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걷고있는데 거리에선 공연이 한창임
셀린느 "다큐멘터리로 본 적 있어. 저건 탄생춤이야"
제시 "탄생춤?"
공연이 끝남.
제시 "돈 줘야 해?"
셀린느 "응"
"뭐든지 공짜가 없군"
"어쨌든.. 저게 탄생춤이라고? 짝짓기 할 때 추는 춤이랑 비슷한데"
셀린느 "아냐(웃음). 아기가 태어날 때 추는데 아직도 전통이 남아있대"
"산모가 출산하러 들어가면 부족 여자들이 그 여자를 둘러싼 채 춤을 춰
그리고 함께 춤을 추도록 유도하지. 출산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말야"
"그러다 아기가 태어나면 다같이 축하하는 춤을 춰"
제시 "우리 엄마는 그런 거 못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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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 "춤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 모두가 참여할 수 있잖아"
제시 "맞아. 어떤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춤추는 걸 보면서 이랬대..."
""아름답구나! 몸을 흔들어 성기를 털어내고 천사가 되려 하는군!"
셀린느 "맘에 든다"
제시 "하나 물어볼께"
"여자들이 춤출때 남자는 어딨지? 식량을 구하나? 남자는 왜 빼놔? 남잔 필요없어?"
셀린느 "먹히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아(웃음). 거미같은 곤충이 그러잖아.
살려줬는데 왠 불평이야?"
제시 "얘가 농담 한번 심하게 하네. 어쨌든 능력은 인정해주지"
"대화 주제가 풍부한 거 말야"
"뭐?(웃음)"
"아냐, 잠깐만..농담 말고 난 항상 독립적인 여자가 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
"내 인생을 남자한테 맡기고 싶진 않아.
하지만...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건 내게 중요한 문제야"
"그런 걸 경멸해 왔지만 모든 행동은 결국 더 사랑받기 위한 것 아닐까?"
제시 "모르겠어.. 난 가끔 꿈을 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꿈 말야"
"가끔은 가능한 것 처럼 느껴져"
"반면 어떤 때는···
어리석게 느껴지지. 그게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감정이 두렵거나 사랑할 능력이 없는 건 아냐. 나도 할 순 있어"
"다만 솔직한 심정으로 고백하자면···
관계유지에 정력을 낭비하느니 뭔가 다른데 몰두하다 죽는게 더 나을 것 같아"
"내가 남들보다 월등히 잘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싶은 거지"
"........"
"어떤 할아버지 밑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분 말이···"
"자신은 평생 일에만 매달려 살았대.
그런데 52세가 되고 보니 문득 깨달은 거지. 사랑을 줘본 적이 없다는 걸"
"그분 인생에 타인을 위한 시간은 없었어"
"울먹거리면서 그 얘길 하시더라"
"있잖아,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너나 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어"
"이 세상에 마술이란 게 있다면···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안에 존재할 거야"
"그 시도가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알게 뭐야, 안 그래?"
"해답은 노력속에 있어"
"........."
제시는 셀린느를 빤히 쳐다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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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레스토랑 안.
새벽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함. 다들 독일어로 제각각 얘기하고 있음.
이국적인 분위기
"이건 문명의 쇠퇴나 같아. 서비스 좀 봐! 종업원 어딨어? 뉴욕에서 이랬다간 모가지야"
어딜가나 튀는 미국인
"빠리의 친구에게 지금 전화해야 돼"
"8시간 후에 같이 점심 먹기로 돼있는 내 단짝 친구한테 말야, 알겠어?"
"알겠어"
그러더니 셀린느는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입으로 전화벨 소리를 냄
"?"
셀린느 "받아!"
제시 "뭐?"
"Vanie? Ici Lina"
(바니? 나 셀린느야)
불어로 얘기하는 셀린느ㅋㅋㅋ
"Comment ?-va?"
(잘 지냈지?)
"아..."
당황당황
"Ah, bien, et toi?"
(그래...넌?)
짧은 불어실력 자랑하는 제시
"Vanie, ma vacation est incroyable!"
