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년의 역사를 유지해 온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인류이 역사는 고작 수만년에 불과하고 지구 생태계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지구 생태계는 모든 동식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안정된 먹이사슬을 이루며 상호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먹이사슬에 조그마한 이상이라도 생기면 균형이 깨지고 모든 생태계가 불안정하게 된다. 벼룩이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식으로 벼멸구를 잡자고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는 농약은 해충뿐만 아니라 메뚜기를 죽게 하고 연쇄적으로 메뚜기를 먹고 사는 개구리가 감소하고 개구리를 잡아먹고 사는 뱀도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된다. 결국 작은 먹이사슬의 충격을 이겨내고 환경오염에 견딜 수 있는 종들만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불균형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인간의 기술은 많든 적든간에 자연을 모방하는 것,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이었다. 자연에 있는 현상이나 자연생태계의 법칙성을 끌어 내어 이것을 기술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연으로부터 배워 만들어진 인류 문명의 이기는 이제 자연을 해하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곳저곳 잘라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위기는 지구 생태계의 한 부분인 인간의 생존에까지 닥쳐오고 있다.
자연은 순환해야 건강하고 지속할 수 있다. 자연에서 온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모든 만물이 생명을 다하면 썩어야 하고 썩은 것은 다시금 새 것을 탄생시키는 비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썩지 못하는 폐기물이 지구네에 쌓이면서 생태계의 순화고리가 끊기고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인간이 배출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한다. 그러나 자연이 갖는 자정 능력은 무한하지 않아서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그 능력이 파괴된다. 마치 사람의 병증이 스스로 회복능력 이상이 되어 골병이 들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이치와 같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물 배출이라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는 새로운 상품개발을 경쟁적으로 하게 하고 과대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새로운 소비욕구를 불어 일으키고 또 다른 생산의 활력을 반복해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삶의 질, 환경의 질을 경시하는 물질 중심의 가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주고 받는 상호조화와 평화의 가치를 대체해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생산과 소비의 결과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더 이상 지구가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커다란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쓰레기 처리를 둘러싸고 사람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쓰레기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물론 덜 쓰고 덜 버리는 길이 최선의 길이리라.
지난해 우리나라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고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였다.
쓰레기 종량제는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함으로써 주민들의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 나가려는 경제적 유인제도로서 쓰레기 감량정책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1년 후>
1. 환경부가 제시한 통계로 본 성과
95년 쓰레기 종량제 전국 실시 이후 쓰레기 배출량 감소와 재활용품 분리 수거량의 증가 등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부가 지난 3월 제출한 '쓰레기 종량제 시행 1년의 실적 분석평가'에 따르면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량은 27%가 줄어 들었고 재활용품은 35%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쓰레기량의 감소와 재활용품의 증가로 인하여 3,000억원에 달하는 국가경제적 이득과 함께 연간 20만평의 매립지 절감효과를 가져왔다고 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쓰레기 배출량도 전국 평균 1.05kg으로 선진국 수준(1.0kg 이내)으로 들어 서고 있어 쓰레기 종량제가 의도한 감량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국민들의 환경의식과 생활양식의 변화
우리나라 국민들은 쓰레기 종량제라는 정부 시책을 강제적인 제도로 받아들이는 소극성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라는 적극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유인책이 자발성을 끌어내는데 한몫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보다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높은 환경의식에 기초한 실천의 힘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 배출하는 노력과 함께 더욱 돋보이는 것은 자치체 단위로 쓰레기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부녀회, 지역단위의 환경단체나 여성단체, 노인회 등을 통해서 재활용품을 공동으로 수집하고 정기적인 알뜰시장을 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자치체 단위로 음식물 쓰레기나 생쓰레기를 퇴비화하는 주민자치운동도 쓰레기 종량제 이후 크게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민자치운동은 소각장 건설지역에서 더욱 자발적이고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울 쓰레기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대형 소각장을 마을에 유치하지 않겠다는 것을 생활실천으로 보여줌으로써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종량제 실시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쓰레기를 덜 발생시키고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선택구매하려는 노력을 보여 주고 있다. 단지 발생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구매할 것인가라는 소비단계에서 생활패턴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품시장의 현실은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수준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나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생산, 유통단계에서 쓰레기를 감량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시스템이 아직 자리잡고 있지 못해 대형화, 고급화 제품이 우선 생산되고 과대포장 제품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들이 주로 시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민들의 환경친화적인 생활양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조성해 줄 기업, 정부의 행보가 국민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쓰레기 처리시설을 둘러싼 분쟁의 심화, 그리고 지역주민운동의 성장
쓰레기 종량제 전국 실시로 오염자 부담원칙이 확대되면서 '해당 지역의 쓰레기는 해당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지역간 쓰레기 처리를 둘러싸고 환경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쓰레기 처리나 하수처리는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대규모로 이루어지게 되고 혐오 시설물을 설치한 해당 지역은 이웃의 쓰레기까지 처리하면서 여러가지 고통과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부당함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쓰레기 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되었던 김포와 군포지역의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환경분쟁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의 씨앗은 쓰레기 종량제의 감량 및 재활용 취지와 양립할 수 없는 소각위주의 쓰레기 처리정책을 자치단체가 천편일률적으로 추진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소각을 위주로 한 쓰레기 처리정책을 세우고 이에 따른 소각장 건설계획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감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쓰레기 종량제 이후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음식물 처리를 위해 퇴비화 등의 방법을 자발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이 정성껏 모아놓은 재활용품을 제대로 쌓아 둘 적환시설 하나 변변하지 못하고 재생공장과 재생기술이 부족하여 재활용품이 매립지로 직행하게 하는 우리나라 재활용체계하에서 소각장을 대규모로 유치하고자 하는 정책은 그 동안 주민들이 기울여 온 쓰레기 감량 및 재활용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되었다.
