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의 장편소설
因 緣
<제1편 세상 문>
⑰ 양지호라는 사람-1
“응애응애 응-애.”
그때에 느닷없이 아이 우는소리가 들리어왔다.
“어머니! 아기가 깼나봐요.”
경산의 품에 안기어있던, 정희가 먼저 아이울음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어 놀라면서 문득 몸을 일으키어 세우면서 말하였다.
“그런가보구나, 어서 나가보자.”
경산은 정희를 앞세우고, 방을 뛰쳐나와 곧장 정숙의 집으로 내달았다.
아침에 얼어붙은 단단한 땅과 서릿발이 따사로운 햇볕에 녹아서 길바닥이 몹시 질척거리었다. 하여 아직 녹지 않은 땅을 골라서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정숙의 집에 다다르자, 토방으로 올라서 황급히 방문을 열어보았다.
정말로 세룡이가 잠에서 깨어나 방 한가운데를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울다가는 갑자기 문이 열리자, 기던 동작을 멈추고서 울음을 그치더니만 천진난만하게도, 눈을 돌리어 문 쪽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그러나 아이는 이내 저희 엄마가 아닌 줄을 알아차리었는지, 눈을 다시 돌려놓고 또다시 삐죽삐죽 울기 시작하였다.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가 저희 엄마가 아닌 줄을 어떻게 알아차리는지를 몰랐다.
그러자, 정희가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는 덩덩 구리를 치었다.
경산은 정희가 언제부터 저렇듯 아이 달랠 줄을 아는지도 의문이었다. 아이는 정희가 그렇게 달래자 이내 울음을 그치고 생글생글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기까지 하였다. 경산은 그 모습이 무던히도 신기해 보이었다.
경산은 천천히 방으로 들어가서 안고 있던 아이를 정희의 등에 업혀준 뒤는 포대기를 들러 끈으로 꼭 매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아기를 업은 꼴이었으나, 갓난이는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았다.
어제 장안에 나갔다던 정숙의 남편이 이제껏 돌아오지를 않았다. 혹, 정숙이 없는 동안에 그가 집을 찾아들면, 어쩌나싶기도 하였다.
그러한 생각을 하여보면, 은근히 가슴이 조이어들고, 초조해지어서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지었다. 제발, 그가 정숙이 퇴근한 뒤에 돌아오면, 좋겠다싶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가 설마하니, 낮에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기도 하였다. 아무튼 경산은 아이를 업은 정희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느덧 끼니때가 부진부진 다가와서 예전 봉래사에서 공양드릴 때에 공미를 씻어 밥을 짓던 일을 되살리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침에 정숙이 내준 쌀 한줌을 가져다가 부엌바가지에 담고, 거기에다 물을 부은 뒤 쌀을 씻어 일었다.
그러한 다음에는 솥에다 밥을 안치고, 아까 군불을 때듯 아궁이에 또 불을 지피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어수선하게 들리어오는 게 아닌가.
첫댓글 양지호라는 사람이 낮술에 취했을까요
경산의 삶이 순탄치를 안습니다
지난 이야기와 같이 온종일 목로주점에만 틀어박힙니다 -그게 역적의 자손으로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니 폐인처럼 살아가는 방법이겠지요.
경산은 이 사람을 처음부터 좋지 않게 보았지요. 착한 정숙을 고생시키는.............못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