무들은 팻말이 다 있는데 팻말 못 봤나? "
" (네.. 못 봐서 여쭤보고 있잖아요.) 네. 못봤습니다.. "
" 글쎄.. 이름은 나도 잘 모르겠어.."
" 아 네.. 알겠습니다.. "
내려오면서 전사청, 재궁('드므'라는 쇠솥을 봤는데 제 친구 별명이 '이느므드브'.. 피식)을 보고
마지막 향대청으로 갔습니다. 그곳은 제사때 사용하는 여러 예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인데
건축물 안에 들어가려는 순간, 관리자 한분이
" (버럭) 우산은 놓고 들어가세요! "
" 아 네;;; "
안에 들어가니 보물 같은 것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제 친구 이느므드브는 그중에서도 축문의 글씨를 보고 감탄을 연발하더군요..
저는 관리자분께 버럭 한소리 들은 관계로 설렁설렁 봤습니다. 조심조심..
다시 한 번 그 의문의 나무 이름을 알고 싶어 아까 그 버럭 관리자분께 여쭤봤습니다.
왠지 아실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 선생님, 저기 뭐 좀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저기 저 나무가 여기 많이 심어져 있던데 나무 이름이 먼가요?
" 저 나무의 이름은.. (두둥) 주목이라는 나무입니다. "
" 주목요, 아.. 그렇군요. 혹시 소나무과 인가요? "
" 글쎄요, 소나무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쪽에 가보면 팻말이 있어요. 거기 한 번 봐 보세요. 나와 있을거예요."
" 아 네.. 감사합니다. "
저쪽에(?) 있는 팻말 찾아 삼만리..
" 얌마.. 나무 이름 주목이랴. "
" 아.. 맞다;;; 주목.. 들어봤다. "
" 흥.. 이제와서 뭘 들어봤댜.. 됐고 저거 소나무랑 비슷하다고 했지? 그럼 소나무과여 아녀? "
"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힘주어) 맞어. 소나무과여.. 확실햐! "
" 확실햐? 아니기만햐?! 일단 팻말 찾아! "
그렇게 다시 팻말 찾아 영녕전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없더라구요 팻말.. 그렇게 몇십분을 돌아댕기다,
지나가는 또 다른 관리자분께 또 여쭤봤습니다.
" 저기요, 저기 보이는 나무 이름이 주목이라던데요, 어딘가에 팻말이 있다던데 어디에 있나요? "
" 아.. 팻말요.. 글쎄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있다면 어숙실 근처에 있을거예요.. 그쪽으로 가보면
주목이 있는데 저렇게 넓게 퍼져 있는게 아니라 보통 나무처럼 위로 쭉 뻗은 나무 한그루 있을거예요.
그 앞에 아마 팻말 있을겁니다.. "
"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
근데 또 어숙실은 어디여?!
" 야 어숙실이 어디더라? "
" 아.. 아까 그 드므 있던데 있잖아.. 거기 같은데.. "
" 오~ 이느므드므~ 드므를 기억하는구만.. "
(어숙실은 재궁 안에 있는 건물 중 하나)
이제 좀 지치더군요.. 결국 재궁 근처에서 좀 헤매다가 우뚝 솟아 있는 주목을 발견하고 팻말을 확인했죠.
거기에는 주목 주목과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얌마! 소나무과 아니구만! 주목과구만.."
" 뭐 아니면 말고.. 비 온다.. 이제 그만 가자.. 막걸리나 한잔 하러 갈까? "
" 그랴 콜.. "
이렇게 살짝 좀 허망한(?) 마무리를 짓고 싱그런 봄비를 맞으며 답사를 마쳤습니다.
처음에는 사직단까지 가 볼 생각이었으나 주목 팻말 찾느라 방전된 상태라 사직단 답사는 다음 기회로..
사직단을 가보지 못한게 조금 아쉬웠지만 스스로 조선 시대를 공부했다란 인증 같은것을 하고 온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나무를 심지 못한 식목일이었지만 저는 이렇게 올해 식목일 오후를 보냈습니다.
p.s. 확인해보니 쇠고리의 용도는 이느므드브의 말이 맞았습니다;;; 이느므드므도 종묘 처음 방문인데.. 뭐지 이놈?!
더불어, 왕의 이름에 관한 역사채널e 영상인데요,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