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고로쇠 작업을 할 때여서 산목은 그 일을 도우러 산에 갑니다.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곳이기에 급한 일을 먼저 하다 보면
정작 자기 집 일이 때 늦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들 그러면서 또 서로서로 도우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산에 가야 하는데 비가 하루종일 올 듯 하여
가지 못하고 덕분에 우리 밭에 고사리를 심으러 갔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고사리를 심을 때만 해도 땅이 얼어서 땅이 파지지도 않고 힘들었는데
며칠 전 온 비와 따뜻했던 날씨 덕에 땅이 마치 봄날에 풀린 시냇물 같습니다.
산목은 땅을 파서 고랑을 내고, 농사를 처음 짓는 땅이기에 띠가 많이 있어서
전 그 뿌리를 뽑아 없애는데 힘을 다 했습니다.
그런데 땅 속에는 벌써 작년에 떨어졌던 풀씨들이 뿌리를 내려서
꼭 실벌레 같은 흰 뿌리들이 가득합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그 모습을 못 보여 드리는 게 아쉽습니다.
땅 속에는 벌써 봄이 와 있었습니다.
제가 잔 병 치레를 많이 하니까 산목이 그럽니다.
땅 천 평 정도만 개간해서 농사 짓고 나면 그 병 다 없어질 거라고.
전 거기에 답하기를
속 병은 없어지고 대신 마디마디 관절염이 다 걸려 있을 거다라고 했지요.^^
비가 점점 많이 와서 점심을 먹을 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 옆 대밭에는 나이 많으신 어른이 빗속에서 대를 베고 있습니다.
모두, 이렇게
제 밥벌이를 정직하게 하며 욕심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모순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읽습니다.
책이 낡아 있는 것으로 이전에 열심히 읽은 듯 한데
그때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모두 새로운 뜻으로 옵니다.
비가 계속 많이 내려서 오후일이 아무래도 어려워질 것 같으니
옆에 있던 산목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선반만들기를 한답니다.
전 따뜻한 이불 아래에서 머리비우기를 해야겠지요.
모든 님들에게 땅속 봄처럼 힘있는 기운을 보내드립니다.
첫댓글 고사리도 심는군요. 딴 세상을 사시는 강낭콩 님의 세계가 대단합니다. 도시내기였던 분이 어떻게 이리 적응을 잘하는지요.