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에 따라 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전국적으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17산악회(별칭 17 특전 산악회)는 예정대로 산행을 진행했다. 사실 그 전날 몇몇 걱정 많은 산우들의 재고 건의가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라고 총무는 힘 주어 일갈했다.
07:00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윤봉용님, 멀리 카나다에서 이제 막 돌아
오신 전정원님, 수술후 첫 등산인 현해수님, 부인 김경자님과 같이 오신
임종수님, 이제는 포진으로부터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이정수님, 오늘은
노기자와 함께 하지 못한 박정수님 그리고 회장님을 모시고 총무님은
우리 죽전 산우들을 향하여 버스를 달렸다.
07:20 김영길님, 장원찬, 김숭자 세사람만 단촐하게 차에 올랐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하자 회장님의 명쾌하고도 자상한 말씀이 있었다.
"오늘 산행은, 대야산-조항산 구간으로 용추에서 하차하여 지난번에 하산한
길인 의상저수지로 내려 갑니다. 우리의 체력과 안전을 고려하여 남진 방향을
선택하게 되었읍니다. 대야산 정상 일대가 70m 직벽등 급경사 암봉으로 이루
어져 있으므로 위험한 곳은 우회할 것입니다. 원래 피아골, 대야산, 밀재,
조항산으로 계획하였으나 오늘의 기상조건을 감안하여 부득이 용추에서 바로
밀재를 거쳐 조항산 갈림길로 수정합니다. 중간에 약수터가 있으므로 식수는
많이 준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를 비켜 갈 방법이 없으므로 비옷 준비 없으신 분은 용인휴게소 만물백화점
에서 준비하실 수 있읍니다.
산행시간은 대략 5시간 내지 6시간 소요될 것입니다.
하산 지점은 의상저수지, 지난 번과 같이 초정약수로 몸 씻으시고 초정대왕
식당에서 오리백숙과 닭백숙을 즐길 것입니다."
07:45 용인휴게소에서 아침식사후
08:05 휴게소 출발
비는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아직 비닐도 채 다 벗기지 않은 널찍한 새차에서
편안히 졸고 있으려니, 어느덧 차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문경 새재 나들목으로
나가고 있었다. 차 안의 시계는 9시 18분. 길가에 선거 구호와 출마자들의 이름과
얼굴이 있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하차 지점이 가까와 옴을 알고 모두 가벼운 휴식에서 깨었을 때, 이 지역이
백두대간 중, 아니 전국에서 야한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는 회장님 말씀.
마귀할매바위,...등등 좀 교양없는 이름들이기도 하다.
"용추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데, 오늘 한 번 느껴 보십시요. 어떤
느낌이 드는 지..."
차는 문경 석탄박물관을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대야산/봉암사 방향으로
右회전.
선유동 계곡에 도착하니 9시 42분.
09:45 산행시작
모두 비옷 차림으로 차에서 내려 출발전 사진을 찍고.
왼쪽에 계곡을 두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가 용추계곡, 물은 더 없이 깨끗하고 그 소리 마져 맑아서 정겹다.
좀 지나 벌바위, KBS 드라마 왕건 촬영소를 지난다.
우리는 대야산을 우회하기로 하였기에 계속 직진하다 한번 물을 건너 左회전하여
밀재로 가야한다. 표지판을 찾지 못하여 계속 직진하다보니, 아뿔사! 이건 대야산
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닌가. 여기서 되돌아 가기는 너무 아깝고, 또 그러기도
싫어서 다들 대야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바위가 많고 조금은 급한 경사길을 택하는
데 찬성했다.
밧줄 잡기를 여러 번. 모두 "이 재미도 없이 산에 올 것이냐, 아주 재미있다,
별로 힘 안 든다, 이게 더 좋다."
날이 개지는 않았지만 비는 거의 오지 않아 비옷도 벗었다. 땀도 나지 않고
시원하여 오르기 십상이다. 그러나 뒤에서 "이 산에서 나 홀아비 될 뻔한 적도
있으니 모두 조심스럽게..." 회장님의 주의 말씀이 들린다.
이 것도 다 산신령님의 배려에서다. 다음 번 공룡능선을 위한 연습 훈련이
아니던가. 그러자 여기 저기서 "이거 다 회장님의 계획한 바가 아닐 까",
"우리를 단련시키려고 슬그머니 이 길로 몰아 넣은 게 아닐 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어쨌거나 큰 어려움 없이 밧줄 도움 받아가며 결국 대야산 정상에 올랐다.