민선시장 출범이후 소각장 건설계획을 백지화함으로서 쓰레기 반입을 중단당했던 군포시 주민들의 경우, 쓰레기 반입중단을 결정한 김포 주민들과의 갈등으로까지 비춰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고통을 당했던 군포지역 주민들은 수도권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로 고통당했던 김포 주민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까운 이웃이 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소각장을 반대해 온 군포지역에서 배출된 쓰레기의 양은 24만 시만들이 200톤을 배출하여 1인당 평균 0.8kg 수준으로 전국 평균량을 밑도는 양이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철저하게 분리, 배출하고 전체 쓰레기의 3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 등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대형 소각장을 모든 지역에 천편일률적으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환경단체나 주민들의 주장이 맞아 들어가게 된다.
당초 1900톤 규모의 소각장을 짓기로 했던 강동구 소각장의 경우 주민들의 근거있는 반대운동으로 입지선정과 소각용량 선정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감량과 재활용을 중심으로 한 쓰레기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곳 주민 6천세대는 호기성 미생물에 의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를 시범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를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소각장을 지어 놓고 무용지물의 고철덩어리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산 교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에서 또 하나의 변화는 소각장 반대운동 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던 주민이 지방의회에 당선되어 쓰레기 전문위원으로 활동함으로써 주민들의 참여와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각장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주민들로 하여금 소각장으로 반입되는 쓰레기 성상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이도록 하고 소각장 건설예정 지역의 주민들은 주민협의기구를 만들어 건설계획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직접 참여와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조례를 통해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쓰레기 종량제 이후 성장한 주민들의 환경의식은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수준을 넘어 쓰레기 처리시설의 설치 타당성, 안정성을 스스로 검토하고 감량과 재활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쓰레기 문제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주민운동을 성숙시켜 가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는 통합적인 폐기물 관리정책 속에서 정착되어야 한다>
쓰레기 종량제가 국민들의 생활양식으로 빨리 자리잡아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전의 행정관행과는 달리 여론수렴을 바탕으로 충분한 검토와 평가를 통해 계속 개선방안을 찾아나가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과 같은 자리가 마련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 수거체계와 방법의 문제, 종량제 봉투의 재질과 규격, 가격의 문제, 불법투기 및 소각 등 단속에 대한 문제 등을 여론 수렴을 통해 개선해 오고 있다.
이제 쓰레기 종량제의 정착과 개선방안을 찾는 노력은 독림된 제도로서 보완되기 보다는 국가의 통합적인 폐기물 관리정책과 연관되어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환경부는 쓰레기 종량제 시행 1년의 실적 분석 평가에서 '종량제 시행이후 쓰레기 자체가 감소하였고 성상도 많이 변화되었으므로 소각 위주로 작성된 국가폐기물처리종합계획의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과거 환경부가 작성한 '국가폐기물처리종합계획'을 보면 폐기물 관리정책의 기본을 감량-재활용-소각- 매립의 순으로 적용하는 바람직한 방향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집행에 있어서는 이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집행되는 과정에서 예산은 소각과 매립에 84%가 할애되고 있어 소각장, 매립장 등 처리시설 확보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제 정부는 쓰레기 종량제의 성과로 얻은 감량 및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정부시책에 반영하여 폐기물 관리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 지금까지 처리시설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었던 '국가폐기물처리종합계획'은 감량 및 재활용을 우선으로하는 '국가폐기물관리종합계획'으로 새로 세워야 한다.