(바니 나 동부에서 정말 믿을 수 없는 휴가를 보냈어)
이건 못알아들은 제시 ㅋㅋㅋㅋ
"아.. 음 내가 요즘 영어공부 중인데, 우리 회화연습 좀 해볼까?"
결국 영어로 말함 ㅋㅋ
"(웃음) 그래, 좋은 생각이야!
어쨌든 오늘 점심 같이 못먹겠어. 미안해.. 기차에서 만난 남자와 비엔나에 내렸거든
아직도 비엔나야"
"너 미쳤니?"
"아마도?"
"오스트리아 남자야? 그래?"
"아니..여행중인 미국인이야. 내일 아침에 떠난대"
"어쩌자고 그랬니?"
"설득당했어"
"...실은 나도 같이 내리고 싶었어. 얘기가 잘 통하고 너무 귀여웠거든"
"휴게실에서 자기 얘길 해주는데···"
"어릴 때 자기 증조 할머니 유령을 봤다는 거야. 그 때 홀딱 반해버렸지"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품은 꼬마 애를 상상해봐"
"날 사로잡았어. 정말 귀여워"
"아름다운 푸른 눈.."
"분홍빛 입술.."
"기름낀 머리도 맘에 들어(웃음)"
"키가 크고 약간 촌스러워"
"날 몰래 바라보는 느낌이 좋아.."
"그리고..사춘기애처럼 귀엽게 키스해. 너무 귀여워"
제시 "뭐?!"
"그래, 키스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걔가 점점 더 좋아져"
"근데 날 무서워해. 떠난 남자 친구를 살해하려는 그 상상 속의 여자 얘길 해줬거든.
엄청 겁먹었을 거야"
"날 음흉하고 비열한 여자로 보고 있는 게 분명해"
"그러지 않았음 좋겠는데..."
"넌 알잖아,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사람이 나라는 거 말야"
"난 나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못하잖아"
제시 "걘 널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아마 지금 너한테 미쳐있을 걸?"
셀린느 "정말?"
"난 널 오래 알아왔잖아. 예감이 좋아"
"..그래서.. 다시 만날 거야?"
".......그 얘긴 아직 안 해봤어"
"........"
그러더니 전화를 툭 끊는 셀린느
셀린느 "좋아, 이제 네 차례야. 친구한테 전화해"
"좋아. 이 친구한텐 전화하면 거의 응답기가 받아"
"따르릉~ 따르릉"
"어이, 친구, 웬일이야?"
남자 목소리 흉내냄 ㅋㅋㅋㅋ
피식ㅋㅋ
"프랭크, 어떻게 지냈어? 왠일로 집에 다 있네, 다행이다"
"잘 지내지. 그래, 마드리드는 어땠어?"
"형편없었어"
"결국엔 리사랑 일이 터지고 말았거든"
"안됐네, 내가 말했지?"
자기도 웃긴가 봄ㅋㅋㅋ 남자 목소리 ㅋㅋ
"그래, 몸이 멀어지면 맘도 멀어지는 건가 봐"
"마드리드엔 이틀만 있다가 비엔나에서 출발하는 싼 비행기표를 끊었어"
"그리고 그게 전화위복이었지"
"난 바로 돌아갈 수 없었어.
아주 낯선 곳에서 그냥 유령처럼 아무도 모르는 존재가 되고 싶더라고"
"이제 괜찮아?"
"아주 좋아. 기뻐 날뛸 것 같다고 이유를 말해줄게.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에 누군가를 만났어, 믿어져?"
"이건 운명적인 만남 같아"
"그녀는 천사 그 자체야. 모든 것에 긍정적이지"
셀린느 "..어떻게 만났는데?"
제시 "얘 옆에 앉은 이상한 커플이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얘가 자릴 옮겨야 했거든"
"그런데 내 건너편 옆자리로 온 거야. 그렇게 해서 얘기가 시작됐지"
"얜 처음엔 날 별로 안 좋아했어. 얜 진짜 똑똑하고···"
"아주 열정적이고···"
"아름다워"
부끄
"난 자신이 없어. 내가 하는 말은 다 바보같이 들렸을거야"
셀린느 "짜식...그건 걱정마"
"널 테스트 하는게 아닐거야"
제시 "진짜?"