구름에 가리지 않았더라면 굉장한 경치였었을 걸.... 특히 가을 단풍은 그리도
유명하다는데, 우리는 가능한 視界가 너무 좁아 그 신록 조차 다 감상하지도
못하고 기념촬영후 하산하여 대간길로 들어 섰다.
"꽃이 진다고 어찌 바람을 탓할 소냐" 비바람에 흐드러진 산철쭉을 고이 밟으며
능선길. 다른 안내산행꾼들과 앞 서거니 뒷 서거니 능선길을 가다하니 앞 서가던
산행 안내자가 길이 없는 낭떠러지 바위라고 되돌아 가잔다. 길이 없다니 별 수
없이 되돌아 오다 약간 내려 가는 길을 택했다. 여기서 우리는 중간 무전기를
가진 박정수, 이정수동문과 헤어졌다. 바로 이 근처 어디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무전 연락을 듣고도 찾을 수 없어 우리는 계속 내려 왔다. 아까 전정원님이 주신
찹쌀떡의 덕분으로 아직은 시장끼는 없다.
우리가 계속 하산하는 동안 두 정수동문에게는 회장님이 끊임없이 지시 하신다.
"그 자리에 멈춰 있으라" 든가 "어느 어느 길로 진행 하라" 등등. 들리는 무전
소리를 뒤로 하고 우리는 외길로 나 있는 급경사길을 내려 왔다.
급경사가 완만하게 바뀌자 편안한 자리를 찾아 점심을 먹었다. 이 쪽 하산길은
비 온 흔적이 전연 없다. 산에서의 점심은 길을 잃어도 맛있다. 경자표 짠지무침은
별미였고 현해수님이 지고온 커피는 금방 바닥을 보였다.
우리의 진행 방향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내려 오고 있었다. 남쪽으로 갔었어야
했는데, 다른 산행객 무리와 바람때문에 남향하는 길을 놓친 거다.
덕분에 우리는 대야산 등반을 제대로 했고...
결국 선두 구총무님만 계획대로 용추-밀재-조항산갈림길-의상저수지 경로를,
두 정수동문과 대부분의 산우들은 하산길은 좀 달랐지만 대야산 등반으로 마쳤다.
다음 대간산행은 우리는 다시 밀재-조항산-의상저수지, 구총무님은 대야산으로
하기로 했다.
우리가 내려 온 곳은 괴산군 청천면 삼송3리 농바위마을.
마을 어귀에서는 한 농사 짓는 부부가 잘 다듬어진 밭에 부지런히 참깨 모종을
내고 있었다. 씨를 뿌리고 그 위에 비닐을 덮었다가 10cm가량 모종이 자라니 옮겨
심는 거다.
이때 시계는 4시.
농바위마을 주차장에서 버스를 불러 차에 오르니 4시 30분.
후미기준 산행시간 6시간.
초정약수탕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대왕식당에 6시 만찬 예약하고
5시25분 목욕탕에 도착했다.
오늘은 생물학적 건강에 관심 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울로 올라 오는 차 안에서는, "우리나이에는 이제 절대로 넘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낙상하면 결국 뼈를 다치거나 머리를 부딛쳐 큰 병이 되기
때문이다..." 윤봉용교수님의 주의깊은 당부 말씀.
안전산행 축하만찬에서 있었던 이야기.
어제(26일) 임종수님은 지난시절의 직장 동료 간부들과 함께 산업시찰차 한
제약회사를 방문하였다. 꽃다운 아가씨의 브리핑에 이어 몇 알의 약이 남자분
들에게만 지급되었는데 아직은 그약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 test 못해 보고 보관중
이니, 벌써 약이 있어야 되는 분은 임종수님께 연락하시도록. 참고로 오늘
산행에 참여하셨던 모든 분들은 그 약이 필요치 않았음.
