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가원의 뜰에
영글대로 영글어 탐스러운 파꽃...
5월이면 생각나게 하는 글..
"파꽃 그리고 어머니"
파꽃 핀 오월엔
하얀수건 머리에 두른
어머니 모습 보인다
눈 아린
햇살이 소복이 내려앉은
머리 수건 위엔
송홧가루 같이 앉아 있었다
산기슭 이랑 긴 밭
흙가슴 만지며
종일 무슨 사연을 심으셨을꼬
파꽃 핀 밭길은 어디나 고향길,
그리워라 솔폿솔폿 움직이던 하얀 머리수건
시린세월 비어버린 파란속내
곧게살아온 머리위에 소박한 화관
까만씨 베고 누워 지긋이 보고계실..
뿌리에서 피워올린
소망의 씨앗들을
엷은 베일로 가리고 피었네
한 자루의 초처럼 똑바로 서서
질긴 어둠을 고독으로 밝히는 꽃
향기 조차 감추고
수수하게 살고 싶어
줄기마다 얼비치는
초록의 봉헌 기도
매운 눈물을 안으로만 싸매두고
스스로 깨어 사는 조용한 꽃
파꽃 /이해인
파 속을 파먹는 건 꽃 속의 씨앗들인가
파 속을 먹으면 먹을 수록 땅 밑부터
껍질에 힘줄이 생긴다 뼈가 박힌다
제 목을 굽혀본 적 없는 파꽃
남에게 씨앗은 될지언정
단 한번도 식탁에 오르지 못한 파꽃
모가지를 꺾고 나서야
곁줄기들 속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굽힐 줄 알아야 옆자리가 몰랑몰랑해진다
파꽃 / 손창기
시집 <달팽이 聖者> 2009. bookin
첫댓글 침 맞고 왔나요?
눈물나도록 아리한 파꽃과 어머니의 비유에 저도 파꽃이 되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