....
"그리고 걔가 네 옆자리에 앉은 거.. 그것도 일부러 그런 걸 거야"
"정말?"
"그래"
"우리 남자들은 멍청해. 여잘 너무 몰라"
셀린느 "나도 잘은 모르지만(웃음) 여잔 좀 별나게 행동하지. 안 그래?"
제시 "맞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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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린느 "마치 꿈속에 있는 기분이야. 정말 이상해.
이 시간을 우리가 만들어낸 것 같아. 서로의 꿈속에 나타나는 것처럼"
제시 "정말 멋진 건.. 이 밤이 계획된게 아니란 거야. 그래선지 실감이 안나"
셀린느 "아침이면 다시 호박으로 변할거야. 넌 유리구두가 내 발에 맞는지 보겠지?"
제시 "꼭 맞을거야"
.
.
.
.
.
.
장소를 옮겨 이번엔 유람선 위 레스토랑
"친구 부인이 애를 낳았는데..집에서 낳았대, 그래서 친구가 출산을 도와야 했지"
"그런데 그 친구 말이 출산이란 그 심오한 순간에···
자기 아이가 생애 처음으로 인생이란 걸 경험하며 첫 호흡을 내쉬는 걸 보고 있는데···"
"언젠가 죽을 인간이 지금 태어나고 있구나 하는···생각밖에 안 들더래"
"그 생각이 머릴 떠나질 않더라는 거야"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제시
"그게 진실이야"
"모든 건 끝이 있어. 그래서 시간이 더욱 소중히 느껴지는 거야"
"맞아. 우리한테 오늘 밤이 그렇듯이 말야"
"......내일이 지나면 다신 못만나겠지?"
"다신 못만난다고?"
"......"
"어떻게 생각해?"
"....."
"아..음.."
"...사실 모르겠어..난..
또 오기가 쉽진 않겠지···"
"나도! .. 내 말은.. 그래 난 파리에 살고, 넌 미국에 살고 난 충분히 이해해"
"넌 비행기도 못 타잖아?"
"...그렇게 겁나진 않아. 탈 수 있어.."
"..네가 미국으로 올 수도 있고···아니면 내가···"
"내가 이리 올 수도 있고"
셀린느는 피식 웃어버림
제시 "왜?"
"현실적으로 힘들겠지. 우리 그냥 다른 얘길 하는게 좋겠어"
"단 하룻밤도 나쁘진 않잖아?"
제시 ".."
셀린느 "전화번호 같은 거 주고 받으면 한두번 전화하다.. 시들해지기 마련이잖아"
"맞아, 그렇게 사그라들지"
"그래, 난 그거 별로야, 싫어"
"나도 싫어"
"......."
제시 "왜 사람들은 관계가 영원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셀린느 "글쎄 말야, 웃겨"
"......"
"오늘밤 뿐인 거지? 그러니까... 그 방법 밖엔 없지않아?"
"....."
"좋아, 그럼 그렇게 해"
"망상도, 추측도 없겠네"
"그냥.. 멋진 밤을 만드는 거야"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악수를 해야지. 손 줘봐"
"우리가 함께하는 유일한 밤과.. 남은 시간을 위하여"
"......."
제시 "왜?"
"..그냥 좀 우울하지 않아?"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이별하는 것 뿐이잖아"
"..지금 하지 뭐"
"지금 작별 인사해. 그럼 그런 걱정 안해도 되잖아"
"지금?(웃음)"
"인사해"
"아.. 잘 가?"
"그래 잘가"
"Au revoir.."
(또 봐, 안녕)
"..later"
(나중에 보자)
"나중에 보자(웃음)"
....
"....."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비포선라이즈 7편에 계속
8편에서 완결이 날 것 같아
첫댓글 너무 좋아ㅠㅠ이 영화보고 영어이름 셀린 으로 지었는데 진짜 설렘이 부족할 때 이 영화 보면 여운 쩔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