초정약수탕에서의 목욕은 좀 특별하다. 약수가 계속 펑펑 솟아 나면서 탕을
채우고 넘쳐 나는데, 그 속에 몸을 담그면 피부의 약한 부위가 따끔거리기도
한다. 피부 알레르기가 있다든가 하면 더 따끔따끔 하다. 우리의 경우 여자들은
주로 얼굴이, 남자분들은 주로 남자만 가진 곳이 더 심했다. 뭔가 치료되는 느낌
이다. 한 번 체험 해 보십시요. 회장님, 同病相憐 못해서 죄송합니다.
현해수님의 심장수술에 관한 경험담.
부분마취하여 수술하였으므로 의사와 대화하면서 진행했단다. "아파요?",
"아뇨, 괜찮아요." 등등. 의술의 발달에 또 한 번 놀랐다.
현해수님의 심장 시험가동은 성공적이었다. 심장 누전차단 수술 받은 지 일주일
밖에 안되었는데, 오늘 산에 오르는 동안 그 전보다 아주 가슴이 편했단다.
담당 의사에게 등산해도 되겠느냐 물었더니, "격렬한 운동으로 한 번 시험해
보십시요." 했단다. 축하! 축하!
성공적인 심장수술을 자축하는 의미로 현해수님 만찬을 베풀기로 하였으나,
다음 차례로 미루어졌다.
회장님이 저녁 대접을 베푸셨다. 우리 모두의 강한 사양과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오늘 어리석은 우리들에게 길을 잘 인도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심이다.
오리 두 솥, 닭 두숱의 백숙과 그 속에 녹두, 밤콩이 든 찹쌀죽은 오가피주와
곁들여 뭐라 말 할 수 없이 좋았다. 아직 두 번은 이 식당에 올 기회가 있으니
많이 동참하십시요.
19:40 현출발의 재촉 없이도 스스로 일어나 식당을 출발하여 버스는 중부고속
도로-영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를 갈아타고,
21:05 죽전정거장에 우리 세 사람을 내려주었다.
아마 이대로라면 9시30분이 되기 전에 압구정동에 도착 할 것 같다.
하나 더,
처음 만난 음성휴게소에서 임대장님의 불참으로 박정수님께서 임종수님을
대동하고 아이스크림을 한 아름 사 들고 오셨다. 두 개씩 먹어도 남네...
이종범사장님, 어서 오셔서 아이스크림 사 주셔요. 기다립니다.
참가자: 구명회, 김종남, 박정수, 윤봉용, 이정수
임종수, 김경자, 전정원, 현해수, 김영길
김숭자, 장원찬 (12명)
기록: 김숭자
첫댓글 1) 숭자여사가 너무 완곡하고 점잖게 표현했는데, 직접화법으로 현장을 재구성하겄습니다. 임종수군이 고교동창들과 동부인해서 동아제약 산업시찰을 갖다가 거기서 나오는 '자데이나'(잘 되나?)를 두 알씩 받았는데 부인이 약 가진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데서 써먹을 수 없다는 고충을 토로...
2) 이 말을 들은 숭자여사 왈, "아니, 벌써 그게 필요하세요?" 했겄다. 성질과 말이 모두 급한 임종수군 당장 받아서 한다는 소리가 "숭자, 지 남편 자랑하고 있네!"
Dear Mrs. Kim, thank you so much for such an interesting hiking report. I regret that I could not join you and I missed you all. My sincere apology for writing in English because my lap top doesn't have Korean keyboard. Will see you all at next hiking to Soraksan. --Noh Soonock from Hochiminh
Hope you have a nice trip and see you soon. Good luck!
산꾼들이 알아주는 대야산 험로를 악천후에 무사히 주파한 아군들에게 가이드를 잘못한 제가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참고로 다음 산행인 설악산 공룡능선은 한라산과 백두산 산행때 우리를 도와주었던 휘닉스산악회의 가이드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회장님은 우리들의 지도자이십니다. 결코 가이드는 아닙니다.
숭자동문, 대단한 산행기네요! 안개속에 해맨 산행을 어떻게 이렇게 상세히 메모해두었네요.수고하셨읍니다. 한가지 나도 직접화법으로 수정하겠읍니다. "초정약수탕의 냉탕에 들어가니 불알 밑에 파스를 붙인것 같았읍니다."
데끼!
숭자씨 산행기 쓰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빗속 산행길에 언제 그렇게 메모를 한것처럼 사실적으로 쓰셨나요. 이번 산행기는 산행기본문도 재미있지만 댓글도 못지않게 재미있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