1. 쓰레기 종량제 이후 자치단체별 대형 용량의 소각장 건설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가의 소각장 처리시설 확보를 위주로 한 폐기물 처리정책을 그대로 받아 안은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쓰레기 종량제 이후 변화할 쓰레기의 성상, 배출량, 재활용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형 용량의 소각장 규모를 산출함으로써 향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소각장의 효용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쓰레기 종량제 실시로 발열량이 높은 종이류, 플라스틱류가 재활용품으로 분리됨으로써 소각장 반입 쓰레기 발열량이 94년 1,766kcal에서 95년 1,548kcal로 12.3%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지난해 운영에 들어간 300톤 규모의 쓰레기 소각장은 현재 정상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고양시가 예측한 96년 쓰레기 발생량을 보면 1일 457톤인데 실제 발생되는 쓰레기의 양은 1일 250톤 규모이며 계속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특히 고양시 주민들이 소각장으로 반입되는 쓰레기를 철저하게 감시함으로써 불연성 쓰레기와 수분함량이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반입되지 못하자 태울 쓰레기가 턱없이 모자라 정상적인 소각장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예는 고양시나 양천구 목동 소각장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노원구, 강남구 등 애초 계획되었던 소각용량대로 건설되는 사례가 없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큰 환경부하를 주민에게 안겨 줄 소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쓰레기 종량제의 진정한 정신과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각 자치단체는 쓰레기 종량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감량과 재활용의 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부터 내려 보자. 정확한 쓰레기 성상에 대한 분석, 현재 쓰레기 발생량과 예측, 지역 특성에 맞는 감량 및 재활용 방안 등을 우선 세워 보자. 민선 자치시대는 주민이 지방행정에 주인으로 참여하면서 민과 관이 지역공동체를 위해 협력하는 시대이다. 기존의 관행으로 주민을 속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지방행정을 펼치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들의 지혜와 손발을 빌려야 한다.
2. 쓰레기 종량제 1년이후 중요하게 해결할 과제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일이다.
쓰레기 종량제 실시이후 쓰레기 성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재활용품으로 분리되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쓰레기중 음식물쓰레기는 쓰레기 종량제 이전 31%에서 종량제 이후 38%로 증가하고 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음식물은 물기가 많아 매립지 악취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많은 양의 침출수를 발생시켜 토양을 오염시키고 매립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소각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음식물쓰레기라는 것은 다 아는 바이다. 더욱 큰 문제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대안을 제대로 만들 때 감량의 진정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민간환경단체에서부터 보급하기 시작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운동은 그 어떤 전형없이 조금씩 확산되어 가고 있다. 얼마전 수도권 쓰레기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연대회의 소속 대표자들이 서울부시장을 면담한 일이 있었다. 대표자들이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서울시는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 그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 음식물은 염분이 많아 퇴비로서의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면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대형 음식점과 아파트에 음식물 퇴비화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많은 지역에서 발효제를 보급하여 음식물을 퇴비로 활용하고 있는 지금 서울부시장의 대답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것이었다. 지역주민과 민간단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으로 활용해 보기 위해 주민을 교육하고 여러가지 퇴비화 방법을 찾고 있는 노력에 아주 대비되는 것이었다.
분명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음식물 퇴비화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음식물 퇴비화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EM 발효제는 일본에서 개발되어 온 것으로 우리나라 음식물 성상에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음식물 퇴비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지적도, 염분이 많아 토양을 산성화시킨다는 지적도 근거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논쟁과 실험을 통해 음식물 퇴비화의 효용성 여부가 판단되고 더욱 올바른 퇴비화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중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러한 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물 퇴비화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자치단체나 지역주민들에게는 필요한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강동구청이 6천세대 주민들에게 퇴비화시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 음식물 퇴비화에 대한 현 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에 걸쳐 산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음식물퇴비화의 효용성 여부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난지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할 15톤 규모의 음식물퇴비화 시설을 몇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음식물쓰레기도 다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처리 이전에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낭비없는 음식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버려지는 음식물은 자원으로 활용되도록 분리, 배출하는 요령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쓰레기 종량제는 제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제도는 쓰레기를 줄이고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이제 쓰레기 종량제는 감량과 재활용을 위주로 한 국가의 종합적인 폐기물 관리정책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국민들의 소비패턴을 단순한 분리배출에서 덜 쓰고 덜 버리는 녹색소비패턴으로 바꿔나가는데 기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올바른 국민들의 녹색소비패턴은 생산자로 하여금 제품의 생산과 유통단계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소비 이후의 폐기물을 생산자가 책임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 가도록 할 것이다.
우리들의 삶이 작은 지구에 어울리며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 소비과정에서 쓰레기를 최대한 줄여 나가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덜 쓰면 덜 버리게 되고 처리로 인해 생기는 피해와 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지구는 스스로 